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탈북자들이 연 북한 음식점 ‘류경옥’ 탐방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0.04.28
2010.04.28
MC: 탈북자들이 만든 학술 연구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서울 마포구에서 28일 ‘류경옥’이라는 이름의 북한 음식 전문점을 개업했습니다. 탈북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에 나섰다는 건데요. 이 식당의 주방장은 ‘함흥냉면을 만드는 건 내가 최고’라고 말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대로변. ‘북한 전통음식 전문점’이라는 문구와 함께 ‘류경옥’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전 10시경인데도 개업을 축하하는 20여 개의 화환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바쁘게 개업 준비를 하고 있는 직원들이 보입니다. 정문의 바로 왼편에는 현대식 도구를 갖춘 주방이 들어서 있습니다. 4명씩 앉을 수 있는 식탁이 1층에만 18개, 단체 손님을 위해 마련한 2층에는 5개의 식탁이 준비돼 있습니다.
방에는 북한 전통음식 전문점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보입니다. 그네를 타는 아낙의 그림이나 표주박과 호리병, 그리고 복주머니 등으로 벽면이 장식돼 있습니다.
첫 손님을 맞기에 앞서 고사를 지낼 준비도 합니다. 고사 상 한가운데에는 돼지 머리가 자리 잡았습니다.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입니다.
김흥광: 북에서는 (고사를 지낼 때) 설기떡을 많이 해요. 명태가 있어야 하고. 과일과 쌀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번성하라는 의미에서 빗자루를 잘라서 놓는 게 있어요.
기자: 고사도 북한식으로 하시는군요?
김흥광: 그럼요. 북한식이지요.
기자: 돼지머리가 웃는 모습입니다. 장사 앞으로 잘 될 것 같습니다.
김흥광: 네. 참 예쁜, 미인 돼지를 가지고 왔네요. (웃음)
NK지식인연대 회원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돼지 입에 지폐를 물린 다음, 밝은 표정으로 식당에 거는 기대와 포부를 밝힙니다.
NK지식인연대 회원1: 지신님, 우리가 없는 살림에 돼지 대가리를 올렸나이다. (웃음) 많이 드시고 식당이 번창할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NK지식인연대 회원2: 돈 많이 벌게 해주시고요. 저 빗자루처럼 풍성하게 하여 주소서.
NK지식인연대 회원3: 우리 류경옥이 평양에 들어갈 때까지, 한국에서 제일 큰 류경옥이 되기를 꼭 바랍니다. (웃음)
NK지식인연대는 통일부에 등록된 학술 연구단체입니다. 그런데도 식당을 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 ‘NK지식인연대’는 지금까지 북한의 현안과 관련된 보고서를 내거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모습이 한국 사회에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식당을 내셨습니다. 왜 식당이었습니까?
김흥광: 네, 북한에 대한 실상을 전달하고 북한과 관련한 연구 사업을 하는 게 저희의 중요한 목적 활동이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간과할 수 없는 건 탈북자들의 한국사회 정착 문제입니다. 이것도 저희의 중요한 목적 활동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당연히 취업이겠지요. 또 창업도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도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이런 음식점을 하나 성공시켜서 제2의, 제3의 이런 식당들, 그리고 틈새시장을 활용한 새로운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요.
기자: 식당에 들어오다 보니까 장식도 상당히 신경을 쓰신 것 같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2층까지 마련돼 있고, 상당히 공간이 넓은 편인데요. 이 식당의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말씀을 좀 부탁드릴게요.
김흥광: 제가 한국 사회에 와서 배운 게, 모든 걸 대강 대강하면 안 되더라고요. 알심을 넣은 것만큼 고객들이 알아주고요. 그래서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가장 중요한 음식,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노력했습니다. 가장 저희가 어려웠던 부분은, 식당을 내오기 위해서 건물을 임차해야 하고, 여러 가지 식자재 같은 걸 사는 데 필요한 재원을 갖추는 게 어려웠습니다. 저희 지식인연대가 독자 생존하기에도 사실 재정적으로 아주 어려움이 많은데요. 그래도 저희 회원들 중 다수의 인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서 임차를 해서 식당을 내오게 됐습니다. 우리 국민의 입맛에 맞을는지는… 좀 더 큰 도전이 앞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도 되고 두렵습니다. (웃음)
NK지식인연대가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개업하는 이 식당에는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축하객과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들 중에는 탈북자도 많습니다. 특히 나이 든 분들은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를 둘러보며 마치 ‘고향에 온 듯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손님: 평양 온반도 있고. 아이고, 청진 동태탕…
기자: 북한 요리를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드세요?
