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남한과 북한의 문학 관련 이야기를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북한 소설을 가지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도명학: 네, 총서 "불멸의 역사"중 "50년 여름"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김일성을 우상화한 소설입니다.
MC: 먼저 작가에 대해서 알아 볼까요? 작가는 어떤 인물이고 또 선생님과도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었는지요?
도명학: 안동춘이라는 소설가인데 개인적인 인연은 없습니다. 또 총서 "불멸의 역사"를 쓴 작가들은 "4'15문학 창작단"이라는 특별 기구 소속입니다. 안동춘 작가는 단편소설을 잘 쓰는 작가였는데 장편소설을 오늘 소개하는 "50년 여름"이 첫 작품인 것으로 압니다.
MC: 그렇다면 이 소설의 줄거리는 어떻게 되나요?
도명학: 장편소설 『50년 여름』은 서장과 종장을 포함하여 총 2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장’은 6ㆍ25 발발 직전의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주로 이승만 정부와 미국의 북침준비를 그리고 있습니다.
제1장에서 제5장까지에서는 전쟁 직전의 긴박한 분위기와 함께 김일성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제1장에서 항일빨치산 출신 38경비여단장 최현은 남쪽의 포격으로 죽은 전사자 장례식에서 참석하여 임운학이라는 청년을 만나게 되고 그를 자기 부대에 받아들입니다. 그날 최현은 김일성의 호출을 받고 평양을 가고. 병원에 있는 아내에게 들러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는데 그 자리에서 해군부사령관 최춘국을 만나 전쟁이 터질 것 같아 걱정합니다. 최춘국 역시 항일빨치산 출신입니다.
김일성 역시 그의 참모 김책, 최용건, 강건과 대처 방안을 이야기하고, 임꺽정의 저자이며 부수상인 홍명희와도 만나 전쟁과 민족적 양심에 대한 이야기로 걱정하는 등 김일성을 평화주의자로 묘사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MC: 이 소설은 전쟁 직전의 남한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습니까?
도명학: 제3장에 이르러 전쟁 전날인 6월 24일의 서울이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 애국적이고 양심적인 학자인 60대 노인 성송암은 북에서 발표한 평화통일 호소문을 선전하다 체포된 둘째 딸 련화를 구하기 위해 골동품을 팔려고 거리로 나서지만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감옥에 갇힌 련화는 백정식이란 청년의 도움을 받아 석방되지만 백정식은 미모의 여대생 련화를 자기 아내로 만들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련화는 이미 좌익서클에서 만난 림운학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 백정식은 련화를 겁탈하려고 하지만 련화가 도망치다가 다시 체포됩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북침은 개시되고 최현은 적들의 맹렬한 공세 앞에 용감하게 맞섭니다.

MC: 드디어 전쟁이 시작됐는데 이후의 모습들을 이 소설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도명학: 인민군은 김일성의 명령으로 반공격에 나서는데 김일성은 강건, 최용건 등 부하들로부터 전황을 보고 받고 남조선 전역을 점령할데 대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김일성은 남쪽 군대는 강제로 징집된 오합지졸로 과감하게 반격하여 기를 꺾어놓으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최용건은 전방지휘소가 설치될 철원으로 떠나고 강건은 김일성이 제시한 공격방향에 따라 각 부대장들에게 임무를 하달합니다. 그리하여 반공격 명령이 내려진 한 시간을 전후하여 인민군 부대들은 점령당하였던 전체 지역을 탈환하고 38선 이남으로 진격하기 시작합니다.
MC: 줄거리를 듣다 보니, 이 소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도명학: 이후 장들에서는 인민군의 용감한 전투 모습과 김일성의 영도력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모든 전선에서 인민군이 순조롭게 진격해 나가다가 52사단이 춘천계선을 돌파하지 못함으로써 전체 진격 작전에 차질을 가져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에 김일성은 52사단이 새 사단장에 최현을 임명합니다.
최현은 적의 거점을 우회 기습하는 전략을 세우고 진격합니다. 그리하여 사단은 최현의 소양강 방어선을 돌파합니다.
