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25 한국전을 전후해 수 많은 한국국민들이 북한에 끌려갔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가리켜 '납북자'라고 부릅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 당국은 관광을 위해, 또는 대북지원을 위해 북한을 드나들던 외국인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대면서 장기간 붙잡아 놓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우리는 이렇게 북한에서 뜻하지 않게 고초를 겪은 외국인들을 '억류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획 특집, [납북자 이야기]. 오늘은 세번째 순서로 '외국인 억류자'편, “발가락 열개를 다 잃을뻔 했어요”를 보내 드립니다. 보도에 홍알벗, 박수영 기자입니다.
액트: "제발 살려 주세요. 제 목숨만은 구해 주세요. 제 가족을 생각해 주세요. 저는 장남입니다."(오토 웜비어)
미국 버지니아 출신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오토 웜비어 군. 북한에 억류됐던 웜비어군은 2016년 초 기자회견장에서 '살려달라'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던 웜비어군은 2016년 1월 2일, 머물던 숙소에서 북한 체제 선전 포스터를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붙잡혔습니다. 구금 두 달만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선고 받은 형벌은 노동 교화형 15년.

주위의 도움으로 억류된지 17개월 만인 지난 2017년 6월, 웜비어군은 어렵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엿새만에 병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토 웜비어와 여기자 등 북한에 억류됐던 외국인 대부분이 선고 받았던 '노동교화형'이라는게 뭘까요? 일반적으로 노동교화형은 범죄자를 교화소에 수감시켜 노동을 시키는 형벌입니다.
수감자의 자격과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징역에 복무하게 하는 형벌인데, 북한은 보통 국가전복음모죄와 테러죄, 조국반역죄, 파괴 및 암해죄, 민족반역죄, 마약 밀수 및 밀매죄, 연쇄살인죄와 같이 체제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합니다.
이런 형벌을 평생토록 해야 하는 종신 중노동형을 선고받은 이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 주민을 위해 대북 지원사업을 펼치다 지난 2015년에 북한 당국에 체포돼 31개월도안 억류됐던 한국계 캐나다인인 임현수 목사입니다.
박수영 기자: 당시 목사님의 처우는 어땠나요?
임현수 목사: 특별한 건 없고 똑같이 대하는 거니까 감옥은. (북한 당국이) 제네바 협약한 게 있어서 손으로 구토하는 것들은 금지가 돼 있어서 캐나다 정부와 캐나다 대사관이 계속 압박을 가하니까 그 사람들이 조심했죠.
박수영 기자: 일반 억류자들과는 어떻게 달랐고 또 같은 점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임현수 목사: 다른 억류된 사람들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누가 어디 있는지를 비밀 해놨기 때문에 제가 본 적도 없고 어떻게 되어 왔는지도 모르겠고요. 제가 받은 죄명은 최고존엄모독죄라고 해요. 우리는 별거도 아니고서 생각하지만 거기서는 사람들이 그런 죄를 지을 생각도 못할 정도로 거기서는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임 목사는 북한에서 풀려난지 상당 기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임현수 목사: 몸무게는 그 당시에 한 23kg 정도가 빠져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양 실조라고 할까, 영양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설사한다던가 갑자기 (이상 현상이 나타나요). 오토 웜비어 같은 경우도 식중독으로 죽었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 거지.
박수영 기자: 심리적으로도 불안하고 영양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셨으니까 그 이후에도 식이 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밥을 먹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이런 얘기일까요?
임현수 목사: 그건 아니고, 시간이 좀 걸렸죠. 회복되고 하는 시간이 좀 걸렸죠. 예를 들어서 몸에 있었던 발가락 열 개가 이제 다 동상에 걸려서 발가락을 자를 때까지 갔다고 얘기를 했지만, 병원에 들어갔더니 마지막 물리치료를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래가지고 계속 치료를 해줬죠. 그렇다면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때믄에 억울하게 억류되었던 외국인은 얼마나 될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2009년 미국인 유나 리와 로라 링 억류 사건을 시작으로 북한의 외국인 억류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각각 한국계였던 유나 링과 중국계였던 로라 링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활동하던 기자였습니다.
이들은 2009년 3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취재 중 북한 당국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허락도 없이 북한 땅을 밟았다는 혐의를 내세웠습니다.
체포된 두 여기자는 북한 땅을 밟은 시간은 채 1분도 안 되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같은 해 6월 12일 각각 노동교화형 12년 형을 선고 받습니다.
다행히도 이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같은 해, 그러니까 2009년 8월, 약 5개월간의 억류 끝에 구출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18년 10월에는 미국 미시간주 출신의 남성 브루스 바이런 로렌스 씨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불법 입국하다 북한 당국에 붙잡혀 DMZ, 그러니까 비무장지대에 한달동안 억류됐다 풀려났습니다.
이때 로렌스씨는 노동교화형 같은 형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석방 이후 자신이 억류기간 중 겪은 구금상황 등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에 억류돼 노동교화형에 처해졌던 외국인은 더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교사였던 매튜 토드 밀러 씨는 그 해 4월 북한에서 단체 관광 중 북한 당국에 체포돼 '적대적 간첩행위'로 기소됐습니다.
밀러 씨는 노동교화형 6년을 선고 받았는데, 같은 해 11월 그 역시나 억류중이었던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케네스 배씨와 함께 석방됐습니다.
케네스 배 씨는 북한을 드나들던 중 선교자료가 있는 컴퓨터용 외장하드를 들키면서 북한 당국에 맞서 ‘적대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형 15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 국장의 북한 평양 방문에 맞춰 앞서 언급한 밀러 씨와 함께 풀려 납니다.
그럼 북한은 꾸준히 외국인, 특히 미국인들을 붙잡아 억류하는 것일까요?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의 설명입니다.
안찬일 박사: 북한은 이제 62년도부터 판문점에서 미군들이 월북을 하게 되니까 그때는 또 냉전 시대이기 때문에 그 미군을 활용해서 체제 우월성이나 심리전에 이제 활용하는 데 인적 자원으로 활용을 했고 또 특히 김정일 시대에 들어와서 영화 산업을 번창시키면서 다부작인 이름 없는 영웅들 이런 걸 만들어내는데 미국 역할을 맡을 사람이 그동안 분장을 해서 그랬지만 이게 오리지널 어메리칸들이 들어오니까 북한은 이 사람들을 그 영화 제작에도 많이 활용하다 보니까...
하지만, 지금은 외국이니 억류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안 박사는 지적합니다.
안찬일 박사: 미국인 월북자를 잘 활용하면 적어도 백악관이나 그와 직결된 미국의 고위층 인사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이런 수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트래비스킹은 이병에 불과하지만미국에 뭐 적어도 전직 부통령이나 이런 사람이 와서 데려가게 만드는 그런 외교적 쇼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미국 국무부와 캐나다 외교부는 이달 중순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자국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난7월 18일, 공동경비구역 견학을 갔다가 한반도 군사 분계선을 통해 월북한 미군의 트래비스 킹 이병은 현재 북한 당국에 구금돼 심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킹 이병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미국 정부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북한 당국이 외국인 억류를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버리지 않는 한 외국인 억류 사건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앵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획 특집, [분단의 희생양 납북자 이야기]. 제3편, '발가락 열개를 다 잃을 뻔 했어요' 순서를 마칩니다. 보도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알벗, 박수영입니다. 내일은 제4편 "파란 배지와 사라진 일본인들"을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당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