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은덕촌 거주민으로 선택 받기 위한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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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외교비화, 류현우의 블랙北스의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께서 북한 고위층이 모여 사는 은덕촌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구체적으로 이곳에 북한의 어떤 인사들이 살고 있는지, 류 전 대사대리께서 이야기를 풀어 주실 예정입니다. 의암동 은덕촌 이야기, 다시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의암동 주변 인프라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인프라가 좋은 곳'하면 살기 좋은 곳입니다. 뭐 대형 상점이 있고 아니면 대중 교통이 집 앞에 있거나, 근린 시설, 공원 같은 것이 있는 곳이거든요. 그런 점을 봤을 때 의암동은 이런 조건에 충족하는 곳인가요?

류현우 :아닙니다. 거리(번화가)에서부터 좀 멀리 떨어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은덕촌 근처는 문수거리를 비롯해서 큰 거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큰 거리에는 인프라가 잘 돼 있어요. 병원이라든가 상점, 그 다음에 식당을 비롯해서 갖춰져 있는데 은덕촌 자체는 애당초 지을 때부터 비밀을 담보하기 위해, 휴식의 공간으로 쓰기 위해 지은 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은덕촌의 존재를) 잘 몰라요. 저도 이사 오기 전까지는 그 은덕촌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근린 시설처럼 사람이 쓰기 편하고 정말 이용하기 편하게끔 되어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 이곳은 비밀 보장을 위해 아늑한 곳에, 진짜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그런 아파트입니다.

진행자 :의암동 은덕촌에 살려면 자격 조건 같은 것이 있을까요?

류현우 :특별하게 자격, 조건 이런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사는 사람들을 보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급 이상이었습니다. 당 중앙위원회 부장이라고 하면 부서 책임자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 아파트에 살기 위해서는 김정은, 혹은 김정일 시대 때에는 김정일의 비준을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당 중앙위 부장들이 사는 아파트가 은덕촌에만 집중돼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사느냐, 은덕촌에서 사느냐는 것은 간부들이 스스로 결심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김정은의 비준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대체로 자격이라고 하게 되면 이 아파트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부서 책임자들입니다. 그러니까 한 개 부서를 책임지는 부장, 부장급 이상들. 김양건이면 통일전선부장 아닙니까. 오극렬도 당 중앙위 작전부장을 지내지 않았습니까. 저희 장인은 39호 실장이거든요. 부서를 책임진 인사들이 여기서 산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의암동에 부장급의 사람들이 산다고 하셨는데, 부장급이면 한국의 장관급에 견줄 수 있는 건가요?

류현우 :장관보다는 반급 내지 한급 정도 더 높다고 할까요. 그렇게 이해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당의 국가이지 않습니까? 행정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당의 영도를 받거든요. 그리고 군대도 당의 군대라고 합니다. 당의 영도를 거부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부장이라고 하게 되면 (행정 부문) 장관을 호출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장관은 당 중앙위원회 부장급 인사를 호출하지 못 하거든요. 제가 장인 어른께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상(장관)하고 부장하고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상은 당 중앙위원회 부장을 오라가라 못 한답니다. 하지만 부장은 상을 오라가라 할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구체적으로 의암동에는 어떤 사람들이 삽니까?

류현우 :제가 있을 때에는 김양건 당시 통전부장 그리고 또 (오극렬) 작전부장, 39호 실장, 오일정 그리고 당시 외곽기구 근로단체를 총괄했던 인사, 경공업부장 등 당에서도 핵심 부서의 부장들이라고 할까요. 대체로 비밀스러운 업무를 많이 다루는 사람들입니다. 사업의 중요성으로만 봐도 아주 중요한 사업을 하는 부서의 수장들인데, 이런 사람들이 여기서 산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군 분야에서는 총정치국, 조직부 국장, 선전부 국장과 같은 사람들이 삽니다. 저희가 (은덕촌에) 있을 때는 현철해, 박재경 이런 인사들 외에도 당시 정찰총국장, 작전국장, 총참모장 이런 군의 높은 서열에 있으면서도 핵심 부서에 있는 수장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인민군의 병역 관리를 하는 인민무력부(국방성) 대열보충국장 같은 사람은 아무리 (고위) 장성급이라고 해도 은덕촌에서 살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해당 부서의 중요성에 따라서, 그리고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이곳에서 살라"고 비준을 주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진행자 :직급이 높다고 의암동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류현우 :네. 예를 들면 행정 부문에 고위 관직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직위만 보면) 내각 총리도 여기서 살아야 되고 내각 사무국장, 장관 등도 여기서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행정 부문에서 김정일의 비준을 받아 사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강석주 외무성 1부상, 김계관 외무성 1부상과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위원장, 조선중앙통신사 사장 등이었습니다. (북한에선) 이런 선전·선동 계통 중요합니다. 선전·선동 계통에서 중요 직책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또 외교 분야에서 미북회담을 주도하면서 북한의 외교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 이런 사람들이 김정은이나 김정일의 신임을 많이 받았습니다.

