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해양 기획: 중 수산물 공장의 북 노동자

By Ian Urbina for RFA
2024.02.26
불법 해양 기획: 중 수산물 공장의 북 노동자 중국 단둥의 ‘동강 진휘 식품’ 관계자와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중국 깃발과 북한 깃발을 들고 파티를 즐기고 있다.
/ Outlaw Ocean Project

중국 공장에서 오징어를 세척하는 북한 노동자

 

2023년 2월, 중국 단둥의 해산물 가공 업체인 ‘동강 진휘 식품’은 파티 분위기였습니다. 그 해, 도시 내에 새 대형 공장을 개장했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오징어의 양을 두 배로 늘렸기 때문입니다. 짧은 영상 공유사이트인 ‘틱톡(Tiktok)’의 중국판인 ‘더우인(Douyin)’에 올라온 행사 영상에는 가수와 악기 연주자, 댄서, 불꽃놀이, 조명 등이 눈에 띕니다. 이 업체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결정적인 측면에는 중국 공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북한 외화벌이를 위해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한글이 쓰인 기계들이 등장하고, 오징어를 세척하고 무게를 재는 방법을 한국어로 설명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또 행사에서는 “인민은 우리 당에 영광드리네” (1989년 북한의 시인 수상자 작사)와 “우리는 백두산으로 가네” (신화로 널리 알려진 김정일의 출생지에 대한 언급)를 포함해 평양에서 인기 있는 대중가요가 울려 퍼졌습니다. 객석에서는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환호하며 소형 북한 국기를 흔들었습니다. 행사에서 공개된 영상 중에는 가공 및 냉동보관 시설과 노동자를 위한 7층짜리 기숙사가 포함된 21에이커(8만 5천 평) 규모의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을 촬영한 드론 영상이 포함됐습니다.

 

이 업체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작업장 남용 여부를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세덱스’(Sedex) 같은 회사로부터 받은 다양한 인증서를 자랑했습니다. 이 업체와 거래하는 한 무역업자는 현재 이 공장은 50~70명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영상에서 공연자들은 북한식 옷을 입고 있었고, 그 뒤로는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중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이 불법임을 알고 당황한 한 시청자가 “이런 것은 촬영하면 안 되지 않나?”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진휘 식품은 다른 수많은 공장과 마찬가지로 매년 수만 명의 북한 노동자를 중국으로 보내는 대규모 북한 인력 파견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진휘 측은 이에 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인력 파견 프로그램은 북한 정부의 비밀 기관인 39호실에 의해 운영되는데, 39호실은 암살자 해외 파견, 자금 세탁,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그리고 사이버 공격과 같은 활동들을 감독합니다. 탈북민들은 이 기관이 조선노동당 본부 3층 9호실에 있기 때문에 ‘39호실’이라고 불린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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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견 노동자로 선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여성들. / Outlaw Ocean Project

 

북한은 2012년부터 중국에 노동자들을 대거 파견하기 시작했고, 그해 4만 명 이상이 특별 비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 일부는 당국이 가져가고 특히 39호실 활동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되며 당 간부들에게 중요한 외화를 제공합니다. 2017년 유엔은, 북한이 노동자들을 통해 매년 미화로 12억~23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해 북한이 여러 차례 핵과 탄도 미사일을 시험하자 유엔은 다양한 대북 제재를 부과했는데, 이때 외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들이 강제 노동에 동원됐으며, 그들의 급여가 북한 정권의 자금으로 사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미국에서도 북한 주민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에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는 ‘적성국대응제재법’(CAATSA)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은 달리 입증되지 않는 한 북한 주민이 한 일을 강제 노동으로 분류하도록 하는 ‘반박가능한 추정’(rebuttable presumption)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수많은 북한 노동자를 계속해서 고용하고 있으며, 미국 국무부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십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대체로 건설 회사, 섬유 공장, 또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노동자가 산업의 주요 중심지인 단둥에서 해산물을 가공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2년 온라인에 무심코 게시된 중국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단둥시에만 8만 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가 파견됐습니다.

 

감금과 폭력, 성적 학대가 일상인 북한 노동자

 

저는 올해, 이 산업에 종사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기록하기 위해 조사팀을 구성했습니다.

