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잘살아 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소토지의 최근 변화와 그 배경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북한 김정은 정권 들어 산림녹화가 상당히 강조되었습니다. 우리 말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그런 말도 있는데요. 북한의 산림녹화 이제 10년이 넘었는데 변화가 좀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최근 코로나19 이후 북중 국경 지역을 다녀보면 또 몇 가지 변화된 특징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벌거벗은 산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 비교적 많이 줄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우리와 같이 산이 나무로 빽빽히 들어섰다는 이야기 수준은 아니고요. 듬성듬성이라도 아무튼 나무가 이제는 심어져 있는 산들이 늘었다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이러한 현상은 소토지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을 것 같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 예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뭐 뙈기밭, 부대기밭, 이렇게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러면 소토지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 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용어입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물론 뙈기밭, 부대기밭, 소토지 이렇게 지역마다 부르는 용어가 좀 다르더라고요. 어쨌든 이러한 용어는 이른바 평지가 아닌 산을 깎아서 거기에 농사를 짓는 형태인데요. 우리도 과거에 화전민이라고 있었잖아요. 산간지대에서 풀과 나무를 불살라 버리고 그 자리를 파 일구어서 농사를 짓는 그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토지의 '소'가 작을 소가 아닌 '불사를 소'라고도 할 수 있죠. 물론 소토지는 지역에 따라서 방금 말씀드린 대로 명칭이 뙈기 밭, 부대기밭 이렇게 용어가 다양합니다.
기자 : 예 그렇군요. 그런데 최근 북한의 산에 나무가 좀 많아졌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최근 북중 국경지역을 다니다 보면, 국경지역만큼은 어쨌든 과거에 비해 민둥산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간혹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선 곳은 또 있고, 혹은 소토지의 흔적들이 남아있지만 나무로 그것들이 메꿔져 있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또한 구글 위성지도를 통해서도 보면은 소토지가 약간은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 그렇다면 소토지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 물론 획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인 이유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고요. 어느 정도 식량 사정이 어려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쨌든 1인당 절대 식량 소비량이 모자란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식량뿐만 아니라 연료가 비싸기 때문에 나무가 취사나 난방용으로 사용된다는 것이죠. 물론 시장화로 인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집들 같은 경우는 연탄으로 취사나 난방을 하고 또한 과거에 비해 교통도 편리해져서 영상을 보면 혜산과 같은 도시도 무연탄이 전혀 나지 않지만 무연탄을 때더라고요.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여전히 북한에서 소토지는 당분간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는 어려운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 예 그렇죠. 북한의 산에 나무가 무성하지 못한 것은 결정적으로 땔감 부족 때문인 것 같아요. 추운 겨울에 이불을 덮고 지낼 수는 있지만, 불을 때야 밥을 끓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중국에서 북한 쪽으로 건너다 보면 소토지가 감소하고 있는 현상을 직접 보셨다고 하셨는데요 그 감소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가장 많이 떠올리는 김정은 시대 산림녹화 정책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따르면 예를 들어 산림조성에서 뒤떨어졌던 문덕군이 전국적으로 모범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회주의 애국림 운동을 독려하는 내용들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김정은 정권의 주요 정책이고 이미 이 정책을 실시한 지 10년째 접어들 있고 때문에 정책에 대한 성과가 지금쯤은 나올 법도 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기자 :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소토지를 전면 금지시켰다 그런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임농복합경영법'을 제시했는데요. 임농복합경영방식이란 산림 토지에 여러 가지 수종의 나무와 함께 농작물, 약초, 먹이풀 등을 결합해서 재배하거나 집짐승 기르기를 배합하면서 땅의 이용률을 높여 목재와 농작물, 축산물, 산열매 등을 생산하고 생태환경을 개선하여 토지를 보호하는 새로운 산림경영 형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좀 쉽게 말하면 한 줄은 곡식을 심고, 다음 한줄은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번갈아가면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가축도 또 풀어넣어서 기를 수가 있고요. 그래서 접경 지역에서 보면 코로나 전만 해도 상당히 축산업을 하고 있는, 소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북중 접경 지역에서 보면 나무가 이렇게 빽빽히 심어져 있는 게 아니라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데 바로 이게 임농복합경영 방식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 북한 쪽에는 나무가 좀 많다는 것은 아마 중국 쪽에서 건네다 보이는 데다 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당국이 강하게 통제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주민들의 땔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무를 어디가서든 베야 되는데 그러면 중국 쪽에서 보이지 않는 뒤쪽에 많이 베어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임농복합 경영 방식이 소토지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어떻게 보면은 이게 효과가 있다고도 할 수가 있는데 왜냐하면 임농복합은 산림과 농사를 동시에 하고 동시에 잘 되어야 하는 방식인데 사실 나무를 심고 또 나무가 크면 그늘이 지어서 농사가 잘 안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소토지를 포기하게 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죠. 즉 국가가 강제로 나무를 심게 해서 그만큼 소토지 면적이 줄어들어 소토지가 감소한 측면도 있고, 또 나무를 심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사가 잘 안되어서 소토지를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소토지를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기자 : 예,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임농복합경영방식 그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처음에 곡식과 나무를 한줄씩 엇바꾸어 심어 가꾸다가 한 3년쯤 되면 이 나무가 자라지 않습니까? 그러면 주민들은 그 나무의 그늘 때문에 곡물이 자라지 않는다고, 그 나무를 다 뽑아버리거나 아니면 잘라버리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산림녹화는 김정일 김정은 이렇게 대대로 내려오면서 수십 년이 걸렸지만 지금도 계속 공회전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소토지가 감소하게 된 두 번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아무래도 북한도 이제 시장화가 많이 진행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그만큼 시장에서 장사 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에 소토지가 감소한 주요 이유 중에 하나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농사 자체는 어느 나라나 매우 고된 일이잖아요. 하물며 그 산에까지 올라가서 농사를 짓는다는 거는 굉장히 힘들죠. 경사가 45도 되는 곳에서 작물을 재배하려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힘들고 또 물주기도, 비료주기도, 짐을 나르는 것도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또 도난당하기 쉬운데요. 곡물이 여물 시기에는 24시간 잠을 자지 않고 또 망을 봐야 합니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이 가는데요. 그리고 최근에는 북한도 누가 농촌에서 농사지으려고 하지 않거든요. 어떻게든 농촌의 농장원들도 농촌을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런데 시장을 통한 일자리가 좀 많이 생겨난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쏠리겠죠. 육체적으로 덜 힘들고 또 소득도 농사짓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대표적으로 무산군도 보면 광산이 있는데 광산 주변에 과거에는 다 소토지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소토지의 면적이 넓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산군 자체도 시장화가 진행이 되면서 그리고 또 중국과의 철광석 무역을 하면서 조금씩 소토지 면적이 줄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요인은 인구학적 요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도 남한과 같이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고요. 농촌조차도 한 명만을 낳는다고 합니다. 그게 추세라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 사회나 농촌에서 일할 인구도 함께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기자 : 예 그렇군요. 북한에서 소토지가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3가지로 잘 짚어주셨는데요. 방금 언급하신 그 내용 중에서 북한의 산림녹화를 성공시키는 길-이것은 시장을 활성화해서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풀리고 그리고 또 가스화를 실현하면 땔감 문제가 자연히 해결되면 사람들이 산을 뛰지라고 해도 안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