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적성과 개성 (1) 불혹에 찾는 내 적성

청소년들에게 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진로직업체험센터가 6월 서울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강동구에 문을 열었다.  이 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적성을 찾기 위한 1대1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며, 체험과 참여를 통한 직업 정보도 습득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진로직업체험센터가 6월 서울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강동구에 문을 열었다. 이 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적성을 찾기 위한 1대1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며, 체험과 참여를 통한 직업 정보도 습득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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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사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자신의 적성이나 개성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개성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고유의 특성을 뜻하는 말입니다. 적성은 어떤 일에 알맞은 성질이나 적응능력,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나한테 잘 맞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남쪽에서는 상급 학교 진학이나 직장을 정하는 시기에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아무래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때, 이 두 가지를 잘 알면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한두 가지 중에 고르라면 이런 고민도 필요 없겠죠? 복잡해진 사회는 한 개인 앞에 수 만 가지의 선택을 보장하고 때론 이게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는데요.

남쪽에서 와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탈북자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입니다. 새로운 땅에서 보장되는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의 적성과 개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김태산 씨와 문성휘 씨도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는 적성과 개성에 대한 얘깁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는 개성과 적성에 대해 참 많이 얘기하는데요.

김태산 : 그렇죠. 근데 그 개성과 적성과의 차이는 뭡니까?

진행자 : 개성은 개인의 특성, 적성은 개인에게 잘 맞는 일을 말합니다.

김태산 :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얘기네요.

진행자 : 저희야 이 직업으로 일 한지도 십년이 넘으니 새삼스럽게 적성을 얘기하기도 그렇지만 학생들은 참 이 적성이라는 게 중요하죠.

김태산 : 적성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이걸 갖고 남과 북을 많이 대비하게 됩니다. 북한에는 적성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요. 말로는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자기 운명의 주인은 개인이 아니죠. 자기 마음대로 대학을 정할 수 있습니까, 자기 마음대로 직장을 갈 수 있나요, 자기 마음대로 살 곳을 정할 수가 있나요? 그저 시키는 대로 살다가 온 겁니다. 그러니 우리 탈북자들, 여기 처음 와서는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모질음 쓰죠. (몹시 애먹죠) 우리도 나이가 50세가 넘어서 왔지만 그걸 몰라서 한동안 막막했어요. 내가 뭘 잘 할 수 있는지, 뭐를 해야 되겠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물론 하나원에 있을 때 적성 검사라는 걸 해주긴 했지만 그게 맞는지도 의심도 됐고요. 어쨌든 여기 와서 적성이라는 것도 따져봤고요. 남과 북의 제도를 떠나서 이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문성휘 : 저도 하나원에서 적성검사를 했습니다. 탈북자들이 들어오면 이런 검사를 다 해주는데요. 적성 검사도 취업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개인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인지 그 목적에 따라 검사가 세분화 돼있습니다. 종합적인 프로그램인 MPTI 같은 검사는 남한 사람들이 3-4만원, 30-40달러씩 내고 검사를 하는데 저는 북한이탈주민 그러니까 탈북자라고 해서 공짜로 했습니다. 처음에 이 검사를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느냐면 북한에서 몰래 점쟁이를 찾아가서 관상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웃음) 종이에 질문들이 죽 적혀있는데 별별 것들을 다 물어봅니다. 점심을 혼자 먹느냐, 식사는 빨리 하느냐,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먹느냐 하는 것부터 약 3백 가지의 질문이 이어지는데 이걸 답해서 컴퓨터에 넣으면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이고 어떤 성격이며 무엇을 잘 하고 무엇에 약한지 분석해줍니다. 개인적로는 이게 맞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일부분은 제가 여태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었어요. 그런데 이 적성 검사들이 지금 완전히 체계화된 것은 아니고 계속 연구를 하면서 발전시키는 과정이니까 틀리는 것도 있겠죠.

김태산 : 저도 적성검사를 했습니다. 별별 것들을 다 물어보더니 마지막엔 연예인형, 기업가형 이렇게 나왔어요. 근데 이제 말했듯이 나한테 이런 기질이 있었나, 내가 상상도 못 해봤던 그런 얘기도 나와요. 저는 처음에 했을 때는 진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나와서 보니까 이것도 세계적인 추세 같습니다. 요즘은 직장에서 사람을 배치하는데 이런 적성 검사를 꼭 참고하더라고요. 여기 얘들은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하고 물어보면 대통령도 된다고 했다가 배우나 가수가 좋아 보이면 연예인이 된다고 했다가 운동선수가 뜨면 또 그거 하고 싶다고 했다가 수십 번도 더 바뀌거든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일도 적성에 안 맞으면 실패하기가 쉬우니 이런 검사를 통해 실패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진행자 : 저는 사실 아직 적성검사를 못 해 봤네요.

