[북 불법환적 현장을 가다] ③ 작전 중인 한국계 장교

마이클 문 중위가 기계제어실(MCR)에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마이클 문 중위가 기계제어실(MCR)에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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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소리]

3일 오후 1시 동중국해 해상을 항해중인 캐나다 호위함 몬트리올함 내. 사이렌이 울립니다.

비행물체가 ‘네온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몬트리올함을 타격한 상황을 가정해 훈련이 이뤄진 겁니다.

상황실은 방송을 통해 신속한 대응을 지시했고, 선원들이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선체에 화재가 났다는 훈련 상황 속에, 몇몇 선원들은 소방기구를 챙겨 불을 끄는 연습을 합니다.

화재진압뿐 아니라 파공부 봉쇄와 배수작업을 맡은 선원들도 움직입니다. 사소한 실수가 사고와 함께 침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하게 대응합니다.

몬트리올함 선원들은 출항 시 비상상황을 대비해 매주 무작위 시간에 이같은 혹독한 훈련을 진행합니다.

이번 훈련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은 한 한국계 캐나다 장교가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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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함 내에서 모든 선원을 대상으로 훈련을 시작하는 사이렌이 울렸다 영상은 화재와 파공부 봉쇄 훈련을 하는 선원들의 모습 영상

. . /RFA

전반적인 군함의 상태를 확인하는 ‘기계 제어실(Machinery Control Room)’의 총책임자 마이클 문 중위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함은 물론 선원들의 안전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중위] 훈련때 마다 통신을 통해 들어오는 많은 정보와 바로 제 뒤에 있는 선내 방송 담당 선원들로 인해 제 일은 조금 바빠집니다. 그리고 제 일의 일부는 이 모든 것을 관리하고 그것이 실제 상황이 된다면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문 중위는 50여명의 해양 기술자와 장교로 구성된 ‘기계 제어실’의 책임자 입니다.

선박의 추진, 보조, 전력 생산 및 분배, 손상 통제 등 함내 모든 기계 제어 시스템을 담당합니다. 배에 기계적인 결함이 발생하면,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권장조치를 함장에게 보고하고 이를 해결하게 됩니다.

[문 중위] 이곳은 기계 제어실입니다. 모든 기계와 엔진, 모든 장비를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곳으로 배를 띄우고 움직이는 데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전체 배의 배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으로 된 이 모니터에서 모든 화재, 홍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11살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왔고, 캐나다 시민이 됐습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2017년 캐나다왕립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소위로 임관했습니다. 자신과 가족을 받아준 캐나다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문 중위] 아버지도 한국에서 군 복무를 이행하셨습니다. 그래서 군인생활이 어떤지 알고 있었고, 실제로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저에게 ‘캐나다에서 군복무를 한번 해보는 게 어때?’라고 말했고, 저는 흔쾌히 시작했습니다.

문 중위가 탑승 중인 몬트리올함은 지난 4월 캐나다 동부 핼리팩스에서 출발해 10월까지 6개월간의 임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임무 중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캐나다군의 호라이즌 작전(Operation Horizon) 뿐 아니라 한반도 근해에서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네온작전’도 시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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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문 중위는 기계제어실에서 자유아시아방송 (RFA) 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 네온작전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 /RFA 영상

이번 작전으로 전 세계를 향해할 수 있었고, 결국 고향인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건데요.

그와 몬트리올함 선원들은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을 받아 46명이 전사했던 ‘천안함’기념관도 찾았습니다.

자유세계 군함의 선원으로서 ‘천안함’은 문 중위에게도 특별한 의미였습니다.

문 중위는 RFA에 “천안함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문 중위] 왜냐하면 천안함 사태는 실제로 해군에 있는 우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배에 타 어뢰를 맞는다면 바로 우리에게 일어날 일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해군으로서 어떤 위험에 직면해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줬습니다.

그러면서 문 중위는 이번 항해에서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네온작전’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문 중위] 네온작전은 전반적으로 캐나다가 북한의 핵확산에 대한 제재를 감시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유엔의 노력에 동참하게 된 것이 매우 기쁩니다. 저는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 캐나다 해군이 되고, 유엔의 노력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 매우 흥분되고 기쁩니다.

문 중위는 200여 명의 선원들과 함께 6층 건물 높이, 축구장 1.2배 넓이의 몬트리올 함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공보담당관 매튜 호즈 2급 하사관(Petty Officer 2nd Class Matthew Hawes)은 RFA에 함내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200여명이 생활하는 만큼 3층 침대가 설치된 공동 숙소와 화장실, 샤워실이 겸비돼 있습니다.

각종 간식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매점도 있는데, 고된 업무로 지친 선원들을 깨우는 카페인이 들어간 에너지 드링크가 가장 인기라고 합니다.

[매점관리 선원] 몬스터 에너지 음료와 칩, 초코바 다 인기가 많아요. 음, 커피를 마시지 않는 선원들은 보통 몬스터를 마셔요. 이외에도 사탕, 칩, 초콜릿 팝을 좋아합니다.

몬트리올함에서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군함입니다.

다만, 1992년 건조 당시 선내 인터넷 사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제한된 구역에서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함내 체육관까지 마련돼 원활한 생활이 보장되고 있지만, 가족들이 있는 집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호즈 하사관은 설명했습니다.

[호즈 하사관] 2009년부터 해군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녔어요. 세상을 보는 것은 경이롭습니다. 단점은 가족을 집에 두고 가야 한다는 거예요. 특히 가족들이 있다면 더 힘듭니다. 7살인 제 딸은 제가 왜 떠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해요. 마치 우리가 더 큰 일을 하는 것처럼 제 딸에게 설명해야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