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 살이]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2009.10.29
2009.10.29
사랑하는 북녘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부터 매주 한 번씩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라고 합니다. 저 역시 북에서 살다가 2002년에 남한에 입국한 사람입니다. 입국 이듬해 동아일보에 입사해 벌써 6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제부에 소속돼 전 세계 여러 나라 뉴스와 함께 북한의 소식을 기사로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동아일보를 잘 아실 것이라고 봅니다.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보면 ‘동아일보’를 인용한 언급이 참 많이도 나옵니다.
동아일보는 한 세기 가까이 민족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지입니다. 그리고 독재와 오랜 기간 싸워온 자랑스러운 투쟁의 역사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기사는 매일 아침 수백 만 명의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그렇지만 가슴 한 구석에 늘 허전했던 것은 지금까지 제가 떠나온 그 땅, 고향의 여러분들과는 전혀 소통의 길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런 허전함 때문에 제가 이 방송의 마이크 앞에 마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저의 가슴은 벅찬 흥분으로 끓어오릅니다. 오랫동안의 숙원이 드디어 풀린 기분입니다. 자유 아시아 방송은 제가 참 사랑하는 방송입니다. 중국에 숨어 지내던 1년이 넘는 기간 저는 매일 저녁 12시 자유 아시아 방송을 들으면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단 하루도 방송을 듣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방송을 통해,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과거의 저처럼 이 방송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있을 동포 여러분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저는 앞으로 고향의 부모형제,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심정으로, 진실하고 과장이 없는 솔직한 이야기로 여러분들께 찾아가려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기간 대북방송들에서는 남한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저도 그런 방송 많이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봤던 남한 TV 드라마에선 늘 으리으리한 주택만 나옵니다. 저는 남한에 가면 그런 집에서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한에 오니 저에게 처음 차려진 집은 들어서자마자 숨이 확 막히는 실평수 일곱 평짜리 집이었습니다. 저는 남쪽에 이런 작은 집도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람이 보는 시각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남한도 천국이 될 수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을 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라고 다 불행한 사람들이 사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내일 뭘 먹지하고 걱정하는 가난한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에선 나름대로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직위를 갖고 상대적으로 잘 사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우선 배가 불러야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찾아온 남한은 분명 천국이 아닙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다수 탈북자들은 이 사회의 빈곤 계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질음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배웠던 것을 가지고 자본주의에서 배우고 자라난 사람들과 경쟁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통일 이후를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 우리가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면 통일된 조국의 2등 국민으로 영영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행복 지수는 100점 만점에 74점으로 남한 사람들의 66점보다도 오히려 높습니다. 남한에선 빈곤계층에 드는데도 그렇습니다. 왜냐면 이 땅에선 적어도 내일 굶을 수도 있다는 공포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일 무슨 국을 끓여먹고, 무슨 반찬을 해먹을까에 대한 걱정은 하지만 말입니다.
올해 조사된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5위입니다. 세계에 209개의 국가가 있고, 그중에는 남한보다 큰 나라도 상당히 많지만 이렇게 큰 경제규모를 갖게 된 것은 참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남한이 큰 소리만 칠 수준은 아닙니다. 남쪽의 국민소득은 세계 51위입니다. 남한보다 잘 사는 나라가 세계에 5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속성장을 하면서 인간의 삶이 피폐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자살률 세계 1위,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4위라는 부끄러운 기록도 있습니다. 2006년에 영국의 한 대학이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에서 남한은 102위를 차지했습니다. 경제규모와는 별개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세계 평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쪽과 비교하면 남쪽은 정말 물질적으로 풍요롭습니다. 제가 2000년대 초반에 북한을 떠나서 중국에 갔더니 중국이 북한보다 10배 잘사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에서 남한에 오니 남한은 중국보다 또 10배 잘살아 보였습니다. 결국 남과 북은 경제수준에서 100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국민소득이 세계 51위에 불과한 남쪽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니 북한은 참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반세기 넘도록 혁명한다고 허리띠를 졸라 맸는데 결국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와 비교되는 빈국이 됐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쪽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떤 시각으로 북쪽을 바라볼까요. 그런 이야기를 앞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매주 한 번씩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라고 합니다. 저 역시 북에서 살다가 2002년에 남한에 입국한 사람입니다. 입국 이듬해 동아일보에 입사해 벌써 6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제부에 소속돼 전 세계 여러 나라 뉴스와 함께 북한의 소식을 기사로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동아일보를 잘 아실 것이라고 봅니다.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보면 ‘동아일보’를 인용한 언급이 참 많이도 나옵니다.
