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탈북민들] ⑩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0:00 / 0:00

또 낙선 …" 또 도전할 거예요 "

5월 4일, 영국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날 아침. 탈북민 박지현 씨가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의 선거구인 베리 사우스(Bury South)의 세인트 마리스(St. Mary’s)구 내 주택가.

박 씨가 투표 권유를 위해 집마다 문을 두드립니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우세한 지역이라 보수당 후보인 박 씨의 방문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주민은 박 씨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No Conservatives.” “보수당은 됐어요."라며 문을 닫아버립니다.

박 씨는 3년 연속 구의원직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2.png
추운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박지현 씨가 세인트 마리스 구의 한 유권자 집을 방문하고 있다. (당시 영국은 새로운 왕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이틀 앞두고 많은 집들이 영국 국기로 장식을 해놓았다.) / RFA Photo

[ 박지현 ] 매년 느낌이 달라요 . 첫해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잖아요 . 그때는 지역 정치가 뭔지 , 웨스트민스터 ( 영국 국회 , 중앙 정치 ) 가 뭔지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고요 . 그래서 매년 배워가는 것 같아요 .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탈북 과정에서 다친 다리를 이끌고 주택가를 누비는 박 씨에게 한 주민이 “당신에게 투표하고 왔다”며 악수를 청하기도 합니다.

투표 시간이 끝난 밤 10시, 이제 개표가 남았습니다.

다음 날인 5월 5일 아침 9시, 개표장에 들어선 박 씨가 그동안 함께 해 준 지인,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개표는 여전히 긴장됩니다.

[ 박지현 ] 저도 일단 시작을 했으니까 , 끝은 봐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긴장한 상태였어요 . 투표장 들어가기 전까지는 ' 에이 , 이제 그냥 결과에 맡겨야지 ' 라는 마음이지만 , 직접 개표장 안에 들어가서 개표 용지들을 볼 때는 마음이 또 달라져요 . 책임감도 생기고요 . 또 누군가가 내 이름에 투표해 준 걸 보면 ' 저 사람이 나를 믿어줬구나 ' 라는 떨리는 마음도 있고요 .

숨 막히는 개표 결과, 박 씨는 세인트 마리스 구에서 427표를 얻고 낙선했습니다.

노동당 후보에 이은 2등의 성적, 비록 떨어졌지만 오히려 그의 얼굴은 밝았습니다.

[ 박지현 ] 너무 놀랐어요 . 너무 감격했고요 . 그렇게 많은 분이 저를 찍어줄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 많은 분이 믿어준 그 마음이 잊히지 않아요 . 제 이름 자체가 ( 그 지역에서 ) 보수당을 대표하는 거잖아요 . 보수당을 믿고 투표해 준거죠 . 후보자로서의 책임감 , 사명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

세 번의 낙선, 그럼에도 그는 계속 도전할 거라고 말합니다.

[ 박지현 ] 내년에 또 선거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 내년에는 제 사비를 쓰더라도 홍보물을 일찍 프린트해서 더 많이 ( 주민들을 ) 찾아다니면서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내년에 다시 출마한다면 , 지난 3 년간 부족했던 부분들을 개선해서 더 멋진 행보를 이어가고 싶어요 .

3.png
박 씨가 사는 동네, 베리(Bury) 지역의 대중교통 환승센터. 영국에 정착한 이후 15년 째 이 곳에 살고 있는 그는 “베리 지역과 우리 가족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RFA Photo

" 가명 쓰지 말고 당당하게 해 "

박 씨에게 정치 활동은 북한 인권운동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인권 단체의 대표로서,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으로서 정신없이 바쁜 그의 뒤에는 항상 든든한 가족이 있습니다.

박 씨의 남편은 오늘도 “바쁜 와중에 굶지 말라”며 점심 도시락을 챙겨줬습니다.

뚜껑을 열어 보여준 오늘 도시락에는 흰 쌀밥과 오이소박이, 잡채, 장조림, 콩나물무침 등 박 씨가 좋아하는 반찬들이 정성스럽게 담겨있습니다.

박 씨의 달력은 북한 인권 관련 일정으로 빼곡합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인권 행사, 자신의 책 토론회, 이신화 한국 북한 인권대사의 영국 방문 등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입니다.