진행자 :중요 업무와 기밀을 다루면서도 김정은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네요.

류현우 :예 맞습니다.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이들은 충성도가 검증된 인사들로도 볼 수 있을까요?

류현우 :네. 아무래도 중요 직책에는 김정은 신임이 가장 큰 사람을 앉히니까요. 충성도에 있어서도 자신한테 충실한 사람들을 위주로 뽑겠죠.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한테 소위 배려를 많이 해준다는 차원에서 은덕촌에 살도록 해줬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류 전 대사님께서는 급이 떨어지시는데, 은덕촌에서 사신 거잖아요.

류현우 : 사실 저는 은덕촌에서 살 아무런 명분도 없죠. 자격도 안 되고요. 제가 거기서 살게 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 군 복무를 했었는데 과거 호위사령부 1호위부에서 김일성을 호위했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이후, 1995년 1월에 제대합니다. (김일성이) 사망하기도 했고, 나이도 60세가 넘었기 때문에 제대해서 집을 받았습니다. 보통강 구역의 집체 아파트라고 하는데요. 도태, 그러니까 은퇴하게 되면 받는 그런 사택이 있는데 그 곳에 들어갔어요. 두 칸짜리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계시고, 제가 있었어요. 그때는 제가 장가를 안 갔을 때니까요. 그리고 제 누이하고 매부 그리고 조카까지, 더부살이하는 세대였습니다. 두 칸짜리 집에서 어떻게 다 같이 살겠습니까? 거기에다 제가 집사람하고 결혼했으니까 집사람도 데리고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래서 장인, 장모께서 자신들의 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하셨습니다. 방도 많다고 해서요. 그래서 2016년까지 같이 살았습니다.

진행자 : 앞서 은덕촌에 사는 전직 인사들만 말씀을 해 주셨는데, 현직 가운데 저희가 알 만한 북한 인사들이 누가 있을까요?

류현우 :제가 알고 있기에는 당 중앙위 부장들인 경우라면, 지금도 경공업부장 등이 살 겁니다. 제가 지금 이름이 생각나는 부장으로는 오일정이라고, 군정지도부장을 하다가 현재는 민방위 부장을 맡은 인사입니다. 오일정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국방상)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리일환이라고 현재 선전 비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리일환 비서가 근로단체 부장을 하고 선전선동부장으로 있을 때까지만 해도 은덕촌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비서가 됐으니까 아마 다른 데 옮겨가서 살지 않겠나라고 추측됩니다. 사회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인사들 중에는 김병호라고 조선중앙통신사 사장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선전선동부 부부장 출신으로 출판, 언론 계통을 맡아서 보는 부부장으로 있다가 조선중앙통신사 사장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해당 분야가 좀 힘듭니다. 통신사 사장, 방송위원회 위원장과 같은 선전·선동 분야는 정말 사고가 많이 나고 사업의 중요성 때문에 나름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등용합니다.

진행자 :정부 인사 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

류현우 :정부 인사 중에는 아마 최선희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외무성에서 강석주 전 1부상이 살다가 내각 부총리로 옮긴 다음에 국제비서로 간 적이 있습니다. 이때 강석주 전 1부상이 은덕촌에서 살다가 나가면서 그 자리에 김계관 전 1부상이 들어와 앉았거든요. 지금 현재는 김계관 전 1부상이 고문으로 나와 앉았으니까, 아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외무성 수장인 최선희 외무상이 여기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행자 :네. 류현우의 블랙北스, 오늘은 의암동 은덕촌에는 어떤 북한 인사들이 거주하고 있고, 또 은덕촌에서 살 수 있는 자격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중요 업무와 기밀을 다루는 책임자로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임을 받는 사람들만 은덕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최고지도자의 신임을 받고 있는 한편으로 24시간 감시를 받고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