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남북 모두 감동할 영화 ‘말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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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진행을 맡은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남북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 소개해 주실 작품은 어떤 건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한국영화 "말모이"라는 작품입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말과 글을 없애려 한 일본의 황국신민화 책동에 맞서 조선의 말과 글을 지켜 내기 위해 노력한 "조선어학회"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MC: '말모이'라는 단어가 좀 생소한데요, 무슨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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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한 장면. /연합, 롯데엔터테인먼트

도명학: 네, 생소할 수 있습니다. "말모이"는 문자 그대로 말, 즉 언어를 모은다는 표현입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조선어학회 성원들이 사라져가는 조선어를 지키기 위해 서울말은 물론이고 8도 각지의 방대한 양의 방언들을 모아 그중에서 표준어를 선정하는 작업을 합니다.

MC: 먼저 영화의 줄거리부터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영화는 1933년 국어문법 원고를 쓴 조선어학자 주시경 선생의 원고가 발견이 되면서 선생이 사망된 후 중단 되었던 조선어 사전 작업이 재개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영화에는 김판수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배우 유해진이 연기를 맡았습니다. 1941년 대동아 극장에서 일하던 김판수는 찢어지게 가난한 생계 때문에 도둑질을 함께 하던 춘삼이라는 친구때문에 전과자임이 들통나 극장에서 쫓겨납니다. 설상가상 아들 덕진의 월사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황해도 사투리 원고를 가지고 경성역에 도착한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을 목표로 삼은 봉두와 춘삼이 그의 가방을 돈이 들어있는 줄 알고 훔칩니다. 가방에는 돈이 아니라 원고가 들어있고 집으로 돌아온 판수는 가방 주인인 정환이가 먼저 자기 집을 찾아내 가방을 돌려받는 걸 보고 놀랍니다. 마침 그때 판수가 감옥생활 중에 구해준 조선어학회 성원 조갑윤 선생이 집에 찾아오고 그의 소개로 조선어학회의 심부름꾼이 됩니다. 그러나 글도 모르고 도둑질이나 하는 정환을 판수를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환은 인쇄소에 판수를 심부름을 보냈는 데 밤이 돼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정환은 그가 인쇄비용을 가지고 도망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날 밤 우연히 책방에 들어온 정환은 뜻밖에도 먼저 들어와 서랍을 뒤지는 판수를 보게 됩니다. 정환은 판수에게 이젠 회비까지 손을 대냐며 멱살을 잡습니다. 그러나 판수가 서랍을 뒤지게 된 것은 약을 찾으려는 것이었습니다. 낮에 극장 앞에서 조선어학회 성원 임동익이 본인과 함께 문학을 하던 문인들이 친일 앞잡이가 됐다는 사실에 분노해 항의를 하다가 두들겨 맞아서 그를 업어 책방에 데려다 눕히고 약을 찾아보는 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도둑질을 하는 것으로 오해한 정환에게 화가 난 판수는 콱 잘 먹고 잘살아라고 일을 그만두겠다며 집에 가버립니다. 자기가 오해한 것을 알고 미안해진 정환은 출판된 잡지를 가지고 그의 집에 찾아가서 경성 제일 중학교 이사장인 아버지인 류완택의 이야기와 민들레 이야기를 하면서 사과합니다.

조선어학회 일원으로 일하게 된 판수는 틈나는 대로 한글을 배웁니다. 하지만 일제 경찰의 감시하에 조선어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전국 사투리를 모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친일파가 된 아버지 류완택을 통해 정환이 역시 일본 경찰의 협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판수는 말모이에 관심이 없고 돈을 벌 목적이지만 점점 신념이 생기며 8도 각지가 고향인 감방 동기 14명을 데려와서 사투리를 모으는 데 힘을 보탭니다. 그러던 중 일본경찰 우에다가 조선어학회 성원 민우철의 집에 찾아와 아내와 찍은 결혼사진을 보면서 잘 생각해 보라 말하고 떠납니다. 아내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를 인질삼아 조선어학회 비밀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류정환과 김판수가 술을 마시러 간 사이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잔업을 하는 중 우에다가 이끄는 일본 경찰들이 찾아와 조선어 사전이 있는 지하실을 발견해 원고를 빼앗아가고 조갑윤 선생은 잡혀갑니다. 뒤늦게 정환과 판수가 달려오지만 이미 경찰들이 휩쓸고 간 뒤였습니다. 정환은 아버지를 찾아가 조갑윤 선생을 풀어달라고 하지만 너를 잡아가지 않는 대가로 조갑윤을 주모자로 하기로 했다고 말하고는 거절합니다.

다음날, 판수는 조선어학회 가구를 정리하는데 함께 일하는 조선어학회 성원 박훈은 판수가 부른 감방 동기들이 밀고한 거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한편 민우철은 서대문형무소를 찾아가서 아내를 만나려고 하지만 아내는 이미 죽었고 시신도 처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가 우에다에게 속은 걸 깨닫고 소란을 피우다가 두들겨 맞습니다. 판수와 직원들은 조갑윤 선생이 출옥한 걸 알고 그가 입원한 병원으로 가는데 고문으로 위독한 상태였습니다. 민우철은 그 모습을 보고 자기 죄를 털어놓는데 조갑윤 선생은 그를 용서하고 숨을 거둡니다.

조갑윤 선생의 죽음 후 조 선생의 부인은 정환을 불러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선생이 사전 원고를 필사해뒀다는 사실을 말하고 필사본을 넘겨줍니다. 정환은 회원들을 불러 국민 총련 연맹 신청서를 내밀며 이걸로 공청회를 열어 사전을 완성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박훈, 임동익은 조갑윤 선생에게 미안해 그렇게는 못하겠다면서 나갑니다. 그때 책방에 우체부가 찾아와 정환과 판수를 경성역 창고 단지로 안내를 하며 그동안 조선어학회 앞으로 온 편지를 보여줍니다.

