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가 오는 11일 10주년을 맞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9일부터 3일간 '911 테러와 북한'이라는 주제로 특별 기획 보도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휴전 이후 60여 년간 이어지는 '북한의 대남 테러'를 살펴보겠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5월 1일, 국제적인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인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보도 음향)
빈 라덴이 사주한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로 죄없는 민간인 3천 여명이 희생된 지 약 10년만입니다. 2001년 9월 11일 빈 라덴의 명령에 따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의 금융의 중심이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과 수도 워싱턴의 국방부(Pentagon) 등에 민간 항공기를 폭파시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빈 라덴 사살은 테러에 맞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 자유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보력과 군사력을 총동원한 결과였습니다. 테러는 '공포'라는 뜻으로 정치, 종교, 혹은 사상적인 목적을 위해 민간인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테러리즘의 줄인 말입니다.
1일 저녁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시민들이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특히 수많은 시민들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과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린 뉴욕의 테러 현장에서 "USA, USA", "미국, 미국"을 외치며 환호했습니다.(미국 외치는 소리)
하지만, 빈 라덴의 죽음으로 국제 사회에서 테러가 근절된 것은 아닙니다. 그의 추종세력에 의한 극단적 보복 테러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미국 터프츠(Tufts) 대학 부설 플레처 국제대학원(The Fletcher School)의 한반도 전문가 이성윤 교수는 북한은 대표적인 테러국가라고 말합니다.
(이성윤 교수: (북한은) 태생적으로 테러 정권이라고 봅니다. 테러가 북한 전략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0년간의 북한의 전략은 대남 강압이나 협박을 하고 때로는 무력도발을 하고 테러 행위를 범하면서 계속 한국하고 체제 경쟁을 지속해 왔습니다. 핵무기가 북한의 대남, 대외 전략의 핵심인 것처럼 테러 역시 아주 중요한 전략의 일부라고 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 남한의 6자회담 대표에게 사석에서 북한의 리근 외무성 미국 국장이 1987년 버마 상공에서 폭파된 "대한항공 858기 다음에는 우리가 테러를 한 것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비록 사석이지만 북한 고위 관리가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비행기 안에 미리 설치해 둔 폭발물에 의해 115명의 무고한 승객이 모두 숨진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 민간기 폭파 사건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북한의 공작이라는 것이 김현희의 자백에 의해 밝혀졌지만, 북한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남한의 자작극이라면서 강력히 부인해 왔습니다.
(효과음-김현희 육성: 제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 KAL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이고 저는 더 이상 가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이듬해인 1988년 1월부터 20년간 미국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습니다. 언론인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가 예상외로 빨리 무너져 테러지원국 지정으로 인한 북한의 타격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문 씨: 당시는 냉전구조가 남아 있었으니까 그런 사건을 일으켜도 자신들이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KAL기 폭파사건이나 아웅산 테러나 다 같은 거죠. 옆에 동구권이라는 사회주의 국가가 있으니까 얼마든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예상외로 동구권이 허물어지는 바람에 북한이 테러 행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겁니다.)
구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면서 사회주의 국가 간에 외상으로 전략물자를 넘겨 주기도 하던 관행이 없어지고 전략물자나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들여갈 통로가 막히고 거래할 대상을 잃은 북한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점점 고통을 받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러시아는 북한의 구 소련에 대한 채무액이 11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북한은 수많은 개인과 집단 테러를 자행했습니다.
북한은 1983년 버마의 아웅산 묘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를 순방 중이던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살해해 남한 정부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아웅산 묘소에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목숨을 건졌지만 이 폭발 사고로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장관, 서상철 동력자원부장관, 함병춘 대통령비서실장 등 17명의 수행 각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버마는 이 사건이 북한 정찰국 특공대의 소행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북한과의 외교를 단절한 후 북한 대사관 직원을 국외로 추방했습니다.
한편, 한국에 망명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씨의 살해나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기도 등은 개인 테러의 대표적인 예로 동족을 향한 북한의 잔혹한 위협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Greg Scarlatiou)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국제사회는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북한도 핵개발과 개인과 집단 테러, 그리고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과 같은 대남 무력 도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미국 국무부는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8년 핵무기 협상에 물꼬를 트기 위해 20여 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고 한국이나 외국인을 납치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사이버테러도 감행하고 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컴퓨터 정보망을 공격해 정보의 흐름을 교란시키는 사이버 테러는 명확한 국제법 규정을 찾기 힘들어 대응이 쉽지 않지만, 국제사회가 철저하게 정보를 교류하고 예방 조치를 취해 사이버 테러는 물론 각종 테러를 근절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더 잘사는 나라 한국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김정일 정권에는 엄청난 위협이기 때문에 북한은 살아남기 위해 계속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교수: 북한이 테러나 무력도발의 대가를 치른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게 첫걸음이라고 봐요. 미국이 북한을 다시 국무부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고 경제 제재를 한층 더 강화시키고, 김정일의 자금 흐름을 계속 조사하고, 제재를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북한의 돈 세탁을 한 혐의로 2005년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과 관련한 대북 제재를 가한 것이 북한의 테러 방지에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에서 주요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주성하 씨는 북한에서 강경파가 득세하지 못하도록 대북 정책을 유도해 테러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성하 씨: 김정일 집단은 예측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강경파가 항상 득세합니다. 북한과 대화는 이어가 돼 일방적인 퍼주기가 아닌 한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지원이 돼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북한과의 외교에서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거죠.)
주 씨는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추구한다면 북한의 강경파가 득세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한국과 미국에 지나친 퍼주기 식 유화정책도 강경 일변도도 아닌 중도적인 대북 정책을 희망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양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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