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여성 우대의 날은 단 하루 뿐

장진성∙탈북 작가
201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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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_women_day_305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국제부녀절 103돌 기념 중앙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달은 3.8국제부녀절이 있는 3월입니다.

아마 북한에선 이 날이 유일하게 인민의 명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1월부터 12월까지는 모두 김씨 일가의 충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3월은 국제부녀 절인 3월 8일을 위해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꽃도 준비하고 나름 맛있는 음식이라도 나누기 때문입니다.

이 3월 8일은 북한 가정들에서 남편들이 일년 중 유일하게 밥 하고 빨래 하는 남자의 날이기도 합니다.

이런 추억으로 탈 북 여성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3월 8일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남한의 사회상입니다. 저도 남한친구에게 북한의 가부장적인 사회상을 비판하면서 왜 3월 8일은 평일처럼 그냥 보내느냐 물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저에게 되려 이렇게 묻습니다.

“북한은 하루만 여성의 날이냐? 우리 남한은 365일이 여성의 날이요, 오히려 남자의 날을 좀 만들자고 난리요.” 이렇듯 남한은 365일이 여성의 날이라고 남자들이 불평할 만큼 여성의 권리와 보호가 잘 돼 있는 선진국가입니다.

북한에는 이런 구호가 있지요. “여성은 혁명의 한 쪽 수레바퀴이다.” 여성이 남성과 사회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김일성이 강조한 말인데 그것이 나중엔 북한의 여성우대정책으로 완전히 고착된 구호입니다. 제가 이 말을 했더니 남한 친구들이 웃습니다. 여성의 연약한 어깨에 사회의 모든 짐을 남자와 똑같이 얹어놓겠다는 북한 정권도 웃기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한 쪽 수레바퀴에 비유하는 북한의 혁명문화가 참 가관이라고 말입니다. 저도 그때 무심결에 꺼냈던 자신의 말에서 다시 한번 북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수레 위에 태울 수 있는 대상은 오직 김씨 일가뿐이고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그 밑에서 양 쪽 수레바퀴로 살 수밖에 없다는 북한의 현실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여성의 우대가 강조되면 수령에 대한 충성세뇌가 그만큼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북한 정권입니다. 김씨 일가 외 다른 사소한 개인우상화도 반역행위로 보는 김씨 정권이 북한여성 전체의 우대를 정책화할 수도 실현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김정일의 여성우대정책의 산 증거라며 “여성은 꽃이라네” 이 노래를 굉장히 선전하고 있습니다. 국제부녀 절이면 북한 전역에서 반드시 울리는 이 노래가 김정일의 지시로 만들어졌고, 3,8절에 즈음하여 북한 여성들에게 선물로 보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행위야말로 북한 주민의 정서와 감성마저 문화배급으로 통제하고 구속하려는 김정일의 감성통치 수법인데도 말입니다.

이 노래에선 여성을 가정의 꽃, 행복의 꽃, 나라의 꽃이라며 단계적으로 부각시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거꾸로 개인으로서 활짝 피어야 할 꽃을 국가라는 전체주의 노예의 꽃으로 구속시켜 버립니다. 실지로 북한에서 여성들은 의무병역에 의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나이에 남성들과 똑같이 군사복무를 해야 합니다.

남성은 10년이라면 여성은 7년복무로 3년 덜 복무하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여성으로서 가장 아름다울 나이에 군대에 나갔다가 시집 갈 나이가 돼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여성의 군사화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우대를 모르는 전체주의 공동윤리의 사회로 만듭니다. 또한 여성들 스스로가 군사 복무 과정에 남성적인 권력질서와 요구에 순종하는 법부터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여성이 사회의식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남성들의 의식변화를 발목 잡는 구태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회여서 예쁜 여성을 “5과생”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언어 성폭력에 둔감한 북한입니다. 5과란 김정일 시중을 들던 여성들로서 옛날의 3000궁녀와 같은 개념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어서 출신 성분이 안 좋으면 차라리 여성성으로 승부하라는 의미에서 농담을 하는 것입니다. 남한에는 언어 성폭력은 물론이고 시각적 성추행도 위법이 됩니다. 시각적 성추행이란 여성의 특정 부위를 남자가 짓궂게 쳐다보아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때 적용되는 위법입니다.

이렇듯 남한은 여성에 대한 우대와 함께 법적 보호도 매우 세부적으로 잘 돼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성폭력이나 성추행이란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강간”이란 하나의 단어에 모든 여성폭력의 범죄개념들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법적 보호가 허술한 공간 안에서 북한 여성들은 성폭력이나 성추행의 일상을 살면서도 그 피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인이나 거의 그 수준의 흉기협박과 상처를 입었을 때만 강간범죄를 적용하는 공화국 법의 후진성 때문입니다.

아니, 그보다도 여성의 인권을 강조하면 주민 인권으로 발전하여 체제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김 씨 봉건정부의 신격화 이기주의로 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장진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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