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게 하는 시

0:00 / 0:00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저는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 소개해 주실 작품은 어떤 건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좀 특이한 시라고 할 수 있는데, 통일을 염원하는 절절한 감정을 담은 정일근 시인의 작품 시"꿈- 그리운 통일"을 가지고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MC: 먼저 작가 정일근 시인은 어떤 인물인지 소개 좀 해 주시죠.

도명학: 네, 정일근 시인은 1958년 경상남도 진해에서 태어났습니다.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고, 1984년 "실천 문학"에 '야학일기' 등 7편의 시를 발표하고 1985년 한국 일보 신춘문예에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라는 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한편 시인 자신이 졸업한 경남대학교 교수, 같은 대학교 언론출판원 원장,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화일보와 경향신문 기자로도 활동하는 등 활발한 문인이라고 생각됩니다.

6ef78211-2835-461e-a853-37f2c53d248c.jpeg
한국전쟁 초기 북한군의 공격 모습. /한국 국방부

시인의 작품 중에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바다가 보이는 교실”이라는 제목의 시도 있습니다. 이외 시집으로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오른손잡이의 슬픔“,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저녁의 노래“등 많은 시집이 있고 오늘 소개하는 “꿈-그리운 통일”, 도 있습니다. 시집 뿐 아니라 “내가 꽃을 피웠어요”, “우린 친구야, 모두 친구야”, “우리는 모두 하나예요.” 등 동화작품도 썼습니다.

상도 많이 받았는데 한국시조작품상, 소월시문학상, 포항국제동해문학상, 토지문학제 평사리 문학대상 특별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MC:이 시는 어떤 작품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도명학: 네, 서두에 언급한 바대로 좀 특이한 시입니다. 우선 시적 계기가 특이합니다. 다른 사람이 이미 쓴 작품 한 대목에서 시적 영감을 받아 썼다는 점이 특이하고 작시법 상으로는 매우 과감한 환상 수법이 활용되면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다른 시들과 차별화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서 시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인 돌려 말하기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성공했다고 보입니다.

MC: 저는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시는 처음 봤습니다. 타인이 쓴 글을 서두에 제시하고 뒤에 본인의 시를 넣는 방식 말이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네, 반복되는 말씀 같습니다만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런 경우를 처음 접했습니다. 제가 아직 더 많은 시들을 보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북한을 통틀어 제가 본 시 중에 처음입니다. 아 이렇게도 시를 쓰는 수가 있구나 싶습니다. 다른 이의 작품 한 대목을 인용하고 시작되는 작품들이 꽤 있긴 합니다만 대개 소설의 경우 잘 알려진 타인의 시 대목을 인용할 뿐이지, 소설이 타인의 소설 한 대목을 먼저 인용하고 시작되거나 시가 타인의 시 한 구절을 먼저 인용하고 시작되는 경우는 본 기억이 안 납니다.

MC: 시 낭독하는걸 들어 보시겠습니다.

<시 낭독 출처: 유투브 채널 ‘영상문학’>

MC: 시간 관계상 전체 시를 들려 드리지 못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런데요, 선생님. 전 제가 시를 잘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이해력이 약해서 그런건지 좀 난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렇게 느끼는 이유가 뭘까요?

도명학: 그럴 수 있습니다. 많이 활용되는 수법이 아닌 과장된 환상 수법으로 쓰여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주 접해 본 형식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반복해 읽으면서 익숙해지면 직설적인 표현보다 더 감칠맛 있게 이해되리라 봅니다.

