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미 대통령 누가 되든 비핵화 없다
2024.10.02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국의 47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앞선 방송에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는데요. 그만큼 북한이 이번 선거를 상당히 주목해 지켜보면서 향후 행보를 설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과 다음주 방송까지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이 미 대선에 어떻게 대비하고 또 향후 행보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 전망해보겠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은 4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선거전이 뜨겁습니다. 먼저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청취자 여러분께 간단하게 배경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류현우] 네. 이제부터 한 달 후인 11월 5일 미국에서 47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4년을 주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 후보로는 민주당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먼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해리스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현직 부통령으로서 인도계 흑인 여성이라는 점과 검사 출신이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만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동시에 첫 흑인계 여성 대통령이 됩니다. 해리스는 어머니가 인도계이기 때문에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이며 백인 남성에 사업가 출신입니다. 최근에 미국 방송인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공개한 결과를 보면 해리스 후보가 48%, 트럼프 후보가 47%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초박빙이지요. 그런데 미국 대통령 선거는 좀 특이한데요.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주별로 선거인단을 통해 실시하는 간접 선거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국민이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먼저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법으로 선거를 합니다.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는 단순히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많이 얻었다고 해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북한 매체에서 특별한 입장이 나온 게 있나요?
[류현우] 아직까지 미국 대선에 대한 북한 매체의 입장이나 반응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북미국에서는 계속 미 대선 과정에 대해 모니터링 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북미국에서는 미국 방송인 CNN과 폭스뉴스를 매일 모니터링하며 미국 정세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북미국 정세분석과에 들어가게 되면 인공위성으로 보는 TV 안테나가 있습니다. 거기서 CNN과 폭스뉴스를, 그러니까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같이 매일 봅니다. 이를 보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대사님 말씀처럼 현재 북한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주시하고 있을 텐데요. 북한이 미국의 대선 국면 마다 주목해서 보는 부분이랄까요. 이런 것이 있을까요?
[류현우] 대체로 미 대선기간에 제일 바쁜 부서는 외무성 북미국입니다. 북미국은 여론 조사에 따른 각 후보의 지지율, 대선 공약, 특히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입장, 그에 따른 북한의 대응 방안 등을 연구해서 김정은에게 올려 보내야 합니다. 특히 대선기간 대북정책에 대한 민주당, 공화당 후보들의 발언,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특이한 동향이 있으면 즉시 상부에 보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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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 대선 국면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로부터 내려오는 특별 지시 사항 같은 게 있을까요?
[류현우] 김정은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외무성에 ‘정세를 빠짐없이 장악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그때 외무성 북미국 직원들은 2인 1조로 며칠씩 밤을 새우며 미국 대선을 주시하고 특이한 동향이 제기되면 보고서를 만들어 김정은에게 보고했습니다. 북한이 미국 대선에 어떤 정치적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누가 당선되는가에 따라 북한의 대미 전술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전략적인 견지에서 대미 정책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북미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비핵화보다는 핵군축을 추구하는 북한의 대외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진행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 비핵화 의지가 뚜렷하다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당시 북한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요?
[류현우] 당시 북한은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대북제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발의된 5개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은 유엔 역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포괄적인 제재였습니다. 수출품의 95%가 금지품목으로 규정되어 석탄, 광물, 수산물 등 북한의 주요 제품들이 수출 금지되었고 외화벌이는 ‘0’으로 변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이 추구했던 가장 큰 목적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든 자금줄을 완전히 차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경우 민생은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고 김정은과 노동당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신뢰는 땅바닥으로 떨어질 판이었습니다. 즉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대북제재의 일부만이라도 해제해야 했습니다. 김정은의 속심은 첫째도 둘째도 대북제재 해제였습니다. 김정은은 대북제재 해제 대신 낡아빠진 영변의 핵 원자로와 원심분리기를 버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의미했습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외에도 강선 등 여러 곳에 비밀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김정은은 애당초 비핵화는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네. 그렇다면 일단 이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결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둘 중 하나가 될텐데요. 향후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당선 되느냐에 따라 북한이 들고 나올 협상안이 크게 달라진다고 봐야 할까요?
[류현우]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김정은이 추구하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입니다.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회의에서 북한은 핵으로 공격 받았을 경우는 물론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핵을 사용하도록 한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했습니다.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2023년 9월 26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는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내용을 북한 헌법 제4장 58조에 기재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스스로가 핵 보유국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헌법으로 핵무력 고도화를 제정해 놓았다는 것은 더 이상 비핵화는 없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비핵화보다는 핵군축으로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핵군축은 핵 보유가 전제 돼있기 때문에 당연히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북한은 트럼프가 당선되든 해리스가 당선되든 북미 핵협상에서 핵군축으로 방향을 잡을 것입니다.
[진행자] 오늘 방송의 핵심은 북한에는 비핵화의 의지가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는 관련 없이 향후 북한의 대미 협상은 핵군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간 두차례에 걸친 회담이 이뤄질 때에도 북한의 속내는 비핵화가 아니었다는 류 전 대사대리의 말씀이 다시금 북한의 강력한 핵보유 의지를 상기시킵니다. 다음 방송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북한의 행보에 대해 좀 더 말씀 나누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