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전쟁 속 이념과 인간 치열하게 다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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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남한의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 소개해 주실 작품은 무엇인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한국의 이문열 소설가의 장편소설 “영웅시대”를 가지고 이야기 하려 합니다.

MC: 저자인 이문열 작가는 굉장히 널리 알려진 소설가 아니겠습니까? 먼저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네. 이문열 소설가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죠. 지난해에 한번 소개한 적 있긴 합니다만. 이문열 소설가는 저와 개인적으로도 연고가 있는 분입니다. 경기도 이천시에 그의 집과 "부악문원"이라는 명칭의 집필실이 있습니다. "부악문원"은 작가들에게 일정한 기간씩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집필실과 숙식을 무료로 보장해주고 작가지망생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신세를 진 곳이고 이문열 소설가와 종종 차나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셨습니다. 아주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이십니다. 대가임에도 잘난 척을 하는 법 없고, 격식을 차리지도 않고 사람을 편안하게 대해줍니다. 그리고 굉장히 박식합니다. 동서고금의 문학은 물론 역사, 철학 같은 것에도 조예가 상당히 깊으시더군요. 또 정치에도 관심이 높아 보수 성향 작가로도 불리는데, 제가 보기엔 보수적이라기보다 훨씬 진취적인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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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국의 대표적 소설가 중 한 명인 이문열 작가. /연합

이문열 작가는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새하곡>이 당선돼 등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문열은 등단 이후 능란하고 교양적인 문체와 다양한 작품세계를 지닌 소설들을 발표해 명실상부 대한민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2015년 은관문화훈장, 2012년 제15회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2016. 02월 제2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MC: 이 작품은 내용이 굉장히 긴 장편소설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떤 소설인가요?

도명학: 네 장편소설 "영웅시대'는 1984년 발표작입니다. 분량이 깁니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원고지 3,500매 분량입니다. 작품은 사회주의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6.25 한국전쟁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사회주의 이념, 나아가 이념과 인간의 문제를 치열하게 다룬 것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이동영의 이야기를 한 축으로 하고 그의 노모와 아내의 이야기를 다른 한 축으로 하여 두 이야기가 교대로 개진되는 이원적 서사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이념의 실현을 추구해 온 주인공 이동영과 그의 가족이나 김철 등뿐만 아니라 친척이나 동장, 촌로 등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서도, 이념에 이끌린 전쟁이 어떻게 인간들을 좌절시키는지를 형상화하였습니다. 소설 ”영웅시대“는 식민지 치하 사회주의 운동과 그 극한적 발현으로서의 한국전쟁을 이념의 맥락에서 치열한 문제 의식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몫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MC: 줄거리도 궁금합니다. 소개 좀 해주시죠.

도명학: 이 소설은 6.25를 중심으로 불행한 한 가족사와 한 민족이 두 이념으로 부딪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이동영은 전쟁 중에 남로당 계열의 간부로 활동하며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은 감상에 지나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이동영이 서울 근교의 농대 학장으로 잠시 재임 중 UN군이 밀려오자 그의 가족인 어머니와 만삭인 아내, 어린 자식 삼 남매를 두고 북으로 간 후부터 시작됩니다. 이동영은 인민군 보병연대의 정치부 대대장으로 배속 받아 찾아가는 중 산길에서 적의 전투기에 폭격을 받고 모터찌클을 잃은 안나타샤라는 인민군 여성군관을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동영이 도착한 보병연대의 연대장은 뜻밖에도 자신이 동경 유학 시절 함께 했던 친구 김시철이었습니다. 둘은 밤새 술을 나누며 재회를 기뻐합니다. 술자리에서 이동영은 공산주의자가 된 김시철이 민족 해방 전사로서 최전선에서 전쟁을 겪는 동안 사회주의 이념에 환멸을 느끼게 된 것을 알게 된됩니다. 절대 권력자에 대한 우상 숭배와 권력 추구로 사회주의는 변질되고 있다고 김시철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김시철은 출신성분이 지주 신분이라는 것과 계보상으로 연안파인 무정 일파라는 이유때문에 머지 않아 곧 숙청되리라는 것을 알고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차차 알게 됩니다. 결국 김시철이 전투 중에 자살에 가까운 무모한 행동으로 전사하자 함께 전투를 벌이다가 부상을 당한 이동영은 이념의 혼란에 빠집니다.

이때 이동영의 가족은 이동영이 떠난 직후 피난민에 섞여 서울로 들어오고 친척들을 찾아가지만 이미 빨갱이로 소문나 있어 모두 그의 가족을 외면합니다. 결국 인민군이 서울을 함락하던 기간 이동영이 임시 거처로 쓰던 집으로 찾아간 그의 가족은 감시하고 있던 경찰과 동네 청년들에게 붙잡혀 수용소에 갇힌 후 혹독한 심문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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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승절 맞아 열사묘·중국군묘 참배…"영원히 승승장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ㆍ25전쟁 정전기념일 70주년인 27일을 앞두고 열사묘 참배 등 '전승절' 행보를 본격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 조국해방전쟁 참전 열사묘를 찾았다고 26일 보도했다. /연합 (김준영/YNA)

어린 삼 남매는 서울 거리를 쏘다니며 하루를 어렵게 나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면회를 갑니다. 수용된 곳에서 시어머니와 아내는 혹시 집단 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견디기 어려운 심문의 고통으로 하루 하루를 지낸다. 결국 탈출을 결심한 시어머니와 아내는 두 남매만을 낙동강 근처의 외가로 내려가도록 한 후 해산을 빌미로 수용소 앞 빈집으로 옮겨 탈출의 기회를 노립니다.