서울 점령 고비에서 김일성은 야간 유격 전술을 제시하고 임운학은 야간습격조에 지원합니다. 서울이 점령되자 임운학은 애인인 련화를 찾아 나섭니다. 인민군은 진격 속도를 늦추지 않고 한강을 건너 수원으로, 계속 남으로 진격하고 점령된 서울의 중앙청에서 김책과 최용건은 전황을 분석하면서 김일성의 영도력을 칭송합니다.
수원을 지난 인민군은 금강방어선에 집결하여 대대적인 도하와 대전 포위 작전에 돌입합니다. 이 작전은 최현을 비롯한 용감무쌍한 전사들과 김일성의 허를 찌르는 전략에 의하여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빈틈없이 전개됩니다. 소설의 결말에 해당하는 제20장에서 인민군은 대전을 점령하고 ‘종장’에서는 승리감에 도취된 인민군과 김일성의 감격을 그리고 있습니다.

MC: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국전쟁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도 좀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들 가운데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도 볼 수 있습니까?
도명학: 네, 전쟁 발발의 원인을 남쪽에 돌린 부분입니다. 소련 붕괴 후 낱낱이 공개된 것이 김일성이 스탈린의 허락과 소련제 무기 지원을 받아 먼저 전쟁을 일으킨 사실인데 이 소설에서는 김일성을 철저한 평화주의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의 실책이 사흘간이나 서울에 머물게 되어 국군에게 숨돌릴 시간을 준 것인데 인민군이 거침없이 계속 남으로 진격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역사적 사실과 다른 소소한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허구가 가능한 것이 소설이지만 민감한 현대사를 취급하는 경우는 허구가 역사적 사실과 너무 다르면 역사 왜곡에 편승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MC: 북한의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도명학: 북한 독자들은 당연히 김일성의 현명한 작전 지휘로 대전이 점령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또 김일성이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고심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저도 그랬었죠. 이 작품이 그것을 목적하고 쓰인 것이니까 왜곡된 역사적 사실만 알고 있는 북한 독자들에겐 당연한 현상입니다
MC: 그 부분을 남한 독자들이 봐도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요?
도명학: 남한 독자들은 6.25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기 때문에 감동이 아니라 황당한 느낌을 받을 것이고 김일성을 대단한 전략가로 우상화 한 것이 한심하게 생각될 것입니다. 물론 소설 속 디테일한 부분들에 재미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클 것입니다.
MC: 이 소설이 가장 크게 저지르는 실수 또는 오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명학: 작가가 스스로 의도했든 북한 당국이 억지로 시켰든 역사를 왜곡한 것은 큰 죄악이라고 봅니다. 그 부분에서 작가도 북한 문단도 치욕을 남겼습니다.
MC: 그렇다면, 작가가 또는 출판사가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명학: 북한 작가들이 노동당의 의도와 어긋나는 작품을 창작할 수 없고 출판사들도 당의 의도와 어긋나는 도서를 출판할 수 없는데 이유고 뭐고 할 것이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면 죽어야 하는 것이 북한 작가들이고 출판사이니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MC: 이렇게 북한 역사교육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도명학: 아마 놀라지 않을까요. 충격이 크겠죠. 다만 선뜻 받아들이긴 힘들어 할 것입니다. 평생 세뇌당한 의식이 지적 한두마디에 변화될 순 없을 건 당연합니다.
MC: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명학: 현재로선 북에 라디오든, 전단이든 많이 들여보내고 해외에 나온 북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등 제한적인 방법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워낙 인터넷도 라디오도 허용하지 않는 쇄국정책을 하고 있기에 북한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게 하려면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노력해야만 합니다. 그러느라면 한류가 북한에 유입된 것처럼 역사적 진실도 북한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리라 봅니다.
MC: 이 작품에 대한 선생님의 감상평을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감상평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에서 읽었을 때는 감동적으로 잘 쓴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고 난 다음엔 배신감 비슷한 느낌이 들었고, 현재 느낌은 심드렁한 느낌이라고 할지, 호랑이가 날고기 먹는 것이 이상하지 않듯 이제는 이런 작품을 봐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봅니다. 다만 문학성은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원래 이런 작품을 전문으로 창작하는 "4.15문학 창작단" 자체가 북한 최고의 소설가들이 선발된 곳입니다.
MC: 네, 저희가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