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외교관의 리얼라이프② ‘볼모’ 잡힌 북 외교관들
2024.07.10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부터 국제 무대의 최전방에서 북한 외교의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관들은 현지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또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그들의 ‘리얼라이프(실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경우 해외로 파견되려면 아무래도 당성, 즉 충성도와 능력 등이 검증돼야 할 텐데요. 이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가족이 있는지 여부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외교관들의 경우 해외에 파견될 때 가족 일부를 본국에 두고 나와야 된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건 실제 그런가요?
류현우: 예 그렇습니다. 북한에는 해외 파견 규정이라는 게 있는데 이제 해외 파견될 때에는 자식 한 명만 동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 외교관뿐 아니라 해외에 나가는 모든 북한 주민들은 자식들 2명 중에서 한 명은 무조건 볼모로 놓고 한 명만 데리고 나가게끔 돼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로) 나갈 때 눈물을 머금고 자식들을 놓고 나가는 부모들이 과반이거든요.
진행자: 자녀들을 놓고 간다면 친인척에 맡겨 놓고 가는 건가요?
류현우: 아내들이 자식을 놓고 갈 때는 대체로 친정 어머니한테 맡깁니다. 그런데 나가서도 아무래도 부모된 심정이니까 계속 걱정되잖아요. 그러니까 아내들이 좋은 걸 먹어도 울고 예쁜 옷을 보고도 자식한테 사줘야 되겠는데 못 사주니까 그런 안타까움에서도 또 웁니다. 제가 한 가지 슬픈 눈물 겨운 사연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외무성에서 근무할 때인데 저희 선배님이 있었어요. 저와 친한 사이였는데 그 선배가 해외에 발령을 받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자식 2명 중에 한 명을 무조건 놓고 나가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볼모’로 무조건 놓고 나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사람한테 자식이 두 명이 있는데 쌍둥이에요. 쌍둥이는 옷도 똑같은 걸 입히고 학교도 똑같이 보내고, 또 한 학급에서 공부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대체로 쌍둥이는 한 아이처럼 취급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쌍둥이 중에서 언니를 놓고 동생을 데리고 나가는 걸로 합의가 됐던 모양이에요. 제가 그분들이 해외에 나가는 시점이 돼서 배웅하기 위해서 평양역에 나갔는데 완전히 울음바다가 된 겁니다. 언니하고 동생하고 헤어질 시각이 되니까 부둥켜 안으면서 계속 울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거기에서 보면서 모두 부모된 심정이니까, 그 안쓰러운 모습을 보고 안 우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배웅하러 나왔던 사람들이 다 울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내가 이걸 못 참았던 모양입니다.
남편하고 토론하고 자신가 몇 달 동안 떨어져 있겠으니 먼저 출국하라고 토의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평양에 있으면서 3~4개월 동안 쌍둥이 언니하고 같이 있으면서 애를 보살핀 것 같아요. 그런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3~4개월 지난 다음에 다시 해외로 나가면서 친정 어머니께 아이를 맡깁니다. 그런데 아이가 상사병이 난 거예요. 아직 10살 미만의 아이였는데, 부모들이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그러니까 애가 상사병이 난 거예요. 그래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할머니가 한두 달쯤 지켜보고 나니 안 되겠는 거에요. 그래서 외무성에 찾아가서 국장을 만났습니다. 국장한테 이 사연을 얘기하면서 “이러다가 아이가 죽겠다. 그러니까 우리 딸한테 어떻게 연락을 해서라도 빨리 대책을 취해달라”고 얘기를 했어요. 담당 국장도 자식 키우는 아버지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시 제1부상인 김계관한테 찾아가서 이 사연을 쭉 얘기하면서 대책을 취해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김계관 1부상도 이 말을 듣고 김정은과 통화를 할 때 이 말을 한 거예요. 배려를 해달라고 부탁한 거죠. 쌍둥이들이 같이 생활하게끔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쌍둥이들이 같이 생활하게끔 됐습니다. 그래서 (해외로) 갔거든요. 그 이후 쌍둥이들은 한 아이처럼 취급하라는 해외 파견 규정이 따로 나왔습니다.
진행자: 외교관이 해외로 파견되게 되면 당국에 의해 가정이 일시적으로 해체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거네요.
류현우: 제가 지금 생각하는 건 말이죠. 얼마나 자기 체제에 자신이 없었으면 봉건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볼모 제도를 아직까지도 실행을 하고 있는가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조치가 모성애와 같은 천륜과 인륜을 악용하면서 한 가정을 완전히 이산가족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김정은 정권의 사악함, 이것이 여기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진행자: 대사님 같은 경우에는 자녀가 하나니까 가족이 다 같이 나온 사례인거죠?
류현우: 그렇죠. 다행히, 천만다행으로 저는 딸이 하나 밖에 없었으니까 같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인 외교관들은 해외로 파견이 가능합니까?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 자신만의 가정은 없잖아요?
류현우: 대체로 미혼인 외교관들의 해외파견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외교관이라는 신분보다는 ‘어학양성생’이라는 신분,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는 수습 외교관이라고 말하면 아마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수습 외교관이라는 직분을 줘서 이 사람들을 내보냅니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내보내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단독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대사관에서 생활을 같이 하면서 기본적으로 어학 연수하는 데 중점을 두고 2년 내지 2년 반 동안 생활하다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식이 없잖습니까. 볼모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대체로 자식 하나 놓고 출국시킨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서는 외교관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혼인 사람이 나가게 되면 홀몸으로 나갔다가 뛰면 야단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외교관인 경우에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내보내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생이별을 겪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교관들은 해외 파견을 선호한다는 말씀이신 거잖아요?
류현우: (해외가) 북한보다 너무나도 좋으니까요. 힘든 게 없습니다. 사실 북한보다 너무 좋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힘든 줄 몰라요. 상대적으로 한국에 왔을 때와 해외 파견지에 있을 때 저의 생활을 비교해 보게 되면 나도 저렇게 한심하게 살았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지만 또 북한에 비하면 해외에 나와 있을 때가 정말 좋거든요. 그러니까 상대적인 것이죠.
진행자: 북한 외교관들이 해외 체류를 선호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면 해외 체류 기간을 늘리려고 그들 나름의 노력을 할 것 같은데 어떤 노력이 있을까요?
류현우: 대부분 북한 외교관들은 3년 내지 3년 반 주기로 교대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북한에 들어가게 되면 규율 생활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토요학습도 참가해야하고 금요노동도 해야지, 인민반은 인민반대로 노력동원이라는 걸 계속해야 합니다. 여름에는 잔디에 물 주기, 풀 뽑기 등을 비롯해서 노동을 하고 그 다음 봄철에는 김매기 전투, 모내기 전투, 또 추수 시기에는 추수 전투를 해야 해서 계속 노력 동원을 해야 하거든요. 얼마나 막 들볶습니까? 그래서 내부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해외에 나와 있는 게 조금 편안하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해외 체류 기간을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한 노력들을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 있는 간부들에게 뇌물을 조금 찔러주고 조금 더 연장하게끔 그런 작업도 하고 (현지) 대사관에서 어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특정인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런 전보를 들여보내게 해서 평양에서 (귀국을) 좀 더 연기시켜주는 그런 작업을 합니다.
진행자: 북한 외교관들은 해외 파견을 나가려면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근무를 선호한다는 류 전 대사대리의 말씀은 북한 내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짐작하게 합니다. 류현우의 블랙北스, 다음시간에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궁금했던 실생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청취자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