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농업 이야기②-북한 사람들도 뻔히 다 압니다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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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대성협동농장의 농장원들이 볏단을 실어 나르고 있다.
평양 대성협동농장의 농장원들이 볏단을 실어 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올해 남쪽의 쌀 예상 생산량은 421만 톤이 좀 넘습니다. 지난해보다 1.9% 줄어든 것인데요. 올 여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쌀 생산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걱정하던 것보다는 생산량이 괜찮은 편이랍니다.

남한 인구가 5천만인데 인구 대비로 생각하면 이 정도 쌀로 수급이 충분할까 싶지만 쌀 수요량은 연간 약 420만 톤 밖에 안 됩니다. 쌀 이외에 다른 먹을거리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얘기죠.

그래도 여전히 쌀은 중요합니다. ‘밥심’으로 사는 우리 민족, 쌀은 그냥 식량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며 미래이기도 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 농사 이야기 이어 갑니다.

김태산 : 제가 50세가 넘어 여기 왔는데 12살때 부터 해마다 봄, 가을엔 농촌 지원을 나갔으니 진저리가 나는 거죠. 근데 배불리나 먹으면서 나가서 일했으면 긍지감이라도 있겠는데 죽도록 일만하고 배도 골았으니 웃기는 거죠. 현실적으로 북한 농촌에 나가보면 일할 사람이 없어요. 남자는 거의 없고 여자가 대다수이고 청장년들은 몽땅 뽑아서 군대에 내보내고... 또 군대가 제대되면 집으로 보내면 좋겠는데 몽땅 또 탄광, 광산 이런 데로 보내니까 농촌에 는 노력이 전혀 없는 거예요. 멀쩡한 남자들이 좀 있으면 그마저도 작업반장이나 기계화 운전하고 결국 밭에 들어가는 건 여자들 아니면 노인네들이죠. 그러니까 전국적으로 지원을 나가는데 농장원들은 또 이 사람들 밥해 먹이고 어디다 뭐하라고 지도하고... 농사가 이렇게 흘러가요. 근데 우리도 농촌 지원 나가보면 이건 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피를 받쳐 일하지 않거든요? 자기 밭 일하 듯 안 한다는 말이죠. 그러니 개인밭은 흉년도 없고 가뭄도 없는데 농장밭은 해마다 흉년에 해마다 가뭄이지...

문성휘 : 김 선생 말씀처럼 인민군대가 조국도 지키고 사회주의 건설도 한다... 세상에 건설을 하는 군대가 어디 있고 농사를 짓는 군대가 어디 있어요? 백두선군 청년 발전소, 을왕천 발전소는 사회에 있는 노력들을 끌어다 하는 게 아닙니까? 그렇게 다 끌고 나갔지 군대 간다고 청년들 데려갔지 일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진행자 : 진짜 일할 사람이 없겠네요.

김태산 : 농촌에 청년이란 건 없어요. 토대가 나빠서 군대도 못 가고 어디 다른 데도 못 가는 사람들이 남아있고 또 그나마도 몸 성하면 문 선생 말마따나 돌격대 뽑아가니까 진짜 사람 없죠.

진행자 : 근데, 북쪽에서 남한을 비방할 때 남쪽 농촌에는 늙은이들밖에 없다, 농촌이 가난해서 청년들이 다 떠났다... 이렇게 비방 선전하는 걸 들었거든요?

문성휘 : 아, 네. 그렇게 선전했었어요.

진행자 : 근데 그 얘긴 완전히 북쪽 얘긴데요?

문성휘 : 아니, 뭐... 북한 농촌은 사람은 많아요. (웃음) 중학생, 대학생 다 끌어다가 밭에다 풀어놓으니까 사람은 많아요. (웃음)

김태산 : 농사철 되면 온 들판이 사람으로 바글바글하죠. 근데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오뉴월에도 남의 일엔 손발이 시리다고.... (웃음) 경제를 하다 보니 내가 여기 와서도 농촌에 많이 나가봤어요. 여긴 다 혼자해요. 모판도 혼자 키우고 모내기도 혼자, 가을걷이도 혼자하고 나머지는 기계의 힘을 빌리는 거죠. 나가서 물어보니까 한 사람이 3 정보 정도 다룬다고 하더라고요. 거의 9천 평 정도 되는 거죠? 기계 하나 가지고 이게 다 가능하다는데 북쪽하고 대상(상대)도 안 되는 일이죠. 그러면서도 여기 농부들은 겨울엔 쉬잖아요? 북쪽엔 겨울에도 흙 갈이를 한다, 퇴비 생산한다며 전혀 쉬질 못해요.

진행자 : 여기에서도 겨울에 쉬는 농장은 거의 없을 걸요? (웃음)

김태산 : 아 그래요. 밭에 비닐 방막 씌어놓고 거기다가 겨울에도 농사를 하니까.... 근데 그건 돈을 벌자고 하니까 그런 것이고 원하면 쉴 수 있는 거잖아요?

진행자 : 근데 남쪽에 와서도 농촌에 많이 나가보셨나 봐요?