 

유출된 정부 문서, 기업 홍보물, 위성사진, 온라인 포럼, 현지 뉴스 보도 등을 검토했습니다. ‘더우인’(Douyin), ‘빌리빌리’(Bilibili, 중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위챗’(WeChat, 중국 인기 메세지 플랫폼) 등에 게시된 공장 내부와 근처에서 촬영된 수백 개의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고 북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동영상에서는 북한 노동자라는 것이 확실히 보인 부분도 있었고, 전문가를 통해 영상에서 북한 억양과 언어 사용, 기타 문화적 지표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취재하는 것은 서양 기자들에게 확실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중국 조사관들을 파견해 공장을 방문했고 관리자들과 대화하며, 생산 체계를 촬영했습니다. 또 20명의 북한 노동자와 이들을 관리하는 4명의 북한 관리자를 상대로 중국 공장 생활에 대해 비밀리에 인터뷰했습니다. 대부분이 여성인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일상이었던 감금과 폭력, 만연한 성적 학대에 대해 묘사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다롄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감옥과 같았다”며 “처음에는 최악의 상황에 토할 뻔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고 서면으로 답했습니다.

 

종합적으로, 2017년부터 1천 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해산물 가공 공장들이 최소 15개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에 의해 가공된 해산물의 대부분이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은 국내에 북한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한 단둥 주민은 중국의 비디오 공유 사이트인 ‘빌리빌리’에 “그들은 모두 유니폼을 입고 있고, 지도자가 있으며 명령을 따르기에 구별하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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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산물 공장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탈출 방지를 위해 이들에게는 동일한 작업복이 제공된다. / Outlaw Ocean Project

 

이같이 종종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온라인에 게시됩니다. 한 영상에는 ‘단둥원일해산 정제품유한공사’(Dandong Yuanyi Refined Seafoods) 공장에서 15명의 여성이 공장 마당에 모여 북한의 ‘청년절’을 기념하는 벽화 앞에서 단체 춤을 공연한 장면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북한 국기가 드러나고 ‘동강 냉장창고와 북한, 그리고 작은 미녀들 (North Korea in Donggang cold storage [with] little beautiful women)’이라는 자막이 포함됐습니다. ‘단둥원일’ 공장은 이에 관련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당국, 북한 노동자 고용 사실 은폐

 

2023년 말, 우리 팀의 조사관은 ‘동강신신’(Donggang Xin Xin)이라는 중국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수백 명의 북한 여성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공장에는 한글로 “노동당 제8차 대회 결의를 관철하자(Let's carry out the resolution of the 8th Congress of the Workers’ Party)”라고 쓰인 빨간 현수막이 놓여있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동강신신은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에 있는 ‘동강하이멩식품’(Donggang Haimeng Foodstuff)이란 또 다른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나무 책상 뒤로 보이는 벽에는 과거 북한의 지도자인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 두 점이 걸려있었고, 중국과 북한 소형 깃발을 소품으로 둔 책상에 앉아 있는 북한 관리인을 만났습니다. 관리인은 조사관을 노동자 식당으로 데리고 가 북한식 냉면을 함께 먹은 후, 생산 체계를 구경시켜 줬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색 유니폼과 분홍색 앞치마를 입고 흰색 장화를 신은 수백 명의 북한 여성들이 조명 아래 긴 금속 테이블에 어깨를 맞대고 서서 플라스틱 바구니 위에 몸을 굽히고 손으로 해산물을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이 공장은 미국의 대형 체인마트인 ‘월마트’(Walmart)와 ‘샵라이트’(ShopRite)를 포함해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에 물건을 공급하는 수입업체에 수천 톤의 명태를 수출했습니다. ‘동강하이멩식품’은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북한 노동자의 사용을 공공연히 은폐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말 우리 팀 조사관들이 단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해산물 가공 공장 여러 곳을 방문한 이후, 중국 현지 당국은 엄격한 경고를 담은 공지를 배포했습니다. 한 공지에는 “북한 노동자들과 접촉하거나 북한 노동자들의 작업장을 가까이하려는 사람들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간첩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하고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해당 공지에는 해외 언론과 협력한 사실이 적발된 노동자들에 대해 반간첩법에 따라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인구 2백만의 도시인 단둥은 중국과 북한 국경에 흐르는 압록강을 따라 위치해 있습니다. 압록강철교는 단둥과 국경 바로 위에 있는 북한의 신의주를 연결합니다. 한국 전쟁 중 폭격당한 다리는 현재 강을 건너는 부분까지만 뻗어 있으며, 중국 사람들이 약 0.5km 이내에 사는 북한 주민들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압록강철교는 ‘은둔 왕국’이라고 불리는 북한으로 통하는 몇 안 되는 관문 중 하나입니다. 양국 간에 거래되는 모든 상품의 약 70%가 이곳을 통과합니다. 단둥 백화점에는 북한 고객들이 선호하는 제품 목록이 있습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북한산 인삼, 맥주, 한국전쟁 휴전일을 따서 명명된 ‘7.27 담배’를 판매합니다. 또 이 도시는 공식적으로 ‘항미원조기념관’이라고 불리는 전쟁 박물관의 본거지입니다. 단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기 전에 중국인 관광객들은 강 건너 북한 어린이들에게 던져주기 위해 과자 봉지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까다로운 해외 파견 노동자 선발 과정

