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여부를 놓고 요즘 남북한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에 저희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남북관계의 큰 쟁점으로 떠오른 금강산 관광문제를 심층 분석한 특집기획, ‘금강산관광 어디로 가나’를 마련했습니다.

보도에 서울의 노재완 기자입니다.
<2008년 7월 11일 통일부 공식발표> “금일 오전 5시 경 금강산 관광객 1명이 장전항 북측구역 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 지점입니다..”
2008년 7월 11일 새벽 5시 경 금강산 인근에서 50대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가 해수욕장 부근 군사보호 시설구역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1998년 11월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이 사건으로 인해 중단되고, 남북은 또 다시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맙니다. 이 사건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조차 금강산관광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측은 최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남측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 관광은 함께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거절했습니다. 대신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따로 갖자고 제의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했습니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끝난 뒤, 실무회담을 열자는 게 남측의 입장이었습니다.
26일로 예정된 남북적십자 회담과 30일부터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이종주: 이산가족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은 서로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입니다. 북한이 이 문제를 금강산관광 회담에 대한 입장과 연계해서 어떤 다른 태도로 보인다든지 하게 된다면 기존에 우리가 지난 회담을 통해서 도달했던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한 공동의 인식에 반하는 거기에 벗어나는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북측은 관광을 위한 회담 재개를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지난 14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명의의 통지문을 남측 정부에 보내 실무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제의한데 이어 18일에도 노동신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북측 제안에 대해 남측이 ‘추후 입장을 통보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북남관계 개선을 외면하는 매우 불손한 태도”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관계개선을 바란다면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성실하게, 적극적으로 나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남측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그리고 신변안전 보장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북측의 공식적인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0월 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국정감사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3대 선결 조건을 충족하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느냐’는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현인택: 금강산 관광 문제는 북한의 동결·몰수 조치와 그 이후 천안함 사태까지 모든 것들이 포괄적으로 연계돼 있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북측은 피격사건과 관련해서 남측의 요구사항을 해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 8월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관광 재개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을 철저히 보장했다는 것입니다.
북측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어 남북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습니다.
북측이 이토록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몇 가지로 추정할 수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돈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박사입니다.
임수호: 가장 관련이 있는 것은 외화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북제재 국면이 장기화되고, 특히 금강산 관광이 2년 이상 중단되면서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북한은 그동안 금강산 관광을 통해 적어도 연간 약 3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3천만 달러는 북한의 경제규모로 볼 때 상당한 금액입니다. 이 돈은 그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들어갔고, 북한의 핵개발 비용으로도 사용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후계체제 이양과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입니다.
임강택: 지금 북한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문제 해결입니다.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시작으로 남북경제협력을 이뤄나가고, 이를 통해서 국제사회로부터 투자유치를 받겠다는 전략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자금이동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에서 벗어나 국제관례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국제 수준에 맞는 보편타당한 관광이 돼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당장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느냐 마느냐는 이런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직결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남측의 정치적 결단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젠 남측 정부가 대북제재 차원에서 관광을 계속 중단시킬 것인가, 아니면 남북관계 복원 차원에서 재개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할 중요한 기로에 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여부를 놓고 남북한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남측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