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자영업(1)-자본가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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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피플 자유시민대학 후원으로 개업한 탈북자 부부의 편의점 7호점 창업행사.
굿피플 자유시민대학 후원으로 개업한 탈북자 부부의 편의점 7호점 창업행사.
사진-굿피플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쪽에선 장사 또는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을 ‘자영업자’라고 합니다. 요즘 자영업자의 비율이 늘고 있는데요. 경제적으로 좋은 현상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망하는 자영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업이나 장사를 시작하면서 보통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장사가 망하면서 그 돈을 못 갚으면 고스란히 나라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도 성공하기 힘든 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방송을 함께하는 두 분도 마찬가지인데요.

김태산 씨는 영어 학원을 8년째 운영 중이고 문성휘 씨도 얼마 전 부인과 함께 작은 매점을 시작하며 자영업자가 됐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자영업의 성공과 실패의 얘기해봅니다.

진행자 : 따지고 보면 김 선생도 문 선생도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어요. 문 선생도 얼마 전부터 집안에서 작은 매점을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떠세요?

문성휘 : 남한은 이게 참 좋아요. 북한은 자기 직업이 있으면서 다른 사업을 못 하는데 남쪽에는 이것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어쨌든 기분은 좋아요. 좀 으쓱해진다고 할까요? (웃음)

김태산 : 북에서 나온 사람으로서 당당해서 좋아요. 내가 여기 와서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세금을 내고 이 나라 사람들을 고용해서 일도 시키고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물론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서 자영업이 옛날처럼 돈을 많이 벌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저 누가 사업 잘 되냐고 물어보면 밥은 벌어 먹습니다... 그러죠. 그렇게 말하면 상대편은 요즘 밥 벌어먹으면 대단한 거라고 그럽니다. (웃음) 서로 인사치레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밥 벌어먹고 아이들 입겠다는 거 먹겠다는 거 부족함 없이 해줄 수 있고 얘들 가르칠 수 있으면 그 벌이는 나쁘지 않은 거지요.

문성휘 : 자영업이란 게 다른 말이 아니고요. 북한에서 말하는 장사입니다. 저희 탈북자들 같은 건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은 좋습니다. 우선 남한에 오면 영구임대아파트를 받는데 아파트에 들어가는 보증금을 나라에서 보장해줍니다. 이걸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에 프렌차이즈, 북한식으로 설명하면 자매회사죠? 매점 프렌차이즈를 시작했는데 돈 한 푼 안 들이고 했습니다. 굿피플, 선한사람들이라는 시민단체가 있는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업을 하는 단체입니다. 이 단체에선 탈북자들이 이런 자영업을 시작할 때 돈을 빌려줍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에게는 이자를 받지 않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혜택입니까? 제가 이번 사업하면서 빌린 돈은 4만 달러 정도 되는데요. 이자 없이 3년 안에 아무 때나 갚으면 됩니다.

진행자 : 보통 대출 이자가 5% 이상이니 큰 혜택이네요.

문성휘 : 그렇죠. 제가 말씀드렸듯이 자매회사이니까 위에서 경영 노하우, 경영 방법을 다 알려주고요. 장사가 잘될 만한 장소도 회사에서 정해주니까 내가 그냥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보다 장사에 실패할 확률도 낮습니다. 제가 보니까 우리 탈북자들, 이 한국 사회에서 제일 쉽게 시작하는 게 식당이에요. 그리고 제일 쉽게 망하는 것도 식당입니다.

진행자 : 그건 탈북자뿐 아니고 남쪽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성휘 : 식당과 커피점이 그렇게 많은데 무슨 장사를 할까 하면 또 그걸 생각하죠. 저도 사업을 시작하고 많이 바뀌었어요. 옛날에는 거리를 막 그냥 지나다녔는데 이제 자리를 열심히 봅니다. 이 주변엔 이런 걸 차리면 잘 되겠다, 여긴 이런 걸 하면 잘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행자 : 사업적 마인드, 그러니까 장사에 대한 머리가 좀 트이셨군요. (웃음) 문성휘 : 근데 진짜 그런 상권에 대한 분석 없이 그냥 장사부터 시작하는... 그러니까 욕망이 더 앞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태산 : 돈만 있으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진행자 : 시작해보니 어떠십니까?

문성휘 : 네, 시작해보니까 앞으로 해서 돈을 많이 번다고 장담은 못하겠는데 다시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망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주변에 같은 상점들이 얼마나 있나 직접 가서 한번 확인하고 진짜 지나가는 사람 숫자까지 세어보고 이런 꼼꼼한 준비가...