 

북한 정부는 단둥과 중국 전역의 공장에 파견할 노동자를 신중하게 선별합니다. 선별 과정은 일반적으로 39호실 간부가 감독하며, 탈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취업 지원자의 정치적 충성도를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이미 북한 기업에 취업 중이어야 하고 현지 당 간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중국에 가족이 있거나, 이미 탈북한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자동으로 자격이 박탈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발간한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7세 미만 지원자는 살아있는 부모가 있어야 하고, 27세 이상의 지원자는 기혼이어야만 합니다. 심지어 키가 선별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북한은 만성적으로 영양실조 상태에 있기 때문에, 키가 작은 사람들이 북한을 대표하는 것을 피하고자 키가 155cm 이상인 후보자들을 선호합니다. 북한 정부는 이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또 선발된 지원자는 북한 정부로부터 출국 전 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는 1년 이상 지속되며 중국 관습과 예절, ‘적들의 작전’(enemy operation), 즉 다른 국가 정보 기관의 활동까지 가르치는 수업이 포함돼 있습니다.

 

북한 수산성은 노동자들을 중국 해산물 업체로 파견하기 위해 중국 인력사회보장부와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들은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실행 계획은 주로 중국에서 ‘파견’을 담당하는 민간 회사에서 진행하며, 때로는 파견지에 대해 온라인으로 협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9월 ‘더우인’(Douyin)에 영상을 게재한 한 개인은 “(중국에서) 일을 찾고 싶은 북한 노동자는 약 2천500명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게시물에 답글을 단 한 사람은 그들을 단둥에 있는 수산 가공 공장으로 파견할 수 있는지 물었고, 게시자는 이에 긍정적으로 답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기재된 또 다른 게시물은 북한 노동자 5천 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자 21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중국어(Mandarin)를 할 수 있는 대표자가 있는지 묻는 댓글에 게시물 작성자는 “팀장과 관리자, 번역가가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지린(길림) 지누오 인력회사’(Jilin Jinuo Human Resources)의 한 관계자는 커뮤니티 게시판인 ‘바이두 티에바’(Baidu Tieba)를 통해 “대사관과 협력하는 인력자원회사로 현재 (파견할 수 있는) 북한 노동자가 다수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몇몇 사람들은 자기 전화번호를 남기는 등 비공개 메시지로 연락을 요청했습니다. 한편 ‘바이두 티에바’는 2021년에 비활성화된 것으로 보이며, ‘지린 지누오’(Jilin Jinuo)는 이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북 노동자, 계약서의 10% 월급만 받아 

 

북한 주민들에게 중국 직장은 선망의 대상입니다. 미화로 월급 3달러를 받는 북한의 노동 조건에 비해, 중국에서는 같은 일에 270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발된 노동자는 2년에서 3년 기간의 계약서에 서명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에 도착하면 북한 관리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들의 여권을 압수합니다. 노동자가 탈출을 시도하거나 공장 외부 사람들에게 불만을 제기할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당국의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공장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노동자와 다른 색깔의 옷을 입습니다. 동강 진휘 식품에서 6년간 근무한 한 관리자는 “그렇지 않으면 한 명이 없어져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서면 답변을 보냈습니다.

