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2012 신년 특별기획] 희망으로 쓰는 이야기 '우리들의 1박 2일'-첫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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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아쉬움으로 떠나보내는 2011년, 기대와 희망으로 맞이하는 2012년. 그 시간의 교차로에서 선 세 명의 탈북 대학생들이 떠나는 1박 2일의 특별한 여행.

이들만의 여행을 통해 써 내려간 꿈과 사랑 이야기-우리들의 <1박 2일> 첫 번째 날의 동행입니다.

[Act/워싱턴 D.C] 자동차 소리~~!!

2011년의 끝자락에 선 12월의 어느 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는 곳곳마다 예쁘게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와 경쾌한 캐럴,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연말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Act] 어? 언니다. (시은아...) 많이 기다렸어? 춥지?

이은서, 박시은, 김 별. 이들은 미국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미국 회사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는 탈북 대학생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데요, 곧 미국 생활을 정리하기에 앞서 우리만의 1박 2일,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섭니다.

[이은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미국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저희가 이번 여행을 통해서 서로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고요, 2012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김 별] 일단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떠나는 여행이잖아요.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날을 되새겨보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게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고요, 이번에 가면 편안하게 수다도 떨고 자기 속마음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될 것 같아요.

오늘 우리 여행의 목적지는 워싱턴 D.C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메릴랜드 주의 도시, '프레드릭(Frederick)'에 자리한 작은 기도원입니다. 산과 개울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인적도 드물어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인데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Act] 자...출발합니다. (캐럴, 웃음/대화소리)

각자 회사에서 일을 끝마친 초저녁, 드디어 출발입니다. 20대 초·중반의 여자 세 명이 모였으니 얼마나 나눌 이야기가 많을까요? 차에 올라탄 순간부터 이들의 수다는 시작됩니다. 이들의 여행에 동참한 저도 수다에 빠질 수 없었는데요, 여행을 떠나는 중이니 당연히 대화의 소재도 여행이 됐습니다.

[Act(김보미)] 내가 아는 것은 북한에 대한 한정적인 부분인데, 여기 와서 듣는 실상은 다른 거야. 내가 북한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구나. 한국에 다닐 때 북한에 대해 전혀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거지. 북한에서는 여행을 어떻게 다니는지 궁금해.

[박시은] 여기는 대학교 들어가면 M.T를 가잖아요. 북한도 북한 사람 자체가 모여서 노는 것 좋아하죠. 북한도 방법이 다를 뿐인데 봄과 가을에 농촌 지원을 나가요. 그때 나가면 같이 저녁에 술 마시고...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거죠.

[이은서] 나 어릴 때 기차 타고 가는데 군인들이었던 것 같아. 남녀 청년들이 박수치면서 장군님 노래하고...그것이 상당히 인상 깊었어.

[박시은/이은서] 좋죠. 저는 캠핑 가고 여행 가는 것 좋아해요. 오늘도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 좋아요. 한국에서 여행 가끔 다니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산에 가서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도시에 떠나서 우리만의 장소에 있는 것...

달리는 차 안에서 과자도 먹고, 수다도 떨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캐럴도 따라 부르고, 중간에 맛있는 저녁도 먹고, 제법 여행 분위기가 납니다.

[박시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서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이니까 공감대도 있고, 말하는 것도 이해해주고,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아요.

[Act] (수다소리/웃음소리) 자, 도착했습니다. ~~

어느새 도착한 기도원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습니다.

순한 강아지들이 우리를 반겨주네요. 시원한 밤 공기와 고요함, 그리고 구수한 장작 냄새가 고향에 온 듯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서둘러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Act/캠프파이어 준비] 오늘 날씨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네. 바람이 안 불어. 불은 어디서 피울 수 있어요? 조용하다. 별이 있으면 좀 더 좋겠다.

여행 첫날밤, 우리는 모닥불을 피우기로 했습니다. (장작 나무 소리) 여행에서 모닥불이 빠질 수 없죠.

