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년특집: 북한에 부는 변화의 바람]① 장마당 '변화의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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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토끼의 해, 신묘년 새해 어떻게 맞으셨습니까. 토끼하면 달 속에 계수나무 아래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이 생각나죠, 순결하고 평화로운 토끼의 모습처럼 새해에는 남북관계도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지난해 계속된 북한의 무력도발로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대화를 통한 남북의 협력,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려고 애써온 남한의 노력에 늘 찬물을 끼얹는 북한 당국의 태도에 남한 주민의 민심도 예전같지 않아 보입니다. 남한 정부도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북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달라져서 남북관계가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사라지고 있는 반면 외부 세계에서 유입되는 많은 정보와 남한의 대중문화를 통해 달라져 가고있는 북한 주민의 변화에 기대가 커지고 모습입니다.

자유아시아 방송은 오늘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그동안 북한 주민에게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그리고 주민의 변화가 북한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새해특집방송 '북한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마련합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북한 주민의 힘겨운 생존 현장인 장마당의 실태와 전망을 살펴보는 '장마당, 변화의 불씨 되나' 편을 보내드립니다.

이장균 : 사회주의 경제의 근간이었던 배급체제의 붕괴,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대부분의 북한 주민에게 장마당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터전이 되고 있습니다. 장마당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싹트고 외부 문화가 유입되고, 또 정권유지를 위해 통제해야 할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두려워해 여러 차례 단속을 해오고 있지만 장마당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일 수 밖에 없는 장마당은 북한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진화해 가고 있는지 이에 따라 깊어가는 북한 당국의 고민은 무엇인지 그 실태와 전망 등에 관해 워싱턴의 정 영 기자 그리고 서울지국의 문성휘 기자와 함께 이시간 자세히 살펴봅니다. 스튜디오에 정 영 기자 함께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 영 : 안녕하세요

(ACT : 신의주 채하시장 소음)

이장균 : 네, 얼핏 들으면 남한의 시장 모습이 연상되지만 사실은 중국접경지역인 신의주의 채하시장에서 들리는 소음입니다. 지난해 8월에 이례적으로 남한 언론에 공개 됐었는데요, 정 영 기자 어떻습니까, 북한 전역에 장마당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요, 대략적인 숫자가 나온 게 있습니까?

정 영 : 북한당국의 공식적인 통계가 없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추상적 통계로 볼 때 약 300여 개가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시,군을 약 200개로 보기 때문에 매 시,군에 하나씩만 있다고 봐도 200개가 됩니다. 거기에 청진시나 남포시, 신의주처럼 대도시인 경우네는 장마당이 3개, 4개씩 있다고 보면 약 300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보통 신의주의 경우에도 인구가 30만 명 정도 되거든요, 여기에 세 개의 큰 장마당이 있는데 대체로 매대가 천 개 이상 넘어가면 종합시장으로 구분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요즘은 구글어스, 즉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촬영한 지도를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커티스 멜빈씨가 구글 어스에서 북한 장마당을 찾아 자신의 웹사이트에 표시해놓았는데, 모두 200여 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결국 북한 당국이 주민을 먹여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날 수 없었던 게 장마당이겠죠?

정 영 : 네, 장마당은 북한 당국에게 정말 뜨거운 감자입니다. 씹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 하고.. 없애자니 주민이 굶어 죽는다고 난리이지, 그대로 두자니 돈맛을 알게 된 주민들이 당국의 말을 잘 듣지 않지 그래서 북한은 참 야단입니다.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없애려고 했던 게 화폐개혁 이후였지요, 북한은 시장에서 돈을 번 세력들을 때려잡고, 장마당을 통제하면 사람들이 공장, 기업소에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물건값은 수십 수백 배로 올랐습니다.
돈을 떼인 시장 세력들의 불만은 말할 것도 없고, 처음에 화폐개혁을 찬성했던 일반 주민까지 "이건 아이들 장난인가?"면서 당국을 비난했습니다.
그때 장마당을 폐쇄하자, 시장 군중이 북한 보안 당국을 향해 폭력적인 욕을 하면서까지 반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화폐개혁을 직접 겪은 한 탈북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CT / 탈북자 : 생활이 정상화가 안 되고 국가 공급이 안 되니까 .. 점차적으로 시장의 환율이 급등하고 그러니까 막 당국에 욕을 하면서 반대파가 한 60% 됐거든요, 사람들도 옛날에 장군님 장군님 하더니 이제는 김정일, 김정일 그래요..)