 

쉴 틈 없는 해산물 공장의 근무는 14시간에서 16시간 동안 계속됩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다롄의 한 해산물 공장에서 일했던 한 여성 노동자는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담배꽁초를 집어던지기도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분이 나쁘고 싸우고도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며 “그럴 때 참 서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한 달에 최대 하루의 휴가를 받습니다. 공휴일이나 병가로 쉬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해산물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체로 30명이 이층 침대가 있는 한 방에서 생활합니다. 그리고 취침 시간에는 이들의 방문은 잠겨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노동자는 여성 노동자들의 60%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중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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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기숙사에서 방 하나에 약 3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 Outlaw Ocean Project 

 

노동자들은 현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켤 수 없고, 혼자서는 공장 밖을 나갈 수도 없습니다. 다롄의 ‘하이칭’(Haiqing) 시설에서 2년을 지낸 한 공장 관리자는 “북한 보위부원들이 노동자들의 우편물을 포함해 일상을 감시하고 공식 보고서를 통해 보고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에 촬영한 영상에서는 파란색과 흰색 작업복을 입은 여성 노동자들이 ‘단둥 오메카 식품’(Dandong Omeca Food)이라는 해산물 공장 밖에서 배구를 하는 등 종종 사교 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을 본 한 시청자는 “그들은 세뇌당했고, 바깥세상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단둥 오메카 식품’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은 일반적으로 중국 공장이 직접 북한 정부에 보내면 가족들이 한 달에 한 번 이를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자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근무하는 김지은 씨는 “공장주가 노동자들에게 ‘기숙사에서는 돈을 도난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수당을 받는 것이 낫다’라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보통 계약서에 명시된 급여의 10% 미만을 받습니다. 직접 확인한 한 계약서에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에서 40달러의 식비가 공제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비를 포함해 전기, 난방, 수도세, 보험료, 그리고 정부에 ‘충성 자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이 공제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남는 월급은 30달러 미만입니다. 김지은 씨는 북한 간부들이 노동자들의 수당을 보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대다수 여성은 탈출하고 싶어도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것이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또 김 씨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여성들에게 “공장 탈출을 시도해도 중국 전역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즉시 잡힐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지난 10월, 중국 당국은 지린성과 랴오닝성에 구금됐던 약 600명의 탈북민을 강제 북송했습니다. 북송된 탈북민들은 일반적으로 북한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버젓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북 수산물

 

북한은 단순히 노동자만 수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10월, 안지(Anji)라는 한 중국인 남성이 북한 동북부 라선항에서 잡은 게를 판매한다는 광고 영상을 ‘도우인’(Douyin)에 게재했습니다. 해당 영상을 시청한 한 중국인 시청자는 이에 대해 “유엔이 북한 해산물을 제재 대상에 올렸는데 라선의 해산물을 어떻게 수입했나, 밀수한 건가?”라고 질문했습니다. 안지는 이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청자가 “그 상품은 배송될 수 없다”라고 남긴 답글에 안지는 웃는 모습의 그림(이모티콘)을 남겼습니다. 안지는 수십 개의 다른 동영상에서도 “트럭으로 국경을 넘어 중국에 갈 예정”이라고 밝히며 해산물 배송 시기와 가격을 시청자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북∙중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한 영상에서는 그의 중국 여권과 북한 주민증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안지는 이에 관한 질의에 “2016년 북한 해산물 수입을 중단했다”며 “비록 영상들은 2023년에 게재됐지만, 이는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며 당신이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유엔 제재와 미국 법은 북한 노동자들이 가공한 해산물을 금지하는 것뿐 아니라 북한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 구매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외화를 확보하는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이 해산물을 계속해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북한산 해산물의 가격이 중국 선박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안지는 다른 중국 온라인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규정을 위반하는 것보다 오히려 북한 당국과 충돌하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영상에서 그는 “북한 정부로부터 적절한 허가를 받지 않으면 그 손실은 엄청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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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북한 노동자 관련 영상에 대해 한 중국인 시청자가 “북한 사람들은 세뇌당했다”라고 지적한 댓글의 모습. / Outlaw Ocean Project

 

