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뇌물공화국

장진성∙탈북 작가
201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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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중국-북한 국경지대인 단둥에서 중조우의교를 건너 신의주로 들어가는 트럭을 검사하는 모습
2006년 중국-북한 국경지대인 단둥에서 중조우의교를 건너 신의주로 들어가는 트럭을 검사하는 모습
AFP PHOTO/Frederic J. BROWN

북한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뇌물공화국인 북한의 실정에 대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뇌물이 통하는 사회란 한마디로 부패한 나라라는 뜻입니다. 선진국가의 공무원들은 작은 뇌물을 위해 명예를 파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고위 공직자들일 수록 능력 못지 않게 청렴을 중시하기 때문에 만약 부정부패가 드러날 경우 여론의 압박과 뭇매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남한에선 일부 정치인들이 과거비리나 부정부패 때문에 임기를 다 못 채우고 도중하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소식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윤리가 성숙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뇌물공화국입니다. 그 주된 이유는 능력이나 청렴과는 상관없이 오직 김씨 일가의 신임만으로 3대 세습만큼이나 장기 권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간부들의 명예의식이 물질 만능주의를 능가할 정도로 풍족한 사회가 아닌 점도 있습니다. 북한에선 간부들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지위를 이용하여, 또 말단 직급은 말단 직급대로 최대한 자기 권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직업이 먹고 살게 해주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정부패는 북한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대외권한에서도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을 보면 그런 북한의 내부 실상을 꼬집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을 다녀 온 중국 관광객들의 글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 관광객들은 북한의 입국심사에서부터 뇌물을 줘야 한다고 일제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입국심사란 해당 나라를 방문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첫 심사 과정을 뜻합니다. 그 심사과정에서 과도한 물건을 소지 했을 때는 규칙에 맞게 세금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말에 의하면 외국인이 개인적으로 육로를 통해 북한을 입국 할 때는 추가적인 입국비용이 반드시 든다고 합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중국인의 ‘북한 방문기’라는 글에는 저마다 글쓴이의 경험담에 공감한다면서 수 십 개의 댓 글이 달려 있습니다. 글에서는 글쓴이의 북한 방문 당시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북한 땅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뇌물을 요구하는 북한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다리 위에서 근무를 서는 초병이 방문자에게 처음 건 낸 말은 다름 아닌 “담배가 있느냐?”는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럴 때는 피우던 담뱃갑 이라도 건네 줘야 빨리 건너갈 수 있다고 글쓴이는 조언하고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고 나면 본격적인 세관 심사관을 만나는데 뇌물을 받기 위해 절대 손쉽게 허락을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곳을 통과하는 비용은 “배려해 주십시요”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건넨 ‘담배 한 보루’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을 통과하자마자 또 다시 위생방역이라는 ‘신체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뇌물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고 합니다. 의사가 청진기에 귀를 대고, 환자의 혈압을 재며 건강을 확인하면서 환자에게 묻지도 않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데 갖은 이유를 대며 결국 ‘술 한 병’ 달라고 점잖게? 뇌물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말 한마디와 함께 술 한 병을 건네야 무사히 통과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세관물품 검사라는 마지막으로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허락된 물품보다 초과할 경우, 물건을 맡겼다 돌아갈 때 다시 가져가라는 식으로 뇌물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도 역시 과자와 술, 담배 몇 갑을 쥐어주면 아무 말 없이 통과시켜준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검사를 한다는 핑계로 한 명이 말을 시키는 동안, 다른 검시관이 주인 몰래 값나가는 물건을 챙기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중삼중의 뇌물상납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개성공단을 출입하는 한국인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초창기 선심으로 건네주던 한국 물건을 받아 든 북한 군인들이 이제는 개성공단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북한의 법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노골적으로 물건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말 많고 탈 많은 개성공단을 왕래하던 한국인들은 그곳에서 만난 북한사람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경험담과 실제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점이 있습니다. 입출 국을 할 때 반드시 뇌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성을 들어가고 나올 때 수속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그들이 억지스럽게 요구하는 물건을 준비하지 않으면 북한의 세관원이 트집을 잡으며 시간을 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낭비된 시간은 업무에 지장을 주는 탓에 경험자들은 차라리 그냥 뇌물을 주는 것이 속 편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뇌물을 요구하는 방법은 자국에서 통하던 방법입니다. 첫째 지키지도 못할 비현실적인 법을 내세우는 것이고 둘째는 무조건 우기는 것이다. 북한사회에서 통용되는 전근대적이고 후진국 형 부패된 관행을 우리 남한한테도 요구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개성에서는 북한의 법에 따라야 하는 탓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에게 상식과 규칙, 법을 이야기 해봐야 돌아오는 건 막무가내 식 억지주장이 뿐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북한에서 통하는 법입니다.

개성을 드나드는 한국 근로자 중에는 이처럼 북한의 세관단속원에게 뇌물을 안 준 사람이 없습니다. 초창기에 호의로 주었던 선행이 이제는 관행처럼 굳어져 도리어 받는 쪽에서 당당하게 요구할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북측 세관원들이 “다음 번에 올 때는 USB 좀 부탁할게” 라며 아예 노골적으로 요구하다 보니 이런 악습에 시달린 한국 근로자들은 안 주고는 넘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쉽게 준다는 인상만은 심어주지 않기 위해 협상을 할 정도라고 하니 북한의 뇌물요구가 어느 정도인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측에서는 무조건 찔러보기 식으로 무리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일단 요구부터 하고 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받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입니다. 이처럼 개성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은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항상 뇌물을 세관원에 바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군인들의 주머니는 언제나 빼앗은 물건들로 가득 차 넘쳐 심지어는 모자에도 숨길 정도라고 합니다. 가진 것이 부족하면 여유 있는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은 도움을 주겠다는 남한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정권도 이러한 세관 상황이 너무 노골적이란 것을 알았는지 사람을 바꿔가며 근무를 시키고 있지만, 단지 사람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고 도리어 새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뇌물만 더 들어간다고 남측 근로자들은 증언합니다.

이런 어이없는 일은 출입국 할 때 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탈북자는 개성공단에서 일했다는 한국 사람에게서 “북한사람은 전부다 도둑놈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자초지정을 물어보니 “개성공단에 공동 세탁기가 있는데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기에 옷을 넣고 잠시 후 와보면 항상 옷이 없어지더라. 빨래하던 옷을 누군가 계속 훔쳐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세탁할 때마다 앞에 지키고 서 있는다. ”는 것입니다.

북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당비서는 당당하게 해먹고, 지배인은 지시해서 해먹고, 직장 장은 직접 해먹고, 세포비서는 세세하게 해먹고, 반장은 절반만 해먹고 분 조장은 분할 있게 해먹는다."고 말입니다. 뇌물공화국인 북한에만 있을 수 있는 과연 주체적인 생존 법입니다. 중국 관광객들이나 남한 근로자를 상대로 뇌물을 요구하는 북한 세관원들의 이러한 뇌물공작 사례들을 듣는다면 북한 인민들은 누구나 쓴 웃음을 지을 것입니다. 북한이 원래 그런 나라인 줄 알았는데 대외적 시각을 통해 새삼스럽게 다시 인식하게 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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