[ 박지현 ] 지금 옥스퍼드 대학교인데 , 내일은 맨체스터 갔다가 다시 런던에 가요 . ( 북한 인권은 ) 영국 학생들이 접하지 못했던 부분이잖아요 .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경험 ,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할 기회들이 많아서 영국인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것 같아요 . 힘들어도 참 뿌듯해요 .

박 씨가 처음 북한 인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자신을 숨기기에 바빴다고 합니다. 가명을 쓰고, 얼굴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남편이 “계속 북한 인권 활동을 하고 싶으면 가족을 믿고, 당당하게 하라”며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4.png
박 씨의 집 뒷마당에는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작은 텐트(천막)가 있는데, 미술에 소질이 있는 그녀의 막내딸이 직접 그린 엄마 박 씨와 강아지 그림이 걸려 있다. / RFA Photo

박 씨의 집 부엌 냉장고에는 중학생인 딸이 연필로 “사랑해요, 엄마”라고 쓴 메모지가 붙어 있습니다. 가족은 그녀가 계속 인권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 박지현 ] 아이들이 하루 이틀 만에 ( 저의 북한 생활과 탈북 과정을 담은 ) 책을 읽고 와서 그냥 엄마를 안아주더라고요 . 너무 고마웠어요 . 아이들이 항상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 일도 많이 도와줘요 . 사실은 인권 활동이라는 게 , 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잖아요 . 우리 아이들도 영국 땅에 살면서 , 자기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여러나라 난민이 살고 있는 거예요 .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 저의 인권 활동을 통해 )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걸 먼저 배우는 것 같아요 . 경청해야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

또 같은 탈북민 출신이자 보수당의 정치적 동지인 티모시 조 씨도 박 씨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북한에서 비행기로 13시간 떨어진 나라, 영국.

이곳에서 탈북민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서 지금 가는 길을 계속 걸어갈 거라고 박 씨는 다짐합니다.

[ 박지현 ] 북한 주민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 살아내고 , 이겨내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 그래서 저는 북한 주민들에게 항상 박수를 보냅니다 . 감옥의 문은 밖에서 열어야 하는 게 맞거든요 . 저희가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는 약속은 못 드리지만 , 저희가 옛날에 한 발자국 뗐다면 지금은 두 발자국 나아갈 테니까 저희를 믿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

박빙의 승부 … " 선거에 졌어도 괜찮아요 "

영국 지방 선거 당일인 5월 4일, 맨체스터의 테임사이드.

이 지역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한 티모시 조 씨가 골목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에게 투표를 당부합니다.

5.png
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한 티모시 조 씨가 자신에게 투표한 영국인 부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RFA Photo

때마침 투표를 마치고 걸어 나오는 한 영국인 부부가 ‘당신에게 투표했어요’라고 건넨 말 한마디에 조 씨는 힘을 얻습니다.

선거 당일 밤 11시 개표 시간에 맞춰 조 씨가 곧바로 개표장으로 향합니다.

테임사이드 내 모든 지역구의 투표함이 모이는 개표장에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과 이들의 가족, 당 임원들로 시끌벅적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의 개표는 표를 일일이 손으로 세는 ‘수개표’여서 봉사자들도 많이 모였습니다.

개표장 문이 닫힌 후 덴턴사우스 구의 투표함 5개가 들어왔습니다.

봉사자들은 투표함에서 쏟아진 투표용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큰 종이에 후보자들이 받은 표수를 적어 내려갑니다.

투명한 유리 벽 너머로 개표 상황이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되는데, 조 씨와 다른 후보자들은 계산기로 자신이 받은 표를 같이 집계해 봅니다.

[ 티모시 조 ] 잘 모르겠어요 . 지금 혼돈이 돼요 . 지금 ( 노동당 후보들과 ) 거의 근접한 표수가 나와서요 . 몇 표 차이로 지게 될지 , 아닐지 잘 모르겠어요 .

[ 취재진 ] 박빙의 승부인가요 ?

[ 티모시 조 ] , 상상도 못 했던 상황이 된 것 같아요 .

항상 노동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지역이었는데, 근소한 표 차이가 나자 조 씨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6.png
덴턴 사우스 지역구에서 유일하게 보수당 후보로 출마한 조 씨. 개표장에서 노동당 후보들과 함께 표를 세는 조 씨의 눈과 손이 분주하다. / RFA Photo

하지만 마지막 투표함까지 개표가 마무리되자 결과는 낙선이었습니다.

