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대학생들에게 영어 공부와 현장실습 그리고 여행을 통해 전문 능력을 계발하고 세계인들의 감각을 체험하는 WEST(Work, English Study, Travel)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올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탈북여대생 김명희씨는 8개월동안 미국인 가정집에 머물면서 미국인 가족들과 생활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미국인 가족과 함께 떠난 탈북여대생의 여행 일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6월26일, 27일 맑음
한국에는 "쌀 독이 넘쳐야 인심이 난다"라는 속담과 "금강산도 식후경이다."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우선 먹고 살기 편안해야 만사가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자유롭게 여유를 즐기며 타인에게 친절을 베풂을 덕으로 삶고 사는 미국 가족의 원동력, 그건 다 한국 속담처럼 쌀 독이 넘쳐나기 때문인 것 같다.
해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정말로 상쾌한 일이다. 갈매기가 기럭, 기럭 우는 소리를 들으며 파도 치는 푸른 바다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변가 주변에 있는 숲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산 토끼를 만나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너무 깜찍한 산 토끼를 보니 토끼풀 뜯으러 가서 토끼 풀 하얀 꽃으로 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고 결혼 놀이를 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애서티그 해변(Assateague Island Beach)을 따라 가다 보면 애서티그 섬의 야생 말들이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들에서 뛰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광경은 더 말할 여지 없이 여행의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
말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는 나의 말에 곧바로 해변으로 가려 했었던 여행지를 바꿔 잠깐 목장에 들렸다. 여물을 먹고 있는 어미 말과 젖을 빨고 있는 꼬마 말에게 먹이를 주니 냉큼 받아 먹는다. 어미 말은 맛있는 사료 앞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새끼 말 몫까지 빼앗아 먹는다. 어미 말 몰래 새끼 말을 데려다 사료를 주니 내 손가락까지 깨물어 가며 먹던 꼬마 말은 정말 귀여웠다.
말 타는 것은 너무 무서워서 포기한 채 양어 장에 들려 그물망에 고기를 잡아 보았다. 내 팔뚝 만한 고기를 잡아 북한 식으로 어 죽을 쑤어 먹자고 큰 소리 쳤는데, 실력이 영 별로라서 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탕만 쳤다. 그래도 나루터에서 미국 가족들과 익살스럽게 물장구를 치면서 신나게 뛰어 놀았다.
한참을 정신 없이 뛰어 놀았더니 슬슬 배가 고파 난다. 때마침 미국 맘이 자연산 복숭아를 먹으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오호! 신나게 자전거 배달을 밟아 꿀 맛나는 복숭아를 맛나게 먹고 있던 나는 날아 다니는 잠자리를 보자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 북한에서 불렀던 잠자리 노래를 불렀다. 미국 집 아들 Carsten은 미국에서도 잠자리 송을 부른다고 했다.
미국 집 아들 Carsten: Eenie Meenie Minie Moe, Catch a tiger by its toe, If it hollers let it go. Eenie meenie Minie Moe.
소곰재 소곰재 소곰재, 앉은 자리에 앉아라, 멀리가면 죽는다, 소곰재 소곰재 소곰재
너무 신기했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 이 노래를 부르면 잠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언니 오빠들의 말에 속아 불렀던 잠자리 송, 추억 속의 한 구절, 근데 북한하고 수백 만리에 떨어져 있는 미국에서 미국의 어린 친구들도 이 노래를 부를 줄 안단다. 그래서 지구는 둥글고 둥근 가보다. 그러고 보니 지구도 둥글고 해도, 달도 다 둥글다. 세상은 하나의 끈으로 둥글게 연결되어 있는 데 북한만 동 떨어져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오전 내내 자전거를 타고 해변의 경치를 마음껏 즐긴 후 나와 미국 가족은 해변에서 오후 시간을 한가롭게 보냈다. 나는 오늘도 수영복을 입고 폼만 멋있게 잡은 채 미국 가족과 함께 예쁜 조개 껍질을 주었다. 밤 하늘의 어둠을 밝히는 둥근 달 같고 사람이 가공해 놓은 것 같이 구멍까지 뚫어져 있는 조개 껍질을 주어 즉석에서 목걸이를 만들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너무 좋아 어린아이 마냥 기뻐 껑충 껑충 뛰는 나를 보면서 미국 집 아저씨는 너는 정말 행운아이라고 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했을 때 칭화대학교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걸쳐가면서 깨우친 것이 있다면,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줌의 흙입니다. 백 년을 살다가 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줄의 점에 불과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말고 하루 하루를 꿈으로 채워가면서 더 큰 미래를 위해 더 넓은 세계를 행해 용기 있게 나아가기 바랍니다."
