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기획특집-10] 탈북자, 북한 공권력의 희생자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11.12.27
death_balloon_305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발표난 지 이틀이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단체들이 북한정권을 규탄하는 대북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1990년 중반 이후 북한에 식량난이 벌어지면서 이는 대량 탈북사태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2만 3천여 명의 탈북자가 남한으로가 새로운 삶은 살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이들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부르지만 탈북 당사자들은 자신들을 경제 난민이요. 동시에 정치적 망명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공권력에 희생양으로 살았다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김경희: 거기 있으면 자유가 없잖아요. 모든 것이 당과 수령에 복종하고 내 것이란 없잖아요. 내가 주인이 돼서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잖아요. 다 당이란 것에 씌워 살아야 하니까...

고난의 행군 시절 중국과 무역을 하면서 비교적 안정적 생활을 하던 김경희(가명) 씨는 어느 날 주민의 신고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됩니다. 잡혀가 조사를 받은 내용은 왜 정식 여행 허가서도 없이 중국을 오갔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당원은 아니었지만 권력층과 연계를 가지고 있던 김 씨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버럭버럭 언성을 높였다고 했습니다.

김경희: 당에서 배급도 안 해주고 직장에서 일을 한다 해도 월급도 몇 년간 밀려 안주는데 그러면 자체로 일해서 먹고 사는 것이 당의 방침을 우리가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개인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배가 아프냐? 솔직히 비리 부정이 돈 없는 사람에게선 일어나지 않는다. 돈을 다루는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들 그의 가족들이 장사를 더 많이 하지 않는가?

안전원들은 김 씨를 거칠게 다루거나 막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형량을 감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두 차례의 강제북송을 당하고 북한에선 노동단련대와 감옥에서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남한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북한 감옥 생활에서 얻은 병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게 되었지만 발이 있어도 이동의 자유가 없고, 입이 있어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는 세상에 사는 것과는 현재 비교할 수 없는 생활에 만족한다고 합니다.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북한에서는 토목설계사로 살림집을 장만할 돈이 없어서 시베리아 벌목공을 자청했던 것이 남한으로 가게 됐다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현재 단파 라디오를 통해 북한 엘리트를 청취 대상으로 정하고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남한의 시사프로그램을 들려주는 등 매일 1시간 동안 약 6가지의 서로 다른 내용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탈북한 북한 주민은 결코 민족의 반역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승철: 북한 헌법에 거주, 여행의 자유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 통제의 수단으로 여행증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세계적으로 200여개의 국가 중 여행증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북조선뿐입니다. 여행증 제도란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 북한 김정일이 자기 나라 법에도 안 맞는 제도를 만들어서 주민 통제를 하는데 북한 주민이 외국으로 나갈 때도 생존권을 보장하게 돼 있습니다. 지금 북한 정권이 식량배급, 생필품 공급 등 주민을 위해서는 한 푼도 안 쓰고 1994년 수백 만 명이 죽을 때 김일성 시체 보관소를 지었잖아요? 북한주민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먹고 살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은 반역자가 될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북한에서는 몰랐지만 오히려 자신이 북한정권의 피해자였다고도 했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해 공권력이 주민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시하고 괴롭히는 범죄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할 말을 못하고 자기주장을 펼 수 없어 늘 움츠리고 살며 그런 주민에게 소위 말하는 힘 있는 자들이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김승철: 주민들 탄압하는 것이죠. 헌법, 형법, 민법에 보장된 법적 조항들 즉 북한인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조항들을 하나도 안 지키잖아요. 제일 나쁜 기간이 국가 보위부와 보안서가 제일 나쁜 기관이죠.

북한에서 자행되는 공개처형과 인민재판은 남한으로 간 탈북자들을 통해 외부 세계에 알려지게 됐고 특히 북한 내부에서 몰래 찍어 외부로 유출된 영상물들은 국가와 인종을 떠나 이를 보는 모든 이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아이들이 이 추운 겨울에 맨발로 다니고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보일 수 있겠지만 외부 사람들이 볼 때는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참함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남한에서 동료 탈북자들과 함께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는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탈북자는 민족의 반역자가 아니라 경제적 난민인 동시에 정치적 망명자라고 주장합니다.

김성민: 지금껏 북한 김일성, 김정일 정권은 우리 국가가, 노동당이 당신들을 먹여 살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과 국가에 충성을 다짐하고 그것이 당신들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외부 세계에 책임을 돌리면서 남조선과 미국 등 국제 반동들의 압박 때문에 농사가 안 돼 배급을 못준다며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대면서 국가의 책무를 집어 던졌습니다. 만약 북한이 외부 세계처럼 자구 노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인데 거기에 적응을 못한 것이 탈북자들이라면 본인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간 경제적 난민이다 라는 말이 성립되겠지만 국가가 국민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굶어죽게 된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버린 겁니다. 이것을 단순히 경제적 난민이라고 볼 수 없고 이런 전제가 있기 때문에 책무를 던져버린 국가 또 그런 사람을 역적으로 몰고, 배신자로 몰고 처형으로 다스리려는 북한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치적 난민으로 되는 겁니다.

남한으로 간 일부 탈북자는 외부 세계가 북한주민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북한으로 삐라 살포 운동을 펴고 있는 탈북자 이민복 단장입니다.

이민복: 한마디로 자국민 보호의무 입니다. 정권이 통치뿐만 아니라 국민을 먹이고 보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정권은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그 주민을 구제해야 한다는 그런 조항이더라고요. 리비아는 자국민을 비행기로 폭격하니까 유엔에서 결의해서 나토군이 들어가서 공중 폭격해 구제한 것처럼 북한은 서울이 가깝고 핵무기도 가지고 있는 나라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직접 북한주민에게 직접 식량과 정보를 보내주는 것이 R2P 정신하고 맞더라고요.

환갑을 훌쩍 넘긴 탈북여성 이연순(가명) 씨는 북한에서는 탈북자를 뭐라고 부르던 매일 모임에 불려가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다른 사람 간섭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을 떠올릴 때면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떨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연순: 안타깝죠. 몰래 돈도 보내주고 하는데 우리 딸들은 오려고 해도 그 아이들만 오면 좋겠는데 또 연계된 형제도 있고 하니까 가족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오지 못하는 거죠. 딱 그것 때문이죠.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탈북자가 경제 난민이자 정치적 망명자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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