여기서 시어머니와 아내는 이동영이 가고자 하는 사회주의가 인민의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믿음에 조금씩 회의를 품게 됩니다. 이쯤, 이동영은 자신의 병실에 나타난 인민군 정치부 여간부 안나타샤가 중앙당 핵심지도부의 30인 중의 한 사람과 끈이 닿고 있는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김시철의 무모한 죽음을 생각하고 그녀를 관찰하며 자신도 곧 김시철의 길을 따르게 되리라는 걸 예감합니다.

그러던 중 자신을 찾아온 동경에서의 옛 스승 박영창을 만나게 됩니다. 박영창은 이동영이 사회주의 이념의 깊은 회의에 빠져 있는데 반해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믿음이 확고합니다. 이동영과 헤어진 후 박영창은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권력의 핵심부에서 점점 밀려 나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당의 이데올로기만은 장악하고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게 됩니다. 문화선전성에서 일하다가 새로 생긴 당중앙 연락부 산하 단체의 책임을 맡게 된 그는 그 자리가 후에 자신을 숙청하기 위한 것임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는 열성적인 활동을 펼쳐나갑니다.

<브릿지: “여러분은 지금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해드리는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을 듣고 계십니다.”>

이동영의 가족은 중공군이 서울 근교까지 밀려오자 수용소에서 풀려나 서울로 들어옵니다. 그러나 중공군이 곧 서울로 입성한다는 소문은 무성하지만 이동영이 함께 내려오리라는 소식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대구로 내려간 자식 남매를 걱정하던 끝에 시어머니와 아내는 시외삼촌댁의 배려로 마지막 피난 열차를 타게 됩니다.

지칠 대로 지친 시어머니가 기차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입는 일까지 당하며 대구에 도착한다. 시어머니와 아내는 탈진 상태에서 갈 곳을 찾다 소달구지를 타고 어렵게 친정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친정아버지는 조금의 여비를 주며 이동영의 가족을 매몰차게 내쫓습니다. 이는 친정아버지가 세 아들 중 두 아들이 인민군 활동을 하게 되자 막내아들은 도피하듯 국군으로 나가 소식이 없고, 아버지는 빨갱이 아버지라는 이유로 곤욕을 치르며 생긴 불신과 불안의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이동영의 시어머니와 아내는 갓난아이와 삼 남매를 끌고 고향으로 향합니다.

이때, 인민군이 서울을 재탈환하자 안나타샤는 완쾌한 이동영에게 인민군 정치부 서울지부장이라는 꽤 높은 직위를 맡깁니다. 서울로 입성한 이동영은 갑작스런 지위 상승에 놀라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상관인 안나탸샤에게 취중에 부르주아적 감상주의와 반동적 언행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고 육체적 관계를 갖기도 합니다. 한편 여기서 이동영은 박영창의 노선을 함께 따르던 박영규를 만나면서 이념에 대한 회의가 더욱 깊어집니다. 박영규는 "모든 이념이나 사상은 그것을 주장하는 자의 이익만을 위해 봉사한다는 거였네. 그 주장이 극렬할수록 나는 더 거대한 이기만을 보았을 뿐이야"라며 이동영의 이념에 대한 회의를 가중시킵니다.

한편, 고향으로 돌아온 이동영의 가족은 그런 대로 어렵지 않게 하루를 살아가며 앞으로의 안정을 위해 기독교인으로 탈바꿈하려 애씁니다. 또 아래채에는 순경 가족까지 들여 생활하던 중 이동영의 옛 친구인 빨치산 강현석이 만삭의 여자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이동영의 어머니는 지난날의 악몽을 되새기며 격렬히 반대하지만 임신부가 산고를 호소하자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부터 잠시 평온하던 이동영의 가족은 다시 빨갱이로 몰리게 됩니다.

결국 시어머니는 이런저런 고생 끝에 암에 걸린 후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죽게 되고 아내는 시어머니와 나누던 이야기들과 유언에 따라 남편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의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유언대로 기독교 세례까지 받고 현실의 남편 이동영을 가슴에서 지워내며 이 소설의 가족사는 끝을 맺습니다.

