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고위층 모여 사는 ‘은덕촌’도 전기부족?

평양의 밤. 주택가 근처에서 김정일과 김일성의 초상화에 불이 켜져 있다.
평양의 밤. 주택가 근처에서 김정일과 김일성의 초상화에 불이 켜져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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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외교비화, 류현우의 블랙北스의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블랙박스는 자동차 또는 비행기의 기록장치입니다. 이번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열어보기 전에 알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블랙박스와 북한을 연결시켜 블랙北스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앞으로 이 시간은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대사님 안녕하세요.

류현우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행자 :대사님께서는 그동안 방송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는 류 대사님의 블랙박스 안에 있는 이야기를 저희가 여쭤보고, 또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데요. 먼저 소개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탈북 류현우 대사의 블랙北스 탈북 류현우 대사의 블랙北스

류현우 :평양에서 태어났고요. 평양 외국어학원과 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외무성에 입사해서 20여 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시리아와 쿠웨이트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2019년 9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에서 잘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대사님께서는 사실 북한의 고위층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평양에서 사신거죠?

류현우 :네 그렇습니다. 정확한 행정 구역 이름은 평양시 대동강구역 의암동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은덕촌'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간부 사택이에요. 김정일의 은덕에 의해서 1998년 이 동네가 지어졌다고 해서 은덕촌이라고 명명하고 그렇게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6개 호동이 자리 잡고 있거든요. 4개 호동은 인민군 장성들이 생활하고 있고 한 개 호동에는 이 중앙당 고위 간부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개 호동은 행정 부문에서 일하는 고위 관료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구조를 놓고 보게 되면 1개 호동에 2개 현관이 있어요. 그리고 1개 현관이 있는 건물 당 총 6개층으로 돼 있는데 1층은 지하 차고와 운전기사들이 숙식할 수 있는 방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2층부터 시작해서 세대들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1개 현관 당 5세대, 2개 현관이 1개 호동에 있으니까 여기에 10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는 은덕촌이 초호화 주택, 이런 걸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그렇습니까?

류현우 :제가 한국에 와서 한 탈북자가 은덕촌에 대해 쓴 책이 있더라고요. 이탈리아 대리석이 깔려져 있고 그리고 샹들리에가 있고, 방이 열두 칸이고 이런 얘기들이 서술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방은 거실 제외하고 다섯 칸이에요. 그리고 화장실 두 개. 그 다음에 부엌, 식사칸, 창고, 이렇게 구성돼 있고 1개 세대가 총 60평 정도 됩니다. 북한에서는 거의 한 200평방미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리석이 깔려 있다? 이거는 대리석은 아니고 나무판넬 있지 않습니까? 그런 나무판넬로 돼 있고 그리고 샹들리에는 아니고 옛날에는 일본제 형광등으로 돼 있었는데 LED로 다 교체했습니다. 어쨌든 1998년, 그때 지어진 아파트이고 현재까지는 제일 좋은 아파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진행자 :넓은 방 5개에 60평 정도면은 한국에서도 꽤 큰 집이에요. 북한에서도 상당히 큰 집이잖아요.

류현우 :예 굉장히 큽니다. 1 개 세대가 한 개 층을 다 쓰거든요. 대체로 고위 간부들이 사는데 간부 부부만 사는 게 아니고 자식들도 같이 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대체로 간부 사택들의 방이 굉장히 큽니다.

진행자 :고위층만 사는 곳이 잖아요. 경비 인력 이런 부분은 어떤가요?

류현우 :인민무력부 1개 경비 중대가 나와 있습니다. 항시적으로 주둔하면서 숙식을 하고 있어요.그러니까 1개 중대가 입구마다, 사회 아파트, 중앙당 아파트, 또 인민무력부에 들어가는 그 입구마다 보초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6개 호동이 있는 은덕촌 둘레로 3미터짜리 담장이 세워져 있거든요. 이 담장마다 경비 인력들이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저녁에는 잠복 근무까지 서고 있어요. 여기에는 아마 개미 한 마리 오지 못 하게끔 보안을 철저히 하는 차원에서 경비를 굉장히 강화한 그런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중앙당 세대 성원들이 사회 부문 관료 아파트나 군대 아파트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사이사이에 담장이 3미터 짜리가 있거든요. 인민군대, 중앙당, 행정,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호상 연계를 가지지 못하도록 차폐한다고 할까요? 차단하고 있습니다. 목적이 아무래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중앙당 비밀이 사회 부분 관료 쪽으로 나가는 걸 막고 또 군대 비밀이 또 사회 부문 관료 쪽으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 물리적인 장벽을 쌓은 게 아니겠는가라고 생각이 됩니다.

