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에선 돼지도 자력갱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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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서울도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영하의 날씨에 들어섰는데요. 북한에선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 가축들이 많이 죽는 게 큰 문제 아니겠습니까? 손실이 얼마나 되나요?

북, 겨울철 가축 폐사는 1년 폐사량의 60%

겨울엔 1.5배 사료 공급해야

조현: 네. 1년 4계절의 가축 폐사율을 100%로 봤을 때 겨울철 폐사가 60% 이상입니다. 아주 상당한 양인데요. 그 원인은 사료 부족으로 인한 영양 상태 악화와 질병 때문입니다. 사실 모든 가축은 겨울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때보다 약 1.5배 사료를 더 줘야 합니다. 따라서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하려면, 또 정상적으로 가축 번식을 시키려면 좋은 사료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겠습니다.

MC: 네. 충분한 먹이 공급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요. 듣기로는 북한에선 돼지 같은 경우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도 먹인다고 들었는데요. 전체적으로 가축들에게 어떤 먹이를 공급하고 있는지요?

조현: 네. 맞습니다. 잔반도 먹이고요. 주로는 식품 부산물, 옥수수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들을 먹입니다. 역시 밀, 보리 재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도 쓰고 골뱅이, 메뚜기, 미꾸라지 같은 것들도 먹이고요. 또 닭, 오리, 토끼 등의 가축 배설물도 가공해서 사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런 것들을 더 이상 먹이지 않습니다. 거의 배합사료를 쓰는데요. 동물에게 가장 필요한 사료가 바로 배합사료이기 때문입니다. 배합사료란 섬유질이 많은 조사료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포함되어서 영양가가 높은 농후사료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한 사료를 말하는데요. 이 배합사료의 장점은 가축에게 맞춤형 영양공급을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거죠.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배합사료 생산량이 1953만 톤이었습니다. 그 용도마저 다양한데요. 닭 사료가 559만 톤, 돼지 사료가 639만 톤, 고기 소 사료가 515만 톤이고 젖소용이 111만 톤이었습니다. 이런 건 북한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죠.

MC: 저도 여러 종류의 배합사료를 봤는데요. 형태가 다양하더라고요. 가루로 만든 것도 있고 과자처럼 생겼거나 단단한 알맹이 형태도 봤는데, 운반도 훨씬 편하고 그 안에 영양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듣기로는 북한에도 배합사료 공장이 있었으나 많이 사라졌다고 하던데요.

조현: 네. 맞습니다. 사실 북한 정권이 1970년 초부터 각 군당 1개씩 배합사료 공장을 다 지어 놓았는데 90년대 초반에 경제난 들어서면서 전부 다 문을 닫았습니다. 그게 경직된 사회주의와 계획 경제의 폐단 때문에 돈도 부족하고 곡물도 부족하니까 운영을 못한 겁니다. 지금 북한에선 공장, 기업소, 목장에서 자체로 배합사료를 만들고 있는데 원료 자체가 너무 부족하죠. 배합사료 원료로는 옥수수, 소맥, 대두박 같은 게 쓰이고 또 영양분으로는 산미제, 효소, 비타민, 광물질도 많이 필요하거든요.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에 북한에선 당연히 어려운 상황이고요. 그래서 현재 북한에서 만드는 배합사료는 일부 자체적으로 만든다 해도, 국제적인 기준에는 워낙 뒤쳐져서 아예 없다고 보는 편이 더 맞는 말이겠습니다.

MC: 그렇다면 북한에선 90년대 이전보다 가축의 질이 훨씬 떨어졌다고 봐도 될까요?

이미 퇴보한 북한 축산업

배합사료 공급만이 유일한 해결책

조현: 북한 축산업이 퇴보한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남북한 비교를 해보자면 비육(식용) 돼지의 경우, 한국은 6개월이면 120kg로 찌우는데 북한은 제일 잘 됐을 때 6개월에 60kg를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그 정도 만들기가 힘들고요. 정말 먹이가 많아서 돼지를 잘 먹인 집 정도만 6개월에 60kg 나오는 상황입니다. 닭은 고기용 닭을 예를 들어 보면 한국은 42일이면 1kg 만들거든요. 북한은 원래 1kg을 90일에 만들어야 정상이라고 보는데, 현재 최소 120일은 걸립니다. 북한이 요즘 축산업에 있어서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배합사료가 바로 과학기술이거든요. 말은 그렇게 하나 아무런 지원이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으니 동물들의 사육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서 비육 가축의 사육 길이(사육 기간)가 점점 길어집니다. 사육 길이가 길어지면 그만큼 축산물 생산량도 감소되고 가격은 올라갑니다. 이 악순환을 노동당이 깊이 새기면 좋겠습니다.

MC: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축산업에 진정한 과학기술이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한국도 배합사료 공장은 많으나 그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수입이 절실히 필요할 텐데, 대북제재뿐 아니라 전면적인 국경 개방도 이뤄지지 않아 아직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은데요. 수입 말고는 방법이 없을까요?

조현: 네. 없습니다. 정말 수입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도 농사를 그렇게 잘 하고 있지만 축산 사료 원료는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 동유럽, 지금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서도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국제교류를 잘 하고 있으니 싼 값에 잘 들여오지 않습니까? 이게 외교의 능력인데요.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선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가 없습니다. 배합사료의 원료는 옥수수, 콩깻묵, 밀 등의 곡물이 대부분인데 북한에서는 물론 국내 시장 의존도가 좀 높긴 했지만 대북제재가 있기 전엔 수입도 좀 했습니다. 따라서 원료의 국제 가격이나 외화 환율 변동에 따라 배합사료 가격이 크게 변동하곤 했는데요. 높을 땐 아주 높았어요.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사료 산업을 국가가 책임지려고 하지 말고 각 시와 군만이라도 자율성을 좀 줘서 사료 산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개인이나 민간 기업에도 그 권리를 준다면 훨씬 좋고요. 이렇게 배합사료 전문 기업을 여러 곳에서 만들면 경쟁이 일어날 거고 그로 인해 품질의 향상 일어나고 가격도 국가가 독점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됩니다. 노동당은 그런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기만 해도 됩니다. 이렇게 자율성을 주면 기술은 알아서 그들이 외부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기술의 민간 교류는 은연 중에라도 많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고요. 이미 이 부분을 전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한국을 비롯해 외부에 많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MC: 네.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 나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이어지는 걸 많이 보셨기 때문에 소장님이 더욱 강조하시는 것 같네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겨울 농민들이 가축을 잘 지켜내는 걸 텐데요. 좀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지요?

종자용 가축 수를 과감히 줄이고

선택과 집중으로 건강하게 키울 것

조현: 네. 농민들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내년에 종자로 쓸 가축들을 원래 계획보다 반 정도로 남겨놓되 그들을 무조건 건강하게 키워야 합니다. 돼지를 예로 들면 비실비실한 10마리보다는 딱 5마리 선택해서 먹이를 충분히 주고 집중적으로 키우면 내년엔 1마리가 10마리씩만 낳아도 50마리가 되지 않습니까? 현지 농장에서는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사료를 끌어 모아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사실 올해 농사가 작년보다 잘 됐다고는 하지만 사료용 곡물까지 보장할 정도로 잘된 건 아니거든요. 가축은 먹여야 고기도 내고 알도 내고 하는 애들인데 돼지까지 자력갱생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시 강조하지만 농축산업에 있어서만큼은 노동당이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서는 절대 안 되고요. 주변 국가에 호소도 하고 외국에서 수입도 해서 축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인민 사랑이고 북한 주민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말씀드립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선택과 집중, 잘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