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음악회’ 연 이희아 씨 “북녘 무대에 서는 날 소망”

0:00 / 0:00

MC:

요즘 남한의 어린이들은 통일이 뭔지, 통일은 왜 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고 하지요. 이런 가운데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가 지난 3월31일 경상남도 밀양에서 ‘통일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아이들이 통일에 대해 무관심한 건 통일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이희아 씨는 말합니다.

밀양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상남도 밀양의 삼문동에 있는 ‘문화체육관’. 중소 도시인 밀양에서 대부분의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곳입니다. 여기서 선천성 사지기형으로 양손에 손가락이 두 개씩밖에 없는 이희아 씨가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몇 차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희아 씨는 무대 위를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기자:

너무 반가워요.


이희아:

네, 반갑습니다.

기자:

안 피곤하세요.


이희아:

네, 괜찮아요.

기자:

진주에 다녀오셨다면서요?

이희아:

네, 어제 진주에서 공연했어요.

기자:

어제는 잘하셨어요?


이희아:

네.

기자:

아주 밝아 보이네요.

이희아:

감사합니다.

기자:

관중석이 이렇게 많은데 겁이 안 나세요?


이희아:

아니요. 통일 음악회를 하니까 너무 기쁘죠. 통일을 위해서 뭔가 제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공연장에는 빈의자가 잔뜩 깔려있습니다. 밖에는 하루종일 비까지 내립니다. 오후 7시에 시작되는 공연에 관중이 얼마나 올까.

행사 관계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공연장에 빈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로 끝났습니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10여 분 전. 공연장 바닥에 깔린 의자는 물론이고 2층 관중석까지 거의 다 찼습니다.

행사 관계자:

밑에 만석이거든요. 2층에 가시면 자리가 있을 겁니다. 그리로 가 주세요.

관중들은 절반 이상이 어린 학생들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입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밀양지회의 강창오 사무국장입니다.

기자:

밀양에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자주 있습니까?

강창오:

아니죠. 밀양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기가 어렵죠. 큰 행사를 하더라도 밑에 4백~5백 석 정도인데. 위에까지 이렇게 꽉 찰 정도는, 보기 드문 일입니다.

천3백여 명의 관중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오후 7시에 드디어 이희아 씨가 등장합니다.

행사 관계자:

힘차게 이희아 씨를 부르면 나오실 겁니다. ‘이희아 씨!’ 자, 이희아 씨를 모십니다. (박수)

무릎 아래로 다리가 없는 희아 씨가 피아노 의자에 힘겹게 올라가 앉습니다. 그리고는 밝은 목소리로 관중을 향해 인사합니다.

이희아:

경남 밀양 시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관중:

안녕하세요.

이희아:

감사합니다. 오늘 음악회는 식량난으로 정말 굉장히 어려움에 처해있고, 정말 아비규환의 상황인 북녘의 어린이들과 동포들을 돕기 위해서 마련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통일 음악회인데요…

이희아 씨는 이날 모두 14곡을 연주하고 노래합니다. 연주곡 중에는 올해 25살인 이희아 씨가 “6살 때부터 5년 6개월 동안 매일 10시간씩 연습해 완성”한 쇼팽의 ‘즉흥 환상곡’도 포함됐습니다.

희아 씨는 연주할 곡명을 소개하기에 앞서 항상 ‘통일’과 ‘남북관계’ 그리고 ‘북녘 동포의 삶’을 걱정하는 말을 관중들에게 전합니다.

이희아:

정말 북녘은 남이 아닌 우리 동포입니다. 그건 이 노래가 증명해 주는데요. 여러분들 다 함께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한 마음으로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희아 씨가 부르는 이중창, ‘우리는 하나’입니다.

[현장녹음]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와 매니저 갈렙 씨가 함께 부르는 ‘우리는 하나’

공연이 끝난 다음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네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희아’라는 인물에게 상당히 감동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기자:

오늘 이희아 씨의 공연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남학생1:

대단하다 싶었어요. (피아노를) 너무 잘 쳐요. 네 손가락으로도 너무 잘 쳐서요.

여학생1:

멋져요. 네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는 게 멋졌어요.

