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명태는 이름이 참 많습니다. 살아있는 건 생태, 얼린 명태는 동태, 고산지대에서 바람으로 말린 건 황태, 황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검어진 것들은 먹태, 이게 다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말이거든요. 그만큼 명태를 많이 먹었다는 뜻인데요. 한국도 그렇지만, 특히 북한에서 중요한 산업이었던 명태가 잡히지 않은 지 꽤 된 것 같아요.
명절에도 먹기 힘든 명태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갔나
조현: 네. 그렇습니다. 이제 북한에서 명태는 희귀 어종입니다. 1980년대에 어획량이 북한에서만도 연 10만 톤이 넘었는데 1990년대에 1만 톤으로 줄었고, 2004년엔 1백 톤 미만으로 떨어지더니 2008년에 급기야 0마리가 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 많던 명태가 다 어디로 갔나"하며 아쉬워합니다. 요새 분위기는 제가 어릴 적과 너무 달라요. 40~60대 북한 주민들은 명탯국을 먹던 1970~80년대를 기억하지만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은 명태가 비싸고 구경하기 힘든 물고기로 인식합니다. 옛날엔 그렇게 많이 먹던 명태를 최근 북한에선 생일은 물론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먹기가 힘들어요.
MC: 아쉽네요. 장마당에서도 볼 수 없나요?
조현: 아니오. 조금 있습니다. 지금 장마당에 나오는 명태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건데 너무 비싸서 이젠 약처럼 먹습니다. 장마당에서 팔기는 하지만 그 중국산 냉동 명태 1kg이 북한 돈으로 20만원입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1달러는 북한 돈 8000원 정도라고 하는데 시중에선 1달러가 15000~20000원에 거래 되고 있거든요. 20만원이면 쌀 3kg 이상 팔아야만 합니다. 식량도 부족한데 1주일 이상 굶기를 각오하고 명태를 먹을 수는 없죠. 정말 아쉽습니다.
MC: 그렇군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탕으로, 국으로, 술안주로 즐겨 먹습니다만 대부분 수입산이거든요.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명태가 없어진 게 다 기후 변화 때문인 거죠?
조현: 네.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근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에 대해 이미 1980년대 후반, 급격한 기후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북한의 주요 명태 산란지역이었던 원산만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980년대 후반에, 1980년대 초반에 비해 2℃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 원산만의 수온 상승으로 동해안의 명태 산란 적지가 많이 감소한 것에 직격타를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한의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1980년대 원산만 부근에서 38도선 이남으로 이동한 명태 유생(어린 개체)의 개체수가 74%나 감소한 것으로 계산되었답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아서 당시에 적정하게 어획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없어지지는 않았을 텐데요. 너무 심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임계값 이하로 줄어들면서 명태의 개체수 회복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MC: 사실 명태는 한민족의 삶이 담긴 먹거리였고요. 북한에선 더욱 그러했습니다. 지금도 탈북민들은 고향에서 먹던 명태 김치, 명태 순대, 그 맛을 정말 그리워하고 있어요. 이제부터라도 북한에서 명태를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조현: 왜 없습니까? 얼마든지 방법은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미리 파악한 한국은 지금 명태 요리를 어디서든지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식당, 시장, 어디든 명태가 쉽게 보이잖아요. 아까 명태 이름과 종류가 많다고 하셨는데 황태, 북어, 코다리, 생태, 뭐든지 다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남북한의 차이가 어디에 있을까요? 첫째, 한국은 원양어선을 통해 입어료 등을 지불하고 타국의 영해에서 잡아오는 게 가능합니다. 반면 북한의 수산업은 열악하기 짝이 없어요. 먼 바다 어로작업을 할 수 있는 배가 거의 없고요. 어구, 연료, 냉동 설비 등이 턱없이 부족해서 원양어로 작업은 생각도 못 합니다.
MC: 지금 원양 어선 운행을 못 하고 있는 건가요?
조현: 북한엔 원양 어로를 담당하는 국영 수산 기업이 4개 있습니다. 함경남도 신포, 양화, 홍원에 있는 수산사업소와 함경북도 청진 수산사업소입니다. 사정이 좋지 못해서 거의 못 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렴 국가인데 원양어선 하나 없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죠. 북한 정권이 재정을 풀어 수산사업소에서 원양어로 작업을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둘째로, 한국은 원양 어선을 내보내서 명태를 잡아 오기도 하지만 부산항에 러시아 어선들이 직접 들어와 거기서 팔기도 합니다. 북한도 나진, 선봉 쪽에 러시아 어선이 들어옵니다. 이때 국가에서 좀 투자해서 사들이면 지금처럼 명태를 보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은 되지 않겠죠. 북한은 명태 아니더라도 이렇게 놓치는 자원이 너무 많습니다. 주민들이 굶어 죽는 마당에 이젠 먹거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며, 얼마나 깊은 연구가 필요한지 인식을 좀 하면 좋겠습니다.
MC: 네. 아까 1980년대 후반, 명태가 사라지기 전에 북한에서 미리 상황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대처를 할 수 있었을 거라고 하셨는데요. 기후 변화에 따라 수산물 지도가 많이 바뀔 겁니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요?
조현: 기후 변화를 막을 수는 없겠죠. 그러나 북한은 대처가 없고 소용없는 말들만 하니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은 여전히 명태가 한반도 근해에 서식하는 어종이라면서 다시 키우라고 지시합니다. 지금 명태가 사라진 자리를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차지하고 있어요. 이렇게 바뀌는 수산물 지도를 잘 이해하고 어종을 바꿔서 어획할 수 있도록 장비나 배, 저장시설을 그에 맞게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또한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는 선박 침몰, 양식 사업 실패, 물고기 집단 폐사 등은 기후 변화 보다도 노동당의 투자 감소라는 문제가 훨씬 큽니다. 그래서 수산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 교류가 먼저 필요합니다. 한국의 수산업계는 환경 변화로 인한 현안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요. 앞으로도 한반도 주변의 해수와 수온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할 것인지 과학적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에 따라 앞으로 어떤 어종을 어획할 것인지, 또 무엇을 양식할 것인지 이에 대한 대책과 방법이 많습니다. 이거 그냥 되는 거 아닙니다. 수년 간의 연구가 필요한 거예요. 북한도 이런 통합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MC: 네. 맞는 말씀이지만, 당장 되는 게 아니라고 하신 것처럼 북한에선 먹거리도 부족한 지금, 이런 연구가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북한이 현재 국제 사회와 교류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그나마 지금 북한에서 할 수 있을만한 시도는 어떤 게 있을까요?
북한 전문가들 , 국제 세미나에 참가만 할 수 있다면…
조현: 맞는 말씀입니다. 어로 개척, 양식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노동당이 북한 전문가들을 국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기후 연구, 먹거리 연구, 발표회(세미나) 등에 그냥 참가만 하게 해 줘도 훨씬 낫다고 봅니다. 그런데 가서 듣고 그냥 정보 자료도 좀 받으면 그게 얼마나 좋아요. 지금 북한은 아주 기본적인 연구도 안 되어있기 때문에 그런 데서 배우는 간단한 방법들을 시도만 해도 효과가 아주 빠릅니다. 그냥 참가만 하면 됩니다. 그저 북한 전문가들, 과학자들이 세상에 나올 수만 있어도 북한의 미래는 밝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 성의라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MC: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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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