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주 방송 때 소장님께서 모내기가 끝나면 바로 밀보리와 감자 수확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올해는 작년보다는 기후 여건이 좋은 것 같아요. 수확을 좀 기대해봐도 될까요?
밀보리 수확과 건조가 관건
작년보다 30% 수확 증가할 수도
조현: 그렇습니다. 전반적으로 북한 전역에서 밀보리 작황이 좋은 편입니다. 마지막 관리 즉 수확과 건조만 잘 한다면 작년보다는 20~30% 증가된 수확량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확을 적기에 해야 하는 겁니다. 작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그 성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밀보리 수확을 마치면 그 땅에 대부분 다른 작물의 이모작을 하게 되는데요. 밀보리 수확이 늦어지면 그것도 늦어져서, 결과적으론 올해 당이 제시한 알곡 생산 목표 점령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밀보리와 감자를 빨리 수확하고 6월 말까지는 다른 이모작을 위한 파종을 끝내야 가을에 제대로 추수를 할 수 있겠지요.
MC: 그래도 간만에 들리는 좋은 소식이네요. 최근 노동신문을 보니까 수확에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집중하라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맞는 말 같지만 지역 상황에 맞게 제때 수확을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조현: 그렇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도 수확을 시작하면 빨리 빨리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뜻이지 수확 시기가 오지도 않았는데, 마치 이번에 모내기 할 때처럼 다그쳐서 빨리 거둬야 한다는 뜻이 절대로 아닙니다. 밀보리나 감자는 반드시 농장과 작업반, 필지 별로 그 여무는 정도를 철저히 조사하면서 수확 적기를 판단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먼저 보리의 경우, 평안남도나 황해도에서 주로 심는 중만생종이나 함경도나 자강도 또는 양강도에서 심는 조숙종도 모두 출수 후, 즉 이삭이 나온 후 40일 전후에 수확해야 합니다. 적기에 수확하고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즉시 수분이 14% 이하가 되도록 건조해서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한국도 보리를 수확할 때, 물론 품종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출수 후 35~40일을 꼭 지키고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밀도 수확시기가 비슷한가요?
밀은 수확 후 4시간 이내 건조해야
어렵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단축할 것
조현: 밀은 조금 더 늦습니다. 밀의 수확 적기는 출수 후 40~45일인데요. 한번 이렇게 판단해 보세요. 밀 이삭의 90% 이상이 황백색으로 변할 때, 그 시점을 기준으로 4~7일 안에 수확해야 합니다. 밀은 더더욱 콤바인으로 빨리 수확하는 것이 건조 비용과 품질 면에서 바람직합니다. 반드시 수확 후 4시간 이내에 건조해야 좋은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수확 후에 건조가 늦어지면 품질이 상당히 떨어지거든요. 건조할 때 온도는 40℃ 정도로 맞춰 주시는 게 좋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밀보리 수확이 지연되면, 그 다음 작물의 파종 시기가 늦어져서 모든 작물들이 충분한 영양생장을 못합니다. 그러면 또 생산량이 줄어들 거고, 가을 추위가 빨리 오기라도 하면 등숙률과 품질이 또 떨어지면서 농장에 또 손해가 나겠죠. 조금 다른 얘기지만 현재도 북한 농장들이 비료와 농약 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이고요. 식량 부족으로 농민들이 출근하지 않아서 지원 노력이 없으면 농산 작업이 제때에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때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MC: 모든 것이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데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이 많아서 정말 걱정이네요. 하루 속히 회복되길 바라고요. 소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밀은 수확 후 4시간 이내 건조하는 것이 꼭 필요한데 북한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손으로 수확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 것 같아서요.
조현: 그렇죠. 그게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농기계 가동률을 높이고 빨리 탈곡을 할 수 있도록 기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래야 수확량 감소를 막을 수 있는 거죠. 한국은 1980년대 초부터 콤바인을 도입해서 수확했습니다. 기계 성능과 속도가 점차 발전되어서 지금은 1정보 수확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립니다. 2시간 내에 밀보리를 거둬서 탈곡까지 마치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밀보리 밭은 주로 경사가 있고 기계의 성능으로 보아 빨라도 베는 데만 5시간은 걸려요. 그러나 이것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북한의 전체 농장이 4000개라고 보면 콤바인으로 수확하는 농장은 약 10%나 될까요? 콤바인의 대부분이 60~70년대 러시아 산이고 최근에 일부 중국산이 도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손으로 수확을 하는데 보통 1정보 마치는 데 숙련된 농민 10명이 도입되어도 하루 꼬박 걸리거든요. 지원 노력에 따라서 작업 시간이 줄어들 수는 있겠죠. 그래서 수확 속도를 최대한 높여야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산처럼 좋은 기계는 못 쓰더라도, 북한도 최대한 농기계를 사용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작업반들에선 콤바인을 정비하시고, 콤바인이 없는 농장에서는 탈곡기라도 꼭 정비를 해야 합니다. 또 전력이 들어오는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작업 조직을 미리 해 놓으시고요. 할 수만 있다면 발전기라도 돌려서 그 전력으로 빨리 일을 마치고 다음 공정에 진입해야 하겠습니다.
MC: 네. 올해만큼은 한 알의 밀보리라도 꼭 지켜서 북한의 농민들 넉넉한 가을, 겨울을 나시길 바랍니다. 수확을 많이 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당국이 또 그만큼 더 가져가는 거 아닙니까?
농민을 괴롭히는 국가 수매는 이제 그만
조현: 네. 그렇습니다. 이게 북한의 고질적인 문제죠. 그래서 밀보리 수확 준비를 하면서 예상 수확고를 정확히 판단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이 요구한다고 해서 너무 많이 잡는다면 실제 농민의 손에 쥐는 양이 정말 적습니다. 그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각 농장과 작업반의 관리들은 수확량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잡아주세요. 그리고 요즘 북한에선 농장 단위의 농산작업 외에도, 봄가을에 개별 농민이나 기관 또는 도시 근로자가 농장의 땅을 임대해서 밀보리와 감자를 재배하는 현상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경우 수확하면 종곡용으로 10% 정도는 남겨야 할 테고 그 외엔 땅값으로 30%를 바쳐야 합니다. 바치는 것도 그렇게 많은데 나머지 60%는 농민과 기관이 식량으로 소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그것만이라도 지킬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은 그 양을 의무수매에서 제외시키길 바랍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북한 인민을 위한 일이니까요.
MC: 꼭 필요한 조언이네요. 마지막으로 감자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감자는 농민들이 크기를 보면서도 캘 수 있을 텐데요. 소장님은 수확 적기를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조현: 네. 북한에서 올감자는 보통 3개월 정도 키웁니다. 생육 기일이 90~100일 정도 되니까 3월 말에 심어서 6월 말에 수확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확실한 수확 적기를 결정하는 방법은 잎과 줄기를 보는 것입니다. 수확 적기가 되면 잎과 줄기가 누렇게 변하면서 그것들이 옆으로 눕기 시작합니다. 이때 시험 삼아서 한 포기 캐 보고요. 알이 작으면 3~4일 후에 더 캐면 됩니다. 북한에서 감자는 다 손으로 캐거든요. 한국은 경운기에 연결해서 쓰는 '땅속 작물 수확기'을 이용해서 캡니다. 이런 기계는 500달러 정도 하는데 정말 잘 만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에선 연세 많으신 농민들도 모두 농사를 편하게 짓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에서 '땅속 작물 수확기'를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농민들도 한국 인터넷에 들어가서 이런 기계를 검색하고 자유롭게 사다 쓰면 정말 좋을 텐데요. 하루 속히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