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 진입'을 위해 북한당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토목-건설공사에 수많은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정권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정치적 성패가 걸린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에 진입했다고 선전할 북한의 실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저희 자유아시아 방송은 오늘부터 네 차례에 걸쳐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주장하는 북한의 현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명분과 실리, 누구를 위한 강성대국인가?'를 문성휘 기자를 통해 보내드립니다.
2008년 북한 공동사설 녹음 : "우리 경제와 인민생활을 높은 수준에 올려 세움으로써 2012년에는 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 놓으려는 것이 우리 당의 결심이고 의지이다"
지금 들어보신 것은 2008년 북한이 발표한 '새해공동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008년 2월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2년을 '강성대국' 달성의 해로 정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강성대국'의 역사를 따지면 200만 명 이상의 아사자를 내며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던 '고난의 행군'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8년 8월 22일 북한 당국은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 정론을 통해 처음으로 '강성대국'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내세웠습니다.
북한은 '강성대국'에 대해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고,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움 없이 사는 사회주의로 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을 의미한다"라는 정의를 내리고 이제 곧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생활을 '단계적 상승이 아니라 비약적인 수직상승으로 끌어 올린다'며 대대적인 선전공세에 나섰습니다.
선전공세에 동원된 노동당 간부들은 주민들 앞에서 눈물까지 뚝뚝 떨구며 김 위원장의 통 큰 정치를 역설했고 이에 감동된 주민들도 무엇인가 생활에서 큰 변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때로부터 2008년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은 뚜렷한 계획도 전망도 없이 '사회주의 강성대국건설'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해왔습니다. 한때 외부세계로부터 개혁, 개방의 신호탄이 아닌가 하고 변화를 기대하게 했던 2002년 북한의 '새 경제 관리체계'는 오히려 인플레를 상승시켜 천문학적인 물가상승만 초래했습니다.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라는 깃발을 추켜든 그 10년 동안, 인민생활을 수직상승으로 끌어올린다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약속은 간곳이 없고 해마다 수백, 수천명의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아사했고 꽃제비가 되어 거리를 헤매었습니다. 살길을 찾아 나선 주민들은 중국이나 한국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이처럼 경제위기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김정일 정권의 운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던 시기인 2008년, 북한 당국은 '새해 공동사설'을 통해 2012년까지 '사회주의 강성대국 완성'이라는 시한을 정해놓았습니다.
김정일 정권이 절체절명의 시각에 왜 강성대국 완성의 시한을 정해 놓았는지? 탈북지식인연대 도명학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도명학 : 북한이 강성대국을 2012년으로 정하고 인민들한테 선포한데는 어떤 담보나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돌이 되고 김정일의 70돌 생일이 있는 해니까 이 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김일성 생일 100돌, 김정일 생일 70돌, 여기에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생일 30돌까지 겹치는 2012년, 더욱이 김정일의 국방위원장의 중병설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후계자 김정은으로의 무난한 권력이양을 위해 어떻게든 인민을 달래야 하는 북한 당국자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2012년 '강성대국완성'이라는 시한을 제시하고 "모든 것이 흥해 인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이 사는 사회"라는 강성대국의 기준까지 정한 김정일 정권은 정작 이러한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표는 무엇인지, 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아직까지 내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용환 박사의 녹음입니다.
최용환 : "어떤 나라든지 경제계획을 세우거나 어떤 계획을 세울 때에는 정책의 투욕과 그것의 결과가 굉장히 분명하게 나타나야 하는데 북한은 일반적인 사회 통계도 마찬가지지만 2012년 강성대국과 관련해서도 선언적인 목표는 있는데 '무엇을 달성하면 강성대국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와 같은 구체적인 통계자료 같은 것들을 제시하지 않아서 외부에서 볼 때는 굉장히 좀 혼란이 발생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비해 국민소득이 20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하는 윁남(베트남)이나 라오스와 같은 나라들도 비록 국민소득이 천 달러 수준에 머무르지만 먹는 문제만큼은 걱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북한은 국민소득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북한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완성'을 완성하면 경제는 얼마나 성장하고, 인민들의 먹는 문제와 생필품 문제는 과연 얼마나 해결된다는 것입니까?
상황이 다급해서인지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 완성'이라고 큰 소리를 치던 북한이 지난해부터는 조금 이상한 내용의 선전을 시작했습니다.
언론 매체들을 통해 '사회주의 강성대국 완성'이라는 말을 '사회주의 강성대국 진입'이라고 바꾸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2012년 강성국가건설'이라고 말 바꾸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모습은 무엇이고 '사회주의 강성국가'의 모습은 무엇인지 뚜렷하게 구분되는 해석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평양시에 10만 세대살림집을 짓는다고 강성대국이 되는 것도 아니고 희천발전소를 요란하게 준공한다고 강성국가가 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지난해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서 갓 정착생활을 시작한 박영순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박영순 : 문제는 인민생활입니다. '강성대국'이라는 게 결국 인민들이 잘 먹고 잘 살자고 건설하는 게 아닙니까? 아무리 요란한 건설을 해도 인민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다면 그게 무슨 강성대국이겠습니까?
국가의 존엄과 정권의 운명은 인민의 이익에 의해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인민의 이익이 무엇이고 인민생활 향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아무런 밑그림도 없는 북한의 강성대국.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라는 요란한 선전이 김정일 세습정권의 존재이유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찾기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실리를 추구하는 것인지, 이제 불과 6개월 후면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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