[ 티모시 조 ] 내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걸 볼 때마다 노동당 후보자들이 얼굴색이 어두워지기도 했고요 . 그걸 보면서 ' 내가 이겼으면 큰일 났겠네 !'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 이번에 색다른 경험을 느껴봤습니다 . 이번 선거가 딱 끝나고 나니까 기운이 빠진 느낌이에요 . 이기지는 못했지만 , 제 스스로 ' 너 열심히 했어 ' 이런 마음이에요 .

낙선이란 성적표를 받았지만, 조 씨는 지지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십 번 반복해 전합니다.

[ 티모시 조 ]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그리고 도전은 멈추지 않을 거예요 . 아직도 배우는 과정이고 , 계속 도전해서 제가 도와주고 싶은 분들의 대변인으로 도약하고 싶어요 . 지금은 지방선거에 불과하지만 , 다음에는 총선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

운명같은 영국 정치인과 만남

[ 티모시 조 ] 제가 선거에 출마하면서 탈북민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에 대한 부분이 더 부각됐어요 . 영국 의원실에서 보좌관 생활을 할 때도 , 대학교에서 누구와 대화 할 때도 제 정체성이 따라오기 때문에 언젠가 북한의 문이 열린다면 이런 이야기가 더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겠죠 .

7.png
666표를 받고 아쉽게 낙선했지만, 지난 선거 때보다 지지율은 상승하면서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조 씨는 “승패를 떠나 이번 선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 RFA Photo

5월 5일 아침, 구름이 잔뜩 낀 영국 맨체스터 공항에는 수많은 여행객으로 붐볐습니다. 그 사이로 갈색 코트를 입고 작은 여행 가방을 든 티모시 조 씨가 보입니다.

선거 개표가 새벽 3시경에 끝났는데, 불과 4시간 만에 다시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겁니다.

선거 유세와 밤샘 개표를 마친 그가 숨돌릴 시간 없이 곧장 브라질로 향한 이유는 현지 사람들에게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 티모시 조 ] 공항 오고 나니까 ' , 내가 졌구나 ' 라는 생각이 팍 들었어요 . 근데 패배가 있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 같아요 . 일단 선거는 다 잊고 , 내일부터 이어질 활동들에 전념할 겁니다 . 세계 어디든 간에 한반도를 알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면 주저하지 않을 거예요 .

탈북한 김에 세계일주 | 탈북민의 영국 정치도전기 - 티모시 조, 박지현 탈북한 김에 세계일주 | 탈북민의 영국 정치도전기 - 티모시 조, 박지현

조 씨가 영국 정치에 입문할 수 있었던 건 운명처럼 만난 한 영국 정치인 때문이었습니다.

조 씨는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데이비드 알톤(David Alton) 상원의원이 연설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 알톤 의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게 됩니다.

[ 티모시 조 ] 불과 몇 분 만에 그분에게서 서신이 왔어요 . 그분 사무실을 처음 방문해서 만났고 , 그때 당시에는 이미 APPG(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 모임 ) 라는 모임이 이미 형성돼 ( 알톤 의원이 ) 평양도 여러 번 다녀왔고 , 북한 인권이나 종교적 탄압 등에 대해 고군분투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계셨어요 . 아마 저 같은 젊은 친구가 옆에 있다면 그분도 여러 가지로 북한에 있는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동시에 저도 영국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 관계가 ) 시작됐어요 .

두 사람의 인연은 조 씨의 정치 인생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조 씨가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피오나 브루스(Fiona Bruce) 하원의원 사무실의 인턴직에 도전해 볼 것을 조언한 것도 알톤 의원이었고, 조 씨의 결혼식 때 부모석에 앉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각별했습니다.

[ 티모시 조 ] 알톤 의원은 제게 멘토였고 조언자였어요 . 저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제 옆에 없다 보니 제게는 닮고 싶은 분이었어요 . 나중에 아빠가 되면 저런 아빠가 돼야지 ' 라는 생각도 있고 . 또 사모님은 영어 교사셔서 제가 개인 수업도 받았어요 . 바깥에서는 정치인으로서 조언자답게 강하게 가르쳐주셨어요 . 그분의 조언이 없었다면 , 제가 과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

이후 조 씨는 피오나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다가 정식으로 보수당에 입당했고, 2021년에 첫 지방선거에 도전했습니다.

