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소년들은 왜 북한에 무관심한가' 토론회] “한국전쟁도 모르는 학생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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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갈수록 무관심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해도, ‘통일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거나, ‘통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많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한국 청소년들의 북한과 통일에 대한 무관심.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 대안은 없는지를 모색해보는 학술토론회가 지난 19일 북한전략센터 주최로 서울 사랑의 열매회관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왜 북한에 무관심한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남한의 고등학생 4명이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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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북한전략센터가 주최한 학술토론회에 참석한 고등학교 학생 4명이 '우리 청소년들은 왜 북한에 무관심한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왼쪽에서 첫번째가 이소영 양).RFA PHOTO/ 노재완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사 시간에 역사적인 사실만 배우지 (북한) 실상이라든지 탈북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와 있는지 그런 거에 대해선 전혀 배우지 않습니다. 그냥 북한은 그런가 보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북한에 대해 편견만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서울 대원외국어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소영 양.

이 양은 또래 친구들과 달리 유난히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 입학시험 준비로 바쁜 요즘에도 이 양은 통일관련 모임에 자주 나가는 편입니다.

학교 연합동아리인 투포원(Two for One)에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투포원은 둘이 하나가 된다는 영어 표현으로 남북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통일에 관심있는 대원외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모임입니다.

지난 19일 이 양은 방학을 이용해 투포원 성원들과 함께 학술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학술토론회에서 이 양은 한국 청소년들이 왜 북한에 무관심한가를 놓고 자신의 생각과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소영: 가끔 국어시간에 접하던 남북한의 다른 언어 빼고는 북한에 대해 배울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많은 남한의 청소년들이 “통일? 뭐 언젠가는 하겠지…”“통일?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와 같이 통일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이 양은 분단의 아픔을 알고, 앞으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북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았지만, 한반도의 긴장 고조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남북관계 등으로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기대는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통일을 원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이 같은 경향은 신세대들의 자기중심적 생활태도나 표현 방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얼마 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북한에 대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가 있었습니다.

남북관계 주무부서인 통일부가 주최한 만큼 남북분단과 통일 관련 문제들이 극히 상식 수준에서 출제됐습니다.

북한 지역에 있는 강의 이름을 묻자 한 학생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낙동강입니다”

어쩌구니 없는 답으로 행사장에 나온 관계자들은 모두가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나중엔 안 사실이지만, 이 학생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공세에 밀려 한국군과 유엔군이 최종 방어선을 구축했던 낙동강이 북한 지역에 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있습니다.

얼마 전 강원도 태백에서 청소년들의 통일교육을 위해 강사로 나선 탈북자 박광일 씨의 말입니다.

박광일: (남측 청소년들은) 6.25전쟁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6.25가 누가 일으킨 전쟁이냐고 물으면 정확히 몰랐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북쪽이냐고 물으면 북쪽에도 손들고, 남쪽이냐고 하면 남쪽에도 손들고 그랬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생각보다 참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북통일에 대해 찬성하느냐라는 질문에 ‘관심없다’는 응답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찬성한다’는 의견보다 많았습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고작 30%에 불과했습니다.

70, 80년대처럼 반공교육을 받거나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교육받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의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문제는 산업이 발전하고, 분단의 상징인 이산가족들이 사라져가는 작금의 현실에서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점차 먼 나라의 남 이야기로 느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영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윤세정 군의 말입니다.

윤세정: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남북한 동질감 형성에 축이 됐던 이산의 세대 중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거나 고령이 되시어 이제 북한은 더 이상 찾아보아야 할 고향이거나 만나야 할 가족이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청소년들에게 없습니다. 입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학생들에게 통일이나 북한은 너무 막연한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에 대한 남측 학생들의 무관심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까?

탈북 청소년들은 하나 같이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탈북 청소년 강원철 군입니다.

강원철: 관심은 오로지 취직이라든지 자기 미래 그러니까 개인의 행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맞이해야 할 통일에 대해 참 안타깝고...

전문가들 역시 북한에 대한 무관심을 해소하는 것이 통일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는 북한이탈주민후원회 김일주 회장의 말입니다.

김일주: 통일을 이룩하려면 통일에 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과거 통일부 차관을 지낸 분이 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니까 20% 정도 준비가 돼 있다고 하는데, 아무튼 (통일에) 대단히 무관심한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지난 15일 8.15 경축행사 때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세’ 얘기를 꺼낸 바 있습니다.

이명박: 통일은 반드시 옵니다.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우리 사회의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 주시기를 제안합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통일은 먼 꿈이 아니라 언제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미래라는 것으로, 이를 위한 통일관도 바뀌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통일에 대해 청소년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거부감은 북한에 대한 객관적이고 올바른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함으로써 극복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래 통일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 대한 통일시대에 맞는 통일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다수 전문가와 국민들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김광인: 정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인데요. 그것은 결국 정규 교육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통일교육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통일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통일교육 강화를 통해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키운 학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학교가 서서울생활과학고입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이 학교는 이미 15년째 정규수업 시간에 통일교육을 해왔습니다.

학교 마다 일주일에 한 번 하게 돼 있는 학교장 재량수업을 아예 통일교육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 통일교육 담당 조휘제 교원의 말입니다.

조휘제: 막상 15년 정도 통일교육을 해오다 보니까 학생들의 통일 관심도 고취와 통일역량을 좀 배양시켜야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 학교에 입학해 통일교육을 받으면서 통일에 대해 점차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하늘 양.

이하늘: 처음엔 (통일교육을) 왜 하나 그랬는데, 하다 보니까 재미도 있고, 북한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이 학교에서 1년 정도 체계적으로 통일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나오는 북한관련 소식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는 게 조휘제 선생의 설명입니다.

결국 교육의 힘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바꾸게 됐다는 조휘제 교원의 말대로 학교가 적극 나서 통일교육을 실시할 수만 있다면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