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빨리 빨리②-그 한계를 넘어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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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초고속 무선인터넷망 광고.
한국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초고속 무선인터넷망 광고.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출신,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요즘 남쪽에서는 제4세대 인터넷 통신 광고가 한창입니다. 지금 사용하는 3세대 인터넷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4세대 인터넷... 다양한 광고 중에서도 순간 이동 초능력을 가진 공상과학영화 주인공이 등장하는 광고가 화제인데요. 이 광고의 문구는 ‘성질 급한 인터넷’ 입니다.

ACT - (인터넷이) 빨리 빨리 뜨지 않으면 남쪽에선 화병 만나 죽을 사람이 많을 겁니다...

남한의 인터넷,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이런 남한 사람들의 빨리 빨리, 성급한 기질 덕분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빨리 빨리’ 기질이 만든 이런 속도... 우리의 경쟁력인 동시에 한계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빨리 빨리 얘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진행자 : 제가 이 ‘빨리빨리’가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씀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남쪽에서 건설 사고가 크게 두 건 있었잖아요?

김태산 : 네, 그건 북쪽에서도 선전 많이 했어요. 백화점하고 한강 다리가 무너졌죠?

진행자 : 큰 사고였고 사망자도 많았는데요. 그런 사고도 ‘빨리빨리’와 상관이 있다... 건설할 때 ‘빨리빨리’를 ‘차근차근’으로 바꿔야한다는 반성이 많았어요.

김태산 : 솔직히 저도 다른 나라들을 적지 않게 다녔는데 건설을 남한만큼 많이, 다방면으로 하는 나라는 처음 봤어요. 고속도로 건설, 다리 건설... 바다에서 섬과 섬을 연결하는 건설도 하잖아요? 주택건설도 얼마나 많이 해요? 우리 사는 집 옆에 조금 낡은 집 있던 것도 한 몇 달 안보다가 보면 새로운 아파트가 턱 들어서고... 건설하는 사람들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언제 그걸 건설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건설을 많이 하는데 그게 다 자동화돼서 그런지 건설사고도 거의 없는 편이에요. 북쪽에서도 아파트 붕괴사고 같은 게 있지 않았어요? 통일 거리에서도 그랬고요. 꼭대기에서는 빨리 빨리해서 자기 날짜 보장하라고 내려 먹이지 추운 날에 콘크리트도 안 굳지 하니까 그냥 폭삭 내려앉은 것이죠. 어쨌든 이 ‘빨리빨리’가 인간 생활에서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경향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진행자 : 반면에 좋은 점도 있어요. 특히, 이 ‘빨리빨리’ 때문에 많이 발전된 것이 IT, 정보통신분야입니다.

문성휘 : 아! 네... 인터넷 IT...

김태산 : 진짜 그래요. 솔직히 컴퓨터가 조금만 늦어져도 성격이 확 살아나잖아요? 나도 벌써 기계가 좀 느려지면 몇 십 달러 주고 프로그램을 새로 깔아 와요. 그럼 단추만 착 누르면 탁 뜨잖아요? 그때의 기분이란 게 참 좋습니다. (웃음)

진행자 : 그래서 기계 속도도 더 빨라지고 인터넷 속도도 더 빨라지는 거죠.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빠른 인터넷 선이 이런 속도로 가정들에 보급된 곳은 드물 겁니다.

김태산 : 2005년도에 미국에 갔었어요. 도서실에서 한 달러를 내면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한 시간을 쓰게 해놓았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넣고 쓰는데 정말 인터넷 속도가 얼마나 뜬지(느린지)... 사람을 불렀어요. 이게 왜 이렇게 뜨냐(느리냐) 물으니까 자기가 직접 해보더니 정상인데 왜 그러냐고 그러는 거예요! 돈이 아까워도 어떻게요? 그냥 나왔다니까요. 아이고... 우리는 거기서 인터넷을 하려면 속이 뒤집어져서 못 하겠더라고요. 남쪽에 오니까 컴퓨터 단추만 누르면 바로 바로 잘 되는 거예요. 그게 다 빨리 빨리하는 남쪽 사람들의 성격에 맞춘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남쪽에선 화병 만나 죽을 사람이 많을 겁니다.

문성휘 : 그래서 세계적으로 IT 기계라던가 새로운 주민 생활에 필요한 전자상품들 남한에 가져와서 시험해볼 때 한국에 많이 가져온대요. 한국 사람들이 성격 급하니까 자기 마음에 맞지 않으면 인차(빨리) 개조하는 그 성격...

김태산 : 문 선생 말마따나 그렇게 가져와서 남한 젊은 세대들에게 검증 받아 성공하면 팔고 아니면 회수한다잖아요?

진행자 : 네, 이렇게 ‘빨리빨리’ 성격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김태산 : 재밌잖아요?

진행자 : 네, 재밌는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아까 말 한대로 나쁜 일도 있었습니다.

김태산 : 근데 저는 좀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자동차 운전도 너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사고 난다고 주의를 주고 적당히 단속하며 감시를 해주면서 속도를 줄여주잖아요? 그것처럼 북한에 자유가 들어가서 개혁, 개방이 되면 경제를 발전할 때 그 ‘빨리빨리’를 좋은 쪽으로 유도하게 되면 북한 경제가 빨리 발전하고 다른 국가를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 그렇게 ‘빨리빨리’ 성급한 기질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향하도록 노력해야겠죠.