이장균 : 정 영 기자가 지난해 시장경제에 무릎을 꿇는 계획경제라는 보도를 한 적이 있죠? 북한에서 장마당이 계속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을 볼 때 결국 북한의 계획경제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정 영 : 북한은 화폐개혁이 실패했다고 인정되자 김영일 전 내각 총리를 평양시 인민반장들 앞에 내세우고 공개 사과하게 했습니다. 북한의 내각 총리가 주민 앞에서 공개 사과한 것은 북한 역사상 처음입니다. 결국 북한 당국이 인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는 소린데, 당시 화폐개혁을 주도했던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은 총살까지 당했죠.
현재 북한 장마당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줌마인데 이들을 가리켜 북한에서는 '아줌마 부대'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도는 하나의 여담인데요, 아줌마들은 하루도 장마당에 나가지 못하면 "내 돈을 누가 훔쳐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하는 정도입니다.
그만큼 장마당은 북한 주민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의 터전으로 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현재 계획경제냐, 시장방식이냐 두 갈림길에서 좌불안석입니다. 참 불안합니다. 3대 세습 주인공인 김정은을 내세우자면 주민 생활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국가는 능력이 없지, 그렇다고 장마당을 폐쇄하자니 주민이 굶어죽고 체제불만세력만 커지지 하니 북한은 어떻게 할지 몰라합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 자체도 이 상태에서 계획경제로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시장경제의 뿌리가 너무 깊이 내렸기 때문에 국가의 공급이 없는 한 시장 철폐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죠,
왜 또 북한 당국의 장마당 통제가 불가능 하냐면 권력기관이나 당 간부들이 장마당 의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이장균 : 깊이 관련이 돼있다는 말씀이군요

정 영 : 네 그렇습니다. 권력기관 특히 보위부나 보안원들은 장마당을 통제함으로써 먹고 삽니다.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장사꾼들을 통제하면서 그들이 주는 뇌물을 받아 먹고 살거든요. 그리고 한국 드라마나 미국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보안원이나 당 간부들이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 자체가 장마당이 없으면 못 살게끔 돼 있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지난해 8월 북한 장마당과 관련한 눈에 띄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NED, 즉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 (NED)이 북한의 장마당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이 있었죠?

정 영: 미국 의회가 배정하는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민주주의기금은 북한 장마당의 작동 방식과 기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뒤, 더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적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1년간 진행될 이번 연구에서 NED는 미화 10만 달러 분을 지원했습니다. 국립민주주의기금이 북한 장마당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과거 구소련과 동구권이 체제전환을 할 때 시장의 활동과 효과가 매우 컸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철저한 통제 사회인 북한에서 이렇게 주민 스스로에 의해 생겨났다는 점에서 장마당이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 NED가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북한에서 장마당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김정일과 김정은 그리고 그의 친척들 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이장균 : 네 이제 북한의 장마당은 통제하기가 어려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자생력을 가진 존재로 성장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반면 3대 세습을 통해 독재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김정일 부자 입장에서는 정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골칫거리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 영 기자 수고했습니다.

정 영 : 네 감사합니다

(BRIDGE :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새해특집방송 '북한에 부는 변화의 바람' 제1부 '장마당, 변화의 불씨 되나' 편을 듣고 계십니다.)

이장균 : 앞서 정 영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의 성격, 그리고 북한 사회에서 장마당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등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장마당의 최근 실태와 장마당이 북한 사회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서울지국의 문성휘 기자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문성휘 : 안녕하세요

이장균 : 북한의 장마당이 애초 농민시장 형태로 식량과 채소 등을 사고파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첨단 정보화 시대의 산물인 디지털카메라가 유통될 만큼 다양해졌다고 하는데 최근 장마당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1980년대 중반까지 말 그대로 농산물만 파는 농민시장에 불과했던 북한 장마당이 이제는 국가 경제 명맥까지 쥐고 흔드는, 그야말로 무시할 수 없는 거대 지하산업으로 전환됐는데요.
최근에는 장마당을 통해 중국산 가전제품, 다시 말해서 가정용 전자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압력 밥솥이나 디지털카메라는 물론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 영상매체를 저장하고 감상할 수 있는 PMP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고요.
지어는 장마당을 통해 살림집과 같은 부동산 거래라든지, 지어는 아편이나 얼음(필로폰)과 같은 마약까지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장균 : 아, 마약까지 장마당을 통해 유통되는군요, 장마당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기능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소식을 듣고 때로는 소문이 퍼져 나가는 정보의 통로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장마당이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습니까?