손님: 나야 저걸 다 많이 먹어본 사람이니까, 참 반갑지요. 고향 음식을 다시 먹어볼 생각을 하니까 기대가 크네요.
축하객 중에는 탈북자 지원 기관인 ‘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김일주 회장도 눈에 띕니다.
김일주: 이런 좋은 업소를 개업한다고 해서 축하하려고 일찍 왔어요. 이렇게 모범적으로 하면 얼마나 좋아요. 저는 잘 될 거라고 믿습니다.
기자: 이 식당에 조언을 하나 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일주: 글쎄요. 한두 번은 얼굴을 보고 찾아올 수 있는데요.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나 음식점은 역시 맛이 있고, 친절하고,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주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입맛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주방의 역할입니다. 주방 직원들은 주문받은 음식을 확인하고, 연이어 음식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기자: 이건 뭐 하는 겁니까?
식당 직원: 녹말 국수를 반죽하는 거예요.
기자: 녹말 국수 반죽이요. 전부 기계로 하는군요?
주방 직원: 네.
또 다른 여직원은 함흥냉면에 들어갈 닭고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자: 닭고기를 장만하고 계신데요. 이건 어디에 들어가나요?
식당 직원: 신흥관 냉면에 들어가요.
기자: 신흥관 냉면에는 닭고기가 들어가는 거예요?
식당 직원: 네. 닭고기가 원래 들어가요. 순수 전통으로 하는 거예요.
함흥에서 제일 유명한 냉면집이라는 ‘신흥관’의 이름을 딴 냉면이 나오자, 북에서 온 어느 40대 손님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입니다.
탈북자 손님1: 야, 이게 진짜 함흥냉면 맞구나. 이게 진짜 함흥냉면이야. 원래 국수가 이렇게 돼야지. 보기만 해도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후루룩) 아, 질기다.
기자: 한국에서는 냉면을 먹을 때 가위로 잘라서 먹잖아요. 탈북자 분들은 그렇게 하는 걸 싫어하시더라고요. 왜 그래요?
탈북자 손님2: 왜냐면 북한에서는, 함흥 국수는 질긴 맛에 먹거든요. 그런데 남한 사람들은 무작정 국수가 들어오면 자르잖아요. ‘국수의 진가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죠.
질긴 국수를 손님들이 후루룩거리며 맛있게 먹는 걸 지켜보며 주방장 김 씨는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다며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김 씨는 냉면으로 유명하다는 “신흥관의 협동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한 적 있다”면서 한국에서 북한 음식 전문식당의 주방을 책임지게 된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2005년 서울에 왔다는 김 씨는 처음엔 남한 식당의 주방에서 사용하는 요리 기구나 재료가 너무 낯설었고, 그래서 “주방 보조로 일하면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식당일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북한 음식을 남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많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기자: 어떤 음식을 만드는 게 가장 자신이 있으십니까?
주방장: 저는 회, 젓갈, 물고기에 한해서는 자신 있고요. 그다음으로 두 번째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함흥냉면에 한해서는… 저의 할머니도 사실은 김일성에게 냉면을 해서 처음으로 선보인 사람이고, 저도 대한민국에 와서 그런 모양을 한번 선보이고 싶은 게 제 소원이었어요. 제가 하는 양념에 한해서는 제가 이걸 할머니로부터, 옛날에 김일성에게 직접 냉면을 만들어서 준 그 유례에 의해서 하는 거예요.
기자: 그럼 이 식당에 오면 함흥냉면 하나는 제대로 먹을 수 있겠군요?
주방장: 함흥의 음식이나, 북한의 동해안 쪽, 그러니까 청진, 함흥, 원산의 음식들은 저희가 정식에도 많이 낼 겁니다. 북한의 간단한 음식은 이 식당에서 누구나 맛볼 수 있도록 제가 하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주방장은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앞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방장: 북한 사람들이 기업 형식으로 (식당을) 하는 게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절대로 이 신망과 신임을 잃어버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며, 또 북한의 전통 음식에 대해서 저희들이 연구도 많이 할 겁니다. 또 이 식당을 모체로 해서 1호점, 2호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소원입니다. (웃음)
NK지식인연대가 창업한 이 식당은 2007년 시행된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의 일종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리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뜻합니다. NK지식인연대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지난 2월에 선정됐고, 채용인원 4명에 한해 인건비를 보조받게 됐습니다.