총독부에서 조선어학회 앞으로 온 편지는 모두 총독부로 보내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10통만 보내고 나머지는 모두 숨긴 것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판수는 정환에게 조선어학회에서 더 이상 일하지 못하겠다고 얘기하려다가 말을 잇지 못합니다. 그가 조선어학회 일을 계속하면 경성제일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징병에 끌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환은 판수를 보내줍니다. 정환은 사전 작업을 위해 국민총연맹에 가입을 하고 판수는 극장 검표 일을 다시 시작합니다. 국민총연맹 가입은 공청회 개최 허락을 받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었습니다. 공청회를 열어야 조선어사전에 올릴 표준어 선정 절차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청회 장소에는 일제경찰이 감시하기에 정환은 일부러 친일 성향 발언을 하고 그의 속 생각을 모르는 각지에서 모여온 참석자들은 거센 비난을 퍼붓습니다. 그러나 오해하고 돌아가는 참석자들에게 진짜 회의는 대동아극장에서 몰래 다시 열린다며 쪽지가 전해지고 참석자들은 은밀히 극장에 모입니다. 마침내 공청회가 진행되고 사투리들 중에서 표준어를 투표로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그러나 회의 도중 이를 알게 된 일본 경찰이 극장에 밀려들고 정환과 판수는 원고 가방을 들고 뒷문으로 빠져 뛰지만 추격을 받습니다. 정환이 총에 맞고 총상 때문에 도망가기 불가능해진 정환은 판수에게 원고 가방을 맡기며 부산에 있는 인쇄소에 약속이 되어 있으니 가져가면 사전을 인쇄할 수 있을 거라고 부탁합니다. 판수는 가방을 안고 뛰지만 다리에 총을 맞고 가방을 어느 창고에 던져 넣고 그냥 뛰다가 가슴에 총탄을 맞고 숨을 거둡니다. 정환이 역시 붙잡히고 목숨은 건지나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정환은 형무소에서 8.15 광복을 맞게 되고 다시 조선어학회 간판을 내걸고 중단 됐던 조선어사전을 다시 만드는 활동을 재개 합니다. 마침내 1947년 우리말큰사전이 완성되고 류정환은 사전을 선생이 된 판수의 아들 덕진이와 중학생이 된 순희에게 갖다줍니다. 덕진과 순희는 사전과 함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읽으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MC: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조선어학회 사건'인데요. 혹시 잘 모르시는 청취자를 위해 그게 어떤 사건이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네, 조선어학회 사건은 1942년 10월부터 일제가 조선어학회 회원 및 관련 인물을 검거해 재판에 회부한 사건입니다. 조선어학회는 우리말사전 편찬의 바탕이 되는 「한글맞춤법통일안」·「표준어사정」·「외래어표기」 등을 제정하는 등 말·글의 연구 및 정리, 보급을 했습니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어 교육을 단계적으로 폐지하였습니다. 일제의 탄압이 숨막히게 조여들자 조선어학회는 사전의 편찬을 서둘러 1942년 4월에 그 일부를 대동출판사에 넘겨 인쇄를 하였습니다.

MC: 등장인물들은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데요,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했던 것일까요?

도명학: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에 굴복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나라를 통째로 뺏기긴 했지만 말과 글마저 잃게 되면 민족이 없어진다는 절박감과 사명감이 목숨까지도 서슴없이 내댈 수 있게 하였던 것입니다.

MC: 북한에서는 사전을 많이 사용하나요? 한국은 모두 디지털화 되어서 종이사전은 거의 쓰질 않는데요. 남한과 북한이 사전사용하는데 있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요?

도명학: 네. 북한에도 조선어사전, 과학기술용어사전 등 사전들이 많습니다. 다만 제가 북한에 있을 때까진 디지털 사전은 없었는데 지금은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보급률이 낮고 디지털기기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는 종이사전이 더 많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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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한 장면. /연합, 롯데엔터테인먼트

MC: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도명학: 우리의 말과 글이 어떤 수난을 이겨내고 지켜진 것인지 깊이 새겨 안고 우리 말과 글을 더욱 사랑해야 하며 말과 글이 곧 민족 정신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MC: 영화를 보시면서 가장 감동 받으셨던 부분이 있었다면 그게 어떤 내용이었나요?

도명학: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판수가 말모이에 헌신하는 부분들이었습니다. 특히 자기가 감옥에 가면 아들이 징병에 끌려가고 어린 딸이 홀로 남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하지만 종당에는 조선어학회와 운명을 함께 하는 모습입니다. 또 정환이가 친일파가 된 아버지와 달리 끝까지 우리 말과 글을 지켜 내기 위해 희생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MC: 이 영화를 고르신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감상평을 듣고 싶습니다.

도명학: 이달 9일이 한글날이었는데, 분명 한글과 관련한 작품이 있지 않을까 싶어 찾다가 우연히 "말모이"라는 영화 제목을 발견하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동적인 작품이고 특히 같은 언어와 문자를 공유한 북한의 청취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골랐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감상평을 말씀드리면 한마디로 진한 감동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무심코 사용하던 우리 말 한마디 한마디, 글 한 자 한 자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감사하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외래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전을 가진 언어가 세계 2천개 이상 언어 중 20개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고 2차 대 전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민족어들 중 가장 완벽하게 복원된 언어가 한국어가 유일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MC: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