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골든타임 놓친 북한의 양돈농장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4.08.02
[농축산 현장] 골든타임 놓친 북한의 양돈농장 사진은 2017년 4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 공군부대의 돼지농장.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매년 장마철이 지나면 북한에선 가축 전염병으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들었는데요.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겠죠?  

 

새끼 돼지 찾아볼 수 없는 북한 장마당

 

조현: . 장마당에서 새끼돼지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게 많아야 키워서 고기를 생산할 텐데요. 게다가 요즘 돼지고기 가격은 북한 돈으로 1kg 2만원이 넘었다고 해요. 2019년에는 1kg 1만원이었고 올해 4월만 해도 잘 구하면 15000원에 구할 수 있었는데 이미 평균 2만원이 넘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까 환율 변화 등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게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건 정말 절박한 문제입니다. 60kg 나가는 돼지 1마리가 죽으면 북한 인민 1명당 1년 식량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보면 됩니다. 돼지고기 1kg 2만원이면 40kg 80만원이 되는 거고 그 돈은 옥수수 200kg 이상을 살 수 있는 돈이거든요.

 

MC: 그러게요. 매년 병이 발생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데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고 들었어요. 예방만이 답일 텐데 북한 당국이 올해도 간과했나 보군요.

 

조현: 그렇습니다. 아직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요. 문제는 북한에선 돼지가 죽어나가도 이유가 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일단 문제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란 야생 멧돼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비루스 전염병입니다. 전파력이 아주 강하고 치사율이 높아서 감염되면 1~4일 이내 급사합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고열, 식욕부진, 귀끝 피부 말단부의 발적, 가쁜 호흡과 구토, 설사, 유산 등입니다. 보통은 발열로 시작해서 폐사로 이어지는 게 특징이고 돼지들이 침울해지는 것으로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돼지를 격리시키고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는데요. 이 전염병이 북한에 퍼진 지 6년이 되었는데요. 북한은 이걸 진단도 못합니다. 그렇게 많이 죽어나갈 때 도대체 뭘 했나 모르겠습니다.

 

MC: . 보통 진단키트에 혈액을 떨어뜨린 후 유전자 증폭을 통해서 감염여부를 판단하는 걸로 아는데 북한에는 이 진단키트가 안 들어갔나요?

 

조현: . 없습니다. 2018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측에서 진단키트와 유전자증폭장치를 지원하려고 했는데 북한이 반응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이건 국제 사회에 손만 내밀면 북한은 공짜로도 받을 수 있는데 노동당 수뇌부는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만 신경 쓰느라 농민들의 고생은 모른 체 하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의 가축방역소도 동물 질병의 정확한 원인 진단을 필요로 하는 농가, 기관, 단체들에 가서 진단을 해줘야 하는데요. 아프리카돼지열병뿐만 아니라 그 외 거의 모든 가축 질병 진단이 불가합니다. 기본적으로 가축질병 58( 21, 돼지 21, 10, 기타 가축 6)의 혈청검사는 국제적으로도 기준이 명확하고 기본 중에 기본이라 세상 모든 국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데요. 북한은 그것도 못합니다. 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돌아가서 지금 세계적으로 쓰이는 진단키트는 사실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보기엔 용이하지 않습니다. 검사를 한 후 유전자증폭기계가 있는 먼 곳으로 이동해서 결과를 봐야 하는데요. 게다가 전염의 정도가 극소량이라면 병에 걸려도 결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선 그 진단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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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렇군요. 그런 과정에서 최근엔 구제역 검사키트가 한국에서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2시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하던데요. 북한엔 이런 게 더 필요하겠네요.

 

조현: 절실한 상황입니다만 북한 농민들은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북한 정권이 제대로 정상적인 국가로 보이고 싶다면 이런 국제 기준부터 도입해야죠. 일단 한국은 각 도에 동물위생실험소가 있고요.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가축질병 진단기관을 뜻하는 ‘ISO9001’을 인증 받은 기관도 전국에 100개가 됩니다. 한국에 있는 기관들은 모두 3년에 한 번씩 국제기관의 심사들을 계속 통과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에선 ‘2024년 가축질병 진단능력 정도관리라는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71개 기관이 조사를 받았는데 모두 정확도와 정밀도가 세계 기준으로도 최고 수준의 진단 능력 보유기관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작년에 제가 이 방송에서 북한에도 계속 신종 질병이 생겨서 가축이 폐사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올해 조사에선 브루셀라병과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돼지유행성설사, 뉴캐슬병, 가금티푸스 등 8개 검사항목으로 실시됐는데 진단 정확도가 98.5%가 된다고 합니다. 한국은 이런 진단 능력을 보유한 기관이 전국에 100개 정도는 된다고 보는데 북한은 단 한 곳도 이런 기관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중앙수의방역기관도 이런 검사를 해내지 못합니다. 이게 북한 정부의 현실이고 수준입니다. 진단을 할 수 있어야 그에 따른 치료도 예방도 가능한 문제거든요.

 

MC: 골든타임이란 말이 있죠. 의료적으로 사고 발생 후 치료가 가능한 최소한의 시간대, 그러니까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데요. 전염병 진단이 불가한 북한의 돼지들은 올해도 이렇게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판단하시는 건가요?

 

진단 불가는 곧 치료 불가

가축 전염병 올해도 골든타임 놓쳐

 

조현: 그렇습니다. 북한 노동당이 바뀌지 않는 한 내년에도 후년에도 해결될 수 없을 겁니다. 진단 능력이 없다면 상황이 결코 더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까지 계속 자력갱생을 강조한다면 북한에선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청취자 분들도 아시겠지만 북한에서 가축 질병은 1970~80년대에만 조금 주춤했지 해방 직후인 1950~60년대와, 극심한 경제난이 있던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계속 유행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 현재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퍼지는 북한의 가축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선 오직 질병 진단 시스템 마련으로만 해결이 가능합니다.

 

MC: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해야만, 그나마 북한 축산업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말씀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지금 농민이 가축 질병을 막아내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조현: . 사실, 안타깝게도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이젠 거의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가축 사육 공간에 외부인을 출입 시키지 말고, 본인도 남의 사육장에 가지 말아야 합니다. 채소 부산물이나 풀도 잘못 먹으면 아질산중독증에 걸려서 죽기 때문에, 끓여 먹여야 그것도 바로바로 그 자리에서 끓여 먹여야 하는데요. 석탄이나 땔감도 부족한 북한에서 그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북한엔 항생제도 부족하지만 농민들은 병명을 모르니 열이 나면 무조건 항생제부터 쓰는 농민도 많습니다. 하지만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약을 쓰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진단 시스템이 없는 조건에서 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진단해야 하니, 진단을 잘하고 경험 있는 수의사와 관계를 잘 맺는 정도가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일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결코 충성심으로는 질병 진단을 할 수 없으며, 북한 당국이 외부의 투자와 협력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가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MC: . 오늘은 진단 능력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지난날의 경험이, 앞으로 북한 주민을 위한 개선과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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