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해외 친북단체의 정체, ‘노인’과 ‘무직자’?
2024.09.11
여러분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주 북한의 정권수립일, 이른바 9.9절에 북한 외교관들의 임무에 대해 들어봤는데요. 오늘은 북한 당국이 국가적인 기념일마다 목소리를 내는 해외 친북단체들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에 따르면 해외 친북단체, 그러니까 친선단체들은 현지인 가운데 노인, 무직자 소수가 움직이는 유명무실한 단체라고 합니다. 북한 대사관 등 당국이 요청할 때만 움직이는 일종의 어용단체인 셈인데요. 이와 관련해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진행자: 해외에 파견되지 않은, 그러니까 북한 내에 있는 외무성원들의 경우 9.9절을 맞으면 어떤 과업을 수행해야 합니까?
류현우: 국내에 있는 외무성 직원들은 국내에서 조직되는 모든 행사들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외무성에 국한된 행사들을 보게 되면 일반적으로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외교단과 친선 모임도 하고 체육대회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친선 모임은 북한 외무성의 해당 지역국이 평양 주재 대사관과 협의해서 대사관, 혹은 대동강 외교단 회관에서 행사를 조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사람들도 많이 참석해야 하는데 미리 조직 군중을 준비 시킵니다.
진행자: 북한의 국가적 정치 행사에 소요되는 자금은 어떻게 마련됩니까? 북한의 사정상 국가 차원에서 온전히 부담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류현우: 이때 자금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방침을 받아서 자금을 이용할 부서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노동당 39호실로부터 자금을 받으려면 사전에 39호실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합의 문건을 거쳐 보고가 올라가고 김정은의 비준을 받게 되면 (자금) 집행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알고 있기에는 최근에는 대형 행사들이 많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행사 준비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이전처럼 자주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정착하신 탈북민들 가운데 오래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같은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는 당국의 배급, 선물이 상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요즈음에는 이런 당국 차원의 선물은 없다고 봐야겠죠.
류현우: 아마 그렇게 말씀하신 분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 이전에 탈북해서 한국에 정착하신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때부터 북한에서 배급 제도는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거든요. 또 선물은 완전히 끊긴 것이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1994년부터 1999년까지를 고난의 행군 시기로 보게 되면 행사도 많지 않았고 행사가 있다고 해도 주민들에게 주는 선물 등은 받아본 기억이 저는 거의 없습니다. 선물이 있다고 해도 아마 정말 보잘 것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탈북하신 분들 중에 저한테 물어보시는 분들이 8호 공급소, 9호 공급소가 있었는데 여기서 아직 선물도 주고 공급도 하는가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건 이제 전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옛날 이야기입니다”라고 말씀드려요. 제 생각에는 다 없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배급이라는 것은 솔직히 평양시민들 자체도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씩 주는 걸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배급이 선물과도 같은 겁니다. 배급에 의존하는 북한 주민들은 이제 거의 없거든요. 그리고 외교관들에게 주는 선물도 하나도 없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정치적인 기념일 때마다 해외의 단체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이를 친북단체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이 축전을 보내거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단체의 정체는 무엇으로 봐야 할까요?
류현우: 예를 들면 쿠웨이트 조선친선협회 같은 단체인데요. 해당 친선협회도 (현지) 정부기관 관계자가 회장을 하는 게 아니라 민간인이 맡습니다. (북한 당국이) 민간인한테 이를 위임, 그러니까 직함 같은 걸 하나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지인들, 친지들 다 모아서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USB 가지고 와서 영화감상회 같은 것을 하자고 하는데 우리 집에 모여서 할 거니까 너희 몇월 며칠 날 좀 와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 대사관 관계자가 음식도 좀 준비해서 그곳에 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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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런 친선단체, 친북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건가요? 그리고 해당 단체가 현지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봐야 할까요?
류현우: 아닙니다. 힘이 있는 단체는 아마 하나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쿠웨이트의 조선친선협회장이라는 타이틀을 현지인이 왜 가지고 있냐면 북한 노동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쿠웨이트에 좀 많았잖아요. 그러니까 (북한) 대사관 사람들하고 연계가 있다면 “집수리 좀 해달라”는 부탁도 하고 관련해서 가격을 조금 낮게 해 주고 이런 것들을 요청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대사관 사람들한테 얘기를 하죠. 그러면 우리가 듣고 한 번 알아봐 주겠다고 하고 현장 (북한) 회사의 사장이라든가 관련자한테 전화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좀 도와 주는거죠. 또 이 사람들이 조금씩 본인 낯내기 하느라고 북한 대사관이 뭐를 하자고 하게 되면 영화감상회 등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특별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민간 계통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해당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활동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미국 정치의 로비스트 같이 활동 좀 하는, 그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럴 영향력이 있으려면 재력이라도 있어야 되겠는데, 이런 사람 과연 북한 친선협회장 하겠다는 사람이 있을까요.
진행자: 친선협회가 자발적으로 친북 활동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현지 대사관의 요청이 작용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류현우: 그렇죠. 예를 들면 이번에 수고했는데 술도 조금 주고, 선물도 조금 줍니다. 그 후에 “(북한 관련) 행사 좀 조직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렇게 북한이 활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 70세가 넘은 사람이 있어요. 옛날부터 사골국 끓여 먹듯이 같은 사람을 활용하는데 이 사람 말고 하겠다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북한 대사관 측이) 이 사람한테 계속 매달리면서 “이거 하나 했다는 것으로 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사업 실적으로 인정 되니까요. 그러다가 (친선협회장이) 본인이 이제 힘들어서, 늙어서 회장직을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겠다고 하게 되면 북한 대사관 측이 “1년에 한두 번 너희 집에서 음식도 먹고 행사도 하자. 우리가 다 준비할게” 이런 식으로 합니다. (북한 외교관) 자신의 사업 실적을 위한 것이고 (현지 북한친선협회의) 주재국에 대한 영향력은 0.00001 퍼센트도 없습니다. 스페인에 알려진 친북인사도 무직입니다.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인데, 이 사람이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의 모자를 쓰고 유럽의 조선친선협회라는 것을 만들어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스페인 정부라든가 유럽 내에 대한 영향력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무직업자로서 신분도 별로 명확하지 않습니다. 북한과 관련돼 있는 무기 장사, 가상자산 등 불법 행위에 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북한 콘셉트의 카페라든가 이런 것을 만들어 조금 돈벌이를 하는 그런 느낌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결국 영향력 없고 한가한 현지 사람들을 골라서 친북 행사 등에 동원한다는 말씀이시네요.
류현우: 그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꽃제비들을 데리고 하는 것입니다. 다만 중국, 러시아, 쿠바, 이란, 시리아, 베트남, 라오스 등의 (친선협회장은) 국가 공직자 등이 합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친북단체의 정체에 대해 류 전 대사대리께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북한의 주요 우호국들을 제외한 국가들의 친선단체는 한국 말로는 ‘한량’, 즉 ‘노는 사람’ 1인 등 소수로 구성된 단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런 유명무실한 단체를 이용해서라도 실적을 쌓아야 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신세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대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