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집행이사국 내정된 남한,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직접 협의 진행 노력 필요
2019.10.29
(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최근 남한의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국 내정과 이와 관련한 남북 협력 가능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한이 내년 5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WHO,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국으로 내정됐습니다. 남한 보건복지부는 최근 열린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지역총회에서 남한이 내년 5월부터 3년간의 임기가 시작되는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국에 내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회는 모두 34개 집행이사국으로 구성되는데요, 현재 서태평양 지역의 집행이사국은 호주, 중국, 싱가포르를 포함해 5개국입니다. 탁상우 박사는 이 소식은 남한의 보건의료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반색했습니다.
(탁상우) 우선,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모델이라고 소개될 정도로 잘 갖추어진 체계인 것은 분명합니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실행하는 나라들 대부분에서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가 가장 힘든 과제인데, 남한은 이런 한계들도 상대적으로 잘 극복하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 및 의원의 진료자료나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통합 관리하는 보건의료정보시스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야입니다. 아직도 몇 가지 세부 분야에서는 개선해야 되는데, 예컨대, 의료서비스가 도심지역에 치중돼 외딴 시골처럼 아직도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곳이 많은 것, 과잉진료 문제, 항생제 과다 처방 등은 남한이 선진 보건의료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남한은 지난 1949년에 세계보건기구에 가입한 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 전염병 예방과 치료, 소아마비 퇴치 등 여러 사업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는데요, 그런 나라가 이제는 그 국제기구의 집행이사국으로 내정된 셈이죠. 남한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들을 받아왔을까요? 탁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가장 대표적으로는 영양개선과 기생충 박멸, 결핵 관리 사업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양개선활동은 WHO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비정부기구들도 함께 지원활동을 펼쳤습니다. 남한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된 활동으로 인정받습니다. 결핵문제는 한국전쟁 당시부터 문제가 발견돼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질병관리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남한 정부가 결핵문제에 소홀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결핵만큼은 남한이 아직도 노력해야 할 문제 중의 하나로 인식됩니다. 이밖에, 남한의 기생충 박멸사업도 효과를 거둔 활동으로 평가하는데, 이 지원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왔던 기관이 현재는 ‘한국건강관리협회’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보건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협력해 기생충 박멸, 감염병 관리 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지난 2009년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와 '평양 종합검진센터 건립사업'에 함께 참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속합의서에 서명했는데요, 지난 2008년 통일부에서 남북협력기금지원 평양 종합검진센터 건립 지원사업을 승인하면서 남측의 건강검진 전문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참여를 권고했고, 협회는 2008년 12월부터 의료장비 등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과거 남한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의 보건 환경과 의료지원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탁 박사는 세계보건기구의 북한 내 지원 활동을 다 말하자면 한나절이 걸릴 것 같다고 하네요.
(탁상우) 북한이 WHO 회원국이 된 게 1974년인데요, 이후 WHO가 꾸준히 여러 분야에서 지원활동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10여년 동안에는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을 강화하는 사업을 주로 펼쳐왔습니다. 아동 예방접종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든가, 산부인과 응급처치 같은 기초적인 의료서비스 개선사업 등은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 외에도, 결핵 관리, 말라리아 예방사업 등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침, 세계보건기구는 얼마 전 공개한 '2019 결핵보고서'에서 인구 10만 명 당 100명 이상 결핵이 발병하는 '결핵 고부담 국가'에 북한을 포함시켰는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북한의 결핵 환자수를 13만 천 명으로, 또 지난해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2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북한에서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주민 10만 명당 80명 꼴로, 남한보다 16배, 세계 평균보다는 4배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평양 주재 유엔기구들의 직원 수 감축을 유엔에 통보했는데요,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북한이 인원 감축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경우, 소속 직원은 6명에서 4명으로 줄이라고 통보 받았는데, 이 같은 조치가 올해 연말까지 시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북한주민들은 그 동안 세계보건기구의 원조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요,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원조가 유지되려면 남한이 어떤 중재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탁 박사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남북한의 협력을 주문했습니다.
(탁상우) WHO에 국가별로 지불해야 될 분담금 외에 추가로 대북활동을 조건으로 지원하는 게 가능합니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북한과 협의하고 지원내용을 확정해 WHO를 통해 예산을 집행하면서 북한에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보건 지원활동을 위한 WHO 인력을 북한 사정에 밝은 남한의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유엔경제제재가 이런 인도주의적 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염려는 됩니다. 또, 북한에서 요구하는 게 WHO의 지원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협력은 남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는 게 필요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적으로 남북한간에 인도주의적 협력을 위한 주체들간의 대화가 대외적으로도 보장이 되고 이 보장된 채널을 통해서 실천이 이뤄져야 이 일의 협력도 조금 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합니다.
다행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융통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물품을 북한에 반입하게 해 달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요청을 지난 9월 허가한 게 단적인 예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는 내년 3월까지 해당 물품을 반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남한의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국 최종 확정은 내년 5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이루어질 예정인데요, 최종 확정되면, 남한의 집행이사국 진출은 1949년 세계보건기구 가입 이후 일곱 번째입니다. 집행이사국은 보건 전문가를 집행 이사로 선정해 매년 2회 열리는 집행이사회에 참여하게 하는 등 집행이사회나 총회에서 이뤄지는 세계보건기구의 예·결산, 주요 사업 전략과 운영방안을 수집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최근 남한의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국 내정과 이와 관련한 남북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