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남한의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께서는 오늘 한국영화 한편을 갖고 나오셨는데요. 어떤 영화인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꿈은 이루어 진다'라는 제목의 한국 영화입니다. 계윤식 감독 작품이고 이성재, 최지현이 주연배우입니다. 이 영화는 사실에 기반한 작품은 아니고 허구로 된 작품입니다. 군사분계선 최전방 북한군 초소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축구를 좋아하는 북한군 병사들이 한국의 월드컵 경기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장치를 무전기에 부착해 듣는 과정에 벌어지는 모습들을 희극적으로 형상한 영화입니다.

MC: 오늘은 일단 줄거리부터 듣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얘기가 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떻게 되나요?
도명학: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전 세계가 열광의 붉은 기운으로 물들던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입니다.,이때 DMZ 북한 43GP초소 자체로 축구를 자주 합니다. 그런데 축구공이 형편 없어 비록 바람 빠진 공을 차지만 폼만은 국가대표급인 1분대장은 홍명보선수부터 박지성선수에 이르기까지 남한의 축구선수명단을 줄줄이 외웠을 만큼 축구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한에서 기구에 달아 보낸 심리전 물자에서 멋진 축구공을 얻게 되고 그것을 신나게 차면서 즐기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사상 검토 차원의 비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야간수색을 진행하던 이들은 우연히 비무장지대를 헤매는 멧돼지를 발견하고 잡아먹으려고 쫓던 중 남측 군인들과 맞닥뜨려 총을 서로 겨누지만 아무 충돌 없이 좋게 헤어집니다. 이때 남측 무전병이 북한군 무전병에게 쪽지를 건네준 것이 있는데 거기엔 교신 암호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하여 무전병은 남한 무전병으로부터 월드컵 경기 중계 시간을 전해 듣게 되고 남한의 월드컵 중계방송 주파수가 잡히자 1분대 전원은 목숨을 걸고 경기일 마다 그 주파수에 맞춰 다이얼을 돌립니다.
이때도 웃기는 장면이 있는데 미국팀과 한국팀이 경기를 하는 방송이 나오자 미국팀을 응원할 편과 한국팀을 응원할 편을 자발적으로 나눠 내기를 합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서 한국팀이 꼴을 넣을 때면 미국 편을 들겠다고 한 선수들이나 한국 편을 들겠다고 한 선수들이나 똑같이 한국을 응원합니다. 본능적으로 동족을 편들게 된 것에 머쓱해 미국 편에선 군인들도 웃습니다. 나중엔 이들이 아예 비무장지대 가운데서 남측 군인들과 함께 경기를 보면서 박수까치 쳐대며 한국 팀을 응원합니다. 남측 군인들이 손벽에 맞춰 “대한민국”을 외치니 덩달아 같이 외치다간 아이쿠하고 정신이 번쩍 들어 “우리 민족” 하고 말을 바꿔 소리칩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남측 군 지휘부에서 알게 되고 북한군 지휘부에서도 이상한 낌새를 느낍니다. 다만 이에 대해 남측 군 지휘부는 일부러 모른 척합니다. 북한군 지휘부에서는 헌병에 준하는 경무관들을 동원해 무전기도 검열하고 감시도 하던 끝에 이들이 남한 방송을 들은 단서를 잡고 조사가 시작되고 의리심이 강한 1분대장은 분대원들을 살리려고 모든 책임을 혼자 지려 합니다. 그러나 분대장만 죽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분대원들은 분대장을 빼내어 남쪽으로 탈출시킵니다. 남측 군인들은 1분대장을 마중하는데 뒤따라온 북한군 추격조와 맞닥뜨리자 기지를 발휘해 먼저 1분대장을 사격해 쓰러뜨립니다.남측 군인은 분대장이 일부러 죽지 않을 만한 곳을 겨냥해 쏜 것이고 탈주병이 죽은 줄 안 북한군은 물러갑니다.
1분대장은 치료를 받으며 그동안 함께 월드컵을 보며 정든 남측 군인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눕니다. 한편 며칠 후 분대원들은 라디오를 통해 분대장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감격해 합니다. 영화는 남측에 간 분대장이 축구경기를 생중계하는 방송에 출연해 남측 아나운서와 함께 중계방송을 하며 떠드는 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MC: 우선 북한군이 한국 축구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설정이 재밌습니다. 실제로 북한주민들이 축구를 좋아하나요? 다른 스포츠 종목과 비교했을 때 얼만큼이나 좋아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도명학: 축구는 북한에서도 좋아하는 종목입니다. 체육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축구일 정도입니다. 축구 외에는 별로 인기 종목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탁구, 권투 등 한때 세계 패권에 도전했던 종목들에 열광했던 적은 있습니다.
MC: 선생님께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가 벌어질 때 북한에 계셨던 것으로 압니다. 혹시 북한에서 당시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셨나요? 아니면 북한 당국이 언론의 월드컵 관련 소식을 통제하는 바람에 접하실 수가 없었나요?