NK지식인연대는 식당 운영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을 ‘탈북 청소년을 위한 초등 과정의 기숙형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식당 주변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등의 사회봉사 활동으로 환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개업식에 참석한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자 2천 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올해의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탈북자와 관련된 사회적 기업이 “올해 말까지 모두 30개 정도가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대로변. ‘북한 전통음식 전문점’이라는 문구와 함께 ‘류경옥’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전 10시경인데도 개업을 축하하는 20여 개의 화환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바쁘게 개업 준비를 하고 있는 직원들이 보입니다. 정문의 바로 왼편에는 현대식 도구를 갖춘 주방이 들어서 있습니다. 4명씩 앉을 수 있는 식탁이 1층에만 18개, 단체 손님을 위해 마련한 2층에는 5개의 식탁이 준비돼 있습니다.
방에는 북한 전통음식 전문점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보입니다. 그네를 타는 아낙의 그림이나 표주박과 호리병, 그리고 복주머니 등으로 벽면이 장식돼 있습니다.
첫 손님을 맞기에 앞서 고사를 지낼 준비도 합니다. 고사 상 한가운데에는 돼지 머리가 자리 잡았습니다.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입니다.
김흥광: 북에서는 (고사를 지낼 때) 설기떡을 많이 해요. 명태가 있어야 하고. 과일과 쌀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번성하라는 의미에서 빗자루를 잘라서 놓는 게 있어요.
기자: 고사도 북한식으로 하시는군요?
김흥광: 그럼요. 북한식이지요.
기자: 돼지머리가 웃는 모습입니다. 장사 앞으로 잘 될 것 같습니다.
김흥광: 네. 참 예쁜, 미인 돼지를 가지고 왔네요. (웃음)
NK지식인연대 회원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돼지 입에 지폐를 물린 다음, 밝은 표정으로 식당에 거는 기대와 포부를 밝힙니다.
NK지식인연대 회원1: 지신님, 우리가 없는 살림에 돼지 대가리를 올렸나이다. (웃음) 많이 드시고 식당이 번창할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
NK지식인연대 회원2: 돈 많이 벌게 해주시고요. 저 빗자루처럼 풍성하게 하여 주소서.
NK지식인연대 회원3: 우리 류경옥이 평양에 들어갈 때까지, 한국에서 제일 큰 류경옥이 되기를 꼭 바랍니다. (웃음)
NK지식인연대는 통일부에 등록된 학술 연구단체입니다. 그런데도 식당을 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 ‘NK지식인연대’는 지금까지 북한의 현안과 관련된 보고서를 내거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모습이 한국 사회에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식당을 내셨습니다. 왜 식당이었습니까?
김흥광: 네, 북한에 대한 실상을 전달하고 북한과 관련한 연구 사업을 하는 게 저희의 중요한 목적 활동이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간과할 수 없는 건 탈북자들의 한국사회 정착 문제입니다. 이것도 저희의 중요한 목적 활동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당연히 취업이겠지요. 또 창업도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도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이런 음식점을 하나 성공시켜서 제2의, 제3의 이런 식당들, 그리고 틈새시장을 활용한 새로운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기 위한 첫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요.
기자: 식당에 들어오다 보니까 장식도 상당히 신경을 쓰신 것 같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2층까지 마련돼 있고, 상당히 공간이 넓은 편인데요. 이 식당의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말씀을 좀 부탁드릴게요.
김흥광: 제가 한국 사회에 와서 배운 게, 모든 걸 대강 대강하면 안 되더라고요. 알심을 넣은 것만큼 고객들이 알아주고요. 그래서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가장 중요한 음식,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노력했습니다. 가장 저희가 어려웠던 부분은, 식당을 내오기 위해서 건물을 임차해야 하고, 여러 가지 식자재 같은 걸 사는 데 필요한 재원을 갖추는 게 어려웠습니다. 저희 지식인연대가 독자 생존하기에도 사실 재정적으로 아주 어려움이 많은데요. 그래도 저희 회원들 중 다수의 인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서 임차를 해서 식당을 내오게 됐습니다. 우리 국민의 입맛에 맞을는지는… 좀 더 큰 도전이 앞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도 되고 두렵습니다. (웃음)
NK지식인연대가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개업하는 이 식당에는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축하객과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들 중에는 탈북자도 많습니다. 특히 나이 든 분들은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를 둘러보며 마치 ‘고향에 온 듯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손님: 평양 온반도 있고. 아이고, 청진 동태탕…
기자: 북한 요리를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드세요?
손님: 나야 저걸 다 많이 먹어본 사람이니까, 참 반갑지요. 고향 음식을 다시 먹어볼 생각을 하니까 기대가 크네요.