MC: 저도 읽기가 힘든데 북한 주민들이 이 시를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6f471cdc-68ec-4951-b49c-9257ce33de4d.jpeg
전쟁고아들이 트럭으로 실려와 서울의 한 고아원에 내리기 직전의 모습(1950년 11월 2일)의 사진. /연합

도명학: 네, 북한 주민들도 비슷할 순 있습니다. 다만 제가 아직 북한 시보다 남한 시를 적게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접한 바로는 북한에 환상적 기법을 활용한 시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북한 독자들이 남한 독자들보다 조금은 더 익숙한 시 형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아무리 반복해 읽어도 이해가 어려운 시는 환상 수법을 쓰여진 시가 아님에도 지나칠 만큼의 비약과 함축, 너무 생소한 비유와 은유 등이 혼재되어 쓰여 진 시일 것입니다. 그런 시는 도무지 전문가가 아니면 행간조차 읽어낼 수 없습니다. 그런 시들에 비하면 시 "꿈- 그리운 통일"은 시쳇말로 이해하기가 좀 만만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MC: 선생님께서는 이 시를 처음에 접하시고 어떤 생각, 어떤 느깜이 드셨나요?

도명학: 첫 느낌이 낯설어 조금 당황하면서도 개개의 시어보다는 맥락만으로도 통일에 대한 절절한 염원을 느끼게 해줘서 아, 이거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MC: 시인이 이 시를 통해 말하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도명학: 동족끼리 총칼을 맞댄 철조망이 민족의 화해로 녹아내린 휴전선 그루터기에 평화와 통일의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하는 시인의 염원을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려 한 것 같습니다.

MC: 이 시 가운데 선생님을 울컥하게 만든 시구절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도명학: 네, 저에게 특별히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 것은– 서로가 서로의 가슴을 겨누던 모든 쇠붙이들 또한 땅속으로 녹아들며 깊은 뿌리를 내리네요. 뿌리를 내려 따뜻한게 엉키며 무장무장 피어오르는 통일 꽃- 이 대목이었습니다. 민족의 화해를 참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MC: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흰 옷 입은 사람들' '광목 깃발' '그리운 날의 함성'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요, 이것들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도명학: 흰옷, 흰 광목 깃발, 이 표현은 아마도 시인이 남북의 다른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백의민족 본래의 순수한 민족정신을 상징적으로 강조한 의미일 것입니다. 왜 하필 조선시대도 아닌 현대에 흰옷과 흰 광목천 기발이라는 표현을 꺼냈겠습니까. 기발한 시도를 했다고 보입니다.

MC: 전체적인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시의 예술적 측면에 대해서는 앞에서 한 이야기 정도면 될 듯 싶구요. 저는 이 시를 읽는 내내 마치 제가 이 환상 속 가상의 존재인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고 뜨거운 입김으로 철조망을 녹이고 남북으로 자유로이 오가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아주 독특한 시적 정서에 빨려들어가 보게 하는 매력이 있는 시입니다.

MC: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하는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엔 남한에서 판매되고 있는 북한 관련 서적을 알아 보는 순서입니다. 남한의 대표적인 대형 서점 중 한곳인 ‘교보문고’ 웹사이트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이번주 교보문고가 조사한 자료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책은 한국산업연구원이 펴낸 “2022년 북한경제 종합평가 및 2023년 전망”으로 현재 예약 판매 중입니다. 김수정, 이석기, 권태진, 김미숙, 그리고 최지영 등 5명의 저자가 참여했습니다.