김태산 : 말하자면 연구하는 차원에서 나가봤어요. 한 사람당 논밭은 얼마나 다루며 한 정보에서 도대체 얼마나 생산하는지 궁금했어요. 저번에 서해바다 쪽 김천으로 나가봤는데 한 정보에서 자기네는 일 년에 6.5톤 내지는 7톤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아! 참, 대단한 양이죠? 북쪽도 한때 평안남도에서 일 년에 한 정보에서 9톤 씩 나온다는 땅은 있었어요. 물론, 허위 보고가 들어가서 양이 좀 부풀려졌지만요. 북쪽에는 지금 평균적으로 한 정보에서 한 톤 에서 한 톤 반 밖에 안 나옵니다. 근데 남한의 지자체에서 평양시 용성에 시범적으로 농사를 같이 지어주지 않았어요? 거기서 한 정보에서 다섯 톤 씩 나왔거든요? 희망이 있다는 얘기죠. 그리고 북쪽 논 면적이 그렇게 적지 않아요. 지난 기한엔 남쪽이 더 많았지만 산업화되면서 논이 얼마 안 남았어요. 또 쌀 이외에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고 해서 오히려 논 면적이 북한보다 작아요. 제가 북쪽에 있을 때, 195만 정보였는데 남쪽이 지금 170만 정보 정도입니다. 근데, 인구가 여기는 5천만이고 거기는 2천 3백만 밖에 안돼요. 사실 따지고 보면 하도 밖에서 북한에 사람이 자꾸 죽어 나간다고 떠드니까 3백만을 붙여서 늘려 놓은 것이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쳐서 여기까지 오면서 먹을 것 없다고 아이도 별로 안 낳는데 10년 간 3백만이나 불어나진 않았을 것이고 아마 2천 3백보다도 좀 더 적을 겁니다. 어쨌든 2천 3백만 대 5천만 하게 되면 알곡 수확고가 차이 나도 저쪽에서는 조금만 더 하면 얼마든지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근데 이게 안 되는 게 참 안타까운 거죠. 사실 개혁, 개방해서 땅만 찢어 나누어 주면 2년만 지나면 자급자족하고도 남아요.

문성휘 : 북한에서도 그 문제가 상당히 많이 대두 돼요. 이렇게는 절대로 발전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때 분조 책임제, 분조 도급제라고 해서 개인들에게 땅을 떼어주는 시도를 해봤어요. 그럴 때마다 마지막엔 강경파들이 득세해서 사회주의를 좀 먹는 행위라고 하면서 실현이 안 됐던 거죠. 아마, 실험적으로 1-2 년만 해보면 더는 국유화를 하자는 얘기가 안 나올 거예요.

진행자 : 근데 그게 시범적으로 실시가 안 되니까 문제 아닙니까?

문성휘 : 그러니까요! 2012년이면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시작해서 17년이 됩니다. 17년 동안 식량 문제를 해결 못해 그렇게 애를 쓰는데 아마 지금처럼 개인들에게 땅을 나눠주면 식량 문제를 다 풀고 남을 겁니다.

진행자 : 사실, 이것처럼 답이 명백한 일도 없을 텐데요...

김태산 : 명백한데도 체제 유지 때문에 그걸 안 하는 거죠. 북한 민족 2천 3백만 중에서 사실... 단 한 사람 때문에 그렇죠. 중국처럼 땅을 찢어 나눠주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걸 다 아는데도 그 오직 한 사람 때문에 그렇죠. 아마 그건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분들도 다 아실 겁니다. (웃음)

문성휘 : 그러고 보면 권력이라는 것이 정말 너무 무서운 거예요. 한 사람 때문에 숱한 사람이 희생돼야 한다는 것... 북한 사람들도 뻔히 다 알아요! 그렇지 않아요? 협동 농장의 강냉이는 샛노란데 그 옆 뙈기밭 강냉이는 시퍼렇게 사람 키를 넘으니까... 그게 딱 보이는 거죠. 그런데 그 국유화, 협동 농장을 포기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어요.

진행자 : 해답이 명백한 것이 어디 농촌 문제 뿐일까요? 안타까운 일이 사실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실 그런 와중에도 농촌 문제 같은 건 정말 명백히 비교가 되니까 더 그렇죠.

김태산 : 우리 같은 뭐, 북에서도 봤고 여기 실정도 빤히 보니까 같은 민족인데도 너무나 다른 거예요. 저쪽은 너무나 힘들게 하면서도 너무나 생산이 안 되고 여긴 굉장히 쉬워 보이는데 식량이 남을 정도로 나오고...

북쪽도 올해 벼 가을이 다 끝났죠? 올해 북쪽의 식량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다는데 정작 주민들 몫으로는 얼마가 떨어질지 모르겠네요. 요즘 세계 언론에는 ‘식량 전쟁’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최대 쌀 수출국인 타이(태국)에 큰 물난리가 나면서 전 세계에 쌀값 비상이 걸렸는데 비슷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 일어나면 큰일이라는 겁니다. 식량 수출국들이 농사가 안 돼 자국 국민도 먹이기 힘들어 지면 식량 수출을 제한하게 되니 식량 수입국들은 비상인 것이죠.

북쪽은 사실 일 년 중 대부분이 식량 전쟁인 셈이지만 이런 세계적 추세 속에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먹는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농사 이야기, 다음 시간에도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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