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UNHRC 북한인권심사]③ 지긋지긋한 감시와 보고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09.12.02
MC: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오는 7일 '보편적 정례검토(UPR-Universal Periodic Review)를 통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심사합니다. 유엔의 회원국들이 국제 기준에 따라 북한의 인권상황을 평가하는 '보편적 정례검토'를 앞두고 북한의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 인권의 실상에 관해 기획특집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사생활의 침해', '이주의 제한', 그리고 '의무교육의 박탈'을 짚어봅니다. 노정민 기자입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는 탈북자 박선영 씨. 선영 씨는 며칠 전 뉴욕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몇 달 전 텍사스 주를 방문한 데 이어 뉴욕을 찾은 탈북자 선영 씨는 다음 주 미국 서부에 있는 도시 시애틀로 이사해 그곳에서 정착할 계획입니다. 모험심이 강한 성격의 선영 씨는 미국에서 여행할 때마다 늘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박선영 씨: 제가 돈만 있으면 마음대로 뉴욕도 갈 수 있고 텍사스도 갈 수 있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여행증 없이도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잖아요. 이것이 인권이죠. 북한에서는 어디를 가려고 해도 여행증을 받아 가야하고 북한 안에서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한국생활 3년째에 접어든 탈북자 지현아 씨. 현아 씨는 지난달 초 대전에서 광주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사를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처음 이사를 한 현아 씨는 새 거주지의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만 했을 뿐 특별한 제한이나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내 맘대로 이사를 하기는커녕 돌아다니는 일도 쉽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이처럼 이사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현아 씨는 설명합니다.

북한인권과 관련한 비정부기구들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 심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이주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북한 주민은 개인의 보호와 정착을 위해 언제든지 북한을 떠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통행증과 같이 이주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탈북자를 범죄자로 규정하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입니다.

Kay Seok: 이주의 자유로는 북한 내부에서의 자유, 또 다른 나라로 가는 자유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외국으로 떠나는 문제에 대해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인권 헌장이나 국제 인권법에 명시돼 있는, 자기 나라를 떠날 수 있는 자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죠. (국제사회는 북한에) 그런 법 조항을 없애거나 바꿔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습니다.

또 다른 국제인권단체의 관계자는 이주의 자유를 제한하는 북한 당국의 정책이 서로 감시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사생활 침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이번 ‘보편적 정례검토’에서는 북한이 개선해야 할 인권 문제 중 하나로 사생활의 보장도 주요 의제에 포함됐습니다.

한국생활 5년째에 접어든 탈북자 최희선 씨. 친구들을 자주 집으로 초대해 수다를 즐기는 희선 씨는 개인 생활을 보장받는 한국 생활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희선 씨는 평양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도 해 봤지만 가족조차도 서로 믿지 못하고 늘 감시와 보고를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북한 생활과 비교하면 한국은 마음부터 천국과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마음이 편하니까 아팠던 희선 씨의 몸도 저절로 건강해졌습니다.

최희선 씨: 한국에서는 아파트에서 누구를 만나든, 누구를 데려오든 내 사생활에 대해서 이래저래 말할 사람이 없어요. 친구를 거리에서 만나거나 커피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해도 누가 감시할 일이 없어서 너무 자연스럽고, 이웃 간에 허물없이 지낼 수 있어 아주 좋아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팀장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다룰 보편적 정례검토에서 특히 탈북자의 가족에 대한 사생활의 감시가 매우 심각한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탈북자의 가족이 북한 내에서 더는 살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북한의 사생활 감시 때문이라는 점을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영환 팀장: 북한에서 사생활 감시에 대한 내용 중 탈북자들의 남은 가족들에 대한 감시가 심하고 남은 가족들이 북한 내에서 더 살지 못하고 도망을 가도록 하게 하는 요인이 북한의 사생활 감시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팀장은 북한의 사생활 감시가 북한 주민의 탈북을 더 조장하는 요인이 되고 심지어 어린이들도 부모의 탈북 이후 감시를 이기지 못해 집을 떠나 꽃제비로 전락하는 원인임을 유엔 인권이사회가 심사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유엔 인권이사회는 사생활의 보호, 이주의 자유와 함께 북한 어린이들의 의무 교육의 실태도 심사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어린이의 열악한 영양실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소년병’ 문제, 마약 재배까지 뻗친 농촌 동원 문제를 심각한 아동 인권의 유린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주의 로체스터에 정착한 올해 20살의 탈북청년 저스틴 서 군은 얼마 전까지 북한에서 학교에 다닐 때 공부보다 농촌 동원에 더 나섰던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에게 버스표까지 주며 학업을 권장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당시 북한의 학교는 내라는 것이 뭐가 그리 많은지 지금도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저스틴 서: 말이 의무교육이지 내라는 것이 너무 많고 내지 않으면 학교도 나오지 못하게 하거든요. 학교에 가는 게 정말 감옥에 가는 심정이거든요. 또 그렇게 낼 뿐만 아니라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선생님 집의 밭에 가서 여름에 김도 매줘야 하고 가을에는 추수도 해야 하고...아~~!!그게 정말 싫더라고요.


이영환 팀장: 국제사회에서 볼 때 15세 이하의 아동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는 것은 소년병 양성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인성, 정서적인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하기 때문에 근절하도록 되어 있죠. 또 농촌동원에 나가는 것이 학업을 현저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건데요, 농촌 동원뿐만 아니라 마약을 재배하는 농장에 아이들이 동원돼서 마약 채취에 문제의식 없이 동원되는 형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팀장은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를 통해 북한 당국이 개인의 권리에 관한 기본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당장 이처럼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인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개선할 의지를 보일 때까지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거론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이 팀장은 덧붙였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과 이번 보편적 정례검토 등 한두 번의 국제행사로 북한의 인권이 쉽게 개선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까지 국제사회가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Kay Seok: 인권 상황이 바뀌거나 적용하는 방식의 변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볼 때는 그게 한 행사, 한 보고서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개인이나 단체가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를 언급하고 비판하고 그런 결과에 따라 쌓인 압력에 의해서 서서히 변화하는 게 그동안의 대부분이거든요.

극심한 인종차별 정책을 펼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를 철폐하기까지 20여 년간 수많은 결의안을 통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있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도 결국 개선돼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이 이번 보편적 정례검토의 또 다른 의미라고 입을 모읍니다. 또 국제사회의 노력과 함께 북한 주민들도 개인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고 인권에 관한 문제의식을 키워가는 일도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국제인권단체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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