남학생2:

저는 네 손가락으로 그렇게 치는 게 진짜 신기했어요.

여학생2:

저도 처음엔 꿈이 피아니스트였는데요. 판사로 바뀌었다가, 의사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피아니스트도 좋은 것 같아요.

기자:

오늘 이희아 씨 콘서트를 보고 나서 피아니스트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인가요?

여학생2:

네.

아이들과 공연을 함께 지켜본 학부모들도 역경을 이겨낸 이희아 씨를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고 말합니다.

여성:

너무 감동적이고요.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면서… (웃음)

여성2:

그 어려운 시기를 본인이 다 겪고, 참고, 견디고, 또 노력하고. 제일 중요한 건 희아 씨 마음속의 긍정의 힘. (저는) 굉장히 그런 마음이 많이 와 닿았어요.

하지만 이희아 씨가 피아노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기자:

희아 씨가 통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해가 됐어요?

남학생:

조금요.

기자:

어떤 점이 잘 이해가 안 됐어요?

남학생:

피아노 (연주를) 들으러 왔는데, 통일 이야기를 하니까 좀 이상했어요.

이희아 씨도 요즘 어린이들이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 음악회가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기자:

희아 씨가 보기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통일이나 남북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희아:

많지 않죠. 왜냐면 지금 초등학생들은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리고 통일이 뭔지에 대해 모르는 아이들도 많고요. 그래서 이런 통일 음악회가 정말 아이들에게 교육의 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런 음악회를 하는 게 너무 기쁘죠.

기자:

콘서트 내내 희아 씨는 마이크를 잡고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던데요. ‘이 어린 친구들이 나의 말을 이해하는 것 같다, 아직은 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느낌이 오실 텐데, 어떠세요?

이희아:

(통일에 대해) 생각을 하는 어린이들이 더 많아 보여요. 제 눈에는요. ‘희아 언니가 뭐라고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많아 보이고요. 그 똘망똘망한 눈으로… 사실 클래식 음악은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이 잘 안 들으려고 하지만, 말로 하는 건 그래도 먹혀들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말을 전해야 할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지요.

희아 씨의 말처럼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아이들”은 이번 통일 음악회를 통해 통일에 대해, 그리고 북녘 동포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고 말합니다.

여학생1:

우리 남과 북이 통일돼서 다시 만나자고 (노래할 때) 그때, 감동 받았어요.

남학생:

이제부터 우리가 남북통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핵생2:

저는 사랑으로 (북녘 동포를) 돌봐주는 게 참 좋다고 생각해요.

북한과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 건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학보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

이런 공연이 학생들에게,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학부모:

완벽하게 100% 아이들에게 와 닿지는 않겠지만, 저희 아이들은 평소에 전혀 통일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고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설명을 해주고 했지만, 엄마인 저부터도 살기가 바쁘니까 통일에 대해서 생각을 못하고 지내다가, 여기 와서 얘기 듣고 공연을 보고 하니까,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조금 더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통일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희아 씨는 역설적이게도 ‘더이상 통일 음악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연장에서 말했습니다.

기자:

이 콘서트의 이름에 ‘통일’이 들어갑니다. ‘통일 콘서트’. 그런데 콘서트를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런 이름의 콘서트가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무슨 의미입니까?

이희아:

통일 음악회를 하는 건 통일을 하기 위해서 하는 음악회인데요. 통일이 안 됐으니까 통일 음악회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시는 이 한반도에 비극이 일어나지 않고 분단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가 많이 담겨 있어요.

기자:

앞으로도 계속 통일 콘서트를 하실 건가요?

이희아:

네. 경통협(경남통일농업협력회)에서는 내년에도 진주에서 통일 음악회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또 다른 지역에서도 할 수 있으면 저는 기꺼이 할 거고요. 북녘에서도 우리 동포들을 위해서 이 통일 음악회를 하고 싶어요.

이번 통일 음악회는 민주평통밀양시협의회와 경남통일농업협력회가 주최했습니다. 행사 수익금은 모두 북녘 어린이들에게 콩 우유를 보내는 데 쓰인다고 경남통일농업협력회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