축하객 중에는 탈북자 지원 기관인 ‘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김일주 회장도 눈에 띕니다.
김일주: 이런 좋은 업소를 개업한다고 해서 축하하려고 일찍 왔어요. 이렇게 모범적으로 하면 얼마나 좋아요. 저는 잘 될 거라고 믿습니다.
기자: 이 식당에 조언을 하나 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일주: 글쎄요. 한두 번은 얼굴을 보고 찾아올 수 있는데요.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나 음식점은 역시 맛이 있고, 친절하고,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주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입맛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주방의 역할입니다. 주방 직원들은 주문받은 음식을 확인하고, 연이어 음식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기자: 이건 뭐 하는 겁니까?
식당 직원: 녹말 국수를 반죽하는 거예요.
기자: 녹말 국수 반죽이요. 전부 기계로 하는군요?
주방 직원: 네.
또 다른 여직원은 함흥냉면에 들어갈 닭고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자: 닭고기를 장만하고 계신데요. 이건 어디에 들어가나요?
식당 직원: 신흥관 냉면에 들어가요.
기자: 신흥관 냉면에는 닭고기가 들어가는 거예요?
식당 직원: 네. 닭고기가 원래 들어가요. 순수 전통으로 하는 거예요.
함흥에서 제일 유명한 냉면집이라는 ‘신흥관’의 이름을 딴 냉면이 나오자, 북에서 온 어느 40대 손님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입니다.
탈북자 손님1: 야, 이게 진짜 함흥냉면 맞구나. 이게 진짜 함흥냉면이야. 원래 국수가 이렇게 돼야지. 보기만 해도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후루룩) 아, 질기다.
기자: 한국에서는 냉면을 먹을 때 가위로 잘라서 먹잖아요. 탈북자 분들은 그렇게 하는 걸 싫어하시더라고요. 왜 그래요?
탈북자 손님2: 왜냐면 북한에서는, 함흥 국수는 질긴 맛에 먹거든요. 그런데 남한 사람들은 무작정 국수가 들어오면 자르잖아요. ‘국수의 진가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죠.
질긴 국수를 손님들이 후루룩거리며 맛있게 먹는 걸 지켜보며 주방장 김 씨는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다며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김 씨는 냉면으로 유명하다는 “신흥관의 협동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한 적 있다”면서 한국에서 북한 음식 전문식당의 주방을 책임지게 된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2005년 서울에 왔다는 김 씨는 처음엔 남한 식당의 주방에서 사용하는 요리 기구나 재료가 너무 낯설었고, 그래서 “주방 보조로 일하면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식당일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북한 음식을 남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많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기자: 어떤 음식을 만드는 게 가장 자신이 있으십니까?
주방장: 저는 회, 젓갈, 물고기에 한해서는 자신 있고요. 그다음으로 두 번째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함흥냉면에 한해서는… 저의 할머니도 사실은 김일성에게 냉면을 해서 처음으로 선보인 사람이고, 저도 대한민국에 와서 그런 모양을 한번 선보이고 싶은 게 제 소원이었어요. 제가 하는 양념에 한해서는 제가 이걸 할머니로부터, 옛날에 김일성에게 직접 냉면을 만들어서 준 그 유례에 의해서 하는 거예요.
기자: 그럼 이 식당에 오면 함흥냉면 하나는 제대로 먹을 수 있겠군요?
주방장: 함흥의 음식이나, 북한의 동해안 쪽, 그러니까 청진, 함흥, 원산의 음식들은 저희가 정식에도 많이 낼 겁니다. 북한의 간단한 음식은 이 식당에서 누구나 맛볼 수 있도록 제가 하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주방장은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앞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방장: 북한 사람들이 기업 형식으로 (식당을) 하는 게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절대로 이 신망과 신임을 잃어버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며, 또 북한의 전통 음식에 대해서 저희들이 연구도 많이 할 겁니다. 또 이 식당을 모체로 해서 1호점, 2호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소원입니다. (웃음)
NK지식인연대가 창업한 이 식당은 2007년 시행된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의 일종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리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뜻합니다. NK지식인연대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지난 2월에 선정됐고, 채용인원 4명에 한해 인건비를 보조받게 됐습니다.
NK지식인연대는 식당 운영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을 ‘탈북 청소년을 위한 초등 과정의 기숙형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식당 주변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등의 사회봉사 활동으로 환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개업식에 참석한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자 2천 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올해의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탈북자와 관련된 사회적 기업이 “올해 말까지 모두 30개 정도가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