도명학: 당국이 한일월드컵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세하게 전해주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에 한일월드컵을 비하하는 논평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월드컵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감당할 능력이 안되니 미국, 일본에 한국 체면 좀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간청해서 성사된 반쪽짜리 경기라고 비난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저는 몰래 이남 방송을 듣곤 했기 때문에 한국 축구팀이 4강까지 진출한 소식을 알았습니다. 대부분 주민들은 알지 못했고 스포츠인들은 자기들끼리 쉬쉬하며 이야기 했죠.
MC: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반 주민들도 몰래 월드컵 중계방송을 듣곤 했나요? 가능한 일이었나요?
도명학: 남한 방송을 듣는 사람이 그 당시까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대학생 등 젊은 층 속에 듣는 청년들이 약간 있을 정도였습니다.
MC: 영화는 남북 병사들이 월드컵으로 하나되는 모숩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요
도명학: 영화의 제목 "꿈은 이루어진다"가 그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꿈이 무엇이겠습니까. 영화에서 느껴지듯 같은 민족이 총부리를 마주하지 않고 화해하고 살아갈 그날이 아니겠습니까. 한마디로 이 영화는 민족화해 염원을 코믹한 허구를 통해 표현한 영화라고 봅니다.
MC: 북한 주민에게 스포츠란 무엇인가요? 단순히 힘든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게 해주는 오락적 도구일까요, 아니면 김씨 체제 유지를 위해 온 북한국민이 하나되게 만드는 정치적 도구일까요?
도명학: 둘 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개인들 입장에선 스포츠가 취미나 건강, 승부욕을 통한 쾌감 등으로 힘든 현실을 그 순간만은 잊을 수 있는 것이고, 당국 입장에서는 체제결속을 위한 선전도구, 선전 기회로 활용되는 것이 스포츠의 필요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 지금까지 여러 큰 국제경기에서 남북한이 단일팀을 만들어 출전한 적이 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이걸 어떻게 보시나요? 북한 주민들은 좋아하나요?

도명학: 이유 불문하고 단일팀이 구성되었다면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경기가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죠. 단일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민족적 자부심도 부풀어 오르고 빨리 통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남북한 주민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입니다. 개인적 생각으론 스포츠가 가장 비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남북 간에 스포츠 교류는 정치정세와 무관하게 계속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MC: 문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영화를 어떻게 평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이 영화도 작품성 견지에서 평가할 때 상당히 재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온전히 허구로 구성된 만큼 상상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재미 있고 의미 있게 만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몰입도나 속도감, 박진감에 있어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MC: 네, 오늘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남한의 영화를 살펴 봤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네, 이번에는 남한에선 어떤 북한 관련 책들이 판매되고, 또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아보는 순서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대형서점 중 한 곳인 교보문고 웹사이트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먼저 최신 발간 북한 관련 책입니다. 이춘근 작, 인문공간 출판사의 ‘북한의 핵패권’이란 제목의 책인데 오는 22일 판매됩니다. 이 책을 쓴 이춘근 박사는 사회주의 과학기술 전문가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학사와 석·박사, 중국북경사범대학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중국과학원과 북경대학,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연구했습니다. 1980년 육군화학학교(현 화생방학교)를 졸업한 이후 수십 년간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북한, 중국의 과학기술, 국방기술을 연구했으며, 수십 편의 보고서와 논문, 이슈 페이퍼를 발표했습니다. 연변과학기술대학 부총장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을 지냈고, 통일부와 합동참모본부 자문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한국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과 화생방방호사령부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북한의 과학기술》, 공학한림원 추천 도서인 《과학기술로 읽는 북한 핵》, 《지하 핵실험에 대한 과학기술적 이해》, 《러시아를 넘어 미국에 도전하는 _중국의 우주굴기》 등이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우라늄 농축으로 핵무기 재고를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개발하고 핵전술을 고도화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크게 악화되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이 벌어졌고, 수많은 책들이 출간됐다. 다만 대부분의 관련 책들이 정치, 외교적 측면에 집중했으며,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는 과학기술적 해석은 미흡한 실정이다. 정권 교체기에는 정치적 견해로 과학기술적 근거를 선별 선택해, 전체를 왜곡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핵무기라는 거대과학에는 독특한 개발 경로와 다양한 수단들이 있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원자탄과 수소탄 개발 경쟁을 벌이면서, 자기들만의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거대한 개발체제를 구축했다. 북한은 옛 소련이 개척한 사회주의 기술개발 경로를 추종하면서, 독자적인 시간 계획에 따라 핵무기를 개발했다. 따라서 이를 추적하고 세밀히 분석해 정책 대안을 수립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필자는 정치적 견해를 배제하고 과학적 방법론과 근거를 갖추어 북한 핵기술을 분석했다.
《북한의 핵패권_사회주의 핵개발 경로와 핵전술 고도화》 책의 핵심 주장은 사회주의 핵기술 개발 경로가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과 다르고, 북한이 이를 추종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북한 핵의 직접적인 당사자이면서도, 북한핵에 대한 해석의 대부분을 미국 등 서구 전문가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외국 전문가들은 사회주의 특성과 북한의 내부 실정을 잘 모르고, 우리를 위한 정책을 내놓지도 않는다. 외국의 견해를 무조건 추종하면, 우리의 실익을 놓치거나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따라서 북한의 핵기술 개발 경로와 특성 분석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정세 판단과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
MC: 지금까지 도명학의 남부문학기행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김진국,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