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UNHCR 북한인권심사]① 과정과 의미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9.11.30
MC: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오는 7일 북한의 인권을 심사하는 ‘보편적 정례검토’(UPR-Universal Periodic Review)를 실시합니다. 유엔 회원국들이 국제 기준에 따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이번 ‘보편적 정례검토’를 앞두고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 방송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 인권의 실상에 대해 오늘부터 네차례에 걸쳐 기획특집을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의 과정과 의미’를 전해드립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유엔인권위원회가 인권이사회로 격상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보편적 정례검토’는 유엔에 가입한 192개 회원국이라면 예외없이 인권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4년마다 정기적으로 심의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북한을 포함해 유엔에 가입한 많은 국가들이 국제인권규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규약에 가입한 유무와 상관없이 해당 인권현안을 검토해 증진시킬 의무를 국가에 강제할 수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북한은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리는 제 6차 ‘보편적 정례검토’ 대상국에 처음으로 포함돼, 7일 전반적인 인권 상황에 대해 검토받을 예정입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보편적 정례검토’를 지휘하고 있는 한국인 우종길 담당관은 ‘보편적 정례검토’는 각 회원국들이 북한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와 NGO, 즉 비정부기구들의 보고서, 그리고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 작성한 세가지 요약 보고서 등을 토대로 북한 인권 문제를 사전에 검토한 뒤 관련 사안을 북한 정부에 질의하거나 발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종길: 보편적 정례검토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질문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관련국들이 북한에 대해 보편적 정례검토를 하는 동안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고 질문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북한은 심의 당일 날 대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12개 주요 북한인권 비정구기구들은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가 북한 인권문제를 공론화하고 국제적인 압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미 올 상반기 북한 인권 침해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한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습니다.

그 가운데 북한의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로 정치범 수용소 문제와 종교의 자유 문제 등을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한 영국의 인권단체 국제기독연대(CSW)의 케이트 구엔(Kate Gwynn) 연구원은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를 폭로한 유엔과 비정부기구들의 보고서가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게 공개돼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보편적 정례검토는 성과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Kate Gwynn: 북한 당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탈북자들의 증언을 증거로 제시했는데요, 예를들어 재판도 없이 구금된 기독교인,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온 가족이 연좌제로 구금돼 고문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탈북자의 증언은 국제사회에 꽤 충격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은 이번 심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국제적, 보편적 기준에 따라 인권 상황이 평가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번 심의마저 거부하거나 무시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현: 북한은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특정국가의 반북 모략이라고 폄하해 왔습니다. 그러나 다른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보편적 기준에 따라 상황이 평가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인권 침해를 은폐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할 것입니다.

또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연구인사인 허만호 경북대학교 교수는 유엔의 ‘보편적 정례검토’와 같은 ‘외부의 간섭’이 북한인권의 개선에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북한이 최근 개정된 헌법에 인권보호를 언급하는 등 긍정적인 조치가 있었고 또 내부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통제나 탄압이 다소 완화된 부분이 있다며 그동안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허만호: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인권 침해 국가의 정부에게 그들이 위반한 것이 무엇이며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국제사회가 연합해서 압력을 넣어 그 정부가 인권 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이사장은 앞으로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를 계기로 국내외 인권단체와 각국의 정부 그리고 국제인권기구가 연합을 형성해 북한에 압력을 넣는다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 회의는 7일 3시간에 걸친 심의가 끝나면 48시간 내에 각 회원국의 권고문이 담긴 최종 검토 결과 보고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내년 3월경에는 이 보고서에 대한 채택 여부가 결정되며, 이 보고서가 채택될 경우 그 때부터 다시 4년 동안 권고안 이행에 대한 후속 검토가 뒤따릅니다. 채택된 보고서는 비록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북한에 대해 인권 상황을 개선하도록 요구하는 유엔 회원국들의 구체적인 제안이라는 점에서 북한 당국에 커다란 압박 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한편, 유엔 제네바에 주재한 북한 대표부 측은 이번 ‘보편적 정례검토’에 대해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습니다. 제네바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25일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평양에서 파견한 대표단이 이번 ‘보편적 정례검토’ 회의에 참석해 직접 북한의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그 이전에는 어떤 입장도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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