다른 중국 해산물 무역업자들도 자신들의 불법 거래에 대해 공개적이었습니다. 지난 5월 게시된 한 영상에는 새우와 작은 오징어, 갑오징어 사진들을 나열하며, “모두 북한 자연산이고 현재 판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10월에는 중국어로 “크고 통통한 북한 게와 단둥 게가 대량으로 시장에 유입됐다”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해당 영상에 댓글을 남긴 사람들은 북한과 중국의 해산물을 비교하며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무역업자들은 해당 영상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지난해 단둥항의 한 선박 노동자는 한국 매체에 “부두에 들어오는 수산물의 80%가 북한산”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부 해산물은 중국 낚시꾼에 의해 북한 해역에서 잡힙니다. 해양 조사업체 ‘오션마인드’(Oceanmind)가 분석한 위성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초부터 200척 이상의 중국 선박이 북한 해역에서 조업을 하고 중국 항구로 돌아왔다고 분석했습니다. ‘랴오단유 15035’(Liao Dan Yu)라는 조개잡이 배의 경우에는 북한 해역에서 최소 8번 조업했습니다. 해당 배 주인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북한 정부는 중국 선장들에게 조업 허가증을 판매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입니다. 이러한 거래는 서류상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해상에서, 또는 무전을 통해 진행됩니다. 또 북한 정부는 수익을 위해 무면허 선박을 처벌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최근 북한이 어선과 선박들을 미친 듯이 잡고 있으니 모두 주의하라”는 경고 영상이 온라인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첨부된 영상에는 배 갑판에 게가 가득 담긴 수십 개의 플라스틱 양동이가 찍혔는데, 해당 영상을 본 한 해산물 판매자는 “이런 영상을 올린다니 대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가끔 중국 선박들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북한 어선들로부터 수산물을 구매합니다. 한국 방송사인 ‘KBS’는 2022년 북한 무역업자가 중국 어업회사에 보내는 서한을 입수해 보도했는데, 이 무역업자는 중국 어업회사에 “1만 톤 이상의 오징어를 팔 테니, 그 대가로 1천800만 달러와 500톤의 선박용 경유를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일부 거래는 소규모로 이뤄지기도 하고 때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중국 선장들은 때때로 오징어와 농어, 바지락을 받는 대가로 휘발유나 쌀, 설탕, 낚시 그물 또는 기타 어구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북한 정부는 이런 종류의 자율적인 거래를 강력히 비난합니다. 작년에 공개된 ‘더우인’(Douyin) 영상에는 북한 어부들이 게 바구니를 중국 선박에 던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본 시청자는 댓글에 “사진을 찍지 말라”고 경고하며 “만약 그들이 발각된다면, 그들은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다른 시청자는 더욱 직설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가족 전체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노동자가 작업한 수산물미국으로, 유럽으로

 

중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중국 현지 직원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퇴직이나 의료, 실업, 부상, 출산 등을 포함한 주요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가입하게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7년, 단둥의 상무국 웹사이트는 “도시에 새로운 의류 가공 공장의 업무를 위한 북한 노동자 고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웹사이트는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오기 전 정치적인 심사를 거쳐 공산주의의 뿌리가 있고 정직하다고 판단된 사람들만 파견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노동자들은 잘 훈련받았으며, 높은 수준의 실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결근하거나 지도부에 복종하지 않는 사례가 없고, 꾀병을 부리거나 일을 지연시키는 사례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중국 정부는 대북 관계에 대한 비판에 반발해 왔습니다. 중국 대사는 지난해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제재로 인해 큰 손실을 보았음에도 제재를 준수했다”고 밝혔으며, 불이행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수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북한은 항상 친한 친구였으며, 미국은 실수를 반성하고 책임을 지며, 제재와 군사적 억제를 중단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해산물의 80% 이상은 해외에서 수입되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옵니다. 이러한 해산물의 대부분은 북한 노동력에 의해 생산된 것으로, 이를 수입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러나 불투명한 공급망 때문에 이 법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북한 노동력을 이용한 공장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추적하기 위해 우리는 무역 자료와 운송 계약을 관찰했고, 식품 안전 추적을 위해 해산물 포장에 찍힌 바코드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확인된 공장 중 10곳이 바지락과 간명태, 오징어를 비롯한 기타 해산물을 미국 내 70개 이상의 수입업자에게 운송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수입업자는 미국의 ‘홀푸드’(Whole Food)와 ‘월마트’(Walmart), ‘자이언트’(Giant), ‘샵라이트’(Shoprite), 그리고 ‘위’(Weee!) 등의 마트와 거래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식품 업체인 ‘맥도날드’(McDonald’s)와 세계 최대 식품 유통업체인 ‘시스코’(Sysco)와도 거래하는데, 특히 시스코는 미군 기지와 공립학교, 미국 의회의 구내식당을 포함해 100만 개 이상의 식당에 식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마트와 샵라이트, 위, 맥도날드, 홀푸드 측은 이와 관련한 입장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자이언트의 모회사인 ‘아홀드 델하이즈’(Ahold Delhaize)는 공급업체와 연락했다며, “2021년 12월 말부터 중국 공장에서 식품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감사보고서에서 문제가 제기된 기간 강제 노동의 증거는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스코도 “회사 측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다롄 하이칭 식품’과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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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확인된 중국 수산물 공장이 미국 내 70개 이상의 수입업체에 해산물을 배송했다. 이들 수입업체 중 하나는 세계 최대 식품 유통업체인 ‘시스코’(Sysco)와도 거래 중인데 시스코는 미군 기지의 구내식당에 식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Outlaw Ocean Project