진행자 :말씀 들어보니까 사시던 곳이 높은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파트였잖아요. 그러면은 엘리베이터도 있었는지 궁금해요. 북한 같은 경우에는 전기가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보니까 그게 과연 잘 가동됐을까라는 좀 궁금증도 있습니다.

류현우 : 맞습니다. 북한은 항시적으로 전력 공급이 잘 안 되는 시스템이지 않습니까? 전기 공급이 잘 안 돼서 이따금씩 (멈춥니다.) 엘리베이터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엘리베이터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시간이 있어요. 예를 들면 출퇴근 시간은 무조건 보장해 줍니다. 보장은 되지만 엘리베이터가 전압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자주 설 때가 있거든요. 제가 하나 말씀을 드린다면 저희 집이 4층이었거든요. 5층이 오극렬이라고 작전부장 하시던 분이 5층에 있었고 3층이 김양건 부장이 살았습니다. 통전부장 하시던 분. 위에서 오극렬 부장이 타고 내려오면서 저희가 탔거든요. 장인어른하고 저하고. 타고 또 내려가다가 김양건 부장이 탔는데 2층으로 내려가는 찰나에 뚝 하고 선 거예요. 할 수 없이 거기서 제일 나이 어린 제가 (엘리베이터) 위에 뚜껑이 있거든요. 환기구 같은 부분인데 그걸 열고 올라가서 3층에 보니까 이렇게 걸쇠 비슷하게 승강기 문을 여는 게 있어요. 그걸 열어서 관리반에 연락해서 아바이들을 바깥으로 구출해 나온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진행자 : 북한 평양에서 제일 핫하고 비싼 곳이 중구역이잖아요. 의암동이랑 비교하면 전기 사정은 어떨까요? 어디가 더 전기가 잘 들어온다고 봐야 할까요?

류현우 :아무래도 의암동에 전기가 더 잘 들어오죠. 24시간 중에 정전되는 때도 있지만 10시간 이상은 전기가 항시적으로 보장되거든요. 그러니까 정전될 때는 대낮에 조금씩, 한 6시간 정도나 됩니다. 출퇴근 시간, 그러니까 오후 5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정상적으로 보장이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점심에는 간부들이 점심밥 먹으러 (집으로) 들어오는데 그때도 전기를 보장해 줘야 되니까 (전기가 공급됩니다.) 그런 경우도 또 있고. 그런데 전기라는 것이 과거에는 따뜻한 물을 쓸 때 전기 히터로 덮혔다고 해요. 그런데 전기가 모자라고 사정이 긴장되니까 전기보다는 석탄으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석탄도 중국에 수출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석탄 값이 굉장히 비싸요. 이걸 항시적으로 보장 못 하니까 집마다 2kw짜리 가열기를 설치해 줬어요. 그러니까 세대별로 목욕을 한다거나 할 때에는 2kw짜리 가열기를 조금 틀어서 물을 데워서 목욕할 수 있게끔 그런 조치를 취해주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은 일단 다른 평양 시민들과 비교했을 때는 전기랑 온수 정도는 많이 사용하셨네요.

류현우 :예 그러니까 다른 데보다는 좀 낫죠. 그런데 저의 아내한테 한국 와서 제일 좋은 건 뭐냐고 물어봤는데 더운 물, 찬물 나오는 게 제일 좋다고 하더라고요. 설거지하기도 정말 편하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게 제일 좋대요.

진행자 :네. 오늘은 류현우의 블랙北스 첫번째 시간으로 류 전 대사대리가 살던 의암동 은덕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북한 엘리트들이 모여 사는 곳의 이야기라서 더 흥미롭게 말씀을 들었는데요. 다음시간에는 의암동 은덕촌에 사는 고위 관료들의 이야기를 류현우 전 대사대리께서 풀어내 주실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