그 다음을 인기 있는 것은,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별대사와 북한연구학회가 작년에 펴낸 “북한의 난제: 인권과 핵안보의 균형”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주요 내용은 유엔의 역할과 외부 정보의 역할, 인권과 비핵화, 그리고 비교법적 고찰로서 인권 등입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봤을때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은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의 ‘핵의 변곡점’이었습니다. 아래는 교보문고 웹사이트에 올라온 책소개 글입니다. “『핵의 변곡점』은 세계적 핵물리학자이자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명예소장)가 수년에 걸쳐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방문하며 관찰한 사실과 통찰을 모아 엮어낸 북미 핵협상 역사의 복원이다. 헤커는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플루토늄 과학 전문가로 냉전 말기에는 소련의 붕괴가 초래한 핵 위기 완화를 위해 힘썼고, 중국·인도·파키스탄 등의 핵무기 보유국에서 일어날 핵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 책에는 헤커가 2004년 1월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매년 북한의 핵시설을 둘러보고 북한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느낀 놀라움, 충격, 경각심, 깨달음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북한은 어떻게 핵폭탄 제조를 위한 자원을 그러모을 수 있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북한은 왜 미국의 핵 전문가를 불러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의 현황과 계획에 대해 설명했을까? 그리고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력을 완화할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왜 번번이 막지 못했을까? 이 모든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다른 길은 없었던 것인지 평양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북미 핵협상의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헤커의 통찰력 있는 분석은 북핵 위기의 해결에 단초가 될 쓰라린 교훈을 제시한다.” 최근 북한이 정찰위성이라며 발사체를 쏘와올린 가운데 한번쯤 읽어보면 북한 정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았던 책은 이지성 작가가 쓰고 차이정원 출판사가 올해 4월 출간했던 ‘1만 킬로미터’입니다. 교보문고 웹사이트는 이책을 이렇게 소개하소 있다, “이지성 작가가 5년 동안 주목해왔던 이것. 바로 탈북인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탈북인들은 북한을 떠나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서 한국에 도착한다. 그 멀고도 험한 여정이 거의 1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죽음을 각오한 탈출이지만, 대부분은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부의 철통 경계에 좌절하고 만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나서는 영웅들이 있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의 쉰들러’라 불리는 수퍼맨 목사다. 그는 구출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8번 체포되고, 3번 감옥을 다녀왔다. 사실을 알게 된 세계 인권 단체들과 UN이 도우면서, 그는 30여 년 동안 무려 4천 명 이상의 탈북인을 구출했다.”

그러면서 또 “이지성 작가는 지난 5년 동안 수퍼맨 목사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탈북민 구출과 탈북로드 정비 비용, 그리고 한국에 탈북인 현실을 알리고 동참 후원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수퍼맨 목사와 함께 중국 단둥과 라오스, 태국 현장으로 날아가 직접 탈북인의 구출을 도았다. 발각 즉시 체포, 독사가 우글거리는 밀림, 북한의 감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도의 경계심으로 녹다운이 된 저자는 자문하곤 했다. “도대체 나는 어쩌다 이 일에 동참하게 된 것인가.” 소위 잘 나가는 작가에서 자유와 인권을 억압받는 이들을 구출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3만 3천 탈북인들의 자유를 향한 행진과 숨겨진 진실을 담은 이 책은 너무나 생생해서 단숨에 읽힌다. 목숨을 건 탈북인들의 험난한 1만 킬로미터의 여정과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부의 무서운 추격, 그리고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탈북민을 돕거나 괴롭히는 브로커들. 여기에 탈북민을 돕는 한국의 인권, 선교 단체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온 일부 단체들의 불편한 진실까지. 이지성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은 그동안 거짓과 과장이 넘쳐나는 탈북 이야기들과 다르게 철저히 검증된 사실만을 포착, 진실만을 기록하려 애썼다.

한쪽 발목이 잘린 북한 여성을 들것에 실어 산을 넘고, 탈출에 성공한 스무 살 청년이 다시 북으로 가 죽음을 맞고, 아기를 등에 업은 채 3미터 철책을 맨손으로 넘은 엄마 등, 탈북인의 이야기는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이고 존엄함을 지키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를 마주하게 한다. 이지성 작가는 말한다. “이들이 보여준 것은 탈출이 아니다. 자유를 향한 용기이다.” 나아가 이 책을 먼저 읽은 도희윤 대표(피랍탈북인권연대)의 말처럼, “이 책의 선한 영향력이 전 세계에 파도처럼 퍼져 다시 시작되려는 냉전시대가 따뜻한 생명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데 이 책이 작은 불쏘시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간 수퍼맨 목사와 이지성 작가의 탈북인 구출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의 출간을 미리 알고 있었던 케이시 라티그 주니어 하버드대 친선대사는 탈고되자마자 바로 영문으로 번역, 현재 하버드대 교수들과 대학생들이 읽고 있다. 또 2023년 4월에 열리는 하버드 크림슨 150주년 행사에 초청되기도 했다.”

MC: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