 

팀 조사관이 방문한 공장 중 ‘단둥 갈리시아 해산물 주식회사’(Dandong Galicia Seafood), ‘다롄 하이칭 식품’(Dalian Haiqing Food)과 같은 공장에는 각각 50~70명의 북한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이칭에서 5년 동안 근무한 한 노동자는 “(관리자가) 화를 내고 발로 차기 일쑤였다”며 “도망가다 걸리면 흔적도 없이 살해당할 거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서면 답변을 보냈습니다. 갈라시아와 하이칭은 홀푸드, 월마트, 맥도날드에 식품을 보내는 미국 수입업체에 10만 톤 이상의 해산물을 공급한 바 있습니다. 또 하이칭의 경우, 유럽연합(EU) 의회 구내식당에 식품을 제공하는 유럽 수입업체에 해산물을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롄 하이칭 식품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단둥 갈리시아 해산물 주식회사로부터도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홀푸드와 맥도날드에 식품을 공급하는 ‘트라이던트 시푸드’(Trident Seafoods)는, 중국어를 구사하는 하이칭 직원들이 지난 2023년 1월과 7월, 8월, 10월에 진행한 감사에서 “북한 노동력에 대한 증거나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이칭에서 해산물을 구매한 캐나다 회사 ‘하이라이너’(High Liner)와 트라이던트 시푸드 모두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하이칭과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해역에서 불법조업 한 해산물 일부를 추적한 결과, 미국 수입업체인 ‘HF 푸드’(HF Foods)와 같은 회사가 이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회사는 미국에서 1만 5천 개 이상의 아시아 음식점에 식품을 공급하는 나스닥 상장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HF 푸드는 입장을 묻는 말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기업에 대한 형식적 사회 감사

 

