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저는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 소개해 주실 작품은 뭔가요?
도명학: 예 오늘은 한국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 "공동경비구역JSA"를 가지고 이야기 하려 합니다.

'공동경비구역JSA'. /연합, 명필름
MC: 혹시 모르실 청취자를 위해 JSA가 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네, 영문자로 된 약칭 JSA는 군사분계선 상의 공동경비구역을 의미합니다. 북한에서는 사용되지 않아 판문점 군인들이나 민경 부대에 근무한 사람들이나 알 것 같습니다.
MC: 이 영화의 원작은 박상연 작가의 장편소설 'DMZ'라고 들었습니다. 박상연 작가는 어떤 인물인가요?
도명학: 그렇습니다. 장편소설 'DMZ'는 드라마 인기 작가 박상연의 첫 소설 작품이라고 합니다. 박상연 작가는 스물세 살에 쓴 이 소설을 끝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하여 2000년 '공동경비구역JSA'를 시작으로 영화 '고지전', TV 드라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아스달 연대기' 등 걸출한 작품들을 쓰며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박상연 작가는 영화 ‘고지전’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을 수상했고, 드라마‘선덕여왕’으로 MBC 연기대상 올해의 작가상, 서울드라마어워즈 한류드라마 작가상 등을, ‘뿌리깊은 나무’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극본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MC: JSA, 이 영화는 무엇을 주제로 한 작품인가요?
도명학: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념을 초월한 인간성이 얼마나 끈끈하고 강력한 것인지를 보여줌으로써 동족 대결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에 대한 원망을 주제로 삼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MC: 이 작품의 줄거리는 어떻게 되나요?
도명학: 네. 영화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측 초소에서 북한 초병이 총상을 입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인해 중립국 감독위원회 조사가 진행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MC: 모든 이야기가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군요.
도명학: 네, 이 사건 이후 남북은 각각 엇갈린 주장을 하는데, 북한은 남한의 기습테러공격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남한은 북한의 국군 병사 납치에 의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진상 규명이 어려워 집니다. 양측은 남북한의 실무협조 하에 스위스와 스웨덴으로 구성된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책임수사관을 기용해 수사에 착수할 것을 극적으로 합의합니다. 중립국 감독 위원회에서는 책임수사관으로 쮜리히 법대 출신의 한국계 스위스인이며 군 정보단 소령인 소피를 파견합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한국에 입국한 소피는 남측과 북측 모두 피의자 인도 거부와 관계 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수사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는 어렵게 사건 당사자인 남한의 이수혁 병장과 북한의 오경필 중사를 만나 사건 정황을 듣게 되지만, 그들은 서로 상반된 진술만을 반복해 수사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던 중 사건 최초의 목격자인 국군 초병 남성식 일병의 진술에서 의혹을 느끼고 수사를 주변 인물로 확대시켜 나갑니다.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남북한 상부 조직의 음모와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진 피의자들, 중립국 감독 위원회 측의 미온적인 수사태도로 소피는 계속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시체부검과 증거물 조사, 공격적이고 치밀한 추적으로 점차 진실에 가까이 접근해 갑니다.
MC: 그런데 어떻게 사건의 실마리를 잡게 되나요?
도명학: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남성식이 돌연 투신 자살을 시도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상부 조직은 소피의 아버지가 과거 한국전에 참전했던 인민군이었음을 폭로하고 중립국 감독위원회를 사주해 소피의 수사전권 해임을 통보합니다. 남한 병사 이수혁 병장은 왜 북한 초병을 쏘았는지. 최초 목격자인 남성식 일병은 왜 자살을 시도했는지 그리고, 북한의 오경필 중사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그녀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마지막 시도를 감행하여 끝끝내 사건의 진실을 알아냅니다.
MC: 이 부분에서 관객들은 영화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데요. 이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 알 수 있는 건가요?
도명학: 네, 영화는 관련 인물들의 회상 수법으로 사건의 전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단은 어느 날 한국군 초소병 이수혁 병장이 근무 중 용변을 보려고 숲에 들어갔다가 그만 지뢰를 밟습니다. 지뢰를 밟은 것을 느낀 순간 그는 발을 떼지 못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발을 떼는 순간 지뢰가 폭발하기에 속수무책으로 말뚝처럼 서있는데 인기척이 납니다. 보니까 순찰 중이던 북한 병사 2명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북한초소병 오경필 중사와 정우진 전사였습니다. 적과 적이 우연히 맞다 들자 서로 총을 겨눕니다. 그러나 북한 초병들은 이수혁 병장이 지뢰를 밟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돌아가려고 합니다. 이수혁은 그냥 가지 말고 살려달라고 눈물을 보이며 간청합니다. 그러는 그에게 북한 초병들은 다 큰 놈이 애들처럼 울긴 왜 울어, 하며 지뢰를 해제해 살려줍니다.
MC: 아무리 적이라도 이쯤 되면 인간적인 친밀감을 느끼면서 서로 가까워질 거 같은데 말이죠. 어떻습니까?