또 그는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 모임’에서 행정관을 맡았는데, 올해 선거가 끝난 뒤 비서(secretariat)로 승진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 탈북민 아닌 그냥 ' 티모시 ' 그 자체 "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5월 3일, 자유아시아방송 취재진은 조 씨를 따라 영국 ‘모리슨’ 마트에서 조 씨 지역구의 당 대표인 던 콥(Dawn Cobb) 씨와 당 회계를 담당하는 다니 마터(Danny Mather) 씨를 만났습니다.

모리슨 마트 안에는 영국식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아담한 카페가 있는데, 이 동네의 사랑방이란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조 씨가 입당한 후, 계속해서 그를 지켜봐 온 두 사람에게 조 씨와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8.png
조 씨가 3년 전 처음으로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함께한 이 지역보수당의 던 콥 대표(오른쪽)와 당 회계당담 다니 마터(왼쪽) 씨. 올해 조 씨가 출마한 지역에서 총 5천 장의 홍보물을 인쇄했는데 이는 최고의 기록이었다. / RFA Photo

[ 던 콥 ] 처음 티모시가 우리 당 후보로 들어왔을 때 , 그는 그냥 ' 티모시 ' 그 자체로 봤습니다 . 그의 배경은 몰랐고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 북한이 어떤 국가인지 당연히 우리도 알고 있지만 , 티모시는 그냥 티모시였어요 .

당 대표인 콥 씨는 조 씨가 지역구 사람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는 당의 이름이나 명성 때문이 아닌 ‘티모시’란 사람 자체를 알아봤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 던 콥 ] 티모시가 3 년 전 첫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 사실 그가 필요한 표는 단 한 표에 불과했습니다 . 북한에서 온 그에게는 한 표만으로도 그가 자유로워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에요 . 그가 북한에서 왔다는 것은 그의 도전에 있어 큰 자산입니다 .

마터 씨는 영국 사람들이 민주주의 사회를 너무 당연히 여겨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조 씨의 말에는 힘이 있다고 말합니다.

[ 다니 마터 ] 가끔 티모시의 선거 홍보물에 그가 북한에서 왔다고 간략하게 언급돼 있는데 , 이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 민주주의를 누리지 못한 티모시가 이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운다고 생각합니다 .

조 씨는 영국 정치를 하면서도 그를 꿈꾸게 한 ‘한반도’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래에 민주화가 된 북한의 모습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 티모시 조 ] ( 총선을 통해 ) 영국 의원이 된다면 북한 인권 활동이나 한반도에 더 많은 관심이 가도록 영국과 한반도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이밖에도 영국의 많은 한인들이 정치권에 도전하는 희망을 심어줄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

9.png
브라질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리기 위해 영국 여권을 들고 출국하는 조 씨. 그는 “하루 빨리 북한 주민들도 자유롭게 전 세계를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RFA Photo

맨체스터 공항에서 브라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국장을 나서는 조 씨의 손에는 영국 여권이 들려 있습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여권을 쥔 손을 흔들며 다음 행선지로 걸어가는 조 씨의 발걸음이 유난히 힘차게 느껴집니다.

[ 티모시 조 ] 여권이 뭔지도 모르는 유일한 나라가 북한인데 , 저는 지금 여권을 들고 다른 나라를 자유롭게 다니고 있습니다 . 이건 어찌 보면 북한에서 탈출한 제게 주어진 사명인 것 같아요 . 탈북민 , 한국인 , 해외 동포 다 마찬가지입니다 . 이 사명을 가진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 젊은 세대들은 한반도를 더 크게 , 새롭게 변화시키는 그런 세대가 됐으면 좋겠어요

유럽 영국의 도시 뉴몰든에는 수백 명의 탈북민이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탈북민이 한 지역에 모여 사는 곳입니다. 참혹한 현실을 박차고 나와, 꿈과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난 이들은 낯선 땅에서 각자의 정착 일기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눈물과 웃음, 좌절과 성취로 채워가는 뉴몰든 탈북민들의 일기장을 들여다봤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