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중동 민주화 바람과 북한] ③ 전문가들 “북 주민 집단봉기 아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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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독재에 항거하는 거센 민주화의 바람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세계인들은 중동을 넘어 중국으로까지 번지는 민주화의 불길이 북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희 RFA, 자유아시아방송에서는 '중동에 부는 민주화 바람과 북한'이라는 특집 보도를 3회에 걸쳐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과연 북한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몰아칠 수 있을지 북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어봅니다. 양성원 기잡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특히 중국과 국경지역에서 휴대전화 등을 통해 많은 외부 세계 관련 정보가 유입되고 또 장마당을 통해서도 주민들 간의 정보 확산이 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민주화 바람이 당장 북한에도 불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철저한 주민 감시체제 속에서 정보 통제에 혈안이 돼 있는 북한 당국의 모습을 볼 때 여전히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중동의 민주화 혁명 소식을 제대로 알기 힘들고 이른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전달 수단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따라서 일부 북한 주민들의 반정부 감정이 지엽적으로 또 단발성으로 분출될 순 있어도 이를 집단적으로 혹은 전국적인 규모로 조직화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미국 해군분석센터(CNS)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 담당 국장의 견해입니다.

Gause: 북한에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어 정보 전달이 쉽지 않습니다. 북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처럼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도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언론 통제와 주민 탄압의 강도는 중동 지역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Lankov: 아랍권 국가들은 북한과 비교하면 독재도 아닙니다. 그곳의 독재자들은 언론을 통제해도 사람들이 정치적인 얘기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고 기회가 오자 정권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북한만큼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탄압하는 정권은 없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북한에서 민주화 혁명은 불가능합니다.

또 동독 출신으로 현재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루디거 프랑크 박사는 아직 북한 주민들의 반정부 정서가 충분치 않고 대규모 시위를 촉발할 특별한 계기도 없다고 지적합니다.

Frank: 북한에서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어느 수준 이상으로 주민들의 좌절감(frustration)이 크게 악화돼야 하고 둘째는 그 좌절감을 반정부 시위로 발전시킬 특별한 계기(trigger)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 주민의 전근대적인 의식 수준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조선 왕조에서 잠시 일제 식민지를 거친 후 바로 김일성 왕조로 넘어갔기 때문에 주민들이 ‘주권재민’이나 ‘시민권’ 같은 개념을 익힐 기회가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은 앞으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민주화되지 않고 또 붕괴할 것 같지도 않다는 게 미국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한국학 부소장의 견해입니다.

Straub: 앞으로 북한 정권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북한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만 합니다. 북한이 조만간 붕괴하거나 민주화될 것 같지 않습니다. 적어도 수년에서 수십 년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으로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상황과 국가의 배급체계 대신 시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현실 속에서 북한 주민의 의식 수준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결국 북한도 민주화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에서 열린 북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민주화 열기로 철옹성 같던 독재 정권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김형오: 북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을 위협하는 많은 요소들을 북한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몰아칠 지 여부는 북한과 접경국인 중국의 상황에 달려있다고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신기욱 소장은 말합니다.

신기욱: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불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만약에 중국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분다면 북한도 거기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신 소장의 견해에는 중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단체인 ‘중국인권’의 가오 웬퀴안 선임 정책자문도 동의합니다.

웬퀴안: 중국과 북한의 관계로 볼 때 중국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면 북한에 대단히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만약 중국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면 북한이 기댈 언덕이 없어지는 셈입니다.

한국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 중동의 민주화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에도 결국 민주화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합니다.

유명환: 몇 십 년 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돼 역사가 바뀌는 것입니다. 그것은 누구도 언제, 어떻게 일어날 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예외가 될 순 없을 것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정보실장도 유명환 전 장관과 같은 의견입니다.

고영환: 루마니아가 무너질 때, 루마니아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눌리는 건 언젠가는 폭발하게 돼 있는 것입니다. 인민을 억압하면서 자기들은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독재자들은 항상 언젠가는 무너졌습니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해 왔고 단지 시간의 문제입니다. 언젠가는 북한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에서의 민주화 바람을 앞당기고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는 첩경은 북한 내부에 공정하고 정확한 외부 정보가 더 많이 유통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 동국대학교 북한학과의 고유환 교수의 말입니다.

고유환: 다양한 정보를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는 왜곡된 정보가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도 장기적인 효과는 내기 어렵습니다. 서방 세계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있는 그대로 꾸준히 이야기하면 북한 주민들도 이를 듣고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접촉을 늘려 북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고 교수는 지적합니다.

고유환: 북한의 폐쇄 체제를 국제사회로 개방시키는 것,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국제기구들이 북한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개별 국가 차원이나 지역 단위에서는 북한과의 다양한 교류 협력을 추진하면서 결국은 많은 접촉과 대화, 교류가 북한 지도층이나 또 접촉 범위에 있는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불러일으켜, 큰 틀에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한에서 당장 민주화 바람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외부 접촉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윤영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을 늘려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제대로 정립될 때 북한의 정책 방향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이나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게 되고 또 변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서방 사회에서 그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윤 전 장관은 특히 북한 공무원이나 젊은 학생들이 서방 국가에서 유학하면서 국제적 규범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진 않지만 내부에서의 정보 유통, 또 외부 세계와의 접촉 등을 통해 결국 북한도 변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북한의 민주화를 낙관하는 이유는 자유를 향한 갈망은 인류 보편적인 일이고 북한 주민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양성원입니다.

MC: 자유아시아방송의 특집 보도 '중동에 부는 민주화 바람과 북한',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전문가가 보는 북한의 민주화 전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