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2011년 활기찬 평양 모란시장의 모습
- 먹거리부터 의류, 고가 수입제품까지 없는 게 없어
- 하나라도 더 팔려는 상인, 시장경제의 힘 느껴져
- 2015년 현재, 장사 잘 안된다는 소식 자주 들려
- 공포 분위기에 각종 동원, 장사 기회 크게 줄어
- 에볼라 검역․각종 제한․통제 등, 장마당 경기 침체
북한 평양의 중심부, 모란봉 구역에 있는 모란시장.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11년 6월에 촬영한 모란시장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모란시장은 평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공설시장인데요, 매일 1천 명 이상의 상인들이 모이는 데다 매대(판매대) 위에는 지붕이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장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가 촬영한 시장의 입구에는 개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부터 사람들이 붐빕니다. 각자 등에 잔뜩 짐을 지거나 수레를 끈 북한 주민이 시장으로 향합니다.
화면에 담긴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로 북적입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는 약 80cm가량의 매대가 빽빽이 늘어서 있고 물건을 사려는 평양 주민으로 시장은 활기가 넘쳐 보이는데요, 시장을 찾은 일부 평양 주민의 세련된 옷차림과 손에 든 가방 등이 인상적입니다.
시장에는 각종 음식과 반찬거리, 건어물 등을 비롯해 가전제품, 의복 등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있는데요, 모란시장 제품의 진열상태나 매대의 위생상태도 깨끗합니다. 식품매장의 판매원들은 위생복에 모자까지 갖추고 있고 의류매장의 상인들은 단체복에 가슴에는 명찰까지 달았습니다. 이밖에도 상인 뒤로 사람 모형(마네킹) 위에 진열해 놓은 옷 등 한눈에도 한국이나 중국의 일반 시장과 비교해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선풍기를 비롯한 가전제품 매장에도 빨간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가전제품과 수박, 사과 등 고급 과일 등은 중국에서 들여온 수입품입니다.
모란시장에는 고가의 화장품과 시계 등도 팔리고 있는데요,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린스가 얼마냐고 기자가 묻자 6천 원에 판다고 상인이 대답합니다. 또 수만 원 상당의 화장품과 시계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 린스 얼마에요?
[상인] 6천 원에 드려요.
- 좋은 것이에요?
[상인] 네. 보라요. 이거 2만 2천 원이에요.
당시 북한의 일반 노동자들이 한 달에 버는 수입이 약 3~4천 원임을 고려하면 6천 원짜리 린스와 2만 2천 원의 화장품은 매우 비싸게 들립니다. 젓갈을 판매하는 매대에서는 명태젓과 낙지젓, 까나리, 호두기젓 등을 파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한 번 먹어보라며 젓갈 하나를 건네는데요, 이처럼 시장의 상인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물건을 홍보합니다.
- 명란젓 얼마에요? 1만 3천 원?
[상인] 이거 먹어봐
각 매대의 상인들은 모두 점원이 아닌 사장인데요, 매대를 확보한 대가로 시장관리소에 '장세(시장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상인들은 1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장사에 열심입니다.
이밖에도 식품 매대에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달걀, 메추리알 등을 잔뜩 쌓아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상인마다 돈주머니를 차거나 가방을 멘 것도 눈에 띕니다.
이처럼 동영상에 담긴 모란시장의 모습은 물건을 파는 상인과 사려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한데요, 시장 경제의 활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대부분 평양시민도 최근 수 년 동안 충분한 배급을 받지 못해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평양에서도 서민이 중심이 된 시장 경제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장사가 잘 안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고 합니다.
[Ishimaru Jiro] 우선 장사가 잘 안된다는 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그렇다고 김정은 정권이 장마당 자체를 이전보다 강하게 통제한다는 정보는 파악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장성택을 숙청한 지 일 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일 년 동안 북한 내에서 이전보다 기강을 엄격하게 하고 정치 집회, 정치 학습, 노력 동원 등을 하면서 이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은 강한 비판을 받습니다. 장성택 숙청의 흐름 속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엄격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할 수 없이 동원도 나가야 하고, (정치학습이나 노력 동원 등에) 참가해야 합니다. 그러면 장사에 참가하는 시간과 기회가 줄어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장마당에서 물건이 잘 팔리지 않는 겁니다. 다시 말해 현금과 물건의 유통이 막히면서 경기가 나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소개한 동영상은 여름철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겨울철의 북한 장마당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요, 1~2월에는 정치적 동원 행사가 많고, 이밖에 '거름생산이다', '군사훈련이다', '김정일 생일이다' 등 각종 제한 사항이 많다 보니 장마당 활동에 지장이 많은 겁니다.
[Ishimaru Jiro] 예를 들어 신년사를 암기해야 하고, 거름생산도 열흘에서 보름 정도 참가해야 합니다. 또 동계군사 훈련 시기에 이동의 제한도 생기고요, 2월에는 김정일 생일이 있으니까 이 시기 전후에는 이동이나 유통의 제한이 생깁니다. 뿐만 아니라 장을 여는 시간과 관련해 너무 춥고 금방 해가 지니까 장사할 시간도 줄어들거든요. 그래서 여름에 비하면 장사가 위축됩니다.
또 최근 몇 달 동안은 중국과 무역거래에서 제한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에볼라에 관한 검역인데요, 이 때문에 무역일꾼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통제와 제한은 현금 수입의 감소를 불러오고, 이는 상품 구매의 저하와 북한 장마당의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데요, 그럼에도 장마당은 북한 경제의 핵심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강조합니다.
[Ishimaru Jiro] 몇 번 말씀드렸지만, 지금 북한 경제는 장마당 없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대부분 서민은 장마당에서 사고팔고, 장마당을 통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국에서도 당연히 이를 알기 때문에 장마당을 죄고 풀고를 반복하고 북한 내부가 정치적으로 긴장한 상태이지만, 장마당을 완전한 통제 아래 관리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도 여러 가지 통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십 년 동안 계속 반복됐던 표면적인 통제이고요, 이보다 정말 심각한 것은 장사에 참가하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 더 큰 타격이라는 게 저의 견해입니다.
2010년 위성사진에서 파악한 북한 전역의 장마당은 200개가 넘습니다. 많은 도시에 장마당이 형성되거나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북한 내 장마당의 기능이 많이 향상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금은 장마당의 수가 더 늘어났고, 역할도 커졌습니다.
또 요즘 장마당에서는 없는 게 없고, 북한 화폐보다는 달러나 위안화에 더 가치를 둔 지 오래됐습니다. 장마당을 통해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생긴 것도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이렇듯 장마당은 이제 북한 경제의 중요한 중심축이 됐는데요, 장마당의 확산을 통해 시장 경제․개인 재산의 개념과 영역이 늘어나는 점은 이제 더는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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