김태산 : 네, 우리가 남쪽에 와서 이쪽에서 빨리하면서 좋은 건 뭐였고 나쁜 건 뭐였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 중에 좋은 부분을 갖고 북한을 건설하는데 써먹어야 하는 거죠.

문성휘 : 30년 동안 ‘빨리 빨리’가 바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남북한이 통일되면 세계에서 최고 강국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봅니다.

진행자 : 최고 ‘빨리 빨리’ 할 수 있는 국가요? (웃음)

문성휘 : 그렇죠. 최고로 빨리빨리... 우리 민족의 이 기질이 통일이 되면 일을 낸다니까요!

김태산 : 솔직히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983년부터 무역 기관에서 종사했는데 1983년-1985년 사이에도 남쪽이 발전한다, 발전한다 하면서도 세계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때 북한을 앞지르지 못했어요. 북한은 그때 신발, 비단, 도자기, 인삼 제품 등 많은 부분에서 세계 시장을 깔고 앉아 있었거든요. 그랬던 것이 1990년 4월에 체코 부르노 봄철 시장에 북쪽 대표단 끌고 나갔는데 그때 남쪽에서 경공업, 자동차 시장 등 4개에 참여했어요. 그때 부르노 시장 전체를 남한이 독점하더라고요. 10년 사이에? 그때 제가 그걸 보고 어떻게 10년 사이에 이렇게 앞섰는지 궁금했어요. 발전한 원인을 모르겠더라고요. 그 10년 동안 남쪽은 그렇게 올려 뛰었는데 우리는 퇴보해서 내가 그때 대표단만 데리고 나갔지 물건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가져 나갈 정도였다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배워야겠다고 대표단을 데리고 간 것인데 다른 데는 볼 것이 없어요. 남한 것을 가서 봐야겠는데 자동차 내다놨지 양말, 신발, 전자제품... 나는 그때만 해도 전자제품하면 일본의 내쇼날, 소니 이런 것만 알았는데 엘지, 삼성에서 텔레비전, 녹음기, 녹화기를 잘 만들어 내놨더라고요. 정말 한번 들어 가보고 상품안내책자도 받아보고 싶었는데 보위원이 함께 가서 그렇지 못했죠. 그때로부터 13년 만에 남쪽에 와보고 그 의문을 풀었죠. 그게 ‘빨리 빨리’의 기적이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진행자 : 남쪽은 빨리 빨리, 북쪽은 제 자리 걸음을 했다는 얘기인데요.

김태산 : 그것이 남쪽은 ‘빨리 빨리’하면서 세계와 함께 세계의 문물을 배워가면서 했는데 북쪽은 자립적 민족 경제 건설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원료, 자원이 많은데도 문을 딱 닫아걸고 폐쇄적인 경제를 운영하다보니 망한 것이죠. 근데 남쪽은 지하자원이 없지만 문을 확 열어놓고서 인간들의 창조성과 창발성을 활용했고 국제사회에 동참해 다른 나라의 원료 자원을 가져다가 여기서 가공하는 가공 공업을 발전시켜서 지금에도 그 혜택을 단단히 보는 것이죠. 국가 수뇌부가 어떻게 경제 정책을 세우고 그 길로 국민들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때 남한 정부가 하는 정책을 놓고 북한에서는 남의 나라 자원에 기초해서 공업을 건설하는 건 사대주의이고 남의 나라에서 원료를 안 주겠다면 망하는 경제라고 막 비난했거든요. 그러면서 자립적 민족 경제를 건설해야 그 어떤 시장 파동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망하지 않았어요? 사람이 산 속으로 들어가 혼자 살 수 없듯이 국가도 비슷한 것이죠.

문성휘 : 맞아요. 같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민족이면서도 북한이 저렇게 뒤떨어 진 것은 제도의 결함이죠. 중국이나 러시아나 비슷하죠. 사회주의는 개인의 창발성을 극도로 억제하는 사회니까요. 중국이 개혁, 개방을 해서 잘 살게 된 것은 개혁, 개방이 좋은 게 아니라 개혁, 개방이 개인의 창의력과 창발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사실이죠. 그게 좋다는 겁니다! 한국도 같죠. 아무리 ‘빨리빨리’를 외친다고 해도 개인의 창발성이 허용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 이 차이가 앞으로 점점 더 벌어질 겁니다.

김태산 : 문 선생 말이 맞아요. 제가 정말 북쪽에서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남쪽이 잘 살게 된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정말 딴 것 없습니다. 자유를 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 탈북자들이 말하잖아요? 일단 자유만 줘라...

진행자 : 자유를 주면 빨리 빨리 알아서...

김태산 : 그렇죠! 가는 겁니다!

네, ‘빨리빨리’ 갈 수 있다는 건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빨리빨리’ 기질 외에도 우리 민족이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성실함을 큰 가치로 여기고 큰 것을 위해 나를 희생할 줄 알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것을 신바람, 신명으로 즐겼던 민족... 바로 우리입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빨리 빨리 얘기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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