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꽉 메운 오토바이와 차의 물결을 요리조리 피해보지만 속무무책. 택시는 이곳 저곳에서 막힙니다.
호치민 시내에서 2시간 넘게 달려 예정시각보다 40분 늦게 구찌 현에 들어섭니다. 이렇게 시골 구석까지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끝이 보이지 않는 공단이 펼쳐집니다. 총 62만평 규모의 '구찌 공단'. 한동안 입이 다물어 지지 않습니다. 북한의 개성공단 규모의 3배가 넘는다는 이 '구찌 공단'에는 미국, 중국, 대만, 영국 등 세계 각국의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구찌 공단을 조금더 차로 달리다 보니 한국 봉제 공장 '한세 베트남'이 보입니다. 10만평 짜리 거대한 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세 베트남의 거대한 철문이 양쪽으로 자동으로 열립니다.
<징징.. 재봉 기계 돌아 가는 소리>
한세 베트남의 제 1공장에 요란한 재봉틀 소리가 가득합니다. 파란 셔츠에 까만 바지로 작업복을 맞춰 입은 수 천명의 직원들이 봉제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작업 줄(작업 라인) 마다 배치된 800여명의 재봉사를 포함해 재단사, 검수원 등의 날렵한 손길을 거치니 옷 한 벌이 뚝딱 만들어집니다. 한세 베트남 김학수 공장장니다.

공장장: 베트남 사람들 특성이 손재주가 좋습니다. 바느질 기술이 동양권에서는 최고입니다. 특성을 살려서 샅바느질같은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12개의 작업 줄(작업라인) 앞에는 아배크롬비, 갭(GAP) 나이키 (Nike) 등 미국에서 유명한 옷 상표의 푯말이 붙어있습니다. 한세 베트남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옷은 미국 전역에서 하루 평균 46만장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세 베트남의 김석훈 법인장입니다.
김석훈: 저희 옷의 생산 방식은 질 좋은 원단을 들여와 해외 유명의류업체의 옷을 만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입니다.
공장 종업원들은 85%가 구찌 지역 주민들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근로자 1인당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봤을때 한세 베트남이 4만여 베트남인을 먹여 살리는 셈”이라는 현장 직원의 말처럼 구찌 현에서 한세 베트남은 유명합니다. 김석훈 법인장입니다.
김 법인장: 베트남 사람과 어떻게 융화하려고 노력합니다. 중앙정계 구찌 기관장 을 초청하고, 장학금을 수요하는 등 구찌 현 지역 사회에 적극 참여합니다. 노사분규를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베트남에 동반자적인 관계를 10년간 잘 쌓은 것이 성과가 있었습니다.
제 1공장에서 일하는 27살 두이 씨과 22살 쭝 씨는 한국과 한세 베트남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합니다.
두이: 최근 베트남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패션(옷차림) 을 봤는데, 참 예쁩니다. 한국 원단도 질이 참 좋습니다.
12시. 점심시간에 맞춰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구내 식당으로 향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점심 식사 제공이 매우 중요한 근무 환경의 요건으로 여겨집니다. 식당은 매일같이 불고기, 된장국, 숙주 나물, 햄 부침, 김치, 수박 등 푸짐한 한식을 준비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는 근로 시간을 엄수하는 등 근무 환경을 까다롭게 관리합니다. 공장 근로자 쭝 씹니다.
쭝 씨: 한세 베트남이 임금이 높은 편이라서 좋고, 야간 업무도 정규노동법에 맞춰 가기 때문에 좋습니다.
한세베트남은 일에 지친 직원들을 위해 매년 봄 상반기, 전종업원이 붕따우 휴양지 바닷가에 가서800-1000명되는 인원을 한주씩 나눠 야유회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쭝 씨: 특별히 체육대회와 야유회같이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서 좋습니다.
임금도 전혀 낮은 편이 아닙니다.
김석훈 법인장: 직원 1인당 세금 포함해서 130-140달러 나갑니다. 베트남 최저임금이 80달러입니다.
기본 임금과 잔업수당,식대 등 총 140~160달러로 중국 내륙지역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베트남의 경제 발전에 따라, 인건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2001년 30~40달러 선에서 요즘엔 80달러 안팎까지 올랐습니다.
한세 베트남이 2001년 첫 공장을 지을때만해도 부지엔 소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지만, 불과 몇년만에 이곳에 11개의 공장이 세워졌고, 종원원 수만 만명이라고 김석훈 법인장은 말합니다. 김 법인장은 베트남의 도이모이 개혁 이후 베트남에서의 사업이 얼마나 수월해졌는지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김석훈: 원래 베트남과 미국과 관계 정상화 이후에 WTO (세계 자유무역기구)에 가입하기 전까지 수출에 할당량 (쿼타) 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현지에서 싼 가격으로 옷을 만들어 팔아도 수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죠. 할당제(쿼타 시스템)가 풀리면서…
김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사업하면서 공산주의라는 점은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석훈 법인장: 사회주의 국가라 해서 느끼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저도 한국의 전쟁 세대입니다.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죠. 하지만 베트남에서 일하는 지금 사회주의라고 해도 이 기업을 이끌어 가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습니다. 베트남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틀립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베트남 내 250개 한국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3%가 베트남을 향후 5-10년 동안 사업과 투자를 위한 최적지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베트남 대상 외국인 직접투자가 미화로 약 200 억달러입니다. 베트남은 도이모이 개혁 개방을 도입한 이래, 외국인을 위한 투자 환경을 급속히 개선해, 중국에 이어 아시아 내 외국인 직접 투자 자본의 매력적인 투자처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외국인 투자 상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부이 딴 씨입니다.
부이 딴: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좋아졌죠. 예전에는 어떤 물건을 수입하거나 수출할 때 작은 것 하나까지도 중앙당의 허락이나 지시를 받아야 했죠. 아직 개선할 점이 많지만…
북한의 개성 공단이 떠오릅니다. 개성 공단은 현재 정치적인 긴장 관계 속에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4배로 인상하고 토지 임대료를 올려달라면서 계약 파기의 위기를 맞은 상태입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 의류 기업 ‘신원’의 박흥식 사장은 개성공단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운영의 불안정성이 불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박흥식: 임금 인상은 당초에 계획했던 연간 5%라는 약속이 있습니다. 그 약속대로 돼야 합니다. 약속과는 달리 임금 인상이 수시로 바뀐다고 한다면 어느 기업이 새롭게 진출하겠습니까. 개성에 투자를 예정했다가 길어지면 기업은 다른 제3국으로 가서 투자를 합니다. 기업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 개성의 향후 발전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1초마다 5벌씩 한세실업의 옷이 판매된다’는 한세 베트남의 광고 문구. ‘Made in Vietnam’ 은 세계 곳곳에서 더 많이 보게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Made in North Korea, 북한산 물건들을 세계 시장에서 자유로이, 그리고 더 많이 볼 수 있을 날은 영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