기업들은 그들이 노동 기준을 준수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작업장의 학대 여부를 조사하는 ‘사회 감사(social audits)’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밝혀진 공장들의 절반은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의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인증은 기업이 사회 감사나 기타 평가를 통과했을 때만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양관리협의회의 홍보책임자인 재키 마르크스(Jackie Marks) 씨는 이러한 사회 감사가 조직이 아닌 제3자에 의해 수행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우리 팀 조사관 중 한 명이 중국 동북부에 위치한 ‘단둥 타이펭’(Dandong Taifeng)이라는 해산물 가공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기업은 중국 최대의 조개 수출업체로서 중국 정부에 의해 “국가 브랜드”로 지정됐고, 미국과 기타 지역의 식료품점에 수만 톤의 조개류와 기타 해산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조사관은 북한 관리인으로부터 이 공장에 대해 소개받았는데, 밝은 형광등이 켜진 공장 현장은 분주했지만,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대부분 35세 미만의 북한 여성 150여 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방호복과 플라스틱 앞치마, 흰색 고무장화, 팔꿈치까지 올라간 빨간 장갑을 끼고 거의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해산물이 담긴 빨강, 노랑, 파란색 플라스틱 통을 옮겼습니다. 노동자들의 발밑에는 물이 고였고, 한 여성은 북한 말투로 자신의 소규모 집단원들에게 “빨리빨리”라고 소리쳤습니다. 타이펭은 이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불과 몇 주 만에, 해당 공장은 ‘해양관리협의회’로부터 재인증을 받았습니다. 마커스 놀랜드(Marcus Noland)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수산물 산업 내에서 사회 감사의 기본적인 입장은 ‘나쁜 건 보지 않는다(see no evil)’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 감사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미국 국무부는 중국에서 사회 감사는 강제 노동을 식별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감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정부 번역가에게만 의존하고,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사관들은 고용주를 화나게 하는 것을 꺼리고 있고, 노동자들은 학대를 보고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합니다. 2023년 11월, ‘관세국경보호청’은 기업들에 “강제 노동의 모든 지표를 다루고, 모국어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독립적인 제3자의 감사를 거친 사회 감사만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노동인권단체인 ‘노동자권리컨소시엄’(WRC: Worker Rights Consortium)에서 근무하는 리아나 폭스보그(Liana Foxvog) 씨는 “중국에서 이런 감사가 이뤄지는 것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적성국대응제재법’(CAATSA)의 초안 작성을 도왔던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조슈아 스탠튼(Joshua Stanton)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법을 시행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정말로 북한이 우리의 적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거나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막고 싶다면,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하며, 해당 기업들은 그들의 공급업체와 공급망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보다 엄격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미국 하원의 크리스 스미스(Chris Smith) 공화당 의원(뉴저지주)은 “중국 공장에 대한 사회 감사는 (진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뜻하는) ‘포템킨 마을’을 나타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과 협력하는 미국 수산물 회사들은 이들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며 “결과적으로 수백만 달러, 심지어 미 연방정부의 돈이 북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중국 공장으로 흘러가고 그 자금이 결국, 북한 김정은 정권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그 돈으로 우리의 적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자국민을 억압하는 데 사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2023년 말, 우리는 중국 해산물 공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서방 기자들과 대화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는데, 일반적으로 서방 기자들 역시 북한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중국과 북한, 한국에 소재한 몇몇 조사관들과 협력해 24명의 북한 노동자와 관리자 명단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근무한 후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설문지를 작성했고, 북한과 중국의 조사관들은 비밀리에 그들에게 설문지를 전달했습니다. 조사관들은 이들이 답변한 설문지를 사진으로 찍어 우리에게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북한과 중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서방 기자와 연락을 취하다가 구금되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설문지 전달 시기와 세부 사항은 해외 조사관들에 의해 비밀로 유지됐습니다. 또한 노동자의 답변을 받은 이후, 후속 질문을 할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에게 추가로 접촉을 요구하면 북한의 국가보위부에 잡힐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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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장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CCTV)의 장면. 북한 보위부원들은 노동자들의 우편물을 포함해 일상을 감시하고 공식 보고서를 통해 북한 당국에 보고한다. / Outlaw Ocean Project

 

여성 노동자에 대상 성폭력 만연일부 죽음에는쉬쉬

 