문성휘 : 그렇습니다. 장마당은 비사회주의적인 방법으로 물건을 파는 역할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이 관심이 있는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바닷가와 내륙지방, 국경지역 간에 활발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다 나니 북한 당국이 숨겨 온 정보들이 이들 장사꾼을 통해 널리 유통되는 겁니다.
얼마 전에 저의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언급했듯이 연형묵 총리 암살설이라든지, 또 화폐개혁의 책임을 지고 처형당한 박남기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에 대한 이야기도 먼저 장마당을 통해 주민에게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장마당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북한 당국이 저희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언비어들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들도 파악되고 있는데요.
연평도도발 이후 북한 주민이 전쟁위기에 대처해 중국 인민폐를 대대적으로 사들이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환율이 배로 뛰었고요. 치솟는 환율을 잡을 방법이 없으니깐 북한 당국은 장마당을 통제하는 보안원들을 통해 "중국도 곧 화폐개혁을 한다, 중국이 화폐개혁을 하면 개인들이 가지고 있던 인민폐는 다 물이 된다" 이런 유언비어들을 퍼뜨렸습니다.

이장균 : 그만큼 장마당이 정보의 유통, 통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그걸 역이용한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장마당에 대해 여러 차례 단속을 시도하고 폐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 어디에 있습니까?

문성휘 : 우선 북한당국이 먹는 문제를 비롯해 주민의 생활난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조건에서 장마당은 주민이 자립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심지어는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에 필수적인 작업공구나 자동차 부속, 도색재 같은 것들도요. 북한 당국이 제때에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장사꾼들을 통해 일일이 장마당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 장사꾼들과 국가기업들 간에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결국 장마당을 막으면 주민은 물론이고 생산기업소들마저 다 죽는 구조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지금까지 장마당에 대한 단속이라든지 폐쇄조치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거죠.

이장균 : 장마당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 또 장마당이 북한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끝으로 정리해 주시죠

문성휘 :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장마당은 이제 더는 개인들의 자립공간만이 아닙니다. 국영기업과 개인장사꾼들이 공생하는 공간으로 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고요. 지난 기간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외부의 지원이 북한 경제를 상당히 지탱해 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핵 문제로 하여 이러한 지원도 모두 끊긴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 대결구도로 나간다면 경제난이 더욱 가속화되겠죠?
결국 개인들과 국영기업 간의 연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오히려 개인장사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관계가 북한 당국에 개혁개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조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의 말을 잠시 들어보죠
김광인 : 대외 지원도 일정 수준이 됐었고 또 햇볕 정부 시절엔 햇볕정책으로 남북교류라든가, 인도지원이라든가, 이런 것이 들어가서 북한 경제에 일정한 몫을 했는데 작년부터 이것이 자꾸 끊기고 이제는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된 관계라 외부 수혈이 잘 안 되면 결과적으로 북한 내부에 비공식 경제부분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죠. 그렇게 되면 시장은 더욱 더 확대되고 다만 당국이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렸는데 내가 보건 대는 당국이 어떻게 할 여지가 없을 것 같아요. 자기들이 해결 못 해주는 걸 일반 민중들이 알아서 해주는데 그것마저 못하게 하면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되니까…

이장균 : 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의 얘길 들어봤습니다만 배급체제가 무너지고 경제정책의 실패로 계속되는 경제난 속에서 북한의 장마당은 최소한의 북한 주민의 생존을 지켜내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요, 그러나 장마당을 통해 확산하는 시장경제, 또 주민의 의식변화가 북한 당국에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는 면도 있습니다.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도 지적했습니다만 북한 정권, 지도자가 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북한 주민의 변화에 주목한다는 의미있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북한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눈여겨 지켜봐야 할 곳이 바로 장마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서울지국의 문성휘 기자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새해특집방송 '북한에 부는 변화의 바람'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북한의 장마당, 변화의 불씨 되나' 편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두 번째 편으로 '북한정권 삐라가 무섭다'편이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