도명학: 네 그렇습니다. 이후 순찰 때마다 자주 얼굴을 보게 되고 점점 친근감을 느낀 이수혁 병장은 근무 시간에 오경필 중사와 정우진 전사가 근무하는 초소에 드나들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경계하지만 금세 친해집니다. 그러다 이수혁 병장은 부하인 남경필 일병까지 끌어들여 함께 다닙니다. 처음에는 남성식 일병이 적 초소에 드나드는 것이 법에 위배된다고 망설입니다. 그러나 이수혁 병장은 통일의 길을 트는 역사적인 행동이 아니냐며 기어이 함께 드나들게 됩니다. 그리하여 북한 군 초소에서 남북한 군인들은 몰래 술도 같이 마시고 재미난 게임도 하면서 지냅니다. 또 남한 초병들이 가지고 온 한국음악과 화보를 함께 봅니다.
MC: ‘꼬리가 길면 잡힌다’라는 말이 있죠? 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해 지네요.
도명학: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초소를 돌아보던 북한군 장교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서로 총을 뽑아 겨눈 상황에서 오경필 중사는 남한 군인들이 월북하려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믿지 않습니다. 그러다 끝내 총격전이 벌어지고 북한 측 정우진 전사가 죽고 북한군 장교도 죽습니다. 오경필 중사는 다리에 부상당한 이수혁 병장과 남성식을 빨리 피하라고 밀쳐냅니다. 이수혁 병장은 문을 열고 나오다 돌아서 오경필 중사의 어깨에 부상만 입을 정도로 권총을 쏩니다. 오경필 중사가 멀정한 상태로 남아 있으면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고 처벌 될 것을 걱정해 총을 쏜 것입니다. 이수혁 병장과 남성식 일병은 돌아오지 않은 다리를 신속히 건너 남측으로 뛰어가지만 남성식 일병만 먼저 빠지고 다리를 다친 이수혁 병장은 다리에서 시간을 지체하다 쓰러지고 총소리를 듣고 출동한 남북한 군인들은 이수혁을 가운데 두고 총격전을 합니다. 이수혁 병장은 간신히 구출되고 사건 조사가 시작됩니다.
MC: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나요?
도명학: 아닙니다. 조사가 시작되자 죄책감에 시달리던 남성식 일병이 투신자살하면서 진술 확보는 더 어렵게 됩니다. 거기다 이수혁은 이수혁대로 오경필은 오경필대로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합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북측의 오경필이나 남측 초병들이나 범법행위를 한 것으로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상대를 배려한 거짓 진술이었습니다. 남북한 양측 상부에서도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싫어하고 적당히 넘어가려는 입장입니다. 진실이 알려지면 사건이 더욱 복잡한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수사를 맡은 중립국감독위원회 수사관 소피가 기어이 진실을 밝히려 하는 것을 두고 남북한 양측 상부는 물론이고 중립국감독위원회도 못마땅해 그를 사건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합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그는 오경필, 이수혁 병장의 인간성에 호소하여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되고 감동합니다. 그는 이들의 깊은 우정과 뜨거운 인간애를 지켜 주기로 마음 먹고 오경필 중사와 이수혁 병장에게 서로가 다치지 않도록 할 것을 약속합니다. 영화는 그동안 이념을 뛰어넘어 적과 적이 아니라 동족으로서 인간성으로 서로를 형, 동생 하며 지내온 등장인물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MC: 이 영화를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고, 또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도명학: 네. 등장인물들을 통해 느껴지는 순수하고 소박한 인간미에 감동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분단의 현실이 너무도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언제면 이런 비극이 사라지고 남북통일을 맞이하게 될지,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MC: 남북 간에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도명학: 현재로선 가당치도 않은 비현실적인 상황이죠. 허구일 뿐인데, 그러나 세월이 좀 더 흐르면 정말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엔 늘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한 전례가 있으니까요.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것도 탈북자 대량 발생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MC: 보시면서 가장 감동을 받았던 부분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도명학: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사건 발생 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 이수혁 병장과 오경필 중사가 서로 상대를 무사하게 하려고 어긋난 진술을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인간성의 위대함이 어떤 것인지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다음으론 양측 군인들이 서로를 형, 동생으로 부르면서 생일도 축하해주며 가족들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면, 그리고 남북한이 예로부터 다 함께 놀았던 무릎 싸움, 공깃돌 놀이 같은 것을 보면서 남북은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MC: 이 영화를 북한 주민들이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도명학: 북한주민들 역시 제가 느낀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휴전선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웃으면서도 속으론 정말 영화에서처럼 양측 초소를 찾아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MC: 이 작품에서 아쉬웠던 부분이라든가, 좀 더 첨가하고 싶었던 것이 있을까요.
도명학: 특별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두고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지 않는 남북한 상부와 중립국감독위원회의 개별적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좀더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MC: 소설의 원작가나 영화의 감독이 독자 그리고 관객에게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도명학: 한마디로 표현하면 동족이 대결하는 분단의 부당함과 통일의 당위성 호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MC: 전체적인 감상 평을 부탁 드립니다.
도명학: 이 영화는 예술적 면에서 볼 때 재미와 감동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또 상황에 맞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감동을 주는 작품이 이 영화 하나만은 아니지만 제 생각엔 가장 적당하게 웃음과 감동 수위를 조화시킨 영화라고 보여줍니다. 작품 속 긴장감도 상황에 맞게 적당하게 설정된 것 같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좋은데 특히 북한 군 오경필 중사 연기를 맡은 송강호 배우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북한군인 연기를 어색함이 전혀 없이 정말 잘하더군요. 이 영화가 나온 지 좀 오래긴 해도 북한에 많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MC: 네, 오늘 남북문학기행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