문성휘 : 네?

진행자 : 적성검사가 남한 학교와 직장에서 실행된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하나원도 그렇고 웬만한 기업에서도 직장에 들어온 전, 후로 적성 검사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수치로 계산하고 표로 분석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적성 검사도 그냥 기준일 뿐이지 절대적인 것이 될 순 없지 않을까요?

김태산 : 그런 면이 있죠. 사람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동물이고 또 자기 적성에 아무리 맞아도 자기 싫으면 그만인 거죠.

문성휘 : 아니, 한국에서 살면서 아직도 적성 검사를 안 받아봤다?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합니까? 게으르다? 주변에 무관심하다?

진행자 : 아니면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적성에 잘 맞다?

문성휘 : 아! 그럴 수도 있네요! (웃음) 저도 적성 검사를 3-4번 했는데요. 거의 비슷하게 나오더라고요. 문학에 대해 취미가 있다, 감성적이다...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저는 사실 이 적성검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우리 집 얘들에 대한 욕망이 아주 큽니다. 아이들이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실은 국회의원들 보면 저기 저 자리에 우리 아이들이 앉았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를 못 보게 하고 뉴스를 켭니다. 그런데 딸, 아들 모두 뉴스를 안 들어요. 요새 이러 이러한 것이 사회적인 문제라고 제가 설명하면 딸애가 그런데? 아빠 나는 그런데 관심없어요... 그럽니다.

진행자 : 그런 게 바로 적성이라는 거죠. 문 선생의 따님은 그런 데는 관심없는 적성이 아닙니까?

문성휘 : 제가 보건데도 그래요. 그래도 어떻게든 좀 정치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데 얘는 경영이나 경제에 관심이 있답니다.

김태산 : 내가 보기에도 딸이 옳은 길을 가는 것 같네요. 북한이야 권력이 영원하니까 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면 나도 좋고 가족들이 다 잘 먹고 잘 살지만 남한 같은 경우에는 최고 권력도 5년까지 밖에 못가잖아요?

문성휘 : 아니, 내 아이들이 국회의원이 돼서 대한민국을 위한 좋은 법을 척 만들어 내놨다... 얼마나 좋습니까!

김태산 : 참내... 인류를 위해 부를 창조라는 경제, 경영으로 가겠다는데 왜 자꾸 정치를 하라고 합니까!

진행자 : 문 선생의 그 마음은 이해를 하는데요. 아이들은 그런 삶을 바라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문성휘 : 사실 그렇죠. 근데 딸보다 아들이 더 문젭니다. 아들에게 더 큰 기대를 걸었거든요. 여기야 탈북자들은 대학도 다 무료로 보내주겠다... 그런데도 대학을 안 가고 저절로 찾아간 곳이 요리학교에요. 제가 요리 솜씨는 인정을 합니다만...

진행자 : 그럼 적성을 찾은 거네요.

문성휘 : 그렇긴 하죠.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요리에 적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식당에서 시간제 일을 하다가 주방 일손이 부족해서 주방장이 한번 시켜봤는데 너무 잘 따라오니까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된 거죠. 요즘 가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에게 전화가 오긴 합니다. 잘 한다고 꼭 요리사로 키우라고... 그렇지만 나는 진짜 속 터집니다. 남자가 무슨 요립니까?

김태산 : 요리사들에게 도대체 무슨 기분으로 사느냐 했더니 항상 새 요리가 나올 때 기분이 좋고 남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면 행복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우리 같으면 더운 방에서 남이 먹는 음식을 하는 게 뭐 좋겠느냐 싶지만 요리사는 의외로 수명이 길고 만족감이 높고 스트레스가 적은 직업이라고 합니다. 근데 문 선생은 자꾸 자식들을 남에게 비판받는 그런 직업을 가지라고 하는 건데 북한에서 갖고 나온 낡은 사상을 아직도 머릿속에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성휘 : 군당 책임비서와 도당 책임비서가 좋아보였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있죠... (웃음)

남쪽에선 불과 십 년 전만해도 부모 자식 간의 이런 식의 다툼이 잦았습니다. 남들 보기에 명예도 있고 존경도 받고 돈도 잘 버는 직업을 갖으라는 부모와 적성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자식들의 갈등 말입니다. 사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집도 있겠지만요. 대부분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고리타분하다고 여깁니다. 물론 이런 인식의 전환에는 직업의 귀천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적 변화도 한몫했습니다.

이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