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사지에서 피어난 ‘남북한 민족애’ 다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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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남한의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세요.

MC: 선생님, 오늘 저희가 볼 작품은 뭔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2021년 7월에 개봉된 한국 영화 '모가디슈'를 가지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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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MC: 전 이 영화를 직접 보진 못하고 주변의 이야기만 들었는데요. 다들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어떤 영화인지 줄거리와 함께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영화 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의 열한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주연배우들로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등 연기력이 짱짱한 배우들입니다.

이 영화는 좋은 평을 받으며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2021년에는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부일영화상 3개를 수상했고, 2022년에도 춘사국제영화제 기술상, 백상예술대상,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작품상, 디렉터스 컷 어워즈 특별한 친구상,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로컬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개봉된 때가 한창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여서 관객수 361만명에 그쳤습니다. 코로나 이전 같으면 천만관객을 돌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361만명도 적은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라 영화관, 극장들이 문을 닫다시피 한 시기에 나온 영화임을 고려할 때 엄청난 관객수입니다.

이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당시 소말리아는 정부군과 반란군과의 내전이 발생하면서 수도 모가디슈의 외국 대사관들도 공격받습니다. 모가디슈 주재 한국대사관 외교관들도 생명의 위협을 받고 피신해야 할 상황에 놓이고 북한대사관 외교관들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불가피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남북한 외교관들이 부득불 협력하여 수많은 위험한 고비들을 넘기며 탈출에 성공한 실제 역사적 사실을 재현한 영화가 ‘모가디슈’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때는 1990년, 남북은 UN 가입을 위해 힘을 쓰고 있고, 각국의 외교관들은 소말리아로 출장을 떠나 치열한 외교전과 함께 UN 가입을 성사시키려 노력합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소말리아의 대통령과 면담을 하러 떠난 한신성 한국 대사는 괴한의 습격으로 면담이 늦어져 취소되는데, 뜻밖에도 그 빈자리를 북한의 림용수 대사가 차지하게 됩니다. 북한 측의 계략에 당한 거죠.

그런 치열한 외교전 속에 소말리아에서는 내전이 발발하고 민간인과 군인 가릴 것 없는 총격전이 시작되며, 소말리아는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위험에 처한 각국 대사관 사람들은 대피가 우선이라 생각하고 공항으로 가보지만, 구조기에 외국인은 태울 수 없다는 규정과 함께 남한과 북한의 각 대사관 사람들은 소말리아에 고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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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연합, 롯데엔터테인먼트 (Kyung Rhee)

그런데 남한은 강대진 참사관의 노력으로 주변에 소말리아 병력을 달라를 건네주는 대가로 배치하고, 안전하게 버틸 수 있게 되었지만, 북한측은 그러하지 못해 점점 더 위험에 처해지고 결국은 남한 측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릅니다.

남한 측은 일단은 받아주기로 하지만 서로 간의 긴장감은 더욱 심해져 가는 중에 이탈리아 대사관의 도움으로 구조기를 타고 탈출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이탈리아 대사관 측에서 지원해 주는 구조기는 남한 사람들만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다고 하여, 북한측 인원들은 버려지기 직전으로 몰립니다. 그러나 곧 대한민국 대사관의 노력으로 구조기에 북한측도 태워가겠다는 승인을 받게 되고, 총격전 속에서 이탈리아 대사관을 향해 남북한 외교관들과 가족들이 함께 차를 몰고 떠나는데 공교롭게도 그들은 백기를 꺼내 든다는 것이 총을 꺼내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 정부군과 반란군 모두에게 사격을 받기 시작합니다.

빗발치는 탄우를 뚫고 이들을 태운 자동차들이 겨우겨우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하지만 불행하게도 운전대를 잡았던 북한의 태준기 참사관 총에 맞아 희생됩니다.

영화는 남북한 외교관들이 끝내 탈출에는 성공하지만, 남측과 북측이 협력한 사실에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함께 사선을 헤치고도 서로를 모른 체하며 사실을 숨기고 헤어지는 것으로 끝납니다.

MC: 남북한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이 아닐까 싶은데요. 선생님께서는 이 영화를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도명학: 네, 아닌게 아니라 저는 남북이 함께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을 발휘해 죽을 고비를 넘기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사상과 이념, 체제의 다름을 떠나 이런 것이 순수한 민족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영화였습니다. 평소에는 적대시해도 생존이 유일한 목표가 되었을 때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더군요.

MC: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근거로 제작됐다고 하는데요.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뭐였을까요?

도명학: 실제 있은 사실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제작된다고 광고할 즘에 1991년 당시 북한 외교관들과 협력해 모가디슈를 탈출한 전직 대사의 증언을 담은 동영상을 본 적 있습니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념과 체제 때문에 순수해야 할 동족애가 제대로 통할 수 없는 분단의 비극에 대한 통탄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나오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북한외교관들대로 남한 외교관들과 협력해 생존을 도모하는 것에 대해 훗날 문책을 당하고 숙청될 것을 염려하고 남한 외교관들은 남한 외교관들대로 적대세력인 북한 사람들과 저촉하고 협력한 사실이 안기부에 알려지면 그로 인해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갑론을박하며 망설입니다. 그러나 결국 남북 외교관들이 목숨 건 탈출에 협력합니다. 영화를 통해 제가 더욱 절감한 것은 통일은 무조건 해야 되는 민족 최대의 과제라는 것이었습니다.

MC: 북한 주민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이 영화를 보면 뭐라고 할까요?

도명학: 아마 북한 주민들도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생각이 많아질 것입니다. 저희 탈북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동족애가 얼마나 진한 감정인지를 말입니다. 한편 남한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 성황리에 상영될 정도면 남한은 표현의 자유가 상당한 정도로 보장된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MC: 이 영화는 비교적 최근인 2021년 7월에 개봉한 영화인데 북한주민들이 벌써 봤는지 궁금하네요. 한국에서 히트친 영화가 나오면 보통 얼마만에 북한 주민들이 받아볼 수 있나요? 그리고 영화가 들어가는 경로도 궁금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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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1991년 한국이 유엔 가입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총력전을 펴면서 소말리아 주재 한국 외교관들은 북한대사관 측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연합, 롯데엔터테인먼트

도명학: 제 생각엔 보지 못했을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영화가 개봉된 시점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각국이 국경통제를 강화하던 시기라 중국도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특히 북한은 국경을 완전 봉쇄하지 않았습니까. 한류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것인데, 북중 국경이 워낙 완벽하게 봉쇄된 것으로 인해 북한 내에 이 영화가 들어가기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최근엔 다소 통제가 풀리고 북중 간에도 교역이 재개된다고 하니 북한 내부에 들어갈 수도 있겠네요. 동포애가 짙은 이런 영화들일수록 북한 주민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MC: 남북한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더 놀랐습니다. 전체적인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저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매해 봤습니다. 당연히 영화관에서 보기보다 감흥이 못할 것으로 짐작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핸드폰 작은 화면으로 봤는데도 얼마나 흡인력이 강한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좀 아쉽더군요. 참 탁월한 영화라고 봅니다. 앞으로 이런 작품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에게 꼭 보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겐 좋은 교육 자료가 되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도 좋고 배우들 연기력도 뛰어나고 실제 역사적 사실을 정말 잘 형상했다고 봅니다.

MC: 네,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준비한 내용은 어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