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중동 북자금 세탁 ‘큰손’ 조선무역은행 심현섭
2024.09.25
여러분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지난주 방송에서 스위프트, 그러니까 국제결제시스템망에서 퇴출된 북한이 환전소를 활용해 간편하게 본국으로 외화벌이 금액을 송금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일정한 수수료만 지급하면 사람이 직접 돈가방을 옮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류 전 대사대리께서 이 같은 방법을 대대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실 예정입니다. 해당 인물은 한미의 제재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인사입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대사대리 나오셨습니다.
진행자: 대사님. 지난주 방송에 이어서 말씀을 들어볼건데요. 국제송금이 막힌 북한이 환전소를 활용한다고 하셔서 한편으로는 기발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스위프트에서 퇴출됐는데, 환전소를 이용하기 시작한 건 스위프트 퇴출 직후라고 봐야 할까요?
류현우: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 시점부터 대대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두바이 주재 ‘조선광선은행’ 직원인 심현섭이 2017년부터 환전소를 이용한 송금을 해왔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022년에 그에게 현상금까지 걸어 체포하려고 했습니다. 조선광선은행은 사실상 ‘조선무역은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광선은행이라는 이름은 조선무역은행의 대외용 명칭입니다. 조선무역은행이 조선광선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서 외국환 전문 은행의 업무를 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현섭은 사실상 조선무역은행 직원이라는 것입니다. 조선광선은행은 핵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지난 2009년에는 미 재무부, 지난 2013년에는 중국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 3월 2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리고 2017년 3월 조선광선은행은 스위프트에서 퇴출 당했습니다. 그래서 조선광선은행은 부득불 음지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부터 가상자산을 탈취하고 이것을 현금화하는데 심현섭이 관여했다는 것을 보게 되면 환전소를 활용한 송금 (규모) 자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진행자: 심현섭은 지난해 4월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인물입니다. 미국도 그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심현섭은 차명 계정 생성, 불법 자금 세탁 등 불법 금융 활동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했는데요. 그의 행적에 대해 좀 더 말씀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류현우: 우선 심현섭은 1982년생입니다. 그는 영어와 중국어를 원어민급으로 구사합니다. 그리고 그의 공식적인 대외적 직위는 두바이 주재 조선광선은행 직원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이 관련 업무를 겸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사관 외교관들이 자주 아랍에미레이트에 출장을 가곤 했습니다. 제가 UAE에 출장을 갔을 때 심현섭을 몇차례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그가 평양의 지시에 따라 자신만 현지에 남게 되고 가족은 평양으로 들여보내게 됐다고 하면서 딸의 재학증명서에 대사관 공증을 받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훗날에 알고 보니 심현섭이 아랍에미리트 주재 정찰총국 해커들의 가상자산을 세탁해서 현금으로 북한에 보냈더라고요. 그리고 중동에서 근무하는 북한인들은 거의 모두 심현섭을 통해 자금을 세탁했다고 합니다. 그는 중동에서는 거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소위 ‘큰손’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심현섭이 가상자산을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주변에 훌륭한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상자산은 아시다시피 전자지갑을 생성하고 또 그것을 통해 여러 차례 세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조력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는 중국 심양과 단동의 유력한 조력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UAE에 오기 전에 중국의 심양과 단동에서 3년 동안 활동한 전적이 있었거든요. 그 친구들과 함께 가상자산을 여러 번 세탁해서 현금화 한 다음 북한 사람들에게 이를 넘겨주면 북한 사람들이 현금을 들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심현섭은 지난해 4월 한국과 미국이 동일한 대상을 동시에 제재한 첫사례입니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의 결과로 이뤄진 조치였는데요. 한미 당국도 심현섭이 북한 IT 인력이 벌어들인 가상자산을 포함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불법 자금을 세탁하고 이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등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과 대량살상무기 자금 조달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관련기사>
[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해외 자금 송금의 비밀, ‘환전소’
[신년인터뷰 류현우 전 대리대사②] “대북제재로 ‘걸프은행’ 북 계좌 폐쇄”
진행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는데 대사님의 말씀을 쭉 들어보면 지금 북한이 딱 그 처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송금 방식은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외교관이나 무역 회사 등이 모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류현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지난 2019년까지 해외에 나가 있는 모든 북한 인력들이 다 귀국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이 귀국한 나라들에서는 환전소를 이용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환전소를 이용한 송금은 2019년 말까지 100% 모두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외교신서물을 통해 돈을 나르고 있습니다. 제가 탈북하기 전 중국에서 외교신서물로 대사관 운영비를 받아왔는데 10만 달러도 안 됐습니다. 그러니 한 푼이라도 필요한 때에 환전소에 수수료 10%를 지급할 돈이 있으면 몸으로 때우면서 외교신서물로 왔다갔다 하는 편이 더 낫죠. 그래야 외화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인권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결국 환전소를 현재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동안 해외에 나갔던 노동자들이 귀국을 한 상태고, 그만큼 외화벌이 규모도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류현우: 맞습니다. 돈을 움직일 수 있는 양이 적고 돈을 움직인다고 해도 이제는 외화벌이 총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수료를 10% 정도 뗀다는 것은 정말 큰 돈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환전소를 이용하지 않고 사람이 몸으로 때우면서 외교신서물을 가지고 왔다갔다하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북한과 접한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송금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류현우: 제가 알기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송금은 차명 계좌를 이용할 수도 있고 인편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차명 계좌는 주재국 사람이 이름을 빌려 계좌를 개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차명계좌 이용은 결과적으로 수수료를 줘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현재 돈이 없기 때문에 자금을 옮기는데 인편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께서 북한이 이제 환전소를 이용한 송금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셨지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외 다른 국가들에 외화벌이 일꾼들을 다시 파견한다면 또다시 환전소를 활용한 송금을 이용할 수도 있겠군요. 혹은 우리가 모르는 북한의 자금이 이 같은 방법으로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 했습니다. 대사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