그렇다, 저 멀리 훤히 비추던 고향 바다 등대를 바라보면서 이 바다를 넘어 이름도 모르는 저 섬을 넘으면 어떤 새로운 세상이 있을까? 저기 한번만 가보고 싶다. 어린 시절 가졌던 그 꿈이 나를 이 넓은 세계로 용기 있게 이끈 것 같다.
미국 집 맘과 아들 Carsten은 해변에서 테니스를 치면서 한 여름의 더위를 날려 보내고 있었고 그 누구보다도 유머가 넘치는 미국 집 아저씨는 딸 Lucy를 이여뿐 인어 공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인어 공주는 한국에 와서 책과 만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어느덧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데, 자녀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미국 맘과 아저씨에게 재미 있는 북한 말과 한국말을 가르쳐 주었다.
북한에서는 부부가 서로 호칭을 부를 때 " 여보, 당신, 아무개 아버지"라고 하고 한국에서도 북한과 같이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지만 사랑스러운 표현으로 "자기야"라고 많이 부르니 한국 식으로 한번 "자기야"라고 불러 보라고 했다. 미국 집 맘은 시원하게 "자기야"하고 아저씨를 불렀지만, 미국 집 아저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자기야"를 불렀다. 정말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부부이다.
미국 맘: 자기야
미국 아저씨: 자기야
아!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은 역시 맛있는 음식이다. 이 해변은 자연을 그대로 유지 하도록 지정되었기에 호텔이나 식당들이 해변 근처에 없다. 자가용 자동차로 한 20분정도 떨어진 곳에 가서 맛있는 자연산 꽃게를 먹기로 했다.
꽃게든 대 게든, 게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게 다리를 정신 없이 먹었다. 한 냄비의 게를 혼자서 거의 다 먹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미국 집 아저씨는 슬그머니 다른 냄비의 게 다리까지 내 앞에 갖다 놓고 있었다. 미국 집 아저씨는 늘 말 없는 천사 산타할아버지다.
맛있는 게 요리로 저녁을 먹은 후 과일이랑, 초콜릿, 우유 등으로 만든 맛 좋고 영양가 높은 다양한 아이스크림으로 미국 가족과의 여행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밤은 깊어갔다
내 꿈 목록의 첫 번째 꿈, 그 꿈을 안고 희망을 안고 왔던 미국,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오는 삶 속에서 미국 가족을 만났고 이 가족을 통해 진정한 여유란 무엇이며 자유가 무엇인지 알았다.
북한에 "자유가"란 노래가 있다.
"사람은 사람이라 이름 가질 때 자유권을 똑 같이 가지고 났다 자유권 없이는 살아도 죽은 것이 목숨은 버려도 자유 못 버려"
그러나 북한에서는 누릴 수 없었고 알지도 못했던 자유를 나는 지금 맘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자유란, 오늘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파도에 휩쓸러 나오는 미역을 주어서 시장에 팔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 해변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한 여름의 여유를 만끽하며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이런 것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국이든, 세계 어느 나라든지 국경을 넘어서 인종에 구애 받지 않고 소통하고 나누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느낀 자유이다. 오늘도 자유의 세계, 자유의 나라에서 난 사람으로서 누구나 다 똑 같이 가지고 태어나는 자유를 가지고 그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
2013년 꿈과 희망으로 보낸 탈북여대생의 미국 가족과의 2박 3일 특별 여행 일기, 제작, 진행에 인턴기자 김명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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