진행자 : 근데 그런 말씀은 굉장히 교과서적인 얘기고요. (웃음) 실제로 장사는 많은 변수가 있지 않습니까?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문성휘 : 있습니다. 저희 탈북자들의 경우, 아주 굳어진 습관이 있어요.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손님들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웃음) 중국에 가니 상점마다 ‘왕처럼 모시겠습니다’ 이런 글을 많이 써 붙였던데 ‘손님이 왕이다’ 이 소리죠. 저는 그걸 보고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지금 와보니까 이해되는데 아직 저희들이 이런 게 몸에 배지 않아 손님들을 왕처럼은 못 모시겠습니다. (웃음)

진행자 : 봉사 정신이 좀 떨어진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휘 : 그렇죠. 탈북자들이 표정 관리가 잘 안 돼요. 한국 본토박이들은 항상 말하잖습니까? 김치... 이렇게 말하면서 웃는 연습도 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안 되는 겁니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활짝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해야 되겠는데 무덤덤한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늘 그럽니다. (웃음) 제가 봐도 짜증나는데 이거 큰 걱정입니다. 남한에서 상권이라고 말하는 것, 아마 김 선생님도 무슨 얘기인지 아실 겁니다. 내가 여기에 학원을 차렸다면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그 학원에 아이를 보내요. 먼 곳에 가기 귀찮으니까요. 근데 경계점에 있는 사람들은 이쪽 학원이 더 좋나, 저 학원이 더 좋나 비교해서 더 괜찮은 곳을 보냅니다. 근데 가까이 사는 사람만 바라보면 장사가 성공할 수 없고 경계점에 사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 사람들을 우리가 다 끌자면 어차피 매점이라 물건은 비슷하니 친절해야겠는데 그 친절성을 갖추는 게 보통일이 아닙니다.

진행자 :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다 북쪽에서 오신 분들이시죠?

문성휘 : 맞아요. 그래서 남한분도 한 명 고용해볼까 생각했는데요. 일단 그냥 해보고 있습니다.

김태산 : 그럴 필요는 없어요. 내가 먼저 시작해본 선배로써 얘기하는데 사업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인건비, 사람 쓰는 비용인데 무조건 가족끼리 해야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경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문성휘 : 그런데 요즘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남한에 정착한지 5-6년 정도 된 사람들 중에 자영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마트, 식당 등 자영업으로 나섰다가 망하고 그냥 노동을 하거나 회사에 들어가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실패한 사람도 있지만 입이 딱 벌어지게 성공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진행자 :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열쇠, 뭐라고 생각하세요? 똑같은 장사를 시작해도 어떤 사람은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하거든요.

김태산 : 딴 거 없습니다.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순 있지만 누구나 성공을 할 순 없어요. 제가 직접 해보니까 정말 거기에다가 피와 땀, 정열, 시간을 다 쏟아 붙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남한에서는 누구나 사업을 자유로이 시작할 수 있지만 북한에 없는 ‘경쟁’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마 영어학원이 우리 학원 하나면 그냥 대충해도 잘 되겠죠. 그러나 여긴 누구나 같은 사업을 열 수 있습니다. 내 학원이 잘 되는 것 같으면 바로 옆에 누가 같은 학원을 낼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경쟁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며 자극을 받습니다. 이런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속 머리를 돌리고 항상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생각해 내야합니다.

또 북쪽에서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피땀을 착취하는 나쁜 놈들이라고 했는데 여기 와서 알았습니다. 나는 큰 공장이나 기업을 가진 큰 자본가는 아니고 정말 작은 자본가지만 북에서 선전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자본가가 살아남으려면 노동자들보다 더 밤잠을 안자고 더 머리를 열심히 써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본가는 물론이고 그 회사에 목을 매고 있는 노동자들도 다 같이 죽습니다. 한 개 사업체를 운영하려면 하루에 8시간 자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고저 4시간, 5시간 자는 사람이 살아남고 계속 생각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 또 하나... 사업은 자기 자본으로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대출 받은 돈은 자기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이 아니라는 거죠. 자칫 잘못하면 내가 피땀으로 번 돈을 다 날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필요해요. 그리고 먼저 해본 사람들, 선배들 얘기 잘 듣고 여기서 나고 자란 남한 사람들의 얘기도 꼭 들어야 합니다...

남한에서 자영업으로 성공하는 방법, 아시겠습니까?

남한에서는 매달 노임을 타는 직장인을 월급쟁이라고 하는데 월급쟁이들의 꿈이 자기가 사장이 되는 자영업자입니다. 그것도 장사 잘 되는 집 사장님이 꿈인데요. 사장님 소리는 참 듣기 좋지만 그 값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깁니다.

탈북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북한식 냉면, 순대, 단고기집... 망한 집이 부지기수입니다. 먹어보면 별 맛도 없는 남한 사람이 하는 냉면집, 순댓집은 잘 되는데 왜 나는 망하나... 망하고 보면 그 이유를 안 답니다. 그래서 이런 실패를 두고 ‘비싼 수업료 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자영업 이야기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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