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주기 특집] ② “46명 순국 용사들 편안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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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천안함 폭침 1주기를 맞아 1년전 천안함 사건을 되돌아보는 순서입니다. 오늘은 ‘순국장병을 모신 국립대전현충원 참배와 유가족의 슬픔’편이 방송됩니다.

대전에서 노재완 기자입니다.

지난 19일 오전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46명의 장병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묘역. 故 서승원 중사의 아버지 서천석 씨가 아들의 묘비 앞에서 생전에 서 중사가 좋아하던 튀김 닭과 과일들을 꺼냅니다.

참배객: 이분이 누구입니까?

서천석: 제 아들입니다.

기자: 아들이래요. 그것도 외아들요.

참배객: 기가 찬다 기가 차. 어쩌면 이런 젊은 나이에 아들을 잃고..

기자: 순국 당시 서 중사님은 몇 살 이었습니까?

사천석: 올해로 23살입니다.

서 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 마다 이곳 묘역을 찾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아들의 얼굴은 늘 눈가에서 맴돕니다.

기자: 언제 아드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나요? 서천석: 때가 없습니다. 그냥 문득 생각나는데요. 예를 들어서 다정한 연인들이 지나갈 때라든가 엄마와 아들이 같이 장난치면서 갈 적에 문득 그런 생각이 나죠. 그리고 집에서 우리 아들이 쓰던 물건을 볼 때..

아들 생각에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아 보지만, 이내 눈시울을 적십니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서 씨는 비석에 새겨진 이름 사이의 먼지를 정성스레 닦습니다.

서천석: 제가 알고 있는 내 아들.. 글쎄요.. 진짜 내 아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봐도 괜찮았습니다. 멋있기도 했었고. 또 리더십도 강했고. 아무튼 그 아이 주변엔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후배들도 많이 따랐고요.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인정받는 녀석이었으니까.. 아마 인간성에 대해선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정오가 넘자 서 씨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가져왔던 음식들을 챙겨 서둘러 묘소를 빠져나갑니다. 곁에서 서 씨의 모습을 계속 바라 본 참배객들은 내 가족의 일처럼 슬퍼했습니다.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인터뷰: 박수경 추모객]

기자: 유족이신가요?

박수경: 아니요.

기자: 왜 이리 눈물을 흘리시나요..

박수경: 그러네요 그냥..

기자: 어디서 오셨어요?

박수경: 부여에서 왔습니다.

기자: 오늘 어떤 일로 오셨어요?

박수경: 저쪽에 고모부님 묘지가 있어서 잠깐 들렀습니다.

서 씨가 다녀간 다음에도 천안함 전사자 묘역에는 참배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황아름 추모객]

황아름: 그 때 그 사건이 되게 컸는데, 벌써 1년이나 됐잖아요. 제가 지금 88년생인데요. 보니까 또래 아니면 동생들이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이렇게 죽다니 가슴이 아픕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유족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슬픔을 줬지만, 나라를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근, 추모객]

이현근: 저는 인근 부대에서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참배를 계속 해왔습니다. 오늘은 아들에게 호국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 이곳에 왔습니다.

오후 1시 쯤 故 이상민 하사의 묘에 절친했던 친구 4명이 찾아 왔습니다. 종이컵에 술을 받아 묘비 앞에 두고 이들은 함께 조의를 표합니다. 고향 전남 순천에서 온 이들은 담배에 불을 붙여 묘석에 올려놓고 옛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고향 친구들 추모객]

기자: 군대 가신지 얼마 안 됐을 때 사고가 난 건가요?

친구들: 아니요. 전역을 한 달 남겨놓고..

기자: 천안함 침몰로 전사했다는 얘기 들었을 때 믿겨지지 않았죠?

여자친구: 네, 믿기지 않았죠. 제대하면 같이 놀자고 약속했는데..

기자: 그러면 생전에 이상민 하사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남자 친구: 그냥 항상 밝았던 것 같은데요. 항상 웃고 다니고.. 키도 커가지고..

오는 26일에는 유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이 곳 대전현충원에서 1주기 추모제가 열립니다. 참배객들은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에 고마움을 표하며, 다시는 같은 슬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이현근, 추모객]

이현근: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실 이분들 때문에 저희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데, 저희들이 어떻게 해드릴 수 없고.. 그렇지만 나라를 위해 살다 가신 이 분들이 편안하게 잠들었으면 하는 마음 항상 갖고 있습니다. 이젠 남아 있는 저희들이 제2의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국가에서 유족들을 잘 보살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안함 장병들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는 지금도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전현충원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