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외교관의 리얼라이프② ‘볼모’ 잡힌 북 외교관들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24.07.10
[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외교관의 리얼라이프② ‘볼모’ 잡힌 북 외교관들 영국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 입구의 모습. 8.17.2016
/AP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부터 국제 무대의 최전방에서 북한 외교의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관들은 현지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또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그들의 리얼라이프(실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경우 해외로 파견되려면 아무래도 당성, 즉 충성도와 능력 등이 검증돼야 할 텐데요. 이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가족이 있는지 여부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외교관들의 경우 해외에 파견될 때 가족 일부를 본국에 두고 나와야 된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건 실제 그런가요?

류현우: 예 그렇습니다. 북한에는 해외 파견 규정이라는 게 있는데 이제 해외 파견될 때에는 자식 한 명만 동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 외교관뿐 아니라 해외에 나가는 모든 북한 주민들은 자식들 2명 중에서 한 명은 무조건 볼모로 놓고 한 명만 데리고 나가게끔 돼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로) 나갈 때 눈물을 머금고 자식들을 놓고 나가는 부모들이 과반이거든요.

 

진행자: 자녀들을 놓고 간다면 친인척에 맡겨 놓고 가는 건가요?

 

류현우: 아내들이 자식을 놓고 갈 때는 대체로 친정 어머니한테 맡깁니다. 그런데 나가서도 아무래도 부모된 심정이니까 계속 걱정되잖아요. 그러니까 아내들이 좋은 걸 먹어도 울고 예쁜 옷을 보고도 자식한테 사줘야 되겠는데 못 사주니까 그런 안타까움에서도 또 웁니다. 제가 한 가지 슬픈 눈물 겨운 사연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외무성에서 근무할 때인데 저희 선배님이 있었어요. 저와 친한 사이였는데 그 선배가 해외에 발령을 받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자식 2명 중에 한 명을 무조건 놓고 나가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볼모로 무조건 놓고 나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사람한테 자식이 두 명이 있는데 쌍둥이에요. 쌍둥이는 옷도 똑같은 걸 입히고 학교도 똑같이 보내고, 또 한 학급에서 공부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대체로 쌍둥이는 한 아이처럼 취급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쌍둥이 중에서 언니를 놓고 동생을 데리고 나가는 걸로 합의가 됐던 모양이에요. 제가 그분들이 해외에 나가는 시점이 돼서 배웅하기 위해서 평양역에 나갔는데 완전히 울음바다가 된 겁니다. 언니하고 동생하고 헤어질 시각이 되니까 부둥켜 안으면서 계속 울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거기에서 보면서 모두 부모된 심정이니까, 그 안쓰러운 모습을 보고 안 우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배웅하러 나왔던 사람들이 다 울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내가 이걸 못 참았던 모양입니다.

 

남편하고 토론하고 자신가 몇 달 동안 떨어져 있겠으니 먼저 출국하라고 토의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평양에 있으면서 3~4개월 동안 쌍둥이 언니하고 같이 있으면서 애를 보살핀 것 같아요. 그런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3~4개월 지난 다음에 다시 해외로 나가면서 친정 어머니께 아이를 맡깁니다. 그런데 아이가 상사병이 난 거예요. 아직 10살 미만의 아이였는데, 부모들이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그러니까 애가 상사병이 난 거예요. 그래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할머니가 한두 달쯤 지켜보고 나니 안 되겠는 거에요. 그래서 외무성에 찾아가서 국장을 만났습니다. 국장한테 이 사연을 얘기하면서 이러다가 아이가 죽겠다. 그러니까 우리 딸한테 어떻게 연락을 해서라도 빨리 대책을 취해달라고 얘기를 했어요. 담당 국장도 자식 키우는 아버지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시 제1부상인 김계관한테 찾아가서 이 사연을 쭉 얘기하면서 대책을 취해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김계관 1부상도 이 말을 듣고 김정은과 통화를 할 때 이 말을 한 거예요. 배려를 해달라고 부탁한 거죠. 쌍둥이들이 같이 생활하게끔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쌍둥이들이 같이 생활하게끔 됐습니다. 그래서 (해외로) 갔거든요. 그 이후 쌍둥이들은 한 아이처럼 취급하라는 해외 파견 규정이 따로 나왔습니다.

 

진행자: 외교관이 해외로 파견되게 되면 당국에 의해 가정이 일시적으로 해체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거네요.

 

류현우: 제가 지금 생각하는 건 말이죠. 얼마나 자기 체제에 자신이 없었으면 봉건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볼모 제도를 아직까지도 실행을 하고 있는가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조치가 모성애와 같은 천륜과 인륜을 악용하면서 한 가정을 완전히 이산가족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김정은 정권의 사악함, 이것이 여기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진행자: 대사님 같은 경우에는 자녀가 하나니까 가족이 다 같이 나온 사례인거죠?

류현우: 그렇죠. 다행히, 천만다행으로 저는 딸이 하나 밖에 없었으니까 같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인 외교관들은 해외로 파견이 가능합니까?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 자신만의 가정은 없잖아요?

 

류현우: 대체로 미혼인 외교관들의 해외파견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외교관이라는 신분보다는 어학양성생이라는 신분,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는 수습 외교관이라고 말하면 아마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수습 외교관이라는 직분을 줘서 이 사람들을 내보냅니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내보내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단독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대사관에서 생활을 같이 하면서 기본적으로 어학 연수하는 데 중점을 두고 2년 내지 2년 반 동안 생활하다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식이 없잖습니까. 볼모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대체로 자식 하나 놓고 출국시킨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서는 외교관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혼인 사람이 나가게 되면 홀몸으로 나갔다가 뛰면 야단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외교관인 경우에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내보내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생이별을 겪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교관들은 해외 파견을 선호한다는 말씀이신 거잖아요?

 

류현우: (해외가) 북한보다 너무나도 좋으니까요. 힘든 게 없습니다. 사실 북한보다 너무 좋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힘든 줄 몰라요. 상대적으로 한국에 왔을 때와 해외 파견지에 있을 때 저의 생활을 비교해 보게 되면 나도 저렇게 한심하게 살았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지만 또 북한에 비하면 해외에 나와 있을 때가 정말 좋거든요. 그러니까 상대적인 것이죠.

진행자: 북한 외교관들이 해외 체류를 선호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면 해외 체류 기간을 늘리려고 그들 나름의 노력을 할 것 같은데 어떤 노력이 있을까요?

류현우: 대부분 북한 외교관들은 3년 내지 3년 반 주기로 교대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북한에 들어가게 되면 규율 생활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토요학습도 참가해야하고 금요노동도 해야지, 인민반은 인민반대로 노력동원이라는 걸 계속해야 합니다. 여름에는 잔디에 물 주기, 풀 뽑기 등을 비롯해서 노동을 하고 그 다음 봄철에는 김매기 전투, 모내기 전투, 또 추수 시기에는 추수 전투를 해야 해서 계속 노력 동원을 해야 하거든요. 얼마나 막 들볶습니까? 그래서 내부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해외에 나와 있는 게 조금 편안하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해외 체류 기간을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한 노력들을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 있는 간부들에게 뇌물을 조금 찔러주고 조금 더 연장하게끔 그런 작업도 하고 (현지) 대사관에서 어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특정인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런 전보를 들여보내게 해서 평양에서 (귀국을) 좀 더 연기시켜주는 그런 작업을 합니다.

진행자: 북한 외교관들은 해외 파견을 나가려면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근무를 선호한다는 류 전 대사대리의 말씀은 북한 내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짐작하게 합니다. 류현우의 블랙北스, 다음시간에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궁금했던 실생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청취자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