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장마당 주역 북한여성의 권리신장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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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잘살아 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북한에서 여성은 한때 남성의 뒷바라지를 잘 해주는 역할에 그쳤다면, 현재는 북한의 가계를 떠메고 나가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오늘 토론할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제적 활동의 증가에 따른 역량강화는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건설적인 기여를 합니다. 대표적으로 보면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공헌한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3가지 쟁점을 가지고 북한의 여성권에 접근해볼까 합니다. 하나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통제 국가 북한에서 장마당이 왜 성장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특히 왜 여성의 공헌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두번째는 이를 바탕으로 장마당의 성장과 발전이 과연 여성의 권리신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오늘날 북한 시장화의 발전을 이끈 주체가 여성이지만 여전히 여성의 권리가 크게 신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원인을 북한 체제와 전통적 요인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우선 북한 장마당에서 왜 여성들이 주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은 세계적으로 강한 권위주의 국가입니다. 더욱이 봉건사상도 뿌리 깊게 남아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에서 여성의 권리는 매우 취약합니다. 그런데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배급제가 붕괴되었는데, 이는 여성을 삶의 현장으로 내몰았습니다. 왜냐하면 남성은 아무리 공장가동률이 하락해도 공식 직장에 의무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반면에 여성은 결혼하면 직장에 나갈 의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른바 부양 가족제도가 있었습니다.

기자 :저도 북한에서 경험으로 봤을 때도 여성들이 결혼하면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성보다 시간이 많았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시간이 남에 여성은 가계를 책임지기 위해 장사하기 시작했는데요. 문제는 봉건사상이 강하게 남아있는 북한에서 시장에 나가 장사하는 일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더욱이 농민 시장만을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어서 당국의 탄압 또한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오늘날 북한에서 공식 시장이 탄생하는 동인이 되었으며, 암시장가격을 합법화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국내 생산을 촉진시키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기자 :오늘날 북한 장마당이 성장하는 데는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말씀에 공감이 되는데요. 그러면 이러한 변화들이 여성들의 인권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우선 가계의 80%이상을 여성이 책임지는 구조로 변했기 때문에 가정내 경제권을 여성이 쥐게 되면서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남성을 '낮 전등'이나 '멍멍이'로 불린다는 사실은 가정내 남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북한은 남성의 가정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여성이 제도적으로 이혼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에는 여성이 경제적 능력이 생기면서 뇌물을 써서라도 이혼하는 사례가 증가하였습니다. 반대로 남성은 이혼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사 일이나 여성의 장사를 돕는 사례도 증가하였습니다.

기자 :어떻게 보면 여성들의 수입이 북한 공식경제를 지탱하는 힘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남성의 공식 직장생활을 여성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실정입니다. 오죽했으면 북한 당국이 2020년 '세외 부담방지법'을 내왔겠습니까? 그만큼 북한에서는 각종 세외 부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온갖 지원사업과 꾸리기를 위해 돈과 물자를 내야 하는 것이 북한의 오랜 관행이고, 이것이야말로 북한 가계의 경제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인데요. 바로 남편들은 공식 직장에서 배급을 받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잡세(각종 세금)에 시달리고 있고, 이러한 잡세를 여성의 경제력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남성의 직장 내 승진 또한 여성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이른바 여성이 소위 남성의 사회적 '체면'을 살려주는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여성들이 자녀를 낳고, 가족을 먹여 살리고, 남편까지 내세우고, 자녀교양까지 맡고 있지 않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최근에는 무상교육이라고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내야 할 물자와 돈도 적지 않습니다.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과외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양육에 대한 권한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지요.

기자 :이는 여성의 경제적 능력의 상승이 가정 내 여성의 위상과 권한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 물론, 여전히 봉건적 사상이 강하게 남아있어 여성이 생계 뿐만 아니라 남성의 직장일, 육아 등 이중, 삼중으로 짊어져야 할 부담이 늘어난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청년세대에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소위 배급제가 붕괴된 시대에 태어났다고 해서 '장마당 세대'라고 불리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을 '디지털 세대'라고 불릴 만합니다. 즉, 그래도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정보화, 세계화의 추세에 비교적 민감하니까요. 남성 평등에 대한 인식도 기존 기성세대와는 다릅니다.

기자 :그렇다면 가정 내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이것이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장마당 활동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활동 및 기회가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여성의 역량이 그만큼 커졌으니까요. 따라서 북한 당국 또한 2010년 이후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적, 공식부문으로의 진출은 한계가 큽니다. 실제 중하위급에서는 부각이 되어 있지만, 고위층으로의 진출 사례는 거의 미비합니다. 지금까지 진출했던 영역은 주로 비공식 부문에서의 성과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이 성공을 위해 선택하는 방법은 본인이 아니라 남편을 내세우는 방식입니다. 이 또한 봉건사상이라는 통념을 깨기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주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결론을 말씀드리면, 장마당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에 따른 역량이 증가되었다고 하지만, 북한은 권위주의 체제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전히 뿌리깊게 박혀 있는 봉건 사상, 그리고 최근에는 격차문제가 여성의 권리 향상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여성은 한때 남성의 뒷바라지를 해주는 역할에 머물렀는데요. 현재는 북한의 가계를 떠메고 나가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앞으로 일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정치적 지위도 변화가 되는 그런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시간에 또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 연구위원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