한편, 안나타샤의 정보에 따라 이동영은 숙청을 면하기 위해 군사위원회에서 교직원을 희망하여 원산의 농대 부교수로 임명됩니다. 그리고 안나타샤가 오래 전 오송리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사모해왔다는 걸 알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결혼을 위한 동거로까지 빠르게 진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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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실린 북한의 노농적위대원들. 맨 앞줄에 앳된 모습의 여성이 눈에 띈다. /연합

이동영은 부교수로의 생활에서도 사회주의 이념에 회의를 느끼던 중 자신의 스승이었던 박영창이 찾아와 곧 남로당 계열의 모두가 숙청될 것 같다는 추측을 남기고 갑니다. 결국 이동영은 박영창을 포함한 남로당 계열이 모두 숙청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이동영은 동거 중인 원산 정치부장 안나타샤를 통해 일본으로의 밀입국을 시도하지만 스스로 포기하고 북한에 남습니다.

이 소설의 끝은 '이동영의 노트'라는 부제의 긴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이동영은 이데올로기의 생성에서부터 사회주의에 이르기까지의 허점들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하여 비판합니다. “'마르크스가 살아난다 해도 그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자본주의 국가의 빈민굴일 뿐이다. 진정으로 그의 가르침에 감동하는 것도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 엘리트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의 소외된 지식층이거나 야심적인 몽상가들 쪽일 것이다. 만약 그가 사회주의 국가에 다시 태어난다면 틀림없이 자기주장의 많은 부분을 철회하거나 수정해야할 것이며, 끝내 그것을 거부한다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어이없게도 처형대뿐일 것이다. 죄목은 반혁명 또는 반마르크시즘.'”이라고 말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이동영은 이 뒷부분에 이어 '아들에게'란 이름으로 긴 편지를 쓴다. 아비의 시대는 윤리성과 자주성과 완결성이 결여된 '영웅 시대'였지만, 너희는 휴머니즘과 민족주의를 추구하라는 말과 함께 작품도 끝맺습니다.

MC: 선생님께서는 이 작품을 처음 접하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도명학: 네, 한가지 느낌은 아, 이 소설은 이문열 소설가가 6.25 때 사회주의 이념을 따라 월북한 자신의 부친을 떠올리며 쓴 자전적 측면이 있구나 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자의든 타의든 태어나서부터 사회주의 이념을 주입받으며 살다가 그곳을 뛰쳐나와 남한까지 오지 않으면 안 된 탈북자들의 심정이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오류투성이인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운명의 장난에 시달렸습니까.

MC: 북한주민들이 이 책을 좋아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도명학: 네, 좋아할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간부들과 지식인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북한체제로부터 주입받은 사상에 거의다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니까 아마 이 소설이 마음에 와닿을 것입니다.

MC: 이 작품의 제목이 '영웅시대'인데요, 영웅이란 게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고, 또 시대라 함은 어떤 시대를 가리키는 건가요?

도명학: 네 이 작품이 말하는 영웅이란 사회주의 이념에 환상을 가지고 사회변혁을 위해 헌신하는, 즉 스스로 사회주의자가 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고, 시대라 함은 한때 그 이념에 현혹된 사람들이 그만큼 많던 시기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여졌다고 봅니다.

MC: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뭐였을까요?

도명학: 소설 마지막에 주인공 이동영이 '아들에게'란 이름으로 쓴 편지 내용에 "아비의 시대는 윤리성과 자주성과 완결성이 결여된 '영웅시대'였지만, 너희는 휴머니즘과 민족주의를 추구하라"는 대목이 있는데 작가가 최종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메시지라고 생각됩니다.

MC: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기념일입니다. 이 소설과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을까요?

도명학: 소설이 6.25전쟁 시기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남북한 간 이념 대립과 자유진영 대 공산진영 간 국제전 성격이 짙은 처절한 전쟁 가운데 겪게 되는 다양한 인간들의 심경 변화와 고난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정전협정 70주년을 계기로 읽으면 받아안는 메시지가 더 강렬할 것입니다. 또 창작 발표된 시점이 정전협정 조인 후 수십년 지난 다음인만큼 지나간 역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쓰여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MC: 선생님께서는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것만큼은 좀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읽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을까요?

도명학: 작품을 읽으면서 사람이 어떤 이념에 공감해 선택한다는 것이 각자의 운명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한번 잘못 선택한 이념에서 벗어나는 길은 엄청난 수난을 동반하게 되는 법이고, 어쩌면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MC: 전체적인 감상평을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소설의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물론 제가 북한 출신이어서 작품 속 인물들이 이념을 두고 겪는 심리적 혼란에 동질감을 더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 사건들도 중량감 있게 품위 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또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매우 철학적이고 의미심장한 것들이 많습니다. 작품에 대한 일부 평가는 작품 뒷부분에 작가의 주관적 주장이 설명조로 길게 드러나는 것이 흠이라고 했던데, 제가 보기엔 앞부분에서 그래도 될 만큼 미리 충분한 전제를 깔아놨기 때문에 후미에 직설적으로 주장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더 작품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결말을 모호하고 두루뭉술하고 사색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작품성을 높이는 방법이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작품에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건 아니죠. 이문열 소설가의 창작 능력을 생각하면 분명 직설법을 의도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저의 평가입니다.

MC: 네, 오늘 남북문학기행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지금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 이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