여성들의 답변은 심각했습니다. 그들은 감금 생활과 극심한 외로움에 대해 서술했습니다. 공장에서는 악취가 났고 폭력은 빈번했습니다. 단둥의 한 해산물 공장에서 5년을 일한 한 노동자는 “그들은 우리를 발로 차고,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모든 여성에게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 말에, 몇몇은 ‘북한 고향집에 돌아가거나 급여를 받을 때’라고 언급했지만, 대부분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롄의 한 해산물 공장에서 2년 동안 일한 여성은 “돈이 모두 빠져나가지 않았을 때, 또 다음 급여에 대해 생각할 때 기쁘다”고 답했습니다. 슬픈 순간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여성이 답을 적었습니다. 지난 10월 다롄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북한으로 돌아간 노동자는 공장에서의 경험을 “죽고 싶었던 일”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다롄의 한 공장에서 4년을 보낸 또 다른 여성은 일하면서 종종 피곤하고 화가 났지만, 보복을 당할까봐 그런 생각들은 혼자만 간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외로웠다”며 “군대 같은 공동체 생활이 싫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장에서 일어난 성적 학대에 대한 여성들의 답변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20 명 중 17명이 공장 관리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여성들은 관리자들이 성관계를 강요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전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일부 관리자는 작업복에 묻은 무언가를 닦는 척하면서 여성들을 만졌습니다. 어떤 관리자는 마치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다급히 여성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고, 성관계를 요구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주말 술자리에서 술을 대접하라고 요구했고, 성폭행했습니다. 단둥의 한 공장에서 3년간 일한 여성은 “그들이 술을 마시면, 제 몸을 장난감 가지고 놀 듯 모든 곳을 만졌다”고 말했습니다. 거의 모든 여성이 혐오감을 나타냈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그들이 갑자기 나에게 입을 맞췄고 토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이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관리자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했습니다. 하이칭에서 근무했던 한 여성은 그의 관리자가 “친절할 때도 있고 화를 낼 때도 있었다”며 “(성적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내며 나를 발로 찼고 나를 ‘빌어먹을 년’이라고 불렀다”고 밝혔습니다. 여성 답변자 중 4명은 관리자가 자신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롄 하이칭 식품에서 6년 동안 일한 한 여성은 “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치근덕대고, 우리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외모가 예쁘면 상황은 더 심각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현재 진후이 공장에서 근무 중인 한 노동자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일이 없을 때도 국가는 충성 자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몸을 팔라고 강요한다”고 폭로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은 많은 여성 노동자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중국이 국경을 폐쇄하자 일부 사람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감금됐습니다. 사업장들이 문을 닫았고, 그들은 수입을 잃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에서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관료나 채용을 관리하는 노동 브로커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뇌물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 위해 사채업자를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미화 1천500 달러가량의 대출에는 최대 10%의 이자율이 적용됩니다. 중국에서 일이 중단됐을 때, 북한 노동자들은 대출금을 갚을 수 없습니다. 이에 북한 사채업자들은 현지 폭력배들을 노동자들의 친척 집으로 보내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자의 가족 중 일부는 (중국) 정착을 위해 그들의 집을 팔아야 했고, 2023년에는 섬유 공장에서 일하는 두 명의 북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해산물 공장에서 3년을 근무한 후 2023년에 북한에 돌아간 한 노동자는 이런 종류의 죽음이 종종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누군가 자살로 사망하면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에 다른 노동자나 중국인에게 유출되지 않도록 비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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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똑같이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오징어를 손질하고 있다. / Outlaw Ocean Project

 

포로가 된 듯 바깥세상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들어

 

중국의 코로나 방역 조치는 작년에 완화되었고, 북∙중 사이의 국경이 다시 열리는 상황에서 많은 북한 주민이 본국으로 송환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8월, 약 300명의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북한에 돌아가기 위해 단둥 세관에서 조금 떨어진 호텔 앞 압록강을 따라 주차된 10대의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단둥 공안국의 경찰들이 탈북을 방지하고, 중국인 구경꾼들을 막기 위해 버스 주변에 줄지어 파견됐습니다. 입수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몇몇 여성들이 형광 초록색 버스에 대형 여행 가방을 급히 실은 뒤 압록강대교를 건너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지난 9월에도 약 300명의 북한 노동자가 단둥에서 평양으로 가는 여객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같은 달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의 주요 항공사인 고려항공 항공편으로 북한 노동자 200여 명이 송환됐습니다.

 

노동자들이 북한에 돌아오면 당국의 엄격한 심문에 직면합니다. 단둥의 해산물 가공 공장에서 4년간 일했다는 한 노동자는 “중국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있었던 모든 일과 다른 노동자, 관리자, 대리인에 관해 묻는다”고 설명했습니다. 2023년 말, 중국과 북한 정부는 중국 공장에 파견할 다음 노동자들에 대해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근무하는 탈북민 출신 손혜민 기자에 따르면 북한 노동중개업자들은 중국 기업에 노동자 한 명당 약 130달러의 선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 노동중개업자는 “북한 인력 없이는 중국 기업이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북한 사람은 북한에 영영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한 30대 여성은 지난 몇 년 동안 다롄의 한 가공 공장에서 생선 내장을 다듬으며 보냈다고 편지에 썼습니다. 그는 밤늦게까지 일하고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에, 입에 염증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녀에게 작업 환경에서 가장 나쁜 점에 대해 물었고, 그는 “억지로 성관계를 할 때”라고 전했습니다. 또 그는 “포로가 된 듯 갑갑한 느낌을 경험했다”며 “조금이라도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면, 벌레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바깥세상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This story was produced in collaboration with the Outlaw Ocean Project, with contributions from Joe Galvin, Maya Martin, Susan Ryan, Jake Conley, Austin Brush and Daniel Murphy."

 

Translated by Claire Shinyoung O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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