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 돈 받고 쌀 팔면 생기는 일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4.12.05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 돈 받고 쌀 팔면 생기는 일 북한 농부들이 평양 근교 논에서 벼를 수확하고 있다.
/Reuters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주 서울엔 역대 11월 중에 가장 많은 눈이 쌓였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117년 만이라고 하던데요. 이거 북한에도 폭설 피해가 심각했겠는데요?

 

폭설 피해로 황해북도 온실 대거 무너져

 

조현: 네. 황해북도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합니다. 피해도 컸고요. 북한도 최근에 비닐 가지고 온실을 많이 만들었잖아요. 황해북도의 양묘장, 수지경판온실 등 온실이 거의 다 무너졌다고 하고요. 무엇보다 소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의 소 사육사는 모두 지붕을 볏짚으로 덮어놓거든요. 기와지붕으로 튼튼히 지었다면 한결 나았을 텐데, 이번에 내린 눈은 물을 머금은 무거운 눈이라 볏짚이 그대로 내려앉아서 피해가 컸던 겁니다. 최근 상황을 보니 북한에서 기후 위기는 바로 재난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피해를 가장 크게 당하는 사람이 바로 농민들이죠. 평안북도 지역은 지난 여름 폭우로 현재 있는 곡물 양이 8.15 해방 이전보다 못 하고요. 제가 몇 번 방송에서 각종 병해충과 벼의 도열병, 세균마름병에 대해 얘길 했는데 그 피해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MC: 걱정이네요. 물론 농민들의 상황이 각각 다르겠지만 양곡 분배를 마친 지금, 대부분 빚을 갚느라 당장 겨울 식량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하셨어요. 보통의 농민들은 올해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요?

 

조현: 네.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3 5천 달러를 넘기고 있는데, 북한은 1000 달러도 못 미치거든요. 또 농민의 연 소득은 200달러 밖에 안 됩니다. 이 정도 가지고 1년을 버텨야 하는 거죠. 그나마 말씀대로 농사철(봄~여름) 생존을 위해 꾸어다 먹은 양이 50%는 됩니다. 그걸 다 갚고 남는 걸로 또 버텨야 해요. 농민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인한 소득은 평균 20% 정도 내외로 조사되고 있는데, 올해는 옥수수 수확 시기부터 시작된 노동당의 군량미 독촉과 기후 재난에 의한 생산량 감소가 농민들 주머니를 더 털어버린 거죠. 제가 아는 평안남도 농장 경리는 식량 분배를 300kg 받았는데 비료, 식용 기름, 종자 등을 사느라고 꾸었던 돈을 다 물어내야 해서 남는 돈이 없다고 합니다. 돈주가 아니라 각 지역의 농촌경영위원회에서 빌렸다고 해도 다 물어내야 해요. 또한 금리의 인상으로 이자만 해도 예년의 2~3배를 지출해야 하는 농민의 현재 상황은 정말 최악입니다. 다시 말하면 거의 빈털터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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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한 푼이 소중한 지금, 금리 인상이 농민에겐 정말 악재가 되겠군요. 더구나 지금 화폐 개혁 얘기까지 돌면서 북한 돈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죠. 농민들도 이 심각성을 체득하고 있을까요?

 

북한 돈으로 쌀 팔았다가 낭패 보는 농민들 늘어

 

조현: 아니에요.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북한엔 워낙 외화가 없어서 농민들 역시 외화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습니다. 방송을 듣는 분들은 반드시, 생산한 양곡을 북한 돈으로 팔지 말고 꼭 달러나 위안화, 엔이나 유로 등 외화로 팔아야 합니다. 지금 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서 북한 돈으로 받으면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농민들 중엔 말 잘 하는 도시 상인들에게 속아 북한 돈으로 쌀 파는 분들이 많아요. 채소, 과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외화를 받고 파세요. 봄 여름 내내 땀 흘리며 지은 결실을 헐값에 팔아서, 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MC: 농민 여러분께서는 꼭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농민이 분배 받은 쌀을 팔아서 겨울 난방이나 방한 용품도 구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차피 겨울에도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하니까 이런 게 꼭 필요할 텐데요. 전국적으로 외화가 부족한 상황이라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조현: 힘들죠. 두꺼운 옷, 장갑, 모자 이런 것들은 농민에게 필수인데요. 외화가 없다면 이런 것도 북한 돈이 아닌 물자로 직접 교환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북한 돈은 역할을 못 하니까 시장 물가에 기초해 가격을 계산해야 하고요. 석탄이나 나무 등 난방 재료와 식용 기름, 소금 등의 기초 식품도 쌀을 팔아서 돈을 주고 산다면 엄청난 손실을 봅니다. 그러니 쌀과 직접 교환하는 편이 낫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내년도 곡물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저축할 수 있는 만큼 직접 가지고 있는 것도 방법입니다. 노동당은 당에 충성하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선전하는데요. 저는 거기 속아서 국가수매시키지 말고 농민에게 자기 살 길 찾으라고 꼭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정말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소식통에 따르면 가난을 견디지 못해서 사금 채취장이나 건설장 일공 노동을 떠나는 이들도 여럿 보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저는 수확을 마친 농민들이 활짝 웃으면서 풍년을 기뻐하는 모습을 본 지가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네요.

 

MC: 네. 어디라도 피하고 싶을 테니 농장과 고향을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농민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여요. 북한 농민들도 그걸 알까요?

 

조현: 네. 농민도 물론 다 알지만 바깥에서 우리가 듣는 것처럼 김정은의 동향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부화방탕과 핵무장엔 돈을 엄청 쓰면서 농민에게 쓰는 돈은 너무 아까워합니다. 나라가 이렇게 가난한 데도 미사일과 핵개발엔 수십억 달러를 쓴다는데, 당장 내일이 보이지 않는 농민을 위해선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어요. 최근 자료에 의하면 김정은이 노동장 조직지도부에 지시해서 농촌에 반국가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건 흔히 하는 얘기입니다. 보통 농장에 군량미 수매용도로 1000 톤을 내려 먹이면 농민들이 그걸 다 못 채워요. 잘 해야 60~70% 채웁니다. 국가수매계획 못 채웠다고 반국가세력이라고 협박하는 겁니다. 이젠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MC: 네. 맞습니다. 어쨌든 올 겨울 날씨는 추워지는데 식량이 없는 농민들이 버틸 수 있도록 임시 방편이라도 만들어 주면 좋겠네요. 소장님도 북한에선 농업경영위원회 소속이었잖아요? 그저 지방 관료들이 자체적으로 농민을 위해 펼칠 수 있는 정책은 없을까요?

 

각 지역에서 저렴하게 농민 땔감 공급해야

 

조현: 임시 정책이라면 다른 게 없습니다. 첫째, 농민 식량을 건드리지 말 것과 두 번째는 농장이나 군 인민위원회, ·도급 각 기관에서 농민에게 싼값으로 땔감을 공급해주면 됩니다. 이건 그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무연탄 나오는 곳에선 무연탄을, 유연탄 나오는 곳에선 유연탄을가능한 대로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그렇게라도 처리해 주면 농민들에겐 큰 힘이 되고요. 농장과 가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농민이 겨울을 잘 버티면 가장 득을 보는 자는 노동당과 북한 정권일 겁니다. 무엇이 옳은 일인가 꼭 타산해 보길 바랍니다.

 

MC: 엄혹한 겨울을 버텨 내야하는 북한 농민이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이 겨울 농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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