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김조실록'과 인민 기만

장진성∙탈북 작가
2011.07.05
415_choihaksoo-305.jpg 4.15문학창작단 김일성상 계관인 작가 최학수.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장진성 씨가 전하는 김 씨 일가의 실체, 노동당 통일 전선부 대남 정책과 연락소 부원이었고 김정일을 두 차례나 접견한 일급작가 이었던 장진성 씨가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60년 독재 체제와 현대판 봉건 세습에 대한 진실과 배경을 밝힙니다.

(음악: 조국의 노래)

이 노래는 “조국의 노래”입니다. 김 씨 일가에 대한 충성을 애국주의로 둔갑시키는 노래이죠. 수령이 위대해서 조국도 위대하다는 내용인데요. 과연 여러분들은 그 땅에서 위대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수령은 다 가졌으니 위대해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한 끼 밥도 걱정거리인 여러분들은 과연 슬픔을 노래할 자유마저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수령의 위대함을 허위 선전하기 위해 북한이 어떻게 정권 차원에서 인민들을 기만하는가? 이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통전부에서 근무하던 1999년 1월경이었습니다. 당시 통전 부 제1부부장 임동옥 씨가 101연락소, 26연락소, 작가 몇 명을 불러 김정일의 극비지시를 전달했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망국의 역사인 이 씨 조선시대에도 이조실록이 있었는데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김조실록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러니 통전부는 우수인력으로 편찬 조를 구성하여 하루 빨리 김조실록을 만들도록 하라,”

김정일이 “김조실록” 편찬을 지시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김일성 사후 북한은 김일성의 생일인 1912년 4월 15일을 원년으로 주체년호를 새롭게 제정합니다. 북한을 영원히 김 씨 일가의 왕조국가로 만들기 위해 이렇듯 세월까지 조작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김일성의 생일을 기준으로 우선 북한의 역사를 다시 새롭게 정립하고, 그것을 근거로 세습정치를 합법화 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김조실록”을 역사학자들이나 사회과학원이 아니라 왜 당 대남공작부서 작가들에게 맡긴 것일까요?

그 이유는 그동안 신격화 왜곡으로 일관된 김 씨 일가의 실체가 일반에 노출될 우려가 있고, 또 더 크게 왜곡하자면 문학적으로 가공할 수 있는 유명 작가들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보안유지가 철저한 당 대남공작부서 통전 부 내 역사학과 전혀 상관없는 작가 8명으로 “김조실록” 편찬조가 긴급 구성됐습니다. “김조실록” 편찬 조는 평양 시 대동강구역 청류3동 문수초대소에서 6개월 동안 숙식 편찬에 들어갔습니다. 그 문수초대소는 원래 월북자관리 초대소였습니다. 월북자들이 없어 텅 비어 있던 그 초대소의 마지막 손님이 바로 오익제입니다. 우리가 문수초대소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당 역사문헌연구소, 외무성, 인민보안성, 국가보위부 등 북한의 중앙기관들에서 모아온 김 씨 일가와 관련한 자료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우리의 첫 업무는 비밀유지와 관련한 서명 서에 손도장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작가 한 명이 1912년부터 20년씩 나누어 개별 편찬하도록 돼 있는데 그 자료마저 공유할 수 없도록 방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했습니다. 그만큼 김 씨 일가의 실체가 두려웠던 것이지요. 편찬 조는 김일성의 생일 90돌인 2002년까지를 완성 목표로 편찬, 아니 창작에 진입했습니다. 우리들 중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분이 1912년부터 1932년까지의 김일성 역사를 맡았던 분입니다. 신격화 근거자료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 당시 오줌똥도 못 가렸을 어린 김일성을 놓고 과연 뭐라고, 어떻게 역사를 매일매일 날조해야 할지 고민이 참 많았던 것입니다.

그때의 창작 경험으로 훗날 그 분은 남조선 교수 명의를 도용해서 노동신문에 이런 내용의 정론을 썼었습니다. “타이타닉이 침몰되던 1912년 4월 15일에 온 세계가 경악했다. 그 날 유럽의 바다에선 태양이 가라앉을 때 평양의 하늘에선 태양이 솟았다.”고 말입니다. 그렇듯 억지와 기만으로 서술된 “김조실록”이 바로 오늘날 북한 중앙TV에서 매일 연재되는 “김일성 동지의 혁명실록을 펼치며”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북한은 이렇듯 정권 차원에서 역사를 왜곡하기 위한 비밀기관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김일성, 김정일 신격화를 만들어내는 4.15문학창작사라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역시 이 4.15문학창작사 작가들이 모두 창작한 것입니다. 평양 시 대동강구역 문수 3동에 위치한 4.15문학창작사는 이른바 수령문학 창작기지입니다. 이 창작사의 원칙은 수령신격화를 위해서는 그 어떤 거짓말도 합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자기 이름으로 된 회고록인데도 김일성은 일본 교포들과의 만찬장에서 “세기와 더불어”를 재미있게 잘 봤다고 말하여 좌중을 놀라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또한 김일성, 김정일을 민족의 구심점인양, 통일대통령인양, 남한 민심을 조작하는 부서가 바로 통전부 101연락소와 26연락소입니다.

이 부서들은 원래 대남심리전부서들입니다. 이 기지들을 역이용하여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대북심리전도 병행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노동신문들에서 남조선 김 아무개교수, 박 아무개 재야인사, 이런 식으로 기술했었는데 남북회담 자리에서 남측 대표가 굳이 김 아무개라고 할 것이 있는가? 라고 비꼬아 말한 이후부터 아예 이름까지 조작하여 김정일을 추앙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노동신문들에 올라오는 김정일 관련 정론이나 칼럼들은 통전부 101연락소 1국이 맡고 있으며 시는 5국 19부가 창작하고 있습니다. 제가 남한의 민중시인 이름으로 썼던 시들도 김정일의 사인을 받아 노동신문에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었습니다. 2003년에 남한에서 입수한 자료라며 북한 중앙TV가 방영했던 “해맞이 동영상”이란 제목의 프로그램도 역시 구국의 소리방송 여배우들이 남한 대학생으로 위장하여 출연한 것입니다. 대외선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외선전 국 작가 몇 명이 외국인 이름을 아무렇게나 지어 김일성, 김정일을 마치 세계혁명의 지도자인양 찬양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구체적인 사진증거가 없이 남발되는 남한이나 외국인 명의로 된 김정일 찬양 글들은 모두 거짓입니다. 그런 허망한 날조물들이 공개적인 노동신문, 중앙TV를 통해 매일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국가보위부에는 유언비어과도 있습니다. 입소문에 귀가 얇은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마치 북한이 세계군사 강국인 듯, 강성대국이 멀지 않았다는 듯 전설의 이야기들을 꾸며내고 전파시키는 것입니다. 하긴 이제는 그런 유언비어를 믿을 북한 사람들은 더는 없을 것입니다. 유언비어가 되자면 일단 소문이 나야 하는데 김정일과 관련한 소문들이라면 모두 북한 정권이 무서워하는 귓속말들이기 때문이지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하는 거짓 선전보다 더 빠르고 더 흥미진진한 북한 주민들의 입소문 속에서 김정일의 신격화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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