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개정 이동통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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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개정 이동통신법’입니다.

북한이 지난 해 3월에 개정한 이동통신법의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2024년 북한법령집’을 최근 발간했는데요, 여기에 북한의 이동통신법 전문이 수록됐습니다. 북한은 2020년 12월에 이동통신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북한 관영매체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에서 이동통신법이 수정보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수정보충된 법조항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이동통신 말단기의 수리봉사와 수매봉사, 이동통신 말단기 이용에서 지켜야 할 요구, 이동통신 봉사의 중지 등을 규제한 조항들의 내용이 보다 구체화되었다”고만 전했습니다. 2020년 이동통신법이 제정됐을 당시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 법이 채택되었다면서 법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동통신시설의 건설과 관리운영, 이동통신망의 현대적인 완비, 이동통신의 다종화, 다양화 실현, 이동통신 봉사와 이용, 이동통신 설비의 등록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간단히 소개했을 뿐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입수해서 공개한 개정 이동통신법을 보면, 29조에 이동통신 말단기, 한국에서는 단말기라고 부르는데요, 이 말단기 수리봉사에 관한 규정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수리봉사는 전파감독기관으로부터 전파설비 수리봉사 허가증을 발급받은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판매되지 않거나 사용이 중지된 단말기를 수리봉사해서도 안되고, 승인되지 않은 체계 프로그램을 봉사해서도 안됩니다.

손전화기를 사용하다 고장이 나거나 떨어뜨려서 부서질 수 있는데요, 이걸 고치려면 봉사소로 가거나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 야매로 부탁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허가증을 받은 사람만 고쳐줄 수 있게 한 건, 야매로 고칠 때 손전화기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북한 당국의 감시와 검열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조작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국가적으로 판매되지 않거나 사용이 중지된 단말기는 고쳐주지 말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이런 단말기는 북한 당국이 심어둔 감시장치가 없거나 오래된 감시장치라 효과가 없을테니까요.

승인되지 않은 체계 프로그램의 봉사를 금지한 것도 그렇게 해주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이건 아예 단말기의 체계를 새로 깔아서 북한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마음놓고 단말기를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거겠죠. 북한에서 이동통신 단말기, 여기에는 손전화 뿐만 아니라 판형컴퓨터까지 포함되는데, 이 단말기에 북한당국이 심어놓은 감시장치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기술자들한테는 그렇게 어렵지 않나 봅니다. 법으로 금지할 정도면 북한에서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2020년에 이동통신법이 제정됐을 때만 해도 안 들어갔던 이 조항이 3년도 안돼서 추가된 걸 보면, 그동안 당국의 이동통신 감시체계를 우회할 수 있는 기술이 상당히 많이 퍼졌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동통신 단말기 수리봉사를 법에 정해진 대로 하지 않을 경우 경고, 엄중경고 또는 3개월 이하의 무보수 노동, 노동교양 처벌을 받도록 규정한 것도 개정 이동통신법에 추가된 내용입니다. 그만큼 감시체계를 우회할 수 있도록 단말기를 조작해 주는 사람들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더 커졌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