[Act] 나무에 불이 잘 붙겠다. 연기가 내 쪽으로 와. (북한에도 연기가 미녀, 미남 쫓아다닌다는 말이 있나요?) 북한에서 불 많이 때봤어요. 부엌에서 불 많이 때봤죠. 저희가 학교 과제로 나무를 해야 하거든요. / 붙었네...붙었다. 너무 좋아. 불 때면 성취감이 있어요.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니 분위기는 더 무르익어 갑니다. 일찌감치 장작 밑에 고구마를 넣어 놓고 나무에 꽃은 소시지와 마시멜로를 불에 구워 먹어봅니다. 구수한 연기를 내며 타는 모닥불을 보니 고향 생각이 나네요.

[Act] 북한에서는 연기라고 안 하고 '내굴'이라고 하잖아. '우등불'이라는 거 알아요? 북한에서는 (모닥불을) 우등불이라고 불러요. 그런 노래도 있는데...(한 번 불러줘 봐요.) "우등불 타오르네, 불타오르네..노래 속에 추억 속에 불타오르네.. 노래 속에 추억속에 불타오르네. 이 노래는 한창 북한이 건설을 엄청 할 때 자주 부르던 노래에요.

북한을 떠나온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요, 이렇게 오순도순 모여 고향 이야기를 한 지가 언제였던가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보낸 2011년 한 해를 돌아봅니다.

탈북대학생 세 명 중에 가장 막내인 김 별 씨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입니다. 지금은 한국의 홍익대학교 영어 교육과에 재학 중인데 나중에 영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랍니다. 별이 씨는 이번 여행에서 2011년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요?

[김 별] (한국에 오면) 옛날이야기를 잘 안 하면서 살잖아요. 그런데 고향 친구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니까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고 재미있어요. (2011년도는 어떤 한해였어요?) 많은 일이 일어났죠. 미국도 오게 됐고, 그리고 제 인생에서 미국인 가족도 만들고,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2011년의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오니까 너무 다른 교육 환경이었는데 잘 적응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대학도 갔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또 열심히 하다 보니까 미국까지 올 기회도 얻었고요. 넓은 세상도 봤으니까 앞으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고 멋있는 길로 나갈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2011년,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요?) 100점 만점에 70점? 좀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2012년도에는 90점?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박시은 양은 현재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시은 양은 미국에서 의료와 건강에 관련된 정책을 총괄하는 '미국국립보건원', 즉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서 연구 활동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신의 적성도 발견하고 더 큰 꿈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박시은] 2011년은 행운의 해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정말 미국에 와서 'NIH'에서 일하게 될지 몰랐거든요. 북한에서 나온 지 아직 5년이 안 되는데. 5년 만에 미국에 와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한 거죠.
항상 아쉽고 속상했던 일도 있죠. 지금 이 순간에 생각나는 것은 엄마에게 좀 더 잘해 줄 걸. 떨어져 있어보니까 '부모에게 잘 해야겠구나', 엄마를 생각하면 '북한에 있는 할머니랑 외가 쪽에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아쉬워요.
이전에는 내가 살아가는 데 나의 생각이나 가치관, 내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없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내가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고, 내가 내 미래를 계획할 수 있고 그런 차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올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여행은 어떤 의미에요?) 저에게 이 여행은요...내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랑 옛날 일들을 돌아보면서 나를 칭찬해주고 나에게 만족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어떤 칭찬 같은 것? 만족해요.

어느새 모닥불 속에 넣어뒀던 고구마가 맛있게 익었습니다. 호호 불어가며 고구마를 입에 넣는 순간 달콤함이 입안에 퍼집니다.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며 사랑하는 우리이기에 지금 이 시간이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Act] 사랑으로~~!!

순간 누가 먼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합니다. 고요함 속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가 모닥불의 따뜻함과 어우러지면서 어느새 우리는 합창을 하고 있습니다.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은은하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같은 노래를 부르는 지금 이 시간이 참 행복한데요, 그렇게 우리만의 특별한 여행, 그 첫날밤은 깊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