동아일보는 한 세기 가까이 민족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지입니다. 그리고 독재와 오랜 기간 싸워온 자랑스러운 투쟁의 역사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기사는 매일 아침 수백 만 명의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그렇지만 가슴 한 구석에 늘 허전했던 것은 지금까지 제가 떠나온 그 땅, 고향의 여러분들과는 전혀 소통의 길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런 허전함 때문에 제가 이 방송의 마이크 앞에 마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저의 가슴은 벅찬 흥분으로 끓어오릅니다. 오랫동안의 숙원이 드디어 풀린 기분입니다. 자유 아시아 방송은 제가 참 사랑하는 방송입니다. 중국에 숨어 지내던 1년이 넘는 기간 저는 매일 저녁 12시 자유 아시아 방송을 들으면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단 하루도 방송을 듣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방송을 통해,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과거의 저처럼 이 방송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있을 동포 여러분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저는 앞으로 고향의 부모형제,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심정으로, 진실하고 과장이 없는 솔직한 이야기로 여러분들께 찾아가려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기간 대북방송들에서는 남한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저도 그런 방송 많이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봤던 남한 TV 드라마에선 늘 으리으리한 주택만 나옵니다. 저는 남한에 가면 그런 집에서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한에 오니 저에게 처음 차려진 집은 들어서자마자 숨이 확 막히는 실평수 일곱 평짜리 집이었습니다. 저는 남쪽에 이런 작은 집도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람이 보는 시각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남한도 천국이 될 수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을 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라고 다 불행한 사람들이 사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내일 뭘 먹지하고 걱정하는 가난한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에선 나름대로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직위를 갖고 상대적으로 잘 사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우선 배가 불러야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찾아온 남한은 분명 천국이 아닙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다수 탈북자들은 이 사회의 빈곤 계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질음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배웠던 것을 가지고 자본주의에서 배우고 자라난 사람들과 경쟁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통일 이후를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 우리가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면 통일된 조국의 2등 국민으로 영영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행복 지수는 100점 만점에 74점으로 남한 사람들의 66점보다도 오히려 높습니다. 남한에선 빈곤계층에 드는데도 그렇습니다. 왜냐면 이 땅에선 적어도 내일 굶을 수도 있다는 공포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일 무슨 국을 끓여먹고, 무슨 반찬을 해먹을까에 대한 걱정은 하지만 말입니다.
올해 조사된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5위입니다. 세계에 209개의 국가가 있고, 그중에는 남한보다 큰 나라도 상당히 많지만 이렇게 큰 경제규모를 갖게 된 것은 참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남한이 큰 소리만 칠 수준은 아닙니다. 남쪽의 국민소득은 세계 51위입니다. 남한보다 잘 사는 나라가 세계에 5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속성장을 하면서 인간의 삶이 피폐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자살률 세계 1위,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4위라는 부끄러운 기록도 있습니다. 2006년에 영국의 한 대학이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에서 남한은 102위를 차지했습니다. 경제규모와는 별개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세계 평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쪽과 비교하면 남쪽은 정말 물질적으로 풍요롭습니다. 제가 2000년대 초반에 북한을 떠나서 중국에 갔더니 중국이 북한보다 10배 잘사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에서 남한에 오니 남한은 중국보다 또 10배 잘살아 보였습니다. 결국 남과 북은 경제수준에서 100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국민소득이 세계 51위에 불과한 남쪽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니 북한은 참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반세기 넘도록 혁명한다고 허리띠를 졸라 맸는데 결국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와 비교되는 빈국이 됐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쪽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떤 시각으로 북쪽을 